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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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가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쯤 그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거다. 그저 숨을 쉬고, 온갖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를 그러모으면서.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숨막히는 부담감을 달래며. 모든 부모는 가끔 열쇠를 들고 열쇠 구멍에 넣지 않은 채 계단에 10초쯤 서 있을 거다. (p.34)

 

네가 평범한 아빠를 원했던 걸 안다. 출장 가지 않고, 유명하지 않고, 자기를 쳐다봐주는 두 개의 눈동자, 그러니까 네 눈동자만 있으면 행복해하는 아빠. 너는 네 성을 듣고 누군가가 “죄송하지만 아버님이 혹시······?”라고 묻는 걸 좋아한 적이 없었지. 하지만 나는 그런 아빠가 되기에는 너무 중요한 인물이었지. 나는 너를 학교에 데려다준 적도, 네 손을 잡아준 적도, 생일 촛불을 끌 때 옆에서 도와준 적도, 네 침대에서 책을 네 권째 읽어주다가 내 쇄골에 네 뺨을 얹고 같이 잠든 적도 없었지. 하지만 너는 모두가 갈망하는 모든 걸 가지게 될 거다. 부. 자유. 나는 너를 버렸지만 적어도 욕망의 사다리 꼭대기에 버렸다. 하지만 너는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지, 그렇지? 너는 엄마를 닮은 아들이니까. (p.39)

 

폴더를 든 여자가 어젯밤 늦게 병원 복도를 걸어왔다. 나를 보더니 걸음을 멈추더구나.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전에 그녀를 만났던 모든 순간을 떠올렸다. 내 남동생을 데려갔을 때. 내 단짝 친구를 데려갔을 때. 내 부모님을 데려갔을 때. 나는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을 작정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적어도 그 능력만큼은 잃지 않을 작정이었다. (p.66)

 

나약한 인간들은 나 같은 사람을 보면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돈이 많긴 하지만 과연 행복할까?” 그게 무슨 척도라도 되는 듯이. 행복은 어린아이나 동물을 위한 것이고 거기엔 실질적인 기능이 전혀 없다. 행복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상에는 예술도 음악도 마천루도, 발견도 혁신도 없다. 모든 리더, 네가 아는 모든 영웅은 하나같이 집착이 심하다. 행복한 사람은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질병을 치료하거나 비행기를 띄우는 데 일생을 바치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를 위해 살고 오로지 소비자로서 지구상에 존재한다. 나와 다르게. (p.73)

 

 

 

세상 모든 물건에 값을 매기며 부와 숫자만을 좇아 살아온 ‘나’는 사업가로서는 성공했지만 아들과 아내가 떠난 것을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나서야 알아차릴 정도로 남편과 아버지로서는 완전히 실패한 남자. 고향에서 바텐더로 사는 게 충분히 행복하다던 아들과는 오래전 멀어졌지만, 암 선고를 받은 뒤로 매일 저녁 술집 유리창 너머로 아들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게 일과가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암 병동에서 우연히 만난 용기 있는 한 여자아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 그리는 것으로 암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른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하루 종일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한편 병동에서는 언제부턴가 사망 명부를 든 여자 사신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고자 한다.

 

 

 

가족과 못다한 삶을 후회하는 한 남자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세상에 던지는 마지막 거래를 그린 소설 <일생일대의 거래>. 강렬하다.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 여운은 상당히 길다. 감정의 변화는 회를 거듭할수록 다양하게 변해간다. 그리움에서 공포, 분노와 한탄, 후회와 슬픔, 희생과 감내 등 여러 감정이 엇섞여 어느 한순간 차곡차곡 쌓여온 감정이 일시에 폭발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제껏 내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만드는 책!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세월을 마주하며 이미 지나온 과거는 제쳐두고 미래를 위해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모두 다 알다시피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그 누구라도 임의로 그것을 판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닐까. 나 또한 그러했듯이 누구든 절대 한 번만 읽고 끝내지는 않을 것 같다.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 지금 당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당신이 영원히 지워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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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언어 - 사랑할 때 필요한 연애의 기술
성민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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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사랑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말이다. 그러니 상처를 받을지언정 후회를 남기지 마라. 상처는 순간이지만 후회는 당신을 괴롭히는 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 언제까지고 마음속 언저리에 박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왕 상처받을 것이라면 오노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 봐라. 시간이 지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그게 훨씬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당신을 미소 짓게 해 줄 것이다. (p.22)

 

연애는 투자가 아니다. 투자를 한 만큼 나에게 돌아오길 바라면 그 날카로움에 찔리게 된다. 투자가 아니라 나누어 주어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나누고 설령 그 마음이 돌아오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섭섭하지 않은 정도만 해 주어라. 연애에서의 등가 교환을 포기하면 편안하게 서로를 나누는 연애를 할 수 있다. (p.49)

 

