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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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인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2009년 작품 <달의 문>의 장르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추리소설이란 수수께끼 풀이에 중점을 둔 소설이다. 즉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추리함으로써 해결에 도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시모치 아사미의 <달의 문>은 과연 추리소설이라 하기에 적합할까.
중요한 국제회의를 앞두고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승객240여 명을 태운 비행기가 납치된다. 납치범들의 요구사항은 오키나와 현경찰 본부가 체포한 그들의 '스승' 이시미네 다카시를 22시30분까지 공항 활주로로 데려오는 것. 납치범들은 아이 셋을 인질로 잡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인질을 죽이겠다며 현경찰본부를 압박한다. 그런데 이 사건과 별개로 기내 화장실에서 승객 한명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태는 일변한다. 납치범들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승객 중 한명인 '자마미군'에게 조사를 맡기는데... <책표지인용>
사실 책겉표지에 등장한 위와 같은 설명은 내가 이 책을 읽게 할 만큼 충분히 흥미로웠다. 긴박한 상황, 수수께끼, 살인, 밀실, 납치 그래 어느것 하나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어느것 하나 모자랄 것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고개를 좌우로 정확히 3회정도 흔들게 만들었던 부분은 그들의 모임과 그들의 스승이라는 사람이다. 이들은 혹시 당신들 신흥종교집단이냐는 질문에 아니라는 대답을 하지만 독자인 나, 혹은 실제로 그런상황이 일어났을때 뉴스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신흥종교집단쯤으로 취급할 것이 자명하다. 남치범들 그리고 그가 구하고자 한 스승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선도하는 청소년 캠프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납치에 가담한 가키자키, 마카베, 무라카미 또한 이 청소년 캠프의 제자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스승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으로 누구든 그를 만나게 되면 그에게 감화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과연 이 스승이 대단한 사람인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스승이 가진 대단한 카리스마와 다른사람을 감화, 감동시키는 능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다만 스승은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다. 라고 소설은 우리에게 무작정 주입시킨다.
납치범 그들이 요구한 것은 스승인 이시미네의 석방이 아니라 그들이 요구한 시각에 공항 활주로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마치 영화 <올드보이>의 이우진이 왜 자신을 감금했느냐는 오대수의 질문에 왜 감금했느냐가 아니라 왜 15년을 감금했느냐를 생각하라는 대답과 같을 것이다. 이유는 다른곳에 있다. 그들이 비행기 납치를 행한 그날 그들의 스승을 데려오라 명한 22시30분 그곳은 사상유래없이 긴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날이다. 그들집단은 그날 그곳에서 달의 문이 열리리라 믿고 있다. 미지에 세계에 대한 동경일까? 그들은 그들의 스승만이 인간의 윤회를 넘어 온전히 깨끗한 재생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달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날 그곳으로 스승을 모셔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사실 이 소설에서 비춰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신흥종교집단이라 칭할만큼 공감이 가지않는다. 캐릭터들의 움직임 사상까지도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아주 많이 부족할 듯 싶다.
우연히 비행기 안에 탑승해 240여명의 인질에 속하게 된 자마미섬 티셔츠를 입고 있던 바람에 '자마미군'이라 불리게 된 '자마미군'은 납치범들의 요청에 따라 기내 화장실에서 발견된 시체에 관한 조사를 맡으며 납치범들의 수수께끼까지 풀어나간다. 만약 이야기의 촛점과 비중을 납치범들이 아닌 자마미군에게 확실히 실었더라면, 여행길 비행기에서 이상한 신흥종교 집단에게 납치당한 자마미군이 온전히 주인공 이었더라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런 불편함을 안겨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이 소설은 사건을 이리저리 비틀어 끝내 매듭을 지어 내 추리소설의 요소들을 충실히 갖추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추리라는 틀에 이리저리 맞추며 작가는 스스로 소설이라는 큰 틀을 망각 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달의 문> 그곳은 사건과 문제의 해결이 있었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긴장감, 그리고 사건과 캐릭터의 공감과 이해라는 소설의 큰 틀을 놓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