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인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2009년 작품 <달의 문>의 장르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추리소설이란 수수께끼 풀이에 중점을 둔 소설이다. 즉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추리함으로써 해결에 도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시모치 아사미의 <달의 문>은 과연 추리소설이라 하기에 적합할까. 

중요한 국제회의를 앞두고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승객240여 명을 태운 비행기가 납치된다. 납치범들의 요구사항은 오키나와 현경찰 본부가 체포한 그들의 '스승' 이시미네 다카시를 22시30분까지 공항 활주로로 데려오는 것. 납치범들은 아이 셋을 인질로 잡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인질을 죽이겠다며 현경찰본부를 압박한다. 그런데 이 사건과 별개로 기내 화장실에서 승객 한명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태는 일변한다. 납치범들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승객 중 한명인 '자마미군'에게 조사를 맡기는데... <책표지인용>

사실 책겉표지에 등장한 위와 같은 설명은 내가 이 책을 읽게 할 만큼 충분히 흥미로웠다. 긴박한 상황, 수수께끼, 살인, 밀실, 납치 그래 어느것 하나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어느것 하나 모자랄 것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고개를 좌우로 정확히 3회정도 흔들게 만들었던 부분은 그들의 모임과 그들의 스승이라는 사람이다. 이들은 혹시 당신들 신흥종교집단이냐는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을 하지만 독자인 나, 혹은 실제로 그런상황이 일어났을때 뉴스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신흥종교집단쯤으로 취급할 것이 자명하다. 남치범들 그리고 그가 구하고자 한 스승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선도하는 청소년 캠프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납치에 가담한 가키자키, 마카베, 무라카미 또한 이 청소년 캠프의 제자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스승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으로 누구든 그를 만나게 되면 그에게 감화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과연 이 스승이 대단한 사람인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스승이 가진 대단한 카리스마와 다른사람을 감화, 감동시키는 능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다만 스승은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다. 라고 소설은 우리에게 무작정 주입시킨다. 

납치범 그들이 요구한 것은 스승인 이시미네의 석방이 아니라 그들이 요구한 시각에 공항 활주로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마치 영화 <올드보이>의  이우진이 왜 자신을 감금했느냐는 오대수의 질문에 왜 감금했느냐가 아니라 왜 15년을 감금했느냐를 생각하라는 대답과 같을 것이다. 이유는 다른곳에 있다. 그들이 비행기 납치를 행한 그날 그들의 스승을 데려오라 명한 22시30분 그곳은 사상유래없이 긴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날이다. 그들집단은 그날 그곳에서 달의 문이 열리리라 믿고 있다. 미지에 세계에 대한 동경일까? 그들은 그들의 스승만이 인간의 윤회를 넘어 온전히 깨끗한 재생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달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날 그곳으로 스승을 모셔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사실 이 소설에서 비춰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신흥종교집단이라 칭할만큼 공감이 가지않는다. 캐릭터들의 움직임 사상까지도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아주 많이 부족할 듯 싶다.    

우연히 비행기 안에 탑승해 240여명의 인질에 속하게 된 자마미섬 티셔츠를 입고 있던 바람에 '자마미군'이라 불리게 된 '자마미군'은 납치범들의 요청에 따라 기내 화장실에서 발견된 시체에 관한 조사를 맡으며 납치범들의 수수께끼까지 풀어나간다. 만약 이야기의 촛점과 비중을 납치범들이 아닌 자마미군에게 확실히 실었더라면, 여행길 비행기에서 이상한 신흥종교 집단에게 납치당한 자마미군이 온전히 주인공 이었더라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런 불편함을 안겨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이 소설은 사건을 이리저리 비틀어 끝내 매듭을 지어 내 추리소설의 요소들을 충실히 갖추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추리라는 틀에 이리저리 맞추며 작가는 스스로 소설이라는 큰 틀을 망각 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달의 문> 그곳은 사건과 문제의 해결이 있었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긴장감, 그리고 사건과 캐릭터의 공감과 이해라는 소설의 큰 틀을 놓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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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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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지영 작가의 <굿바이 파라디이스>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 그 자체였다. 언제 빌려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돈을 갚겠다고 친구에게 전화가 왔을때, 훼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고객님은 만번째 고객이라며 오늘 드실 음식값은 모두 무료입니다 라고 했을때, 아마도 이런 기분일 것 같다. 뜻밖에 행운.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모음집이다. <굿바이 파라디이스>라는 제목은 여느 단편모음집들이 그렇듯 10개의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다. 물론 여러가지 흥행성과 전체 소설을 관통하는 내용 등을 고려해 제목을 선정했겠지만,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을 붙힐 권한이 주어진다면 단연 시선 이라는 단편 제목을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사용 할 것이다. 

