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보헤미안 랩소디 OST 피아노 연주곡집 - 퀸 그레이트 히트
성안뮤직 편집부 지음 / 성안뮤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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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보고 들었던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잘 살린 것 같아요.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연주하기도 쉽고 너무 맘에 듭니다! 에오~ 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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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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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마술이지요. 진짜 말입니다.”

“제 기준에는 좀 너무 진짜 같군요.”

점원은 이제 깁에게 마술을, 이상한 마술, 정말이지 이상한 마술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점원은 그 마술을 아주 자세히 설명했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녀석은 현자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바삐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끼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p.65)

 

 

 

책은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이야기는 금방 빠져들 만큼 환상적이고 재미있다. 미스터리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하고 판타지 같기도 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아이들에게는 모험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동심의 세계를 선물한다. 5편의 이야기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역시나 <마술가게>.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 아들 깁과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다 의심스럽고 불안하여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대비를 이루며 동심은커녕 그 상황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초조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한 편을 짠하게 만든다. 우리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내 안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 동심이라는 녀석. 아무런 꺼리낌 없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려내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우리 아들도 나중에 내 나이가 되면 자신의 아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책을 읽고 다시 수다쟁이가 되어 버린 아들 앞에서 내 속에 꽁꽁 숨겨져 있던 동심을 슬며시 꺼내어 다시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본다. 동화라고는 하지만 마냥 동화라고 치부하기엔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마술가게>.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세계라 생각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교훈을, 어른들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등 아이는 아이대로, 또 어른은 어른대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는 <마술가게>! 겨울방학을 맞아 심심해하는 아이들과 힘들어하는 엄마가 함께 읽으면 시간순삭!

---- 아들의 감상평----

재밌고 신기했어.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른,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것 같았어. 그런데 엄마, <초록문>은 성인이 봐야 할 것 같아. 왜?? 여기 봐봐(표지 뒷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씌여 있잖아. 내 말이 맞지?! 그러니까 왜??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데 이건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부분이야. 왜왜?? 예전에 학교도서관에서 어른들이 읽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알았어. 어른들이 읽는 책과 아이들이 읽는 책이 있다는 걸. 그래??이걸 표현을 못하겠는데 암튼 그런 책들이 있어. 어....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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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 모음집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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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일은 고민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으니까 별다른 계산 없이 한다. 그런 일 하나를 찾았다면 손에 꽉 쥐고 잘되든지 말든지 계속하는 거다. 성공에 욕심부리는 순간 부담감에 짓눌려 재미가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까 그저 ‘또 쓸 수 있어서 좋다’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오늘도 쓴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설레었던 어느 날을 기억하면서. (p.27)

 

언제나 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고, 그걸 발견하는 과정은 어렵다. 고민하지 않는 삶은 없다. 고민하는 그 자체가 어떤 일을, 그리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그러니 오늘도 자신을 달래는 방법으로 누군가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문장 하나를 찾는다. (p.39)

 

일상이 문득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은 축복이다. 마음을 억누르는 큰 고민거리 없이 어제와 똑같은 일이 평온하게 반복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일, 인간 관계, 먼 미래와 같이 늘 걱정거리를 만들며 사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법 없이 특별한 고민이 없으면 용케 작은 것 하나라도 우환거리로 만들고 마는 나쁜 습관. 이제 지루함을 즐기며 설레는 일보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라는 염원 섞인 바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p.110)

 

인생에 비상구가 없다고 느낄 때, 지금 가진 게 전부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맹목적으로 되는 것 같다. 나는 그 절박함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 나가면서 새로운 일에 조금씩 도전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일에 조금씩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게 언제든지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을 믿으며. 그리고 머릿속의 생각이 아닌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면 확고한 자신감이 생긴다. (p.167)

 

 

