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Shadow of Your Smile + CD (에세이 서적 + 음반)
난장뮤직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아니 당뇨가 무슨 감기야? 무슨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야? 라며 웬 사내가병원에서 큰 소리를 친다. 2007년 개봉한 우아한 세계에 주인공 인구(송강호)는기러기 아버지 이다.  기러기 아버지 인구는 비록 조직폭력배라는 직업을 가지고있지만 직업만 그러할 뿐 가족부양을 위한 열심은 다른 아버지들과 다를 것이 없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가장이다. 외로운 기러기 인구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결국 그는 병원을 찾는다. 오랜 시간 기다려 들어간 진료실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보지도 않는다. 인구의 증상을 들은 의사는 하얀 종이 위에 하얀 가운을 입은 그만이 알 수 있는 필기체 영어를 찍찍 갈겨 쓰고는 당뇨인 것 같다며 처방해줄 테니 나가란다. 의사에 불친절한 태도에 화가 난 인구는 아니 당뇨가 무슨 감기야? 무슨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야? 라며 큰 소리를 치고 소란을 피운다. 물론 의사의 행동은 인구 자신이 처한 처지에 대한 울분을 터트릴 단순한 계기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던 나는 전적으로 그 의사의 행동에 화가 났다. 나 또한 그런 일을 한두 번 당해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알고 싶은데,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하얀 가운을 입으신 의사 분들은 혼자만 끄적끄적 하고 처방전을 받아 가란다. 물론 모든 의사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속 그 의사의 태도에 인구도 나도 분명 화가 났다. 그런데 내가 그리고 인구가 하얀 가운을 입은 그의 끄적끄적 을 들여다 본들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소통에 대해 그리고 소통에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사와 조직폭력배인 인구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 질리 만무하다. 의사가 의학적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한들 과연 인구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의사는 적어도 의학적 설명을 의학에 문외한인구가 듣기에 편하게 해석해 주었어야 했다. 그것이 소통에 시도이고 소통의 노력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소통의 벽과 부딪힌다. 여자와 남자, 부모와 자식,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혹은 직업간에 혹은 사회 계층간에, 소통에 벽은 어디에든 존재했다. 여기 소통의 주제를 오롯이 노래 속에 담아낸 앨범이 있다. 바로 2001년 발매한 자우림 김윤아의 솔로 1집 <Shadow Of Your Smile> 이다
 

김윤아는 그룹 자우림의 메인 보컬이자 프로듀서나 다름없다. 자우림은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에서 “hey hey hey” 라는 곡을 불러 데뷔했고 같은 해 그들이 홍대클럽 에서 활동해오던 자작곡을 모아 이전에 사용하던 미운 오리 라는 이름을 버리고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의 자우림 이라 밴드명을 바꾸고 첫 번째 앨범 <Purple Heart>을 낸다. 이들의 등장은 밴드 문화를 재평가 받는데 일조 했으며, 이후 제2의 자우림, 제2의 김윤아들을 만들어 낼 정도로 대중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3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비정규 앨범을 낸 후, 그들은 각기 솔로 앨범을 발표해 팀이 해체 하는 것이 아니냐의 우려를 나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데뷔 12년째인 그룹 자우림은 2009년 현재도 여전히 자우림으로 남아있다. 

 

소통의 문제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절히 잘 다룬 그녀의 솔로 앨범 1집 <Shadow Of Your Smile>은 총 11곡의 신곡과 자우림 1집에 담겼던 곡을 재 해석해 실은 보너스트랙 3곡으로 이루어 졌다.  

1. Flow (작사 : 김윤아 / 작곡 : 김윤아)
2. 담(with piano) (김윤아 / 김윤아)
3. Tango of 2 (김윤아,방준석 / 김윤아)
4. Regrets (김윤아 / 김윤아)
5. 아이들은 (김윤아 / 김윤아)
6. Blue Christmas (김윤아 / 김윤아)
7. 가끔씩 (김윤아 / 김윤아) 8. City of Soul (김윤아 / 김윤아)
9. 블루 크리스마스 (김윤아 / 김윤아)
10. 담(with strings) (김윤아 / 김윤아)
11. 파랑새 (無名氏 / 無名氏, 김윤아)
12. 봄날은 간다 (김윤아 / Matsutoya Yumi) - Bonus Track
13. 마왕(for 魔王) (김윤아 / 김윤아) - Bonus Track
14. 파애(for 키르케) (김윤아 / 김윤아) - Bonus Track

<Shadow Of Your Smile>을 전체적으로 휘감고 있는 소통의 그늘이 유독 묻어나는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담” 이다. 이 곡은 연인과의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음을 섞고 몸을 섞은 연인이라 한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있을까? 노래 “담”에 등장하는 그녀 혹은 그는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진심을 나누지 못한 그들의 벽에 대해, 담에 대해 체념할 뿐이다. (가사)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당신에게 가 닿지 않아요. 내가 말하려 했던 것들을 당신이 들었더라면 당신이 말 할 수 없던 것들을 내가 알았더라면 이 곡은 연인과의 소통을 그렸지만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과도 큰 그림이 같다. 인간과 인간 서로의 내밀한 부분을 모두 까발려 보여주었다 생각해도, 인간은 누구나 그들 안에 무언가 소통하지 않으려는 담이 존재 하고 있다.

“Tango of 2” 에서는 또 다른 연인들의 소통의 가로막힘을 엿볼 수 있다. (가사) 나 언제부터인가 당신의 말을 잘 알 수가 없었어요. 또 내 맘 속의 생각을, 당신에게 모두 다 말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도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건만, 결국 서로에게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닌지 몰라요

“담, Tango of 2, Blue Christmas, 봄날은 간다, 파애” 등이 연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한다면 “아이들은 과 마왕은 이와 다른 소통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은 마치 동화와 같은 노래 이다. 김윤아 보이스의 특유의 양면성처럼 그 이전에 다른 곡 들에서 가슴이 찢어질 듯한 그녀의 보컬을 들려줬다면, 이 곡에서는 순수한 아이들과 같은 색깔을 보여준다. 또한 이 곡은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과 세상의 소통을 주제로 담고 있다. 착한 주인공이 언제나 승리하는 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현실과의 대립에서 좌절을 맛볼지 모른다는. 그리고 시련을 겪어야 어른이 되고 스스로를 괜찮다 괜찮다 라고 다독인다고 말이다. 우리 모두 현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자랐을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우위에 자리잡고 위협하며, 협상을 거부한 인질범처럼 우리를 끝없이 벽에 부딪히게 만든다.
 
“마왕” 은 신과 인간과 혹은 운명과 인간과의 소통을 노래 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랑 받을 수도 사랑 할 수도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들은 그들의 맑고 투명한 눈을 마왕에게 팔아 사랑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그들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신은, 운명은 그들의 소원을 외면한다. 신도, 운명은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아마 가장 힘든 소통의 문제가 어쩔 수 없음이지 않을까?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말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김윤아의 솔로1집에는 앨범과 함께 그녀의 에세이 집이 들어있다. 그녀의 에세이집 또한 그녀가 걸어 온 지난날에 삶에  소통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녀는 모든 소통은 실패를 가져다 주었다는 현실적인 노래를 가지고 그녀와 나의 거리를 그리고 그녀와 팬들의 거리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온전히 소통해 버린 것이다.

소통은 어쩌면 매정한 현실처럼 99%의 실패로 돌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김윤아 그녀가 소통의 벽을 허물고자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듯이 우리도 그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소통의 시도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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