이 책이 오롯이 표현하고자 한 내용은 분명 시선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의 시선, 너와 나의 시선, 인간과 동물의 시선,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시선, 죽은자와 산자의 시선, 진실을 모르는 자의 시선, 진실을 알고 있는 자의시선

 그녀의 소설은 마치 세상에 주인공이지 않은 것들이 없는 듯 공평하게 각자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신세계와 같다.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핸드폰을 찾아 방안을 온통 휘졌는 나를 음흉하게 지켜보고 있는 핸드폰의 시선처럼  그녀의 시선은 무언가 음산하고, 알고 싶지 않지만 솔직하다. 

그녀는 1924년생 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 거리들을 모아 재 탄생 시킨 것이라며 겸손을 떨지만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가 계신 나는 왜 그런 이야기를 생각해 본적도 없을까 라고 생각하면 그녀의 상상력과 스토리구성력은 가히 대단하다. 

성전환 수술, 샴쌍둥이, 비밀섹스클럽, 사후세계, 동성연애, 장애인, 살인사건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가 않은 소재 임에도 그녀는  새로운 시선과 상상력으로 잘 다듬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스릴러 인가 하면 코믹이고, 환타지 인가 하면 호러다.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온 걸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들, 도대체 이런 무시무시한 스릴러를, 도대체 이런 낯뜨거운 섹스연출을 여자인 그녀가 어떻게 그려냈을까?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소설가 강지영 그녀는 소설가 공지영과 하필 이름이 똑같은 작가다. 심지어 그녀가 궁굼해 "강지영" 그녀의 이름 세글자를 검색하자  가수 카라의 "강지영"이 등장했다. 그래 그녀는 하필 카라의 강지영과 성까지 똑같은 신예 작가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던 그녀는 오래된 경력과 인기를 자랑 할만한 스타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출판사 광고 대행사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로 근무했던 경력이 고스란히 그녀의 글쓰기에 녹아 데뷔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작가라는게 의심이 갈 정도다.  그리고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켜 그녀의 팬이 되게 만들었다.  

그녀는 더이상 하필 공지영과 이름이 같은 작가 이거나, 하필 카라의 강지영과 성까지 같은 작가가 아닌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강지영"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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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수의 베스트셀러 산책 - 서양명작의 숲에서 文香에 취하다
윤일권 지음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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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순전히 욕심을 부리고 읽었기 때문에 읽기에 실패한 작품이다. 학창시절 책읽기를 등한시 했던 나는 밀린 숙제를 해치워야 하는 부담감 처럼 그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만한 문학작품을 읽지 못한데서 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 욕심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10편에 문학작품을 한번에 만나 볼 수 있는 기회. 
 
<문학교수의 베스트셀러 산책>은 책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10편의 서양문학에 대한 감상문이다. 10편의 작품을 선정하는데 있어 문학성과 대중성을 함께 고려했다는 작가의 글처럼 작품은 흔히 우리가 알만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문학의 깊이를 놓지 않았다.

파리의 노트르담, 모모, 아마데우스, 그리스인 조르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이갈리아의 딸들, 25시, 향수, 주홍글씨, 데미안

위에서 언급했듯이 학창시절 책읽기를 등한시한 나는 위에 열거한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을거라 생각한건 후에 생각해보니 과대망상 수준이다.