이미 새해도 시작됐고 너도나도 알차게 세운 계획을 토대로 실천하기에 바쁜데 나만 아직 작년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 이번 해에는 또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 매번 떠오르는 것은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넘쳐나는데 정작 달성하는 것이라고는 몇 개가 되지 않으니 이번에도 역시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으려나 싶은데 오늘을 시작으로 이제 그런 걱정은 접어 두어도 될 것 같다. 왜? 나는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책을 읽었으니까?! 우리에게 충고과 조언을 건네는 책들은 많다. 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줄기차게 흘러들어왔다가 도로 흘러나가 버리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어느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삶의 태도부터 시작해 건강 지향적인 일상, 워라밸 라이프, 휴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일상의 만족감과 생활의 질을 높여줄 루틴 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삶의 태도까지 내보이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나의 일상을 보다 좋게 보다 나답게 채워갈 수 있도록 적지 않은 조언을 건넨다. 내 삶을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진정 바라는 삶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걱정할 것 없다.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그러니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다. 깨지고 다치고 하나하나 겪어가면서 더 단단해지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거겠지. 저자는 말한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은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가장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을 살고 있고, 여기에 있는 나를 잘 돌보며 사는 것만큼 확실한 만족을 주는 일은 없다고. 어제가 모여 오늘을, 오늘이 모여 내일을, 그렇게 모인 하루하루로 채워지는 내 삶에 정해진 답이란 없다. 불안해한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상황을 탓하기 보다는 지금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을까. 뭔가를 꼭 이루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보다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 안갈차줌! 알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들을 잘 정리한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실용서에 가까워 나처럼 바지런히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들이나 어떻게 해야 될지 방법을 모르겠는 사람들, 마음이 힘들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많은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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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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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아이리스는 열쇠를 집어 들었다. 한쪽 면에 ‘547’이라는 숫자가 각인되어 있었다.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라는 작은 글자들이 숫자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열쇠를 돌려보며 담배를 빨아들였다. 오랫동안 살펴볼수록 이 열쇠가 지하의 금고실에 있는 대여금고의 열쇠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문 열쇠라기에는 너무 작은 데다, 숫자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서랍을 잡아당겼다. 레이먼은 은행이 팔렸을 때 모든 금고실의 열쇠가 사라졌다고 말했었다. 어쩌면 그동안 수전의 책상에 틀어박혀 있었는지도 몰랐다. (p.101)

 

아이리스는 547번 열쇠를 손가락 사이로 이리저리 굴렸다. 이 열쇠는 뭔가 비밀을 갖고 있었다. 대여금고 열쇠를 서랍 속에 던져 넣고 잊어버리는 사람은 없다. 열쇠가 중요하지 않다면, 아예 대여금고를 빌리지 않았을 테니까. 이건 건물 안에 묻어버리라고 만든 게 아니었다. 아니, 건물이 아니라 묘지지. 아이리스는 생각했다. 카마이클이 그 건물은 묘지라고 했으니까······. (p.149)

 

베아트리스는 손을 집어넣었다. 뭔가 단단한 금속이 손가락 끝에 스쳤다. 그건 커다란 열쇠고리였다. 베아트리스는 은닉처에서 그걸 꺼내 쫙 펼쳤다. 각양각색의 열쇠들이 서른 개쯤 되었다. 커다란 철제 열쇠들은 사무실 열쇠 같았다. 열쇠고리에 좀 더 작은 열쇠 고리가 달려 있었다. 그곳에는 열세 개의 작은 놋쇠 열쇠가 매달려 있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든 베아트리스의 심장이 두방망이질했다. 한쪽 면에는 ‘D’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고,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라는 글자가 그 둘레에 새겨져 있었다. 이모의 열쇠처럼. 다른 열쇠들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문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지만, 547번 열쇠는 아니었다. (p.205)

 

“왜 데드키라고 부르는 거죠?” 아이리스가 끝까지 물었다.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우린 ‘죽었다’고 말해요. 대여금고가 죽으면, 그걸 비우고 다른 대여자를 받아야 하죠. 우린 데드키로 죽어버린 대여금고를 열고 자물쇠를 바꾸곤 했어요. 지금은 드릴로 틀에 구멍을 뚫고, 틀 전체를 몽땅 갈아치우지만. 짐작하겠지만, 금전적으로는 엄청난 낭비죠.”

“대여금고가 자주 죽나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요,” (p.457)

 

 

