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 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김승주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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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 오르면서 이 거대한 선박에 압도되었던 첫날을 기억한다. 먼 곳을 향해 떠나는 밤바다 위에 섰던 날의 마음은 복잡했다. 들뜨기도, 두렵기도 했으며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했다. 어느새 눈가를 적신 눈물의 의미도 모른 채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라면 땅으로는 이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될 텐데. 육지를 완전히 벗어나 온통 물뿐인 대양 한가운데 선 나는 더는 약해져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삶의 터전이며 생존을 위한 격전지니까. (p.26)

 

‘나는 강해졌을까?’

‘나는 강해지고 있는 걸까?’

나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두려운 만큼, 외로운 만큼 잘 견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육지를 떠나 있으면 소중한 것에 대한 의미가 새로워진다. 사회적 배경, 재력, 남자, 스펙 따위는 아무짝에 쓸모없다. 가장 그리운 건, 땅이다. 그리고 그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뿐이다. 당장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란 게. (p.43)

 

우유부단한 나의 성격이 바다 위에서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날이었다. 바닷길은 차가 다니는 도로, 즉 육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눈앞에 아무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수면이 전부다. 비교하자면 도로에 노란 선, 흰 선, 신호등, 표지판 없이 검은색 아스팔트만 있는 셈이다. 정답은 없다. 오른쪽으로 피하든 왼쪽으로 피하든 잠시 속도를 줄였다 가든 충돌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위험이 감지된 순간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 일단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면 길은 계속 이어져 있고, 이내 다음 갈 길이 보인다. (p.49)

 

소중한 사람을 볼 수 없고 제한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배 타는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지내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감사하다. 육지에서의 시간이 남들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일분일초 모두 헛되이 흘려보낼 수 없는 귀한 순간들.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되고 부지런해진다.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게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감사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p.111)

 

목표가 없어도, 꿈이 없어도 좋다. 그리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눈앞에 놓인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그때 바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배에서 석양이 지는 붉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배를 타고 있는 이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항해사로서 배를 타고 있는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는 최선을 다했다. 만족한다. 그리고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다. (p.166)

 

 

이 책은 바다를 유영하는 스물일곱 항해사의 이야기다.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별반 다를 것 없는 각박한 현실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흔들리는, 아직은 인생에 서툰 항해사의 일상을 담았다. 현재 27,799톤 그러니까 3만 톤의 컨테이너선을 운항 중인 그녀는 장애물 하나 없는 바닷길을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일 년의 절반을 배에 갇힌 채 살아간다. 오로지 바다, 바다, 바다만을 바라보는 동안 외로움이 도둑처럼 몰려온다. 나는 왜 항해사가 되었을까 하는 끊이지 않는 질문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의 위압감까지. 땅과 바다, 서로 머무는 곳은 다를지라도 고뇌의 뿌리는 같았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스물네 살의 나이에 바로 3만 톤의 배를 운항해야 한다는 압박감, 책임감과 마주했다. 그 무게 앞에서 두렵지만 맹렬히 맞섰다. 두렵지 않다면 도전이 아니니까. 아니 도망칠 수 없었기에 맹렬한 기세로 뛰어올랐다.

 

항해사?! 실상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흥미로웠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다 놓은 느낌? 읽으면 읽을수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 홀연히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나 경이로웠다.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바다의 세계. 육지도 아닌 망망대해 바다 위에서, 하나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한 순간 내린 선택이 자칫하면 목숨과도 직결되는 커다란 배 위에서, 선원 중 유일하게 혼자 여성이라는 상황속에서 저자는 삶을 억지로 극복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응하며 다시 나아갈 길이 열릴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이런 저자의 삶은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지 있는 곳이 다를 뿐. 저자는 알고 있다. 조금 느리고 서툴러도 자신만 믿으면 언젠가는 이 파도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시련에 지금은 미칠듯이 힘들고 괴로워도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버티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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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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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내게 생리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자연스레 여자애들에게만 ‘그 날’을 속삭였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생리대를 숨겨서 화장실에 들락거렸으며, 어쩌다 팬티와 침대에 피가 새기라도 하면 죄책감에 자신을 나무랐고, 생리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나에게 남자 애들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몰라도 왜”라고 말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 생리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는 차단되었다. 그날 엄마가 나에게 그러했듯이. (p.19)

