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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득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부장은 계속 륜에 대해 생각한다.
륜이 어떻게 생겼지.
자신이 삭제한 그가 쓴 마지막 문장은 뭐였지.
직책상 매일 많은 글을 보는 사람이라 글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거의 매일 보는 사람이었을 텐데 왜 기억하지 못할까
지금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다. 앞만 보고 위로 가기위해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주변을 살피지않는다.
글속에 묘사된 륜을 생각해 봤다. 아마 우리 옆에 있는 튀지 않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모습일 것 같다.
사람들이 말하길 륜은 지난날의 부장을 생각나게 한단다. 과거의 부장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모습.
부장 자신도 이전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륜을 불편해 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잃어버린 젊었을 때의 정의감, 열정, 도전정신 같은 것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은 아닐지.
륜도 시간이 지나면 부장과 같은 사람이 될까?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란다.
륜의 신문에 대한 신념은 진실을 알리는 거다.
어느땐 신문이 백지라면 좋겠다고 했다. 각자 써내려가게. 내용은 아마도 각자의 생각에서 나온 걸 거다.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신문을 나라면 보고 싶을까? 난 귀찮다. 탐구정신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갖다 버렸다.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내용을 채워가기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지 않을까.
륜이 쓰는 기사는 차츰 많은 메일을 받는다.
“공감 반, 응원이 그 반의 반, 나머지는 욕. 늘 있는 일이잖아요.”
륜 같은 기사를 쓴다면 나도 공감과 응원을 보내는 쪽이리라.
부장은 륜에게 까칠하게 굴지만, 인권단체를 다룬 기사속 사람을 만나러 일본에 가겠다는 말에 보내준다. 륜이 마감해야할 기사도 대타를 자청한다.
륜의 책상에 앉아 책상을 둘러보며 서둘러 나갔던 그를 생각한다.
그의 컴퓨터에 저장된 사람들의 기사자료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이다.
부장은 기사를 보며 기획안을 처음 봤을 때 감정이 살아났다.
준비하고 있던 기사는 역사교과서와 관련된 고등학생의 온라인모임이었다.
“진실이 알고 싶었어요.”로 시작했던 모임의 많은 인터뷰가 삭제됐다.
침묵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냥… 지금처럼, 찾고 싶어요.
나 역시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헀던 때가 있었다. 침묵하는 사람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륜이 만나러 간 사람은 이미 죽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만나 진실을 알아보려 간다는 그를 믿진 않지만, 그 옛날 자신이 썼던 기사를 떠올리며 그가 성공해서 돌아오는 것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부장은 그가 영원히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출력한 자료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 륜에게 전화한 후에야 그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다. 다음날 신문에 ‘사람들’이 아닌 ‘사고, 연재를 마치며’가 실렸고 마지막 쓴 문장은 “륜이 말하고 내가 씀”
작가 소개 마지막 글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쓴다‘라고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만의 성찰과 주변에 대한 관찰이 있어야 비로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기억 또는 생각 속에 존재하는 나와 너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쓴 이 책은 아직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는 우리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