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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멍청한 세대 - 디지털은 어떻게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가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김선아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주인공격인 10~20대,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나도 그 또래에 정말 무식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책은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읽기 시작했으니 무식하려면 옛 청소년이나 지금의 청소년이나 다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경향이 헤어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나는 노는 게 지겹고, 대학교 친구들과 퀴즈 대회 문제를 풀며 심히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계기는 막강해 Y대 도서관에서 죽치고 살 정도로 책을 끼고 살았다. 그간 읽지 못했던 모든 고전을 다 읽어버리겠다는 기조로 마구마구 읽어댔다. 군입대 후에도 동생 대학교에서(당시에는 휴학생은 도서대출이 안됐다) 책을 빌려 2주마다 다량으로 읽어댔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장교부터 원사,상사 모두가 이해해주었다. 책에 미친 놈이라 생각한 듯하다. 게다가 정훈실에서 마침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해 죽기살기로 읽었는데 그게 모두 재산이 되긴 했다. 다만, 고전을 읽고 나니 어지간한 소설에는 손이 안가서 대부분의 독서가 전문서적과 외국어에 편중되는 부작용도 생겼지만, 가장 멍청한 세대가 안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금까지 독서는 삶의 일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시 공부하며 읽지 못한 책이 현재도 통한으로 남아있다. 청소년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다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대로다. 명문대학교 학생들도 책을 읽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가 명확히 갈린다. 갑자기 안 읽기 시작한 원인이 디지털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스마트폰이 독서 시간을 갉아먹는 건 맞다. 상식을 알아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시대가 온건가. 책에 등장하는 지독히 상식적인 내용을 모르는 청소년이 한국에도 적지 않다. 인문 열풍이 부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책에서는 인문, 역사, 종교에 대한 무지를 걱정했는데, 종교는 미국 사회라서 편입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펼치기 위해서도 종교는 빼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저 인문과 역사만이라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청소년들에게 생기길 바랄 뿐이다. 디지털이 상식을 채우고, 독서로 회귀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인센티브가 필요할까. 한국 입시에는 논술 고사가 포함되며 책 읽기를 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그러나 시도마저 부정적 잣대로 훼손할 필요까지는 없다. 가장 멍청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미칠 영향을 떠올려보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글해봐로 압축될 자녀의 질문에 우리는 그저 뇌는 어디다 쓰라고 있는 거냐고 반문이나 하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의 교육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입시 과목도 대량 축소되고, 선택의 폭도 늘어 공부량과 동시에 범위도 대폭 감소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역시 대학의 교육이 중요한데, 언제나 그렇듯 한국의 대학은 여전히 노는 곳 같다. 그저 취업을 위해 토익점수를 취득하고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게 전부인 대학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 멍청한 세대로 이끄는 주요 원인은 많지만, 토익이 공부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우스울 정도로 기가 막히다. 한국어 능력시험처럼 색다른 어휘와 문어형 문법을 묻는 시험이라면 공부라 할만 하다. 토익은 지나치게 쉬운 어휘와 전혀 도움이 안되는 듣기와 독해로 가득하다. 980점을 맞고 해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든 현 국면이 언제나 아쉬웠다. 토익 광고를 볼 때마다 바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 낼 책임은 나에게도 주어진 게 아닐까. 저자의 무식함 꼬집기를 엄청나게 동감하며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