 

나는 초경이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월경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이면서 동시에 멋지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사실 여성만이 경험하는 월경은 아주 특별하다. 월경혈은 지구상 유일하게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피이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매달마다 상기시키는 귀중한 손님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는 여자아이들의 초경을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하고 축복해주어야 한다. 여자아이가 초경을 시작할 때 주위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치고 인도하느냐에 따라 한 여성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p.31)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우리에게는 그날까지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나중으로 계속 미루기만 한다면 우리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다음 세대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은 생리에 관해 침묵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양한 직군과 연령대의 더 많은 여성이 생리에 관해 목소리를 높일 때, 각각의 작은 모임에서부터 생리 터부는 점점 깨어질 것이고 그 작은 모임에서부터 시작된 변화는 언젠가 반드시 이 세계 전체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핵심에는 언어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p.54)

 

우리는 모두 다른 경험을 한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만큼이나 우리의 월경 역시 다르다. 그리고 모두의 다양한 경험은 그대로 존중받아야만 한다. 누군가는 선천적으로 생리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후천적으로 생리를 하지 않기로 택했다. 어떤 사람은 하는 듯 마는 듯 큰 변화 없이 생리 기간을 지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견딜 수 없는 괴로움에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한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 중간 즈음에서 각자 치열하게 투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모든 여성 개개인이 존중받고 지지받는 사회를 꿈꾼다. (p.142)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한다는 것, 내 몸을 다른 누군가가 사랑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 내 몸을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사랑한다는 것, 내가 내 몸의 주체가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성이 꾀할 수 있는 최고의 혁명이다. 오랜 세월 대상화되고 타자화되어 왔던 여성이 몸의 주체로서 바로 서는 일은 여성의 몸과 성을 향한 가부장적 억압을 무력화하는 근본적인 혁신이다. (p.265)

 

 

어릴 적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놀러 갔을 때 처음으로 탐폰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생리가 거의 끝나가는 5일차였기에 생리 양이 많지 않아 탐폰을 착용하면 충분히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여자의 몸에 구멍이 몇 개 있는지조차 잘 모를 때였다. 화장실에서 보이지 않는 밑을 무작정 쑤셔대며 구멍을 찾았지만, 탐폰이 들어갈 만한 구멍 같은 건 없어 보였다. 인터넷에서는 다들 쉽게 하던데, 난 왜 이렇게 아프지? 한참을 화장실 안에서 쩔쩔매던 나는 결국 탐폰은 휴지통에 버리고 그냥 수영복만 입은 채 물에 들어갔다. 별문제는 없었다. 물속에 들어가면 질에서 피가 흐르는 일은 없다. 수압 때문에 피가 흐르지 않는다. 문제는 물에서 나왔을 때다. 더 이상 질에 물이 닿지 않게 되면 생리혈이 흐를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탐폰을 착용하는 것인데, 생리 양이 많지 않은 끝물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엄마도, 여동생도, 친구들도 전부 별다른 의심이나 걱정 없이 당연하다는 듯 일회용 생리대를 썼다. 통풍이 안 되고 땀이 차서 습진이 생겨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유도 알 수 없이 가끔 질염에 걸리면서도 생리대 때문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양이 많은 날에 쓸 대형 생리대와 밤에 쓸 오버나이트, 중형 생리대와 팬티 라이너를 종류별로 구비해두느라 몇 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출하면서도, 여자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생리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때였다. 생리대의 부작용이 보도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2년 전까지는.

