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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해가 뜨고 지고 달이 차고 기울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피부도 새로운 세포를 쏟아낸다. 우리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피부는 계속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고 상처 입으면 낫는다. 흉터가 남더라도 피부는 상처를 낫게 하지만, 복숭아 같은 뺨은 더는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많은 생을 살아갈수록 피부는 복숭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더 오래 살아갈수록 이 세상과 당신을 가르는 이 탄력적인 장벽은 당신이 싸우고, 결국 이겨낸 전투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상흔들 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p.40)
눈은 감을 수 있어도 귀는 통제하기 어렵다. 소리를 차단하는 귀마개에서부터 300파운드나 하는 잡음 소거 이어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쉬지 않고 활동하는 귀를 막을 방법을 찾는다. 심지어 귀는 들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도 소리를 찾는다. 손으로 귀를 막으면 맥박이 뛰는 소리, 머릿속에서 피가 흘러가는 소리처럼 아주 친숙하지만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우리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된다. (p.79)
입과 항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창자는 아름다움을 부패로, 군침 도는 식욕을 구역질로 바꾸어버린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몸과 맺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유산이 될 부패와 부식을 매일같이 경험한다. 몸은 신비롭다. 우리야말로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수수께끼는 바로 여기, 창자이다. 음식을 전혀 다른 형태로 바꿀 능력을 가진 우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p.136)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코, 눈, 콩팥, 갑상샘, 대장, 뇌, 자궁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살갗 아래>.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되어 청취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가들이 들려주는 ‘몸에 관한 이야기’ 시리즈를 모아 엮은 것으로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인간의 몸을 이루는 기관을 하나씩 정해 그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다.
“삶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상흔 속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의 살갗 아래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 가만히 살펴보면 몸은 아주 쉽게 감정에 지배당한다. 슬픔이나 기쁨, 감동과 행복, 외로움, 불안함 등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신호가 미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상당히 넓다. 저자를 따라 피부, 폐, 맹장, 귀, 눈, 창자 이렇게 하나하나씩 따로 분리하여 살펴보면 살갗 아래의 각 기관들이 마치 춤을 추듯 활기차게 움직인다. 뇌보다 먼저 기억을 불러내는 코, 감정이 머물고 흩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간,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인 자궁 등 그 모습이 신비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저자의 말처럼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내 몸은 곧 자기 자신. 우리 몸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부분들에는 제각각 들려주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