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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시장만능주의 자본주의 경제이론이 오랫동안 지구촌의 경제를 장악해 왔다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1960년대 ‘밀턴 프리드먼’의 ‘자연실업율’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래, 모든 경제적 행동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며, 시장은 자율적으로 효율성과 안정성을 찾는다는 신념이 경제정책을 지배해 왔다. 이렇듯 ‘애덤 스미스’에 이은 신자유주의 경제노선의 경제적 신념은 옳은 것인가? 다시말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에 의한 무규칙 경기의 효율성은 신뢰할 만한 것인가?
이에 대해 ‘애커로프’와 ‘쉴러‘는 오늘의 표준경제학, 특히 거시경제이론의 이러한 전제에 이의를 제기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비경제적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동기는 언제나 합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 결정은 “행동에 대한 즉흥적인 요구”의 절차이며, 이러한 비경제적 동기로서 인간의 ’야성적 충동(Animal Sprit)'이 주된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설명하는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야성적 충동을 이 저술은 다섯 가지의 속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 다섯 가지 형태의 야성적 충동이 실제 경제전반을 어떻게 위협해 왔는지, 그래서 야성적 충동을 반영하지 않는 오늘의 경제모델이 진정한 문제의 근원을 어떻게 가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착각, 그리고 이야기로 구분하여 설명되는 야성적 충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 결정의 절차를 따른다는 표준경제이론의 오류를 증명한다.
미국의 1890년대 불황이나,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을 주식시장의 붕괴와 금본위제 붕괴로 인한 통화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진단하고 곧 만연한 ‘자신감’의 상실로 경기침체를 장기화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동기보다 우선하는 ‘공정성’의 행동경제학적 사례를 통한 증명과, 1990년, 2001년, 2007년 12월 , 세 번의 미국 경기침체의 원인이 된 부패스캔들인 저축대부조합, 엔론사 회계부정, 서브프라임모기지 사건이 ‘부패’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그 만연정도가 경제적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즉, “경기순환이 올바른 행동원칙에 대한 개인적 의지와 약탈적 행동의 변화, 약탈적 행동을 할 기회의 변화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거시경제학의 중요한 가정의 하나로서 “사람들이 물가상승율의 베일을 꿰뚫어 본다.”는 것은 극단적 가정으로 타당치 않으며, 실제 임금계약, 부채계약, 회계부분 등 대부분의 경제행위에서 명목화폐와 실질화폐로의 이행과정상 누락, 즉 ‘화폐착각’이 간과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더구나 화폐베일은 실제거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연실업율’이론을 비판하고, ‘모딜리아니’와 ‘리처드 콘’의 “주가는 물가상승율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실험결과를 포함해 화폐착각의 무수한 실물경제사례를 설명한다.
이와 같은 야성적 충동 이론을 배경으로 저자들은 오늘의 지구경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이들 문제에 야성적 충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8가지 질문과 해답을 구성하고 있다. 경제적 불황의 경제사적 고찰을 통한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의 예, 현재의 경기침체에 대한 가장 압도적인 위협 요인으로서 ‘신용경색’ 진단과 함께 공정성, 부패, 자신감이란 야성적 충동의 모습들을 열거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제정책 측면에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부분으로서 중앙은행의 경제에 대한 통제권 측면과 금융위기에 필요한 조치로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다양한 도구와 기관에 대한 제안 등은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시장 전체주의적 기조 속에 은행, 건강보험 등 각종 공공부문 등의 무차별적 민영화를 외치는 신자유주의자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한국경제의 일부 원숭이들에게 미국의 은행들이 새로운 정부후원기업으로 통합이 고려되고 있는 등 공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미국의 거시경제정책은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하리라 보여 진다.
“지나치게 ‘합리적 기대’와 ‘효율적 시장’의 방향에 경도되어 경제위기의 기저에서 작동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동성”, ‘야성적 충동’을 반영하지 않는 경제모델은 이제 더 이상 오늘의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수한 파생금융상품, 금융시장의 변화를 전통적 규제로는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어느덧 정부가 규칙을 정하고 심판으로 개입하는 경기에서만 시장의 안정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아무런 제재가 없는 자본주의 경제는 지구촌 전체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 결정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며, 야성적 충동이 작동하는 경제적 결정의 균형과 안정, 효율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통한 공공선(公共善)이 발휘되도록 통제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 즉, 인간의 야성적 충동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모델의 수립과 반영을 요구하며, 은행의 공기업화 등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공공투자의 경제적 선으로서의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저술은 ‘공정성과 부패’의 ‘야성적 충동’을 간과할 수 없는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중대한 시사를 안겨준다. 대중적 이해를 위해 쓰인 저술인 만큼 수월하고 평이(平易)한 문장으로 케인즈 경제학의 새로운 해석은 물론 오늘의 위기 경제를 진단하는 훌륭한 시선을 제공해 주는 ‘신 케인즈 경제학’의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