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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 - 순수 저항 비판
조지 A. 던 외 지음, 윌리엄 어윈 엮음, 이석연 옮김 / 한문화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헝거게임을 철학으로 풀어내는 과정, 19명의 저자는 즐거움과 비통함의 연속이었으리라 예상한다. 영화는 극단적 상황 속에 24명의 소년소녀가 서로를 죽여가는 과정을 잔인하게 담아내고 있다. 책과 영화 모두 비정한 연출에 관객 유입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지만, 어지간한 종말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정경을 우리가 맞이하리라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현재 아프리카, 북한, 각종 정신나간 수준의 독재국가(어떠한 국가적 이점 없이 오로지 본인들 편의와 부 축적을 바라마지 않는)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아동 혈투는 없으니 말이다. 책은 일단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요, 상황에 따른 이성마비로 감정에 휘둘리는 짐승, 그리고 우매한 대중으로 살아가는 부정적이지만 그렇다고 틀렸다라며 지적할 수 있는 그림을 제시하진 않고 있어 슬프리고 했다. 책의 논리보다 이 영화를 다시 풀어나가는 과정은 사실 독자의 몫이지만, 이미 이러한 과정을 19명의 저자가 해놓은 탓에 그냥 끄떡이며 읽을 수 있었다. 헝거 게임은 파리대왕의 사회 구조화 버전이 아닐까 싶다. 파리대왕은 섬이라는 제한적 상황에서 어른의 통제 없이 자발적으로 자행되는 살인 게임이다. 아마 모티브는 이 책에서 얻지 않았을까. 책의 결론 부분에서 어른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다시금 순박한 모습으로 울어대며 천연덕스럽게 아무일 없었던 듯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 정도로 어리진 않지만, 아이들도 충분히 잔인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 수는 있다. 역사적으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중국의 홍위병은 피세뇌 대상이 아이들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부터 심지어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자신의 부모를 고발하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총과 칼로 부모를 공개 처형했던 게 역사적 기록이다. 아이들은 이성을 마비하면, 어른 못지 않게 무서운 무기로 변한다. 어찌보면 어른보다 더욱 무섭다. 세뇌를 씻어내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칠 수 없기 때문이다. 헝거 게임을 보며, 아프리카에서 마약을 먹고 부모를 죽이라고 시켜대는 반군 세력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총으로 아무에게나 난사하고 영혼없는 눈으로 삶을 산다. 그리고 똑깥은 패턴으로 삶을 마감한다.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이, 그리고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던지려한 물음이 아닐까. 흥미로운 책이었다. 철학은 어디서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우리는 반드시 이성적인 존재여야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