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루돌푸 힐이 보낸 마지막 메일을 읽고 나니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바로 여기라는 대단한 것 없는 두 단어 때문에 지옥을 오갔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레일라가 살아 있다면, 그 이메일은 잔인한 장난질이 아닐 것이고, 루돌프 힐은 레일라의 납치범이란 말이 된다. 너무 앞서가지 말자, 레일라가 지난 12년간 갇혀 있었다는 상상도 하지 말자. 장난일 뿐이라고, 장난이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p.119)

 

“레일라.” 목이 멘다. 미친 것 같지만 순간 문이 열리고 레일라가 문간에 나타날 것만 같다. 예전처럼 한달음에 달려와 내가 돌아와서 기쁘다며 반겨줄 것만 같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보고도 레일라가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서 꽃은 곧 레일라가 존재한다는 증거이기에 달리기 시작한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대문에 도착하여 걸쇠를 더듬더듬 푼 다음 부리나케 파란색 나무문으로 가서 쿵쿵 두르려본다. 레일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몇 번이고 쿵쿵 두드린다. 레일라가 거기 있어야 하기에, 레일라를 향한 내 마음을 닫아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엘런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한순간도 레일라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기에. (p.121)

 

반지를 집어 들었다. 다이아몬드가 딱 하나 박힌 금반지로 약혼반지 같았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현기증이 나면서 속이 울렁거렸다. 눈앞까지 흐려지자 기절할까 걱정이 된 나는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날숨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온몸이 격렬히 흔들려 편지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반지도 바닥으로 미끄러져 영영 못 찾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반지를 얼른 손가락에 껴보았다. 약지에는 너무 커서 중지에 밀어 넣었다. 맞춘 듯 딱 맞았다.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무사히 주운 다음 펼쳤다. 단어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듯 아른거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눈에 초점이 맞춰졌고, 편지를 읽는 동안, 내 세상 전체가,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p.180)

 

 

첫눈에 반한 연인 핀과 레일라. 여행을 떠났던 프랑스의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녀가 남긴 것은 늘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던 작은 러시아 인형뿐. 적어도 핀이 경찰에 진술한 대로는 그렇다. 그날 이후 평온했던 일상의 모든 것이 뒤바뀌고 그녀와 함께 꿈꾸었던 미래도 사라져버렸다. 12년 후, 핀은 레일라의 언니 앨런과 약혼한다. 레일라와는 녹갈색 눈동자 말고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그녀와는 레일라의 추모식에서 만나 가까워졌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경찰은 레일라가 목격됐다는 제보를 전한다. 엘런조차 빨간색 머리를 한 레일라를 봤다고 말하고, 그녀가 부적처럼 지나고 다니던 러시아 인형까지 집 앞에서 발견되면서, 핀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람과 진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B.A. 패리스, 스릴러 여왕의 귀환! 격하게 환영합니다! 여름 불볕더위를 순식간에 앗아가 버릴 그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실종을 소재로 하여 현재와 과거, 핀과 레일라의 시점으로 시간과 인물을 다르게 하여 사랑이라는 감정을 둘러싼 남녀의 복잡한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에는 실종 사건이 일어난 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납치범도, 악한 납치범과 주인공의 대결도 나오지 않는다. 실종인지 납치인지 살해인지, 실종된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무엇 하나 확실한 진실이 없다. 혼란 그 자체. 독자들은 시종일관 모든 상황과 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드시 이 책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충분할 때 읽어야 한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무조건 정주행! 숨막히게 흥미진진한 것은 기본이요, 한낮의 더위 조차 잊을 만큼 강렬하다. 작년 여름 <브레이크 다운>으로 간담을 서늘케 하더니 이번에는 <브링 미 백>으로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그녀! 그녀 때문에 매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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