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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겹으로 만나다 - 왜 쓰는가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 엮음 / 삼인 / 2014년 10월
평점 :
최근들어 지하철 곳곳에 시가 등재되고 있다. 일반인의 참여로 문단이 점차 풍성해지는 인상이 들어 굉장히 흡족하다. 그런 식으로 시를 접하다가 하나둘 시를 외우게 되었고, 시의 운율에 관심이 생겼다. 영문 시는 읽다보면 어휘 감각이 현지인급이 안되다보니 와닿는 감이 너무 낮았다. 반면 일본 시는 우리 나라처럼 읽기는 쉽지만, 후렴구라든가 단어 속에 담긴 중의적 표현을 완벽히 알아채기 어려웠고, 결국 한국 시를 뒤늦게 만났다. 이 책은 시를 쓰는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낸 작품집이다. 한국 시가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내게는 이러한 시가 모두 새롭고 신비롭다. 학창 시절에 배운 시는 잊은지 오래라 보면 알겠지만, 머리 속에 남은 게 많지 않다. 시를 읽다보면, 정서가 다채로워지는 풍성한 감각을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정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조금 지루할 때도 솔직히 있지만, 읽으면서 음미하다보면, 왜 시인이 그런 어휘를 썼는지 추적해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는 행을 바꾸기만 해도 다른 느낌이 나온다. 추상적이면서 리듬미컬한 시가 왜 창의력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확대하는지는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느끼는 것 같다. 만약 시를 한국인이 아닌 다른 국가의 사람이 읽는다면, 내가 일본과 영어 시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각과 동일할 듯하다. 그런 점이 내가 여지껏 시를 읽는 걸 가로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는 넓지만, 우리는 아무래도 작은 국가이고 언어 용적도 크지 않다. 시를 음미하고 갖고 놀기에는 글로벌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오판을 했기 때문에 이제서야 시를 만났다. 크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유는 시는 짧아 익히려면 큰 시간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를 음미할 정도로 감각이 풍성해져야 어휘가 아닌 감정으로 시를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읊으며 삶을 마감하는 영화 속 장면을 보자면, 시의 에너지는 상당한 듯하다. 그 사람의 인생을 한 번에 정리하는 함축력이 있어서 그렇다. 이번 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를 읽고 음미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동기를 얻었다. 스티브잡스가 시를 읽으며 창의력을 다듬었듯, 시를 환기 차원에서 활용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시각의 자유를 더욱 고양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