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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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를 얕잡아 봐서는 안 돼.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배우는 거야.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상대방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거추장스러운 짐을 진 채 이 자리에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정도쯤이야’, ‘난 잘할 수 있어’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얼마나 교만한 태도였는지. 시시한 자존심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짐을 버리고 텅 빈 상태가 되어야 했다. 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p.54)

 

‘역시 오길 잘했어.’ 다도 수업에 가면 꼭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왔다.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데마에를 반복하면서 화과자를 먹고, 도구를 만지고, 꽃을 바라보고, 족자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물을 느꼈다. 지금이라는 계절을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 전부를 통해 맛보고 상상으로 체험했다. 매주, 그저 한결같이. 이윽고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p.142)

 

다실의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열리고 닫히고, 다시 열린다. 그 주기가 호흡하듯 되풀이된다. 세상은 밝고 긍정적인 것만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애초에 반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밝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어둠이 모두 존재할 때 비로소 ‘깊이’가 태어난다.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쁜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저마다 좋은 것이다. 인간에게는 그 양쪽이 모두 필요한 법이다. (p.236)

 

10년, 15년이 지나 어느 날 갑자기 ‘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대답은 자연히 찾아왔다. 다도란 계절의 순환 주기에 따른 삶의 미학과 철학을 자신의 몸으로 경험하며 깨닫는 일이었다.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은 나의 피와 살이 된다. 만약 선생님이 처음부터 전부 설명해 주었다면, 기나긴 과정 끝에 마침내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여백’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p.265)

 

 

 

세상에는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바로 알 수 없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없는 것은 몇 번을 오간 뒤에야 서서히 이해하게 되고,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간다. 그리고 하나씩 이해할 때마다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에게 ‘차’라는 건 바로 그런 존재다. 처음 차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뭐 하나 짚이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그것이 단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왜 그렇게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삶이 버겁고 힘들 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를 잃었을 때, 차는 가르쳐 준다. “긴 안목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라.” 솔직히 처음엔 어려웠다. 다도를 배우는데 있어서 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절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고민과 근심과 걱정들이 차에 조금씩 천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다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케다 아주머니에게는 특별함이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단정한 몸가짐이나 쉽게 동요하지 않는 인품이 바로 그것이었다.

 

 

저자가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스승과 다름없는 다케다 아주머니를 알게 된 건 열네 살 때였다. 학부모 총회에서 그녀를 처음 본 엄마에게서 보통내기라 아니라는 말을 듣고 무서운 사람을 상상했었는데 실제 저자의 눈에 비친 그녀는 싹싹하고 상냥해 보이는 아주머니에 불과했다. 그것이 다케다 도모코 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다도를 배워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해왔다. 다도라니? 저자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다도를 배우다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다도 같은 건 딴 세상 이야기였으니까. 그런 그녀가 엄마의 권유로 사촌인 미치코와 함께 다인 다케다 아주머니에게 다도를 배워 보기로 한다. 스무 살의 봄이었다. 그저 차를 타서 마시면 될 것을, 다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동작과 엄격한 규칙들로 가득하다. 다실에 들어갈 때는 항상 왼발부터, 문지방과 다다미 가장자리 선은 절대 밟지 않을 것, 다다미 한 장은 여섯 걸음으로. 왜 그렇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는 의미 같은 건 몰라도 되니 어쨌든 그렇게 해야 한다고만 한다. 취업도 연애도 마음처럼 되지 않고, 남들과 달리 저만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한 그녀에게 다도는 그저 알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차’는 그녀에게 조금씩 깨달음의 순간을 선물하기 시작한다. 물을 끓이고, 다완을 준비하고, 선명한 암녹색 가루에 물을 더해 잘 젓는다. 차를 만드는 일에 깊이 집중하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진공 같은 상태가 찾아온다. 수 초간의 침묵. 마음을 어지럽히는 걱정은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온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다. 노리코를 다실로 발걸음 하게 하는 것은 이제 앙증맞은 화과자와 맛있는 차가 전부가 아니다. 모든 계절을, 모든 날을, 모든 순간을 음미하는 다도의 방식에 눈을 뜬 것이다. 결국 노리코가 스승인 다케다에게 배운 것은 차만이 아니었다. 살아가는 방식,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균형이었다. 다도는 마치 인생과 같다. 정답이 있는 문제처럼 모든 걸 공부해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 그저 익숙해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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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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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과 대담한 반전까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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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H : 지독한 학교 행성 생활 - 제1회 이 동화가 재밌다 대상 수상작 이 동화가 재밌다
신소영 지음, 음미하다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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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심해. ‘심’은 마음을 가리키고 ‘해’는 바다를 가리킨다. 그래서 마음이 바다와 같다는 뜻이다. 예쁜 이름이다. 나는 이씨 성이었는데 어느 날 성이 바뀌었다. 엄마가 운명적인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운명은 뭔가를 크게 바꾸어 놓는다. 엄마는 얼굴이 환해졌고 나는 한씨 성을 가지게 되었다. (p.7)