누군가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가 나의 행복이 최우선인 것처럼 상대방도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나를 만남으로 인해 상대방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를 떠난다고 해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당연한 이치다. 이런 이치를 거스르고 관계에 과한 집착을 하니 상대방은 행복하지 않고 더 이상 내 곁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 사람이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나로 인해 행복함을 느낄까를 고민해라. 사람은 신이 아니다.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지만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당신 곁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p.64)

 

기억해라. 멋지고 예쁜 모습을 보여 주는 것보다는 상대와 당신이 진실한 교류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호감이란 결국 그렇게 교류하는 동안 남는 감정에서부터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멋지고 세련되게 보이는가가 아닌 상대방이 당신과 교류하는 시간에 얼마나 좋은 감정을 남기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남기기 위해서는 꾸며진 모습이 아닌 꾸밈없는 자신의 모습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p.103)

 

 

 

“내 연애는 왜 이 모양이지?” 사랑할 때마다 불안한 나, 뭐가 문제일까? 자꾸 집착하는 그 사람, 뭐가 문제일까? 말 한마디에 울고, 또 말 한마디에 우는 게 연애라지만 왠지 내 연애만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모자라 제대로 연애를 못하나? 남들 다 하는 연애가 나에게만 유독 어려운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연애의 언어>! 자타공인 연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보자. 낭만은 몰라도, 기술은 필요한 연애의 모든 것! 바로 여기, 그 답이 있다.

 

대한민국 연애 언어 전문가이자 현재 13만 명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연애언어TV>를 운영하는 연애 유튜브 크리에이터 성민. 오랜 기간 연애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연구한 그는 재회, 짝사랑, 자존감, 행복론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연애의 법칙, 연애의 언어, 실전의 연애> 책은 이렇게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들은 또다시 각 상황에 맞게 세분화되어 연애 지식 A부터 Z까지 유튜브 채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연애 고민들에 대한 답변을 진지하게 담아낸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밀고 당기고, 들쑥날쑥 좀처럼 알 수 없는 그의 마음, 그녀의 마음. 그 사람에게 당신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고 싶은가? 어떻게 내 진심을 전해야 그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지 궁금한가? 저자는 말한다. “연애는 현실이었고 실전이었다.” 연애는 당신의 생각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답지 않다. 행복한 연애를 위해서는 당신의 진심을 숨기고 감출 필요가 있다. 연.잘.알 유튜브 ‘연애언어TV’가 알려 주는 기술의 연애. 개인이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토록 바라는 연애의 낭만을 버려라. 당신의 행복한 연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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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 여행 갑니다
김비.박조건형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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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휘청거리는 새벽의 공항 대합실을 같이 걸으며, 나는 가만히 신랑의 손을 끌어 쥐었다. 그를 처음 만난 날, 그의 온기를 처음 느꼈던 것도 그의 손이었다. 내가 손잡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그는 단 한 번도 나의 손을 뿌리친 적이 없다. 아무리 힘겨워도, 그의 손 안에 내 손을 밀어 넣으면 그 역시 가만히 내 손을 잡아주었다. 여행을 떠나는 자에게 가장 든든한 준비, 그건 바로 사랑. (p.21)

 

바토무슈의 마지막 지점인 금빛 에펠탑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를 꼬옥 끌어안았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었고 꿈조차 꾸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여행하는 시간 자체가 온통 선물이구나. 파리는 우리 두 사람을 설레게 하고, 놀라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든, 어떤 궁지로부터 도망쳐 왔든 상관없었다. 서로 다른 빛깔과 무게로 우리를 감싸고 있던 그 모든 시간의 숨결 하나하나가 우리를 축복하는 것만 같았다. 여행의 포근한 품속이었다. (p.46)

 

여행을 하다 보면 온통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뿐이란 걸 깨닫게 된다. 아무리 아름답고 아쉬워도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기억하고 기록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딛고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를 위한 찬사를 준비해야 할 뿐. (p.136)

 

우리 눈앞의 하늘은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일렁이며 불타오르는 바다가 되었다. 긴장했던 마음속이 방망이질했다. 노을로 뒤덮이는 하늘을 보고는 신랑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이 뜨거웠다. 카를교 위를 걷던 모든 사람이 하늘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그렇게 빨간 하늘도 난생처음이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고, 사람들의 탄성을 듣고 있기라도 한듯 하늘은 더욱 빨개졌다. 기다렸다는 듯 프라하성 쪽에서부터 하나둘씩 오렌지 빛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그 위로 온 하늘이 빨갛게 일렁이고 있었다. (p.176)

 

 

 

 

 

