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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기주의자
율리엔 바크하우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이기주의자는 안 좋은 것, 나쁜 것.
이타주의자는 좋은 것, 좋은 것.
집단주의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나는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뭔가 이기성을 실현하려고 하면 이타주의라는 개념이 나를 살살 건드렸고 죄책감(?) 같은 것을 건드렸던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남에게 잘 해주려고 희생정신을 스스로 강조하고 실천하며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단 걸 올해 드디어 깨달았다.
타이밍 절묘하게 나에게 와준 다산북스의 신간, 율리엔 바크하우스의 <<자유로운 이기주의자>>.
한국사회가 주입한 교육방식의 틀을 개인적으로 깨본 시간이 되었다.
저자 율리엔 바크하우스는 1986년생 독일의 슈퍼리치다. 미디어 사업가이자 전직 로비스트.
나이가 내 친구네.
그런데 내가 이제야 알게 된 걸 이렇게 책으로 이미 펴낸 그가 대단하다.
그가 이런 것들을 벌써 알게되었다는 것은 그의 인생에 큰 추진력이 되어주겠지.
세상엔 대단한 사람들이 정말 많고,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깨닫는 시기도 저마다 다르다.
남들보다 빨리 깨달음에 이른 사람들은 그만큼 삶의 충격이 올 때마다 더 쉬이 이겨내겠지.
한 번 겪어봤으니까.
책을 읽는데, 심리학 서적에서 주로 다루는 내면영역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있어 익숙한 분위기의 책으로 다가와서 편했다.
읽기 전에는 왠지 경제경영서 쪽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거든.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이타주의적으로 살아온 이기주의자인 나는,
저자의 이야기 중에 불편한 구간이 있긴 했다.
너무 계산적이고 기브앤테이크 식의 거래관계에 익숙한 저자의 이야기가 사실 내 피부에 쉽게 와닿진 않는데,
제법 합리적인 사고방식이고 깔끔하게 판단할 수 있어 스스로가 편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뭐 시작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란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고.
이미 극단의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기준으로 삼고
더욱 자신만을 아는 사람이 될까 두렵지만,
똑똑하다면 그런 식으로 책을 이용하진 않겠지.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쓰러져가는 택배 노동자,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죽음을 우리의 죽음으로 보듬는 이기주의자들의 세상이다.
사회구조안에서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때, 그건 내가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이라는 어렴풋한 자각,
그리고 무언가 소리를 내야겠다는 의식, 그리고 함께 안아가는 협력, 이런 것들이 답이라는 걸 아는 이기주의자들의 세상이다.
이런 책을 만나 감사합니다. :)
우리의 신체와 영혼은 자기 자신과 충돌하는 순간을 바로 알아챈다. 그래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면서까지 타인에게만 신경 쓴다면 언젠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그 대가는 반드시 신체적인 문제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갑작스럽게 모든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돌보게 될 것이다. 당신은 사실 그 반대를 꿈꾸며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저 주기만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무언가를 주는 행위에는 자원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대부분 돈이 들게 마련이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에 나는 내가 운영하는 회사 또는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거나, 아내와 좋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내 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물물교환 개념이 매우 명확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거래를 제안한다. 상대가 그 거래를 받아들이면 상대가 약속한 물건을 실제로 보냈는지 먼저 확인한다. 확인되면 그를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한다.
행복을 느끼는 것이 당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매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좋다. 이를 위해 더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하자. 만약 의사가 당신에게 내일 아침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