 

내 직업은 초등학생이다. 그게 무슨 직업이냐고?

나는 학교라는 직장에 다닌다. 그게 무슨 직장이냐고?

우리 엄마와 새 아빠는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한다. 나도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한다. 학교로! 저녁이면 엄마와 새아빠는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퇴근을 한 것이다. 나도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퇴근을 한 것이다. 나도 지쳐서 집으로 퇴근을 한다. 집에 와선 똑같이 뻗는다. 그리고 똑같이 말한다. ”아이고 죽겠네.“ (p.17)

 

꽃송이에게 힘이 있을까? 아주 하찮은 물건에도 숨을 불어넣는 힘! 그 힘이 있어서 꽃송이가 현수의 운동화를 살렸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낡지 않도록 빛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H 대단한 사전」에 그 물건을 올릴 것이다. ‘꽃송이가 살린 신발 1호.’ (p.51)

 

주인공인 소녀의 이름은 이심해. 마음 심, 바다 해, 마음이 바다와 같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예쁜 이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운명적인 남자가 나타나면서 소녀의 성이 바뀌었다. 바로 한씨! 그리하여 그녀가 가지게 된 이름은 한심해! 그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 그녀의 유별난 행동 때문인지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소녀H. 하지만 거기에 가만히 놀아날 소녀가 아니다. “그래! 나는 한심해. 내 이름은 정말 운명적이다.” 소녀는 자신을 ‘한심해’와 ‘희망’의 영문 첫 글자인 H로 불러 달라 외치지만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녀를 외면한다. 어느 날 H는 아주 중대한 발견을 한다. H를 핀잔하며 한숨을 내쉰 담임 선생님의 한숨을 우연히 비닐봉지에 담았는데, 그 한숨이 꽃송이로 변한 것이다. 그 꽃송이를 보는 순간 H의 마음은 환하게 반짝였다. 누군가 꽃송이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꽃송이로 친구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기로 말이다. 그때부터 H는 어른들의 한숨을 더 열심히 모으기 시작했다.

 

저자는 정말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엄마와 아빠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자신도 매일 아침 학교라는 직장에 다닌다며 초등학생에게도 월급을 지급하라고 피켓 시위를 하질 않나, 한숨을 채집한다고 어른들의 턱 밑에 대고 비닐봉지를 벌리고, 외계인과 교신한다며 발 냄새 나는 양말을 귀에 끼우는 등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기발한 상상력을 만들어내는건지 기가 막혀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정말 별나고 엉뚱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어디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으니까. 자꾸만 빠져든다. 엉뚱한 말과 행동에는 웃음이 빵빵빵, 소외된 친구들에게 다가서는 H의 진심 어린 마음에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이들에게 웃음과 감동, 이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안겨다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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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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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종종 딸에게 말한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는 발언을 싫어했던 것 같다. 자신마저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면 지나온 세월을 모독하는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인생을 온몸으로 온 마음을 다해 달려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철학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 대신, 조용히 혼잣말을 하곤 한다.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p.45)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가. 세상에 내 편 하나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고. 그 말에 동감한다. 인생이 크고 작은 돌을 계속 던져도 사는 일이 한결 수월하게 느껴지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 등을 돌려도 내 편이 돼 줄 엄마가 함께하던 시절······. 언제나 내 편이던 엄마가 그랬든, 나는 이제 아들의 편이 되어 주며 산다. 이것은 내 삶이 사랑을 받는 삶에서 사랑을 주는 삶으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이 삶도 괜찮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는 건 역시 언제나 옳다. (p.60)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고. 엄마는 이제 죽는다고, 그렇지만 보내고 싶지 않다고. 그런 나를 아빠가 막아섰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 엄마를 괴롭히지 말자고. 충격 주지 말자고 말렸다. 우리의 이별식이 끝나고 엄마의 의식은 다시 혼미해졌다. 가끔 목마름 때문에 물을 찾았지만, 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물 적신 거즈만 입에 물려 드렸다. 독한 진통제에 취해 있다가도 고통에 겨워 한 번씩 거친 숨을 쉬는 엄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제 그만 엄마가 편해지기를, 엄마의 고통이 끝나기를, 이 모든 게 제발 끝이 나기를. 내 바람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마지막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나는 엄마의 귀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 토해 내듯 말했다.