 

 

내 몸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내 몸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 나는 생리 일기를 쓰며 처음으로 내 몸과 더듬더듬 대화를 시작했다. 생리를 시작하고 지옥의 PMS(월경 전 증후군)에 익숙해져버린 한 여성이 생리를 제대로 바라보며 쓴 생리 일기 <네, 저 생리하는데요?>. 이건 단순히 생리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껏 여성들이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경험"이라고 여기고 "침묵해왔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여자아이들은 성장 과정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스러움을 교육받으며 정체성이 형성된다. 풀 메이크업을 하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풍만한 불륨을 자랑하는 드레스를 입은 디즈니 만화 속 주인공, 가족이 모두 모인 명절에 집안일을 독차지하는 여자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여성성이란 이런 것이라며 주입받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되면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는 행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처럼 여기게 된다. 무의식이 이만큼이나 무섭다. 메이크업 같은 경우에도 여성의 의무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화장을 하는 분위기에서 노메이크업을 선택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머리를 기르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다이어트를 통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여성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인 것처럼 여겨진다. 마치 이를 행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인 것 마냥 이들을 향한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왜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해?! 에프엑스 출신의 아이돌 설리는 노브라 사진을 자신의 SNS에 노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두고 ‘개인의 자유다’라며 옹호하는 입장도 있고 반대로 ‘보기 불편하다’, ‘민망하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설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속옷은 개인의 자유다'라며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써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그녀는 정말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아니 오히려 반문했다. 왜 그래야 하는 거냐고 의아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멋있어보였다. 다수가 Yes라고 외치는 곳에서 혼자서만 No라고 외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를 두고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이제껏 쭉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이젠 변해야 한다. 스스로를 속박하는 세상의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난 빠르고 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 미의 기준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니까.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들이 무엇보다 귀중했다. 남녀 구별 없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이것 또한 나니까. Love your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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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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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입니다. 사이좋게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집니다. 그러려면 많은 사람 사이에 만남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류 문명의 꽃인 도시는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서 발달해 왔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와 여럿이 함께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사회는 사람 사이의 만남을 통해 발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만남에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멋진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p.10)

 

파리를 걷다 보면 편안함을 느낍니다. 거리 어디에나 카페나 작은 공원이 있어 언제든지 앉아 쉴 수 있고, 도시가 크지 않아 원하는 곳 어디나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에서는 오랜 시간이 전해주는 깊이와 품격이 느껴지고, 높지 않은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따뜻한 느낌마저 듭니다. 차곡차곡 시간이 쌓인 모습과 그 도시의 모습을 아끼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파리는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입을 모아 칭찬합니다. (p.24)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끌리지만, 오래되고 익숙한 것에는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찾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과 물건이 탄생하는 요즘 오히려 지난 시절에 쓰던 물건을 찾고, 오랜 과거가 되어버린 시절에 이용하던 공간을 찾아갑니다. 한쪽에는 세련된 카페와 와인바가 생겨나지만, 다른 한쪽에는 만화카페와 가맥집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도시일수록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공간, 예전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공간에 그리움을 느끼고 그곳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요. (p.57)

 

상젤리제 거리나 세종대로 같은 길은 한 나라의 역사와 국민의 자부심을 표출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누군가는 광화문 광장을 천막과 시위자가 차지해 광장의 원래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며 아쉬워 하지만, 그 또한 우리 사회가 거쳐가는 과정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 도시에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공간이 그토록 없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국가와 도시를 대표하는 길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계속 다음 주인공을 찾아가며 한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상젤리제 거리도 세종대로도 시민사회의 발전과 승리, 민주화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크고 멋지고 당당한 길은 국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주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훌륭한 공간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람들로 채워져 광장이 된 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의 모습 그 자체일 것입니다. (p.88)

 

