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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20년 12월
평점 :



처음에는
하찮은 작은 돌맹이였던 것이
미룰수록 점점 커진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그 사람과의
통로를 막아 버리는 바위가 된다 (사과/p.18)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도고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p.20)
“나는 형의 시에서 인생의 사리가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본다. 부젓가락으로 인생의 자리를 한 알 두 알 건져 올리는 형의 경건한 손길을 본다. 그리고 그 사리를 가난한 우리의 입안에 보리쌀처럼 넣어 주는 형의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본다. 말없이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피리를 부는 형의 침묵을 본다. 형의 시집은 침묵의 언어로 빚어진 ‘침묵의 시집’이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할 말을 다하는, 단 한 번 사랑함으로써 평생을 사랑하는 ‘사랑의 시집’이다. 형의 시집을 읽으면 인간의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이해와 긍정의 불빛이 새어 나와 우리의 방안을 환히 밝힌다.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그 불빛이 이루는 그림자 아래 모여 앉게 된다.”
시를 읽어보면 안다. 작가의 진심 어린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담백하게 그리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꾹꾹 눌러 담은 작가의 고뇌와 격정과 방황이 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 구절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어보아야 한다. 그렇게 천천히 또 천천히 시를 음미하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이것이 바로 시가 지닌 위안과 치유의 힘. 조용히 시를 읊조리다 보면 시가 가만히 나를 감싸 안아준다. 이렇게 각 페이지마다 시에서 흘러나온 깊은 공감과 진한 여운이 빈 여백을 가득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