책은 한 이야기 당 30~40페이지의 적지도 많지도 않은 양을 할애 해 이야기 한다. 스토리 요약, 책본문 인용, 등장인물 분석, 문학적 작품 분석까지 정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감상을 보여준다. 또한 독일 루마니아, 영국, 프랑스, 그리스, 노르웨이, 미국 등의 다양한 서양작품을 선정한 만큼 각 작품에 시대상과 그 나라 고유의 특색적인 모습들도 만나볼 수 있어 좋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우리가 흔히 <노틀담의 곱추>라고 알고 있는 책이다. 이는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후에 뮤지컬 형식으로 무대에 올려지며 <노틀담의 곱추>라는 제목으로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모의 시간여행도, 25시의 기계화된 절망의 시간도, 주홍글씨의 원죄도, 아마데우스의 천재성도 모든 것이  좋았음에도 무언가 속이 텅빈것 같은 느낌은 순전히 위에서도 언급했듯 학창시절 책읽기를 등한시 했기 때문이다.

가끔 결혼식이 있어 맛있는 부페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울 생각에 아침식사도 거르고 결혼식을 갈때가 있다. 그런데 그 부페라는게 이 음식 저 음식 신이나서 먹다보면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금방 불러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금새 꺼져버린 배를 쳐다보며 남겨진 부페음식을 떠올리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결혼식에 가면 금새 꺼져버리는 부페음식보다 갈비탕 한그릇이 든든하고 좋더라.

이 책은 나에게 다양한 부페음식과도 같았다. 한꺼번에 10편의 작품을 머리속에 쏙쏙 집어 넣을거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다니 배가 금방 꺼져 버리더란 말이다. 이 책은 감상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갈비탕이 필요한듯 하다.  10편의 작품과의 개인면담을 끝낸 후 다시 만나야 할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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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Shadow of Your Smile + CD (에세이 서적 + 음반)
난장뮤직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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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뇨가 무슨 감기야? 무슨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야? 라며 웬 사내가병원에서 큰 소리를 친다. 2007년 개봉한 우아한 세계에 주인공 인구(송강호)는기러기 아버지 이다.  기러기 아버지 인구는 비록 조직폭력배라는 직업을 가지고있지만 직업만 그러할 뿐 가족부양을 위한 열심은 다른 아버지들과 다를 것이 없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가장이다. 외로운 기러기 인구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결국 그는 병원을 찾는다. 오랜 시간 기다려 들어간 진료실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보지도 않는다. 인구의 증상을 들은 의사는 하얀 종이 위에 하얀 가운을 입은 그만이 알 수 있는 필기체 영어를 찍찍 갈겨 쓰고는 당뇨인 것 같다며 처방해줄 테니 나가란다. 의사에 불친절한 태도에 화가 난 인구는 아니 당뇨가 무슨 감기야? 무슨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야? 라며 큰 소리를 치고 소란을 피운다. 물론 의사의 행동은 인구 자신이 처한 처지에 대한 울분을 터트릴 단순한 계기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던 나는 전적으로 그 의사의 행동에 화가 났다. 나 또한 그런 일을 한두 번 당해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알고 싶은데,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하얀 가운을 입으신 의사 분들은 혼자만 끄적끄적 하고 처방전을 받아 가란다. 물론 모든 의사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속 그 의사의 태도에 인구도 나도 분명 화가 났다. 그런데 내가 그리고 인구가 하얀 가운을 입은 그의 끄적끄적 을 들여다 본들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소통에 대해 그리고 소통에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사와 조직폭력배인 인구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 질리 만무하다. 의사가 의학적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한들 과연 인구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의사는 적어도 의학적 설명을 의학에 문외한인구가 듣기에 편하게 해석해 주었어야 했다. 그것이 소통에 시도이고 소통의 노력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소통의 벽과 부딪힌다. 여자와 남자, 부모와 자식,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혹은 직업간에 혹은 사회 계층간에, 소통에 벽은 어디에든 존재했다. 여기 소통의 주제를 오롯이 노래 속에 담아낸 앨범이 있다. 바로 2001년 발매한 자우림 김윤아의 솔로 1집 <Shadow Of Your Smile> 이다
 

김윤아는 그룹 자우림의 메인 보컬이자 프로듀서나 다름없다. 자우림은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에서 “hey hey hey” 라는 곡을 불러 데뷔했고 같은 해 그들이 홍대클럽 에서 활동해오던 자작곡을 모아 이전에 사용하던 미운 오리 라는 이름을 버리고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의 자우림 이라 밴드명을 바꾸고 첫 번째 앨범 <Purple Heart>을 낸다. 이들의 등장은 밴드 문화를 재평가 받는데 일조 했으며, 이후 제2의 자우림, 제2의 김윤아들을 만들어 낼 정도로 대중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3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비정규 앨범을 낸 후, 그들은 각기 솔로 앨범을 발표해 팀이 해체 하는 것이 아니냐의 우려를 나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데뷔 12년째인 그룹 자우림은 2009년 현재도 여전히 자우림으로 남아있다. 

