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들은 종종 딸에게 말한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는 발언을 싫어했던 것 같다. 자신마저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면 지나온 세월을 모독하는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인생을 온몸으로 온 마음을 다해 달려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철학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 대신, 조용히 혼잣말을 하곤 한다.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p.45)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가. 세상에 내 편 하나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고. 그 말에 동감한다. 인생이 크고 작은 돌을 계속 던져도 사는 일이 한결 수월하게 느껴지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 등을 돌려도 내 편이 돼 줄 엄마가 함께하던 시절······. 언제나 내 편이던 엄마가 그랬든, 나는 이제 아들의 편이 되어 주며 산다. 이것은 내 삶이 사랑을 받는 삶에서 사랑을 주는 삶으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이 삶도 괜찮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는 건 역시 언제나 옳다. (p.60)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고. 엄마는 이제 죽는다고, 그렇지만 보내고 싶지 않다고. 그런 나를 아빠가 막아섰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 엄마를 괴롭히지 말자고. 충격 주지 말자고 말렸다. 우리의 이별식이 끝나고 엄마의 의식은 다시 혼미해졌다. 가끔 목마름 때문에 물을 찾았지만, 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물 적신 거즈만 입에 물려 드렸다. 독한 진통제에 취해 있다가도 고통에 겨워 한 번씩 거친 숨을 쉬는 엄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제 그만 엄마가 편해지기를, 엄마의 고통이 끝나기를, 이 모든 게 제발 끝이 나기를. 내 바람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마지막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나는 엄마의 귀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 토해 내듯 말했다.

“이렇게 아픈데 아무것도 못 해 줘서 미안해요.” (p.72)

 

아빠, 고마워요.

사랑한다는 것은,

그렇게 작은 일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하는 일이라는 걸 가르쳐 줘서.

항상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줘서.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 줘서.

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줘서.

그 따뜻한 기억으로, 문득문득 다시 행복하게 해 줘서. (p.131)

 

 

어느 동화에서 그랬던가. 이별이 슬픈 건 더 이상 그 사람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맞다. 지금 나는 , 사랑을 받을 수 없어서 슬픈 게 아니라······ 줄 수 없어서 슬프다. 한없이 내주던 엄마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게 그 무엇보다 나를 아프게 한다. (p.169)

 

 

10년 넘게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다 방송 일을 시작한 지 13년째 되던 해, 매일 같은 시각 딸의 오프닝을 듣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잠이 오지 않는 숱한 밤마다 어둠 속에서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모든 날을 떠올렸다. 나를 향해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엄마를 보며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됐던 순간들. 항상 내 편인 엄마를 생각하며 힘들어도 다시 길을 걷던 날들. 딸이 걱정할까 봐 아픔을 감추던 엄마의 진심을 알고 짠하던 날. 내 모든 일에 나보다 더 아파하고 기뻐하는 엄마를 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여전히 자신의 안에 살아 있음을 깨달은 어느 날, 저자는 다짐했다. 다시 꼭 행복해지겠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엄마가 떠나고 7년, 처음엔 아팠던 그 시간을 저자는 다시 마주하고 엄마와 함께한 따뜻한 기억과 미처 다해주지 못했던 마음들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함께 웃고 아파하며 읽다보면 우리는 깨달음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더 소중히 보내야겠다고. 이별의 경험은 인생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던 기억이 상실과 함께 살아가며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랑으로 시작되어 결국은 행복으로 끝나는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나와 비슷한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엄마, 아빠 예전에는 나보다 훨씬 크고 대단해 보이던 존재였는데 언제 이렇게 작아져 버린건지.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아프면서도 아프지 않다,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다, 뭔가를 더 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미안해하는 마음이 앞선다. 이미 나는 충분한데, 뭐가 그리 부족하다는 건지. 그런 마음을 앞에 두고 나는 오히려 죄송스런 마음이 더 커져간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우리들 곁에서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있어 줄 거라 생각하지만 틀렸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되새긴다. 지금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 시간인지. 온 정성을 다해 내 마음을 표현하고 또 표현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시간을 덜어내서라도 억지로 곁에 좀 더 오래 머무르게 하고 싶다. 이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아야지. 절대 절대로. 있을 때 더 잘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사랑하고 아끼고 많이 표현해야겠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행복한 기억을 좀 더 많이 끌어안고 그 추억속에 기대어 지금을 살아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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