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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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강지영 작가의 <굿바이 파라디이스>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 그 자체였다. 언제 빌려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돈을 갚겠다고 친구에게 전화가 왔을때, 훼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고객님은 만번째 고객이라며 오늘 드실 음식값은 모두 무료입니다 라고 했을때, 아마도 이런 기분일 것 같다. 뜻밖에 행운.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모음집이다. <굿바이 파라디이스>라는 제목은 여느 단편모음집들이 그렇듯 10개의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다. 물론 여러가지 흥행성과 전체 소설을 관통하는 내용 등을 고려해 제목을 선정했겠지만,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을 붙힐 권한이 주어진다면 단연 시선 이라는 단편 제목을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사용 할 것이다.
이 책이 오롯이 표현하고자 한 내용은 분명 시선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의 시선, 너와 나의 시선, 인간과 동물의 시선,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시선, 죽은자와 산자의 시선, 진실을 모르는 자의 시선, 진실을 알고 있는 자의시선
그녀의 소설은 마치 세상에 주인공이지 않은 것들이 없는 듯 공평하게 각자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신세계와 같다.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핸드폰을 찾아 방안을 온통 휘졌는 나를 음흉하게 지켜보고 있는 핸드폰의 시선처럼 그녀의 시선은 무언가 음산하고, 알고 싶지 않지만 솔직하다.
그녀는 1924년생 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 거리들을 모아 재 탄생 시킨 것이라며 겸손을 떨지만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가 계신 나는 왜 그런 이야기를 생각해 본적도 없을까 라고 생각하면 그녀의 상상력과 스토리구성력은 가히 대단하다.
성전환 수술, 샴쌍둥이, 비밀섹스클럽, 사후세계, 동성연애, 장애인, 살인사건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가 않은 소재 임에도 그녀는 새로운 시선과 상상력으로 잘 다듬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스릴러 인가 하면 코믹이고, 환타지 인가 하면 호러다.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온 걸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들, 도대체 이런 무시무시한 스릴러를, 도대체 이런 낯뜨거운 섹스연출을 여자인 그녀가 어떻게 그려냈을까?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소설가 강지영 그녀는 소설가 공지영과 하필 이름이 똑같은 작가다. 심지어 그녀가 궁굼해 "강지영" 그녀의 이름 세글자를 검색하자 가수 카라의 "강지영"이 등장했다. 그래 그녀는 하필 카라의 강지영과 성까지 똑같은 신예 작가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던 그녀는 오래된 경력과 인기를 자랑 할만한 스타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출판사 광고 대행사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로 근무했던 경력이 고스란히 그녀의 글쓰기에 녹아 데뷔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작가라는게 의심이 갈 정도다. 그리고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켜 그녀의 팬이 되게 만들었다.
그녀는 더이상 하필 공지영과 이름이 같은 작가 이거나, 하필 카라의 강지영과 성까지 같은 작가가 아닌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강지영"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