 

소통의 문제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절히 잘 다룬 그녀의 솔로 앨범 1집 <Shadow Of Your Smile>은 총 11곡의 신곡과 자우림 1집에 담겼던 곡을 재 해석해 실은 보너스트랙 3곡으로 이루어 졌다.  

1. Flow (작사 : 김윤아 / 작곡 : 김윤아)
2. 담(with piano) (김윤아 / 김윤아)
3. Tango of 2 (김윤아,방준석 / 김윤아)
4. Regrets (김윤아 / 김윤아)
5. 아이들은 (김윤아 / 김윤아)
6. Blue Christmas (김윤아 / 김윤아)
7. 가끔씩 (김윤아 / 김윤아) 8. City of Soul (김윤아 / 김윤아)
9. 블루 크리스마스 (김윤아 / 김윤아)
10. 담(with strings) (김윤아 / 김윤아)
11. 파랑새 (無名氏 / 無名氏, 김윤아)
12. 봄날은 간다 (김윤아 / Matsutoya Yumi) - Bonus Track
13. 마왕(for 魔王) (김윤아 / 김윤아) - Bonus Track
14. 파애(for 키르케) (김윤아 / 김윤아) - Bonus Track

<Shadow Of Your Smile>을 전체적으로 휘감고 있는 소통의 그늘이 유독 묻어나는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담” 이다. 이 곡은 연인과의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음을 섞고 몸을 섞은 연인이라 한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있을까? 노래 “담”에 등장하는 그녀 혹은 그는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진심을 나누지 못한 그들의 벽에 대해, 담에 대해 체념할 뿐이다. (가사)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당신에게 가 닿지 않아요. 내가 말하려 했던 것들을 당신이 들었더라면 당신이 말 할 수 없던 것들을 내가 알았더라면 이 곡은 연인과의 소통을 그렸지만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과도 큰 그림이 같다. 인간과 인간 서로의 내밀한 부분을 모두 까발려 보여주었다 생각해도, 인간은 누구나 그들 안에 무언가 소통하지 않으려는 담이 존재 하고 있다.

“Tango of 2” 에서는 또 다른 연인들의 소통의 가로막힘을 엿볼 수 있다. (가사) 나 언제부터인가 당신의 말을 잘 알 수가 없었어요. 또 내 맘 속의 생각을, 당신에게 모두 다 말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도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건만, 결국 서로에게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닌지 몰라요

“담, Tango of 2, Blue Christmas, 봄날은 간다, 파애” 등이 연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한다면 “아이들은 과 마왕은 이와 다른 소통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은 마치 동화와 같은 노래 이다. 김윤아 보이스의 특유의 양면성처럼 그 이전에 다른 곡 들에서 가슴이 찢어질 듯한 그녀의 보컬을 들려줬다면, 이 곡에서는 순수한 아이들과 같은 색깔을 보여준다. 또한 이 곡은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과 세상의 소통을 주제로 담고 있다. 착한 주인공이 언제나 승리하는 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현실과의 대립에서 좌절을 맛볼지 모른다는. 그리고 시련을 겪어야 어른이 되고 스스로를 괜찮다 괜찮다 라고 다독인다고 말이다. 우리 모두 현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자랐을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우위에 자리잡고 위협하며, 협상을 거부한 인질범처럼 우리를 끝없이 벽에 부딪히게 만든다.
 
“마왕” 은 신과 인간과 혹은 운명과 인간과의 소통을 노래 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랑 받을 수도 사랑 할 수도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들은 그들의 맑고 투명한 눈을 마왕에게 팔아 사랑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그들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신은, 운명은 그들의 소원을 외면한다. 신도, 운명은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아마 가장 힘든 소통의 문제가 어쩔 수 없음이지 않을까?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말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김윤아의 솔로1집에는 앨범과 함께 그녀의 에세이 집이 들어있다. 그녀의 에세이집 또한 그녀가 걸어 온 지난날에 삶에  소통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녀는 모든 소통은 실패를 가져다 주었다는 현실적인 노래를 가지고 그녀와 나의 거리를 그리고 그녀와 팬들의 거리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온전히 소통해 버린 것이다.