“이렇게 아픈데 아무것도 못 해 줘서 미안해요.” (p.72)

 

아빠, 고마워요.

사랑한다는 것은,

그렇게 작은 일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하는 일이라는 걸 가르쳐 줘서.

항상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줘서.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 줘서.

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줘서.

그 따뜻한 기억으로, 문득문득 다시 행복하게 해 줘서. (p.131)

 

 

어느 동화에서 그랬던가. 이별이 슬픈 건 더 이상 그 사람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맞다. 지금 나는 , 사랑을 받을 수 없어서 슬픈 게 아니라······ 줄 수 없어서 슬프다. 한없이 내주던 엄마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게 그 무엇보다 나를 아프게 한다. (p.169)

 

 

10년 넘게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다 방송 일을 시작한 지 13년째 되던 해, 매일 같은 시각 딸의 오프닝을 듣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잠이 오지 않는 숱한 밤마다 어둠 속에서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모든 날을 떠올렸다. 나를 향해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엄마를 보며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됐던 순간들. 항상 내 편인 엄마를 생각하며 힘들어도 다시 길을 걷던 날들. 딸이 걱정할까 봐 아픔을 감추던 엄마의 진심을 알고 짠하던 날. 내 모든 일에 나보다 더 아파하고 기뻐하는 엄마를 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여전히 자신의 안에 살아 있음을 깨달은 어느 날, 저자는 다짐했다. 다시 꼭 행복해지겠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엄마가 떠나고 7년, 처음엔 아팠던 그 시간을 저자는 다시 마주하고 엄마와 함께한 따뜻한 기억과 미처 다해주지 못했던 마음들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함께 웃고 아파하며 읽다보면 우리는 깨달음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더 소중히 보내야겠다고. 이별의 경험은 인생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던 기억이 상실과 함께 살아가며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랑으로 시작되어 결국은 행복으로 끝나는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나와 비슷한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엄마, 아빠 예전에는 나보다 훨씬 크고 대단해 보이던 존재였는데 언제 이렇게 작아져 버린건지.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아프면서도 아프지 않다,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다, 뭔가를 더 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미안해하는 마음이 앞선다. 이미 나는 충분한데, 뭐가 그리 부족하다는 건지. 그런 마음을 앞에 두고 나는 오히려 죄송스런 마음이 더 커져간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우리들 곁에서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있어 줄 거라 생각하지만 틀렸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되새긴다. 지금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 시간인지. 온 정성을 다해 내 마음을 표현하고 또 표현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시간을 덜어내서라도 억지로 곁에 좀 더 오래 머무르게 하고 싶다. 이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아야지. 절대 절대로. 있을 때 더 잘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사랑하고 아끼고 많이 표현해야겠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행복한 기억을 좀 더 많이 끌어안고 그 추억속에 기대어 지금을 살아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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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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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아동기를 지나면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물리적 통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녀가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충고와 설명, 그리고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최고의 도구다. 내가 두 아들을 키우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아무리 산만하고 흐트러져 보이고, 허구한 날 학교에서 과제물 챙겨오는 것을 깜빡하는 아이라 해도, 그 아이는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엄마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의 모든 어른들을 계속해서 판단하고 있다. (p.31)

 

