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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시에는 읽는 이의 마음속에 불씨를 피우는 힘이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위대한 시는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한다. 당신이 평생 단 한 번도 시를 읽어 본 적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우연한 기회에 당신은 시집 한 권을 발견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곧 압도하는 경외심이나 두려움, 감탄스러움, 경이로움, 어쩌면 깊은 슬픔이나 찬란한 기쁨으로 가득한 시의 세계에 빠져든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는 우리 삶에 있어서 그럭저럭 중요한 요소가 아닌 필수적인 것이다. 특히 어둡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은 강력한 행위일 뿐 아니라,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우리의 작은 행동이기도 하다. (p.7)
시는 우리로 하여금 주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세상을 망각으로부터 지켜낸다. 우리의 관심은 우리 주변 세계의 것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이름과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 내가 관심을 기울일 때, 내 안의 무언가를 일깨워 내가 아는 나의 모습보다도 훨씬 진실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주의를 기울일 때, 인생의 깊은 본질로 곧장 다가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10)
슬픔과 상실은 마치 죽음의 한 종류인 것 같고, 죽음과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서로 한 쌍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가 누구를, 어떤 동물을, 혹은 석양을, 나무를, 지구를, 가족을, 국가를 사랑하게 될지는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더 사랑할수록 삶의 경험은 더 풍부해질 것이고, 우리 존재로 인해 세상이 더 많은 축복을 받는 것이다. 물론 더 사랑할수록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의 슬픔도 큰 법이다. 그럴 때는 고난도 마치 사랑의 일부분인 것 같다. 배스의 시는 고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란 그것을 겪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난을 통해 낮아지고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열리고 나면, 마침내 더 큰 포용력을 갖게 되고 우리가 매일 매일 경험하는 고통스럽고도 멋진 인생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49)
사람들이 시로 인해 소심해지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때에는, 그 구절 속에 있는 즐거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저 페이지 위에 적힌 글씨를 보듯 시를 읽으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즐거움도 그만큼 적어진다. 시의 소리와 리듬은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흉골까지 전달된다. 자신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시가 생명력을 얻을 때까지, 페이지를 채운 단어들은 양쪽의 차원에서 읽혀질 모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것이 시와 산문의 차이점이다. (p.96)
시에는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는 희망의 에세이스트 로저 하우스덴. 그가 아픈 세상을 걷는 사람들을 향해 전하는 10편의 시 <힘들 때 시>. 분명히 이 책은 읽는 이를 위해 쓰인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 시리즈마다 특정 주제에 따라 훌륭한 시 10편을 뽑고, 독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예시와 비유, 배경설명을 넣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구성하였다. 각각의 챕터는 열 페이지 내외.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나갈 때, 들고 다니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시에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면, 우리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들어와 그것이 격려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삶을 이룰 수 있게 우리를 돕는다. 고정관념과 아집, 혹은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안일함을 깨고 감히 그것에 맞설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우리의 눈을 뜨게 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전혀 꿈꿔보지 못한 더 큰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삶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것을 바라보고 음미하게 한다.
매일 아침마다 나의 지인은 SNS에 시 한 편을 내어다 놓는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시는 쌓이고 쌓여 그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밤 나를 괴롭히던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기도 하고 잔뜩 흐린 마음을 다독여 상쾌하게 열어주기도 하며 바쁘게 시작되는 아침에 잠시 여유를 가져다 준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묵묵히 행하는 지인의 마음이 아마 저자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런 지인의 수고스러움이 나는 참 감사하다. 이제 매일 아침 시 한 편이 보이지 않으면 뭔가 많이 허전할 만큼 나도 모르게 길들어졌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누구나 위로의 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시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제법 많이 들려준다.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비난과 질책보다는 위로와 격려의 말로 슬픔을 위로하고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 봄기운을 불어넣는다.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넉넉한 용기를 북돋아준다. 이처럼 시가 함축하고 있는 말들은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곁에서 어설프게 슬픔을 위로하고자 하는 말은 상대의 화를 돋우지만 시가 전하는 적절한 위로는 삶에 적지 않은 힘이 되어준다. 저자의 말처럼 시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