1978년 겨울,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지역 내 거물급 인사들과 내로라하는 부유층 집안이 거액의 귀중품을 수탁한 ‘대여금고’가 운영되었음에도 은행은 석연찮은 이유로 파산하고 만다. 1,300여 개의 대여금고는 먼지와 함께 잠들고, 20년이 흐른 후 은행 건물 매각을 이유로 건물의 재사용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신참 건축공학기술자 아이리스와 그녀의 선배이자 멘토인 브래드가 함께 투입된다. 그리고 이후 그녀 혼자 이곳에 남아 일을 이어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꺼림칙하다. 누군가 이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텅 빈 건물에 무장경비원을 배치하겠는가.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인사 파일과 열쇠로 아이리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혼자서 조금씩 조사를 이어가다 급기야 남자의 시체까지 발견하게 된다. 그 일로 베아트리스의 직장 친구이자 행방불명 된 맥스의 오빠 앤서니 맥도넬 형사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파산 직전에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부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리더의 선택’에서는 소설 부분 1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데드키>. 책은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를 중심으로 1978년 은행 파산 직전, 비서로 고용된 십 대 소녀 베아트리스와 1998년 은행의 설계도를 담당하게 된 건축공학기술자 아이리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파산 이후 무덤처럼 잠들어버린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세월에 닳아버린 은행거래기록과 은행 비서에 관한 의문의 파일. 그리고 20년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547번 대여금고. 각자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데드키를 거머쥔 채 지난 20년간 은폐되었던 대여금고 속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는 두 여자. 이야기는 후반부를 향해 갈수록 긴장감과 공포로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해진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구조공학자로 일했던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이 더해져서인지 꾸며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그대로 가지고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100개가 넘는 대여금고의 귀중품이 사라졌지만 모두가 침묵한 채 파산해버린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 그곳에서 일어나는 스캔들, 도난, 살인 사건, 불신과 부정부패를 밝히고 그들의 음모를 막기 위해 목숨까지 내건 그녀들의 선택. 탄탄한 구성과 숨을 멎게 만드는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책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주인공들의 생생한 활약상까지 더해지니 도저히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648페이지에 이르는 동안 지루할 틈도 없이 빠르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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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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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전문의가 손을 흔들어 건조시키면서 카린에게 말한다. 방금 엑스레이를 찍었고, 혈액검사 1차 결과도 나왔는데 좋지 않습니다. 카린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다. 나는 카린의 발을 문지른다. 선임 전문의가 허리를 기울여 카린의 눈을 들여다본다. 내 말 들립니까, 카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여기 쇠데르 병원은 물론 카롤린스카 병원의 혈액 전문의하고도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환자분의 백혈구가 크게 증가했어요. 급성 백혈병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카린이 나를 바라본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몹시 희미하게 들린다. 카린, 나 여기 있어.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이겨낼 수 있어. 카린이 손을 젓는다. 나는 산소마스크를 쓴 그녀의 입술을 읽어보려고 한다. 카린이 아기에 대해 묻는데요. 내가 말한다. 카린이 내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지금 제게 최고 우선순위는 부인입니다. 선임 전문의가 말한다. 아기는 자궁 안에서 잘 보호받고 있습니다. (p.13)

 

카린의 몸이 쉽게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잘게 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마치 작은 진동이 내 손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다. 커튼 뒤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목소리,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 뭔가를 빨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카린의 손을 더욱더 꼭 쥐고 속삭인다. 나 여기 있어, 카린.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눈을 감고,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비명을 듣는다. 날카롭고 무시무시하지만 아름답기도 한 소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계속 이어진다. 지금 시각 14시 35분. 출생 시각으로 기록하세요. 나는 눈을 뜨고 카린의 손을 잡은 채 일어선다. 집도의가 리비아의 다리를 잡고 있다. (P.42)

 

리비아에게서 카린에게로, 다시 카린에게서 리비아에게로 담요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내 작전에 신생아실 간호사들이 동참했다. 그들이 라벨을 써준다. 엄마 냄새. 리비아 냄새. 나는 새 담요를 카린 곁에 놓아둔다. (P.98)

 

간호사는 뉘그렌이 기계들을 향해 조금 딱딱한 태도로 다가가며 불러주는 말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는 것 같다. 환자는 05시 52분부터 심장무수축 상태이며, 칼륨이 증가하고 있고, 젖산 수치는 28 유지, 에크모 회전수는 분당 5천5백에서 변화 없음. 기계를 통과하는 혈액량은 5.1리터. 생명의 지속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 호흡기와 에크모의 전원을 차단한다. 기계들의 소리가 모두 멎자 방이 조용해진다. 뉘그렌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을 덧붙인다. 환자의 사망시각은 06시 31분. (p.108)

 

 

 

톰은 약 1개월 반 후면 아빠가 될 예정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미처 하지 못한 아내 카린과의 결혼을 계획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카린이 갑작스럽게 고열과 기침,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가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독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검사 끝에 담당 의사는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내어놓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그의 간절한 기도. 이대로 하루만 더, 딱 하루만 더 내 곁에서 함께 있어 주길. 그저 이렇게 조금만 더 벼텨주길 바라는 그의 간절함이 책 속을 가득히 메운다.

 

책은 죽어가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오가며 마지막 온기를 전하려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실제로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 카린을 급성 백혈병으로 잃고, 현재 딸 리비아를 홀로 키우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기록한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죽음은 늘 그렇듯 예기치 못한 순간 소리 없이 다가온다. 톰을 덮쳐온 이 불행도 마찬가지. 저자가 실제로 겪은 그 모든 일들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유유히 흘러간다.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주 천천히. 이야기의 모든 상황들이 오직 그의 시선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지루함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던 건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가 가슴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말이 뻔한 이야기임에도 눈앞으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그의 애달픈 사랑을 못 본 척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점점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아내와의 이별을 그 누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준다. 톰은 그 아픈 시간들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아니 살아나간다. 남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그의 기억 속에서 아내는 언제나 그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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