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루돌푸 힐이 보낸 마지막 메일을 읽고 나니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바로 여기라는 대단한 것 없는 두 단어 때문에 지옥을 오갔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레일라가 살아 있다면, 그 이메일은 잔인한 장난질이 아닐 것이고, 루돌프 힐은 레일라의 납치범이란 말이 된다. 너무 앞서가지 말자, 레일라가 지난 12년간 갇혀 있었다는 상상도 하지 말자. 장난일 뿐이라고, 장난이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p.119)

 

“레일라.” 목이 멘다. 미친 것 같지만 순간 문이 열리고 레일라가 문간에 나타날 것만 같다. 예전처럼 한달음에 달려와 내가 돌아와서 기쁘다며 반겨줄 것만 같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보고도 레일라가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서 꽃은 곧 레일라가 존재한다는 증거이기에 달리기 시작한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대문에 도착하여 걸쇠를 더듬더듬 푼 다음 부리나케 파란색 나무문으로 가서 쿵쿵 두르려본다. 레일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몇 번이고 쿵쿵 두드린다. 레일라가 거기 있어야 하기에, 레일라를 향한 내 마음을 닫아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엘런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한순간도 레일라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기에. (p.121)

 

반지를 집어 들었다. 다이아몬드가 딱 하나 박힌 금반지로 약혼반지 같았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현기증이 나면서 속이 울렁거렸다. 눈앞까지 흐려지자 기절할까 걱정이 된 나는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날숨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온몸이 격렬히 흔들려 편지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반지도 바닥으로 미끄러져 영영 못 찾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반지를 얼른 손가락에 껴보았다. 약지에는 너무 커서 중지에 밀어 넣었다. 맞춘 듯 딱 맞았다.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무사히 주운 다음 펼쳤다. 단어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듯 아른거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눈에 초점이 맞춰졌고, 편지를 읽는 동안, 내 세상 전체가,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p.180)

 

 

첫눈에 반한 연인 핀과 레일라. 여행을 떠났던 프랑스의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녀가 남긴 것은 늘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던 작은 러시아 인형뿐. 적어도 핀이 경찰에 진술한 대로는 그렇다. 그날 이후 평온했던 일상의 모든 것이 뒤바뀌고 그녀와 함께 꿈꾸었던 미래도 사라져버렸다. 12년 후, 핀은 레일라의 언니 앨런과 약혼한다. 레일라와는 녹갈색 눈동자 말고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그녀와는 레일라의 추모식에서 만나 가까워졌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경찰은 레일라가 목격됐다는 제보를 전한다. 엘런조차 빨간색 머리를 한 레일라를 봤다고 말하고, 그녀가 부적처럼 지나고 다니던 러시아 인형까지 집 앞에서 발견되면서, 핀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람과 진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B.A. 패리스, 스릴러 여왕의 귀환! 격하게 환영합니다! 여름 불볕더위를 순식간에 앗아가 버릴 그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실종을 소재로 하여 현재와 과거, 핀과 레일라의 시점으로 시간과 인물을 다르게 하여 사랑이라는 감정을 둘러싼 남녀의 복잡한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에는 실종 사건이 일어난 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납치범도, 악한 납치범과 주인공의 대결도 나오지 않는다. 실종인지 납치인지 살해인지, 실종된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무엇 하나 확실한 진실이 없다. 혼란 그 자체. 독자들은 시종일관 모든 상황과 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드시 이 책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충분할 때 읽어야 한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무조건 정주행! 숨막히게 흥미진진한 것은 기본이요, 한낮의 더위 조차 잊을 만큼 강렬하다. 작년 여름 <브레이크 다운>으로 간담을 서늘케 하더니 이번에는 <브링 미 백>으로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그녀! 그녀 때문에 매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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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시에는 읽는 이의 마음속에 불씨를 피우는 힘이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위대한 시는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한다. 당신이 평생 단 한 번도 시를 읽어 본 적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우연한 기회에 당신은 시집 한 권을 발견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곧 압도하는 경외심이나 두려움, 감탄스러움, 경이로움, 어쩌면 깊은 슬픔이나 찬란한 기쁨으로 가득한 시의 세계에 빠져든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는 우리 삶에 있어서 그럭저럭 중요한 요소가 아닌 필수적인 것이다. 특히 어둡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은 강력한 행위일 뿐 아니라,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우리의 작은 행동이기도 하다. (p.7)