소통은 어쩌면 매정한 현실처럼 99%의 실패로 돌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김윤아 그녀가 소통의 벽을 허물고자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듯이 우리도 그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소통의 시도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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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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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절름발이래”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우리는 무슨 생각이 들까? 본인의 입으로 영화를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이 시대 최고의 반전영화를 눈앞에 그릴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영화 좀 좋아합니다 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영화 좀 좋아한다는 내 생각엔 말이다. 그 정도로 유주얼 서스펙트는 최고의 반전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잇는 최고의 반전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누가 뭐래도 <식스센스>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반전영화의 즐거움은 딱! 거기까지 였다. <식스센스>이후 최고의 반전영화 혹은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반전영화 등등의 자신감 넘치는 광고문구를 그대로 믿고 관람한 수많은 영화들은 나에게 실망감만 안겨줬고, 결국 무엇 이후 최고의 혹은 무엇을 능가하는 최고의 는 내게 무엇 무엇의 아류 라는 결론만 안겨줬다. 그 때문일까? 나는 무엇 이후 최고의 라는 광고문구의 영화를 보러 갈 때에는 언젠가부터 기대를 집에 두고 갔다.

요즘 극장가에 자주 등장하는 영화 소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구멸망에 관한 이야기 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생물, 동물 식물들 심지어 사랑까지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처음과 끝이 존재한다. 물론 이때 누군가 손을 들고 “저기 불교에 윤회사상은 어쩌시려고?” 라고 묻는다면 딱히 나도 대답할 거리가 없으니 들려는 손은 다시 내려주시길 바란다. 어쨌거나 우리 인간들은 영화를 통해 지구도 언젠가 죽는다는 이론과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다. 영화를 통해 만나는 지구 멸망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첫째는 외계인의 침공 및 행성충돌에 의한 것이며, 두 번째는 자연재해 혹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이런 류의 영화를 처음 접했던 것은 <아마겟돈> 이었던 거 같다. 뭐 내용은 간단히 지구와 충돌할 행성을 폭파시켜 지구를 구하는 내용이다. 그 후 비슷한 영화인<인디펜던스데이>라는 영화를 뒤늦게야 봤고, 이런 류의 지구멸망의 아류 작들이 지루해 질 즈음 투머로우와 미스트, 28일 후와 같은 자연재해 혹은 바이러스의 의한 지구멸망의 영화들이 등장했다. 그 또한 비슷비슷 거기서 거기가 될 즈음 똑똑한 우리 영화 관계자들은 남겨진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로 중심을 옮겨 가는 기특함을 보여줬다. 지구 최후의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윌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는 상당히 신선했다. 뭐 사실 신선했다고 말 했을 뿐 대단히 재미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 재미는 사실 없었다. 지구 최후의 모습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일까? 그냥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대단한 스토리 구성과 스릴러 그리고 서스펜스를 자랑했던 그런데 대체 왜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지 알 수 없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인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꼭 읽어보라며 나에게 권유 했다. 분명 무지한 나로써는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을 가진 건지 알 수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의 원작자라고 하니 마다할 이유 없이 좋다 라며 <더 로드>를 건네 받았다.

남자는 깜깜한 숲에서 잠을 깼다. -P7- 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 남자는 아들인 아이와 함께 숲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아마도 초록과 푸름을 잃은 죽은 지구의 생존자들 인 듯싶다. 그들은 황폐하고 희미한 거리를 거늘며 먹을 거리를 찾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잠을 청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짐을 풀고 잠을 청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아들은 아빠가 아빠는 아들이 죽어 있지는 않을까? 서로를 찾는다. 어쩌면 혼자 남게 될 것이 두려워 자신을 위해 서로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이들은 남쪽으로 하염없이 걷는다. 그들은 그렇게 더 로드를 끝도 없이 걷는다.

