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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평점 :





바이러스. 세상은 변해있었다. 우리 배가 입항할 예정이었던 항구도, 우리가 돌아갔어야 할 도시도, 주변도시와 그 나라도, 그리고 주변 국가들도 모두 우리에게 문을 굳게 닫았다. 결국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 우리의 배는, 지구상에서 정확하게 대한민국의 대척점에 위치한 바다 위에 그냥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 (p.7)
우리의 목표는 분명했다. 전속력으로 남극권을 빠져나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 공항이나 항구가 셧다운 되기 전에 육지에 내리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 (p.176)
고무보트를 타고 빙하 위에 펭귄을 보며 남극에서 자연과 인간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끽하던 중 급박하게 들려온 소식. 코로나 19! 이에 즉각 남극 탐험을 중지하고, 서둘러 육지를 향해 빠르게 회항하기 시작하였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배는 바다에 멈추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오는 사람도, 그들을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배는 그저,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지난 몇 주간 세상과 연락이 끊어진 채 남극을 탐험하고 돌아온 세상은 그들이 떠나왔던 그 세상이 아니었다. 배 안에 변변한 의료시설은 없었고, 식량은 넉넉지 않았다. 주변 국가들은 서둘러 항구를 막았고, 국경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비행기까지도. 바닷길, 육지길, 그리고 하늘길까지 모두 막혀버렸다. 지난 한 달간 세상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아직 두 다리에 배낭을 짊어질 힘이 있을 때,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 안 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떠난 세계 일주. 그땐 몰랐다. 그들에게 이렇게까지 큰일이 일어날 줄이야! 남극 탐험. 힘들지만 설렘 가득한 즐거운 여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 중단, 네 번의 입항거절, 국경 폐쇄와 공항폐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버라이어티해서 꾸며낸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얼마 전에 실제로 일어났었던 진짜 이야기다. 여행 이야기가 늘 그렇듯 시작은 좋았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땅. 그 신비로운 분위기에 금방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조마조마. 이들 걱정에 애가 탄다. 하마터면 제2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될 뻔한 악몽의 시간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흥미진진하지만 마냥 재밌어할 수 없는, 에세이보다는 모험담에 더 가까운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 2021년에는 제발 모두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