 

시는 우리로 하여금 주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세상을 망각으로부터 지켜낸다. 우리의 관심은 우리 주변 세계의 것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이름과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 내가 관심을 기울일 때, 내 안의 무언가를 일깨워 내가 아는 나의 모습보다도 훨씬 진실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주의를 기울일 때, 인생의 깊은 본질로 곧장 다가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10)

 

슬픔과 상실은 마치 죽음의 한 종류인 것 같고, 죽음과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서로 한 쌍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가 누구를, 어떤 동물을, 혹은 석양을, 나무를, 지구를, 가족을, 국가를 사랑하게 될지는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더 사랑할수록 삶의 경험은 더 풍부해질 것이고, 우리 존재로 인해 세상이 더 많은 축복을 받는 것이다. 물론 더 사랑할수록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의 슬픔도 큰 법이다. 그럴 때는 고난도 마치 사랑의 일부분인 것 같다. 배스의 시는 고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란 그것을 겪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난을 통해 낮아지고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열리고 나면, 마침내 더 큰 포용력을 갖게 되고 우리가 매일 매일 경험하는 고통스럽고도 멋진 인생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49)

 

사람들이 시로 인해 소심해지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때에는, 그 구절 속에 있는 즐거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저 페이지 위에 적힌 글씨를 보듯 시를 읽으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즐거움도 그만큼 적어진다. 시의 소리와 리듬은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흉골까지 전달된다. 자신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시가 생명력을 얻을 때까지, 페이지를 채운 단어들은 양쪽의 차원에서 읽혀질 모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것이 시와 산문의 차이점이다. (p.96)

 

 

시에는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는 희망의 에세이스트 로저 하우스덴. 그가 아픈 세상을 걷는 사람들을 향해 전하는 10편의 시 <힘들 때 시>. 분명히 이 책은 읽는 이를 위해 쓰인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 시리즈마다 특정 주제에 따라 훌륭한 시 10편을 뽑고, 독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예시와 비유, 배경설명을 넣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구성하였다. 각각의 챕터는 열 페이지 내외.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나갈 때, 들고 다니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시에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면, 우리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들어와 그것이 격려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삶을 이룰 수 있게 우리를 돕는다. 고정관념과 아집, 혹은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안일함을 깨고 감히 그것에 맞설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우리의 눈을 뜨게 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전혀 꿈꿔보지 못한 더 큰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삶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것을 바라보고 음미하게 한다.

 

매일 아침마다 나의 지인은 SNS에 시 한 편을 내어다 놓는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시는 쌓이고 쌓여 그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밤 나를 괴롭히던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기도 하고 잔뜩 흐린 마음을 다독여 상쾌하게 열어주기도 하며 바쁘게 시작되는 아침에 잠시 여유를 가져다 준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묵묵히 행하는 지인의 마음이 아마 저자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런 지인의 수고스러움이 나는 참 감사하다. 이제 매일 아침 시 한 편이 보이지 않으면 뭔가 많이 허전할 만큼 나도 모르게 길들어졌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누구나 위로의 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시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제법 많이 들려준다.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비난과 질책보다는 위로와 격려의 말로 슬픔을 위로하고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 봄기운을 불어넣는다.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넉넉한 용기를 북돋아준다. 이처럼 시가 함축하고 있는 말들은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곁에서 어설프게 슬픔을 위로하고자 하는 말은 상대의 화를 돋우지만 시가 전하는 적절한 위로는 삶에 적지 않은 힘이 되어준다. 저자의 말처럼 시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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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다 - 우주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 아우름 38
이광식 지음 / 샘터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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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내 삶과 아무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불행한 오해입니다. 우주가 돈도 밥도 주진 않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줍니다. 우주를 모르고선 참다운 삶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불행하게도 현대인은 우주 불감증이라는 돌림병을 앓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 있는 엄청난 세계를 까맣게 망각한 채 땅만 내려다보고 살아가면 삶의 균형을 잃게 마련입니다. 그런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 될수 있을까요? 옛사람은 하늘을 잊어버리고 사는 그 자체가 재앙이라고 말했습니다. (p.19)

 

 

수소 가스 뭉치로 이루어진 별이지만, 별의 뜻은 심오합니다. 별이 없었다면 인류는 물론. 어떤 생명체도 이 우주 안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별로부터 그 몸을 받았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버이인 별도 뭇 생명처럼 태어나 살다가 이윽고 죽습니다. 비록 그 수명이 수십억, 수백억 년이긴 하지만. (p.90)