그렇게 한 35페이쯤 읽었을까? 그들은 계속해서 남쪽을 향해 더 로드를 걸을 뿐이며, 누군가가 버린 짐에서 혹은 폐허에서 음식이 있지는 않을까? 지루하게 찾을 뿐이며, 또다시 아침이면 아들은 아빠가 아빠는 아들이 죽어 있지는 않을까? 서로의 이름을 불러댈 뿐이었다. 윽 이거 대단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나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라는 한숨이 났다. 그리고 내용도 뭐 주인공만 다르지 영화 <나는 전설이다>와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있자나 더 로드 말이야~ 이거 나는 전설이다 같지 않아?”라고 물으니 남자친구가 “응” 이란다. 그래 뭐 나도 조금 읽어봤으니 물을 것도 없이 대답은 “응” 이였다. 그런데 나는 전설이다 는 처음이니 신선하기라도 했지. 이건 뭐 신선하지도 않다. <더 로드>는 나에게 나는 전설이다의 아류작처럼 느껴졌다. <나는 전설이다>보다 <더 로드>를 먼저 읽었더라면 <더 로드>가 나에게 이런 수모를 겪지는 않았을 텐데 라고 아주 잠시 생각하다 나는 다시 남자친구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거 언제까지 이래? 아니 지금 계속 그냥 길만 걷고 있어. 먹을 거 찾고 그냥 계속 길만 걷고 있다니까 글쎄, 이거 언제까지 이래? 금방 재미 있어지는 거야?” 라고 묻자 남자친구가 “그거 그냥 끝까지 그러는데?” 라고 전혀 재미 없지 않다는 듯 아주 흔들림 없이 균형 잡힌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대단한 작품인데 내가 너무 무식해서 이해를 못하나 싶어 그냥 거기서 대화의 주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곤 나는 이 책을 덮었다. 왜? 지루하니까.

그리고 한 6개월만인가? 무언가 읽을거리가 떨어져 책장을 살피는데 읽다 만 <더 로드>가 나를 또렷이 쳐다 보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려 했는데 어느새 녀석이 헛기침을 하는 것 같다. 이번에 꺼내 들면 정말 끝까지 읽어야 될 것 같아 <더 로드>를 꺼내 들기가 무서웠다. 그런데 대단한 작품이라 자나? 뭔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나는 결국 35페이지에 책갈피가 꽂힌 <더 로드>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래 그때는 어느 내용인지 전혀 몰랐고 이제는 조금 알 자나 일단 35페이지 까지는 읽었으니 거기까지는 쉽게 가겠지 그리고 뭐 전혀 길만 걷지는 않을 거 아냐? 라는 생각과 무엇보다 대단한 작품이라 자나! 상도 탄 작품인데 내가 몰라 보면 안 되는 것 아냐 라는 생각으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35페이지는 이제 지났다. 그들은 계속 걷고 또 걷는다. 또 먹을 것을 찾고 잠잘 곳을 찾고, 아들은 아빠가 아빠는 아들이 죽어 있지는 않을까? 서로를 걱정한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그들의 앞을 걸어가고 있다. 와 이제 새로운 인물 등장이다. 이제 좀 얘기가 진척이 있으려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하던 아이와는 다르게 남자는 이를 말린다. 그리고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자고 만 할 뿐이다. 도대체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남자, 그리고 아들, 둘만 생활하기는 지루할 텐데 왜 말을 안거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데 왜 도와주지 않냐고?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못해 못 도와줘. 소년은 계속 남자의 외투를 잡아 끌었다. 아빠? 그만해라.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못해. 우린 못 도와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P60-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걷던 남자는 이내 쓰러졌다. 죽은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아이는 어느새 울고 있다.