뇌는 인체의 모든 기관 중에서 태어날 때 완성이 가장 덜 된 구조물이다. 크기도 성인의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크기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발달 과정에서 뇌 내부의 배선이 모두 바뀐다. 뇌의 성장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뇌는 역설 그 자체나 다름없다. 이 뇌는 회백질(뇌의 기본 구성 요소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은 흘러넘치지만, 백질(정보가 뇌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효율적으로 흘러갈수 있게 돕는 배선)은 부족하다. 10대의 뇌가 금방 출고된 페라리 자동차와 비슷한 이유도 이것이다. 당장 어디라도 달려갈 듯하지만 주행 검사를 아직 거치지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붕붕 굉음소리를 울리며 공회전을 하고 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p.48)

 

10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유전자 때문도 아니고, 당신이 무언가를 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며, 아이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어느 날 갑자기 ‘청소년’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깨어나서도 아니다. 10대가 다른 이유는 그들의 뇌 때문이다. 특히 이 발달 단계의 뇌에서 보이는 특이한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10대 뇌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막강하면서, 동시에 가장 취약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빠른 속도로 학습하지만, 정작 그들의 뇌는 회백질을 제거하면서 뉴런들을 없애고 있다. 어떻게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사실이 성립할 수 있을까? 바로 신경의 가소성때문이다. (p.96)

 

과학자들이 한 가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특히 청소년기에서 뇌는 선천적인 영향과 후천적인 영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후천적인 영향으로는 노출되는 환경, 스트레스, 자극 등이 포함된다. 또한 지금까지 관찰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사춘기가 훨씬 이른 나이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것을 설명하는 이론적 원인으로는 환경적 영향부터 좋아진 영양 상태, 음식에 포함된 스테로이드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뇌의 성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불분명해서 앞으로 이 주제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환경 화학물질의 독성과 위험에 대한 주장도 나올 수 있겠지만, 반박의 여지가 없는 한 가지는 다음과 같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벼운 것이든, 심각한 것이든, 우리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 뇌를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이다. (p.258)

 

 

 

오랫동안 인간의 뇌 발달은 주로 1~3세, 혹은 3~7세에 거의 완성된다고 간주돼왔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청소년의 뇌가 사실상 성인의 뇌와 다르지 않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신경과학은 뇌의 발달에 있어서 10대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해냈고 그 최전선에 있는 학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저자 프랜시스 젠슨이다. <10대의 뇌>에서 저자는 신경학자, 임상의, 연구자, 대중연사로 일하면서 접했던 여러 사례를 활용해 보다 이해하기 쉽게 청소년기의 뇌의 기능과 성장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두 아들의 영향이 컸다.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인 저자에게 10대에 접어든 자녀들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점점 통제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고 도움을 받고자 둘러보니 10대의 심리학과 양육방법에 대한 책은 많이 있지만 청소년기의 혼란의 근원인 뉴런과 대뇌의 연결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된 책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신경과학자로서, 엄마로서 10대의 뇌에 대한 강연을 시작했고, 부모와 교사 그리고 10대들로부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내며 이들의 엄청난 호응에 자극을 받아 10대의 뇌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일컫는 10대. 저자는 총 15장에 걸쳐 인간의 뇌가 어떤 발달 과정을 거치는지, 10대가 된다는 것이 뇌과학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10대가 반항하고 욕망하고 좌절과 고민에 휩싸일 때 그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학습, 수면, 흡연, 음주, 스트레스, 스마트폰, 성별 등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도대체 쟤는 왜 저럴까. 방학이 시작되고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내 인내가 점점 한계에 다다른다. 참을 인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보지만 눈 앞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가 지금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나?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아올라 아이에게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늘어놓으니 잘못했다고 눈물을 뚝뚝 흘려댄다. 작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애가 나를 괴롭히려 작정을 하고 덤비는 것 같다.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요즘 우리 아들의 18번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네네.” 대답은 잘해도 너무 잘해. 진짜 알고 저러는지 모르고 저러는지. 그렇게 답답한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풀어진다. 아니 속이 좀 후련해졌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나니 자연스레 일련의 상황들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된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놀랐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어른들이 가진 10대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10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와 같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는 다름 아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부모와 사춘기 청소년들. 아이가 부모를 이해하는데에도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자녀와 부모가 같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면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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