 

 

생각해 보면, 우주 공간을 떠도는 수소 원자 하나, 우리 몸속의 산소 원자 하나에도 100억 년 우주의 역사가 숨쉬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138억 년에 이르는 우주적 경로를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셈이죠. 이처럼 우주가 태어난 이래 오랜 여정을 거쳐 당신과 우리 인류는 지금 여기 서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주의 오랜 시간과 사랑이 우리를 키워 왔다고 할 수 있겠죠. (p.104)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여덟 번째 주제는 ‘우리가 우주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상상과 지식의 힘을 빌려 광막한 우주를 시공간 최대한까지 여행하고자 한다. 그래서 시인의 상상력, 어린이의 감수성으로 이 여행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그러면 이 여행이 끝났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깨달을 것이라며.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 속의 나란 어떤 존재인가? 나와 우주는 어떤 관계인가? 이런 커다란 질문들에 나름의 답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 속에서 나란 어떤 존재인가? 나와 우주는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내가 누구인가를 알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있는 곳, 바로 우주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는 어떤 종말을 맞을까? 라는 질문들을 시작으로 별과 은하, 태양계의 현실, 기괴한 블랙홀, 우주 탐사 이야기들을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들려준다.

 

 

우주 공간에는 약 2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 간 공간의 평균 거리는 수백만 광년이다. 그리고 우주의 크기는 NASA에 의해 약 930억 광년이라는 계산이 나와 있다. 지금도 우주는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우주가 앞으로얼마나 더 커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우주는 광대하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광대하다. 그래서 어느 천문학자는 이런 푸념을 하기도 했다. “신이 만약 인간만을 위해 우주를 창조했다면 엄청난 공간을 낭비한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엄청난(?) 비밀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존재를 자랑하는 우주!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저자와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은 참 다채롭다. 우주에 대해 자세히,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주는 참으로 위대하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까다로운 용어와 개념들을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상세히 알려주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우리가 우주를 왜 알아야 하느냐고? 답은 책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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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때문에 고민입니다만, - “내 새끼지만 내 맘대로 안 된다!”
서민수 지음 / SISO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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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중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의 ‘서먹함’과 ‘불편함’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이 여학생은 학교에서 왕따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절대 왕따를 당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 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대한민국 모든 자녀는, 특히 여학생은 언제라도 왕따 피해를 당할 수 있고, 또 왕따를 시킬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 여학생의 등교 거부 이유는 ‘학교에 가면 서먹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쪽으로 좁혀진다. 이유가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여학생을 서먹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당사자인 여학생이 나와 직접적인 면담을 거부해서 어쩔 수 없이 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비로소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p.42)

 

대부분의 부모님은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현재 시점에서 아이의 잘못만 보고 애를 태운다. 결국 학생의 인성을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크다.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건 안타깝지만 부모의 역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행동은 언제나 변화를 거쳐서 형성되는 것이지 한 번에 쓰레기가 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하면 아이들의 변화에는 단계가 있고, 앞 단계에서 잘못된 점을 놓쳤다면 다음 단계에서라도 꼭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고치는 과정에도 잘못된 단계만큼의 계단이 있다. 결국 버티고 기다리는 시간을 얼마나 감당하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못할 건 없지 않은가? (p.56)

 

자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모는 자녀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일단 말허리를 자르고 부모가 대화를 리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먼저 걱정이 앞서니까 궁금해서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로 그러한 대화는 취조하는 듯이 자녀를 추궁하고 들볶게 되는 불편한 분위기를 만든다. (p.92)

 

 

 

 