걷고 싶은 길이 많은 곳, 도시 구석구석 연결하는 길이 모세혈관처럼 발달한 곳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도시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야 하고, 동네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길, 달동네에서 볼 수 있는 좁고 작은 길처럼 다양한 길이 많은 도시가 이야깃거리가 많고 풍부한 삶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밤거리는 누군가가 지켜보는 안전한 길이 되지요. 서울의 문래동이나 성수동처럼 공장 지역의 특성이 느껴지는 거리도 좋고, 제주도의 바오젠 거리처럼 외국 문화와 닿아 있는 특화된 길도 있습니다. 길만큼 도시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계절이 느껴지고, 동네가 느껴지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특성이 느껴지는 길을 자주 만나게 될수록 도시의 삶은 풍요로워집니다. (p.112)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아홉 번째 주제는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공간’이다. 도시는 무엇일까? 도시라는 단어는 라틴어 ‘civita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는 ‘시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도시는 어떤 물리적인 대상이나 환경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이 모여 살면 도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고 해서 모두 도시라는 이름이 붙는 건 아니다. 일정 기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모여 살면서 다양한 산업 활동을 하고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도시 공간이 달라지면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저자는 말한다. 좋은 도시 공간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 응집력과 매력을 지닙니다. 이곳에서 포용력 있는 문화가 발달하고, 사회는 한 걸음 나아가며 더불어 사는 풍요로운 삶을 익히게 됩니다. 도시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며,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도 아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스쳐 다니는 도시 공간에는 오래된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에, 켜켜이 쌓여온 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가꾸어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야말로 도시는 인간,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인 셈이다.

 

 

저자는 여러 도시의 기술을 비교해가며, 앞으로 우리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톺아본다. 현대로 올수록 도시는 점점 사람들이 살기 편리한 모습으로 변하고 다양한 시설을 많이 갖추게 되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공원, 도서관, 지하철, 병원, 영화관 같은 곳들은 겨우 150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대부분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보다 더 쾌적한 환경을 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답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도시가 바뀌면 나의 삶도 변할까? 그렇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루하루가 모여 사람의 긴 인생이 이뤄지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공간이 변화하면 커다란 도시 전체가 달라지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도 변화한다. 도시 공간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품고 있다. 도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쌓여온 이야기를 발견하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소중하게 아끼고 다듬는 작은 도시 공간들은 다음 세대로 전해져, 더욱 흥미진진하고 풍부한 이야기로 채색될 것이다. 수백 년간 이어진 긴 이야기책의 다음 장을 쓰는 것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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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모피와 친구들 2
콘도우 아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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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잊고 있을 때가 많지만
마음은 가끔 믿을 수 없이 무거워져. (p.6)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p.10)

 

말이란 더하면 더할수록 하고 싶은 말에서 멀어져.
하지만 부족해도 멀어지긴 마찬가지.
뭐든 딱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워. (p.22)

 

꿈이란 한 번 이루면 끝나는 건 줄 알았어.
꿈을 꾸는 것에는 끝이 없을지도 몰라. (p.25)

 

 

 

리락쿠마의 원작자 콘도우 아키가 전하는 모피와 숲속 친구들의 마음 따뜻한 이야기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마시멜로 같은 꼬리와 몸 곳곳의 하트 마크가 매력 포인트인 귀여운 토끼 모피는 콘도우 아키와 소니 크리에이티브 프로덕트가 공동 제작한 캐릭터로, 2008년에 발매된 그림책 《토끼 모피》1, 2권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리락쿠마와 마찬가지로 일본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2012년부터는 이탈리아의 미세리 스튜디오사에 의해 세계 최초 코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일본 NHKBS 프리미엄에서 방송되었고, 전세계로 수출되어 50개국 이상에서 방영되었다. 2013년에는 라인 이모티콘으로 런칭되어 한 달에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2015년에는 20~30 여성을 타켓으로 한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2013년, 2015년에 각각 출간된 작품으로, 일본의 출판·잡지사 <주부와 생활사>에서 지금도 ‘토키 모피’라는 제목으로 매주 연재 중인 웹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웃다가 울다가 재잘재잘 떠들다가 시무룩해하다가, 그런 매일이 모여 나를 이루는 거야. 자그맣고 새하얀 폭신폭신 토끼 소녀 모피, 마음씨 다정한 개구리 음악가 게리, 이것저것 직접 만들기를 좋아하는 까만 고양이 소녀 소라, 땅속에 사는 성실한 숲의 집배원 모구, 하늘 위에서 언제나 모피를 지켜주는 달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다람쥐 형제 리와 수까지, 모피와 친구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말들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는다. 복잡한 생각일랑 잠시 접어두고 귀여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단순하게 생각하다 보면 꽁했던 마음이 확 풀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인데 그 순간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열을 올렸더랬다. 제목이 그대로 딱 들어맞는다.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평소에는 잊고 있을 때가 많지만 마음은 가끔 믿을 수 없이 무거워진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친구랑 쭈욱 같이 있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모두 다 같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싶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그런거지 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어제와 같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하루하루.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달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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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소년 1 - 꿀벌 소년의 탄생 샘터어린이문고 58
토니 드 솔스 지음, 이재원 옮김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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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학교를 마치고 와서 벌통을 열어 안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우리 벌통에는 꿀벌 5만 마리가 산다. 벌들이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알을 낳아 기르고 있는지, 꿀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에 여러 번 해 온 일이지만, 혼자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p.15)

