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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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 여름이었다. 나는 적어도 10년은 보지 못했던 크누텐과 다시 마주쳤다. 크누텐과 나, 우리는 늘 함께였다. 내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불안 증세로 내 왼팔, 내 손가락이 쑤신다. 난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문밖에 나선 지도 몇 달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불안감이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고, 내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난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 불안감이 그치질 않는다. (p.8)

 

갑자기, 난데없이, 저물기 전보다 강력하게, 아주 분명하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몸속을 파고들어 내 왼팔과 손가락이 쑤시기 시작했다, 아프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곳에서 무언가가 날 덮쳐 온다, 내가 크누텐의 아내를 쳐다보자 그녀가 날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놀란 눈을 알아차리고, 불현 듯 알게 된다, 나는 크누텐이 해안가에 서 있음을 그녀에게 말할 수 없다, 나는 말할 수 없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말할 수 없다. 지금은 불안감이 극심하다. (p.37)

 

나는 발걸음을 뗀다. 보트하우스를 지나 집으로 걸었다. 보트하우스 쪽은 내려다보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불안감이 깊어졌다. 막 문을 걸어 나섰을 때 불안감이 엄습했고, 그것은 어제저녁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크누텐의 집 거실 안에 있을 때는 불안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현관에 서 있을 때 그것이 엄습해 왔고, 집에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더 이상 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아무도 날 보지 못하기를 바랐다. 나는 숨고 싶었고, 사라지고 싶었다. 나는 두려웠다. 난 재빨리 집으로 걸어갔고, 내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불안했고, 두려웠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무언가 피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p.95)

 

 

 

서른 살이 넘어서도 번번한 직업이 없어 어머니의 집에 얹혀사는 나. 그 다음으로 등장하는 크누텐은 나와 어릴 적에 절친이었으나 어느 순간, 어떤 이유로 서로에게서 멀어져버린 친구 사이로 어느 여름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나와 마주친다. 크누텐이 휴가를 맞아 집에 온 것이었다. 삶에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와는 달리 음악 교사라는 직업이 있고 결혼을 해서 현재 아내와 두 딸이 있는 크누텐. 이에 나는 낯섬과 불편함 그리고 이유 모를 위기감을 느끼며 상당히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가 제안한 저녁 낚시에 나온 것은 크누텐이 아니라 그의 매력적인 아내임을 확인하게 되고 이후 나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보트하우스>는 욘 포세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으로, 화자인 나와 어릴 적 친구인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 이들 세 사람의 관계를 그려 낸 소설이다. 나의 입장에서 또 나의 친구인 크누텐의 입장에서 책은 화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에서 크누텐과 다시 마주친 얼마 전의 과거 그리고 크누텐과 죽마고우로 지냈던 10년 전의 과거가 하나의 이야기로 쭉 이어진다. 불안함과 초조함.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어둠. 이 감정은 시작부터 이야기가 끝이 날 때까지 반복해서 이어지며 나가 살아있는 동안에 시시때때로 다가와 나를 괴롭힌다.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나가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글을 쓰는 것.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도대체 왜?! 독자들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그 이상의 것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불안한 감정은 전염병처럼 독자들에게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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