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이 사는 세계 - 책, 책이 잠든 공간들에 대하여 ㅣ 페트로스키 선집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정영목 옮김 / 서해문집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세계 들여다보기
노란색의 표지는 책이 꽂혀있는 책꽂이를 정면에서 바라본 것 같다. 그런데 책이 꽂힌 모습이 내가 평소 보던 것과 다르다.
책을 이렇게 꽂은 이유가 뭘까?
읽고 나면 알게 되려나?
몇 해 전 파주에 있는 지혜의 숲 서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바닥부터 천장까지 꽂혀있는 책을 보고 부러움과 로망을 갖게 되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중 하나가 책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진열할 수 있는 진열장과 책꽂이에 대한 관심도 많다.
마침 신간 서적을 뒤지다가 눈에 띈 ‘책이 사는 세계’는 이런 내 관심을 충족시켜줄 책이었다.
저자는 교수이자 공학자이며 여러 편의 책을 낸 작가이다. 약력을 살펴보니 공학에 기여한 바가 커 공학자에게 주는 상도 받은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저서중 하나인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있었던 터라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컸다.
처음 부분은 작가 페트로스키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날 책을 읽다 책꽂이 선반을 보고 공학도로서 의문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선반이 책의 무게를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는 무었일까? 책꽂이의 원형은 어땠을까? 이전부터 지금의 형태로 꽂혀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종이가 아니었던 시기의 책이 어떤 방식으로 보관되었는지. 이전 손으로 만들던 시기의 보관 방식과 인쇄술이 나타났던때, 발달하던 시기에 보관 방식 등 책꽂이도 책과 함께 변화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던 책이 귀했던 시기엔 책에 사슬을 달아 책장에 고정시켰다거나 책등이 아닌 책배가 보이게 꽂았다는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책 진열의 역사도 알게 되어 지식의 세계를 넓힐 수 있었다.
근대 출판이 자유로워고 책이 많아지자 책을 많이 꽂기 위해 책꽂이와 도서관의 구조도 함께 변했고, 전등이 없었던 시기 자연 채광에 의지했던 도서관의 구조와 전등이 발명된 이후의 건물 구조의 변천에 대한 것도 공학이지만 그림들을 실어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또, 책과 떨어질 수 없는 서점 이야기와 제본의 역사도 담겨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책을 도서관이 수용하기에 한계가 생기면서 나타난 필름식 보관방법과 CD는 책의 미래를 대체할 것이 라는 견해도 있다는 부분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렇지만,오래된 서양의 많은 도서관이 기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부럽기만 했다.
나는 요즘 회전식책꽂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꿈을 꾼다. 아쉽게도 이 책엔 회전식책꽂이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다.
읽기가 끝난 지금은 건축과 공학의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 책 내용을 다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읽는 동안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