우리는 자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거의 모든 부모가 부모로서 자녀의 교육에는 온갖 관심을 두고 열성을 다해 투자하는 반면 정작 자녀의 심리적·육체적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 자신이 별 탈 없이 성장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녀들도 그럴 것이라 가정한다. 부모들이 겪은 청소년기가 훨씬 보호받지 못했고 혼자의 힘으로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은 그에 비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아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학교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들이 매복해있고, 사회는 청소년을 노리는 비열한 속임수가 난무하고 있다. 또한 안전을 위협하는 범위는 더욱 넓어졌고, 관용은 찾아볼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아이들이 부모가 청소년기였던 때보다 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자녀의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아이가 따라줄지 몰라도 최소한 시도는 해봐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부모이니까.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무조건 알아야 할 요즘 애들의 속사정! 공감률 1000%! 꼭꼭꼭 읽어야 보시길! ‘내가 참 모르는 게 많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고 깨닫는 바가 상당히 크다. 아들도 그렇고 나도 지금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이 처음이니까. 품안의 자식이라고 어렸을 때는 내 품안에서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었는데 한 해 한 해, 나이가 더해질수록 서로에게 바라는 것도 많아지고 생각하는 것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서로에게 다가서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내가 한 발자국 다가서면 아이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고 아이가 다가오려하면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고, 가까운 듯 아닌 듯 애매모호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아직 내 눈에는 마냥 어리기만한데 자신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 자식이지만 참 내 맘대로 안 된다. 그저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 그러는건데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어째 내 자식의 안전을 위해 내가 배우고 또 배워야지. 부모라서 그런가? 정말 모든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내 마음에 와닿는다. 한편으론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저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아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아니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 이건 아마 평생 내게 주어지는 숙제일테지. 어른이 되는 것도 어려운데 부모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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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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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똑딱. 지금도 지나가고 있는 시간 속에는 수없이 많은 순간이 반짝인다. 순간을 단숨에 지나치려 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잡으려 애쓰지 않고, 순간이 나를 붙잡을 수 있도록 천천천 걸어가는 것은 꽤 괜찮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순간에 붙잡힌다 해도 좋을 일이다.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삶이 나를 살아가게 하기도 하니까. 어떤 순간에는,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우리를 살게 하기도 했다. (p.21)

 

한없이 뾰족할 것만 같았던 내가 지금은 동그랗고 부드러워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음을 계속 글로 써왔기 때문이다. 내가 연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다. 이런 운명이라면, 어쩔 도리 없이 연필로 살아가야 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부끄러운 글은 쓰지 말아야지. 그 시절 백일장 같은 글은 쓰지 말아야지. 남을 아프게 하는 글은 쓰지 말아야지. 나는 오래도록 쓰면서 작아지고 싶다. 볼품없이 뭉툭해진 몽당연필이 되더라도 정직한 마음으로 따뜻한 글을 쓰는 연필이고 싶다. (p.95)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나는 뚜벅뚜벅 걷던 따피씨에를 생각한다. 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선 정작 제 맘에 맞지 않은 일은 별로라며 피해 다니던, 뭐든지 제멋대로였던 이상한 친구. 그래서 녀석은 매일매일 행복했던 것 같다. 따피씨에가 그랬다. 하기 싫은 건 하지 말라고. 행복은 견뎌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행복은 오늘 이 순간에만 반짝이는 조각 같은 것. 일단 잡아야 했다. 즐겨야 했다. 기뻐해야 했다. 아주 마음껏. (p.146)

 

어느 길이든 때마다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나의 속도로 걷는다. 걷다가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길게 이어진 나의 발자국이 나의 길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때야 알게 되겠지.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나는 그녀들에게 마음을 보냈다. 그렇게 계속 걸어가.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p.159)

 

 

특별할 것 없이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우리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작가 고수리가 전하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글들! 누구나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마음속에 남은 기억과 추억 같은 것들. 모두 내가 붙잡은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순간은 아니다.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찡하고 마음을 울리고 마는 그런 순간이 있다. 순간이 나를 붙잡은 순간. 콕콕 마음을 두드리는 따스한 글들이 가슴속으로 잔잔하게 퍼져나간다. 사랑과 상처를 껴안고 사는 이들에게 저자가 전하는 온기와 위로의 말들. 친구의 주머니 사정을 모른 척하며 싸구려 선물을 받아준 친구의 마음,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 골목길 화단에 살던 길고양이, 자전거를 타는 저녁, 엄마의 텅 빈 냉장고 등 특별하지 않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겪은 법한 평범한 이야기가 더 크게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특히 엄마에 대한 글에서는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다. ‘그래,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마음으로 차곡차곡 위로가 쌓여간다. 세상의 인심이 야속하다지만 내가 보기에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괜찮다, 오늘이 힘들고 괴로워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특별할 것 없어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니 우리 마음껏 행복해지자.

 

 

우리는 그렇게 웅크리고 그렇게 걷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삶은 우리 등 뒤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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