최악은, 이따금 예기치 않은 선물을 가져다준다. 궁지에 몰릴수록 평범한 일상은 그리워진다. 여행이 그들을 찾아온 순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울증, 뇌종양, 비자발적 퇴직···. 어느 것 하나 지독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지만, 신랑과 그녀는 오히려 평온했다. 오히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싶어 곧바로 항공권을 사고, 리스 차량까지 예약했다. 계획한 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대로 맞추어갔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이나 바뀐 셈이었지만, 신랑과 그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의 흐름을 역행하는 그들의 삶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일 같아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순리를 거슬러 앞뒤가 뒤바뀐, 그들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손잡은 지 10년, 동거인이 된 지 5년, 법적 보호자가 된 지 3년, 부부 작가가 된 지 2년. 일상 드로잉 작가 박조건형과 소설가 김비. 이들 부부가 함께한 유럽 여행 <길을 잃어, 여행 갑니다>. 책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프랑스, 록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위스> 이렇게 10개국 15개 도시를 함께 여행한 부부의 경험담이 각 파트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에 에필로그와 유럽 여행 비하인드를 더하여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실감나게 표현해놓았다. 특히 책 속 곳곳에는 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일상 드로잉이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알록달록한 색감과 꼼꼼한 드로잉 솜씨는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상당히 아름답고 멋스럽다. “우리 이 순간을 잊지 말아요, 잊지 말고 살아갑시다.” 진한 우울증이 찾아와도 끝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여행. 여느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해피엔딩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찡하게 만들 만큼 감동적이었던 건,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 부부의 굳건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서로에게 화풀이하지 않을 것. 마지막 힘까지 다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귀하게 여길 것. 보잘 것 없고 나약한 우리지만 서로를 향한 변치 않는 믿음과 배려.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행복합니까?’ ‘행복합니다.’ ‘아름답습니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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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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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행을 해야 할까?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행복하고 충만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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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 반사
키크니 지음 / 샘터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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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그림을 뺀다면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는 귀찮은 건 싫어해도,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고(그러기 위해 남을 귀찮게 하기도), 친구들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건 좋지만 사람이 많은 건 좋아하지 않아 어디 잘 안 다니고, 하나에 집중하면 끝을 보지만 집중하지 않는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을 못 해 ‘허당’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별한 취미 생활이라고는 농구가 전부,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먹는 거 좋아하고, 또 가끔 산책하는거···. 와, 세상에! 내 인생에 그림을 제외하면 정말, 뭐가 없구나! 이래서 그림을 꾸준히 그린 거였나 싶다. (p.21)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림이 필요한 곳은 적어지고 있으니 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나름 잘 버티는 사람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듣고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선택한 것에 후회해본 적이 없다. 어릴 적에 낙서로 시작했던 그림이, 이젠 누군가에게 작은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간다는 게 참 좋다. 무엇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해왔음에도 그림은 아직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신나는 일이니깐. 무슨 밥벌이든 장점은 부족하고 단점은 끝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결국 내가 이 일을 재밌어하느냐가 그 일을 하는 키가 될 텐데, 나는 불행하게도 이 단점 가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이 재미있다. 아마 이 불행함은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 (p.36)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참고 있었다. 불안정한 수입과 미래, 이를 떨쳐내기 위해 맹목적으로 감당했던 작업량,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8~9년을 미친 듯이 일했어도 남는 게 없는 커리어,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시들어버린 그림에 대한 순수한 욕심. 이 모든 게 나도 모르는 사이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번아웃이었을까, 공황장애였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애써 계약한 일들을 전부 파기하고 세상 밖으로 숨어야 했다. (p.59)

 

SNS에 그림을 올리고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다. 그간 책도 한 권 나왔고 이모티콘도 나왔고 나름 바쁘게 살았지만 아직 부모님과 형, 친적들은 내가 ‘키크니’라는 걸 모른다. 가족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 창피한 건 더더욱 아니다. 아버지나 어머니, 형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도 쓰고 있는데, 그걸 당사자들이 본다고 생각히면 “으으.” 난 정말 민망함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p.140)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삶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sns에 일상 만화를 제 맘대로 자유롭게 연재한 지 1년이 훌쩍 지나 어느덧 제 삶 전체를 드러내는 만화가가 되어버린 키크니. 첫 책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에서는 댓글로 사연을 남겨준 신청자분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책 <일상, 다 반사>에서는 자신을 그저 그런 일러스트레이터라 칭하는 키크니가 주인공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 본인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사는 게 지루하다면 일상, 다~ 반사! 만화의 소재는 주로 프리랜서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하고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지만 별일 없이 사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일상,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다 반사해 버리겠다는 작가의 포부처럼 매일 똑같은 그저 그런 일상을 전복시키는 웃음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상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고민했던 흔적을 더없이 솔직하게 에세이로 풀어낸다.

 

프리랜서? 겉보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자유로움에 좋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 직업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그 나름의 고충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생계도 유지해야 하고 마감일에 다음 작품 구상에 출·퇴근 시간도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짧기만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톡톡 튀는 입담으로 하루하루를 유쾌하게 만들어 나가는 키크니 작가.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재미가 우리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어준다. 뭔가 기분전환이 된다랄까. 키크니 작가가 활동하면서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 : 일단 해보겠지만 안 되면? 안 해보겠습니다! 그래, 일단 해보자. 그리고 안되면? 스톱! 일단은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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