 

벌들은 정말로 이 높은 집을 마음에 들어 했고, 날마다 근처를 날아다니며 꽃가루와 꿀을 모아 옥상으로 가져왔다. 댄 아저씨가 여기 살았을 때는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함께 벌들을 살펴보곤 했다. 댄 아저씨는 존슨 아저씨와 수다를 떨고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옥상 화분에 꽃과 채소를 기르는 존슨 아저씨는 우리 벌들한테도 관심이 많아서, 내가 없을 땐 대신 살펴봐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벌 기르는 일이 순조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벌들이 습격당한 것이다. 마치 전쟁이 훑고 지나간 듯한 광경이었다. 날개, 다리, 머리가 여기저기 마구 흩어져 있었다. 댄 아저씨는 침입자들이 알과 애벌레, 꿀을 훔쳐 먹었다고 했다. (p.20)

 

내 눈앞에 붕붕 소리를 내는 몸뚱이들이 나타나더니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듯 살살 찔러 댔다. 공기에는 달콤함과 연기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음, 여기는 참 편안하고 고요한 곳이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침침한 빛에 익숙해질 무렵, 바로 정면에 맞대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꿀벌이었다! 내가 벌집 안에 들어와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가 무심코 발 빝을 내려다봤을 때였다. 내가 꿀벌이잖아! (p.53)

 

 

 

우리의 주인공 이름은 멜빈 메들리. 멜빈은 자신이 살고 있는 메도우 타워 옥상에서 양봉을 하고 있다. 즉, 꿀벌을 키우고 있다는 것. 그것도 5만 마리 씩이나! 사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몇 달 전, 옆집에 살던 댄 아저씨가 버려진 벌통을 발견해 가져온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부서진 곳이 좀 있었지만 아저씨는 솜씨 좋게 벌통을 수리해냈고 벌통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그림으로 보여주며 흥미를 끌었다. 그 결과 멜빈은 순식간에 벌 기르는 일에 푹 빠져버렸고 지금까지도 꿀벌에 미쳐 있다. 하지만 이후 정말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사랑해마지 않은 꿀벌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려 주려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뿐 아니라 이웃의 거센 항의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무슨 일인지 멜빈의 몸은 ‘꿀벌’로 변하고 적의 침입을 받은 꿀벌들은 멜빈에게 도와달라 아우성이다. 과연 멜빈은 꿀벌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과 꿀벌들의 천적으로부터 꿀벌들을 무사히 보호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꿀벌 소년의 꿀잼 뚝뚝 흐르는 대활약이 시작된다.

 

책은 곳곳에 적절하게 그림을 배치하여 아이들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변신을 통해 사람이 아닌 벌의 입장이 되어 눈앞에 마주한 문제들을 함께 짚어보고 자신들의 생각을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참 유익하게 여겨진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은 물론 활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이야기가 한층 더 도드라진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밖에도 농촌 마을은 해로운 농약과 화학 비료 때문에 살기 어려워 오히려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한다는 것 등 꿀벌과 양봉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확하고 꼼꼼하게 담겨 있어 학습하기에도 좋다. 벌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들의 천적은 누구인지 등 억지로 내용을 달달 외우며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꿀벌의 생태에 관한 내용을 배울 수 있어 나이가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한글만 읽을 줄 안다면야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버리는 아들에게 지나가듯 물어보니 답이 술술 나옴! 이럴 때 엄마 뿌듯!) 다음편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아들이가 자꾸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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