그 사람은 어차피 죽을 거야. 우리가 가진 걸 나눠줄 수는 없어. 그럼 우리도 죽어-P61-

나는 그제서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여행이 왜 이렇게 지루한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코맥 매카시의 이 책 <더 로드>가 왜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 받으며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이라는 어쨌거나 권위 있는 이 상을 수상했는지도 말이다. 이 책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단연 단순한 인물구조를 들 수 있다. 아빠 그리고 아이 가끔 만나지만 숨어서 지켜봐야 하는 몇 명의 인간들, 더군다나 장소 또한 그곳이 그곳이다. 길 그리고 또 길 가끔은 폐허를 뒤지고 숲을 뒤지며 낡아빠진 기차를 만나 뒤지는 새로운 곳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제약적인 공간. 그런데 이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의 주제에 들어있다. 이미 지구는 죽었으니까. 그리고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까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걷던 행인을 차마 도와줄 수 없었던 건 남자의 그럼 우리도 죽어 가 모든 이유를 설명해 준다. 먹지 못하면 죽는다. 어떤 영화를 볼까? 헬스 클럽을 다닐까?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릴까? 의 생각은 이들에게 필요 없다. 그저 내일은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을까? 가지고 있던 먹을 것을 뺏기면 어떡할까? 얼마나 안 먹고 버틸 수 있을까? 그들의 생각은 단순해 질 수 밖에 없다. 먹고 사는 것 그저 숨을 붙이고 있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이며 그 들이 해야 할 모든 것이다. 이 책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어둡다. 그리고 이 책은 무언가 흥미로운 사건을 내세워 가독성을 높이거나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긴장감을 준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정말 날 것 그대로의 방법으로 지구 최후의 순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지루한 결정적인 이유는 너무나 먼 미래이거나 나에게는 닥칠 거 같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전설이다>가 지루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음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그들의 똑 같은 패턴의 긴 하루가 지루했던 이유를 7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읽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6개월 전 30페이지 정도만 더 읽었더라면 그때 읽기를 멈추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때의 지루함이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머지 300페이지를 향해 가는 동안 나는 직접 그들이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지루함이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읽어 보려고 했다.

나는 남자가 타인을 경계하는 이유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지구, 그곳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식물도 나무도 어떤 동물도, 즉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인간들을 먹는다. 그곳엔 인간 사냥꾼들이 존재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누군가 나를 먹으려고 나를 잡으려 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먹이로 바라보는 그곳에서 어떻게 인간을 믿을 수 있을까? TV다큐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약육강식의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여기 토끼 한 마리가 있다. 토끼 뒤에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진다. 토끼를 잡아 먹으려는 육식동물 호랑이다. 토끼는 살기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야 한다. 하지만 결국 토끼는 잡아 먹히고 만다. 그런데 토끼 뒤에 나타난 무언가의 검은 그림자가 운 좋게 초식동물인 코끼리 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토끼는 코끼리의 먹이감이 되지 않는다. 남자와 아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인기척이 들리면 그들이 육식인간인지 초식인간인지를 확인해야만 한다. 즉 인간을 먹는 사람인지, 인간은 먹지 않는 사람인지를 구분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들이 초식인간이라 한들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풀도 말라 죽어 버린 지구에서 초식동물은 더 이상 초식동물이 아니며 초식인간은 더 이상 초식인간이 아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살아야 한다.

아이는 남자에게 말한다. 죽고 싶다고 차라리 엄마 곁으로 가고 싶다고. 남자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의연한 척 하지만 죽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을 것이다. 아~ 정말 인류가 저렇게 끝나버린다면 내가 그들처럼 인류의 최후의 생존자가 된다면, 나는 과연 살고 싶을까?

지구는 어쩌다 죽음을 맞이하게 됐을까? 의 원인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그들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처럼 지구의 최후는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언제부터 그런 생활을 시작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아이는 푸른 하늘과 바다와 산 그리고 생기 넘치는 도시에 대한 경험은 해보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갑자기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 사는 것이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그리고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무수한 영화들이 <식스센스>의 반전에 아류였듯이 이 책은 나에게 영화 <나는 전설 이다>의 아류에 불과 했다.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그리고 나와 주인공이 동일시 될수록 나는 <더 로드>만의 다름을 발견했고, 뼈속깊이 흡수해 인류최후에 대한 좌절과 묵시론적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리고 더 이상 누가 먼저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먼저냐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통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가가 중요 한 것이다. <더 로드>는 나에게 작품이 아니다. 두려움 그 자체 이다. 여전히 혼란스럽다. 10년 후가 될지 1년 후가 될지 어쩌면 바로 10분 후가 될지 모르는 지구의 죽음 앞에 우리는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매 순간을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아~ 코맥 매카시는 7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했고, 지구는 지켜야 하는 것이며, 이 책은 나의 보잘것없음을 알게 해 줬고, 6개월 전 포기한 책을 완독 했기에 기뻐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대단한 책을 몰라보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공포영화를 본 것처럼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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