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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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울었다.


엄마도 여자였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렇게 절실히 깨닫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모녀의 관계를 냉정히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내게 없었음을 깨닫는 시간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저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로만 살아왔다. 하지만 나한테서 엄마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흠칫 놀라는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모녀의 관계>속에는 부제처럼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다양한 모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를 내고 있는 모녀들의 관계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 보이는 모습들은 나와 엄마의 모습이 조금씩은 닮아 있었다. 가까운 만큼 사랑하는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저 서로를 상처 내면서 왜 그런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게 되었다.



서로를 홀로 서게 하는 적정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엄마는 엄마로, 딸은 딸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K-장녀들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엄마도 장녀였고 나 또한 장녀로 살았다. 가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부여받고 엄마의 정서적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저항이 필요한 법이다.



1.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 고쳐먹기


2. 다른 가족을 좀 더 믿고 일을 던지기


3. 거절하는 것 두려워하지 않기


4. 거짓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드디어 나와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을 만났다. 냉장고에 붙여 놓고 매일매일 보면서 엄마도 나도 서로에게서 자유로운 여성으로, 독립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길 첫걸음을 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은행나무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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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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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책 중에서 출판사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비틀스의 노래 NORWEGIAN WOOD를 직역하면 그때 당시 가장 흔했던 노르웨이산 가구가 책 제목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Wood를 작은 숲이라는 뜻도 있지만 노래 가사에선 분명히 가구에 불을 질렀다는 내용이니까.



처음 한국에서 번역되었을 땐 <노르웨이의 숲>으로 나왔었지만 판매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문학 사상사에서 <상실의 시대>로 제목을 바꿔서 재출간 되어서야 빛을 보게 된 책이다.



20대엔 야하다고 해서 <상실의 시대>로 읽었고, 지금 다시 읽게 된 <노르웨이의 숲>은 자살로 대표되는 상실에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기즈키의 자살, 하쓰미의 자살, 나오코 언니의 자살, 나오코의 자살로 이어져 있는 와타나베가 20대를 무사히 지나서 자살하지 않고 서른일곱 살이 된 것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설마 나오코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였을까?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함부르크 공항에 내리는 보잉 747기 안에서 비틀스의 Norwegian Wood가 흘러나오면서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처럼 와타나베는 19살로 돌아간다. 나오코가 좋아했던 노래를 듣게 되는 순간에.


과거의 나오코와 이별하고 미래의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막상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와타나베의 모습으로 끝이 나는 이 이야기를 상실과 허무로 대표되는 와타나베의 성장소설로 봐야 할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라는 죽음을 경험한 나오코와 암에 걸려 돌아가신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미도리의 상반된 태도에도 새삼스럽게 눈길이 갔다. 나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분명한 진실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기즈키와 나오코를 세상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주었던 와타나베의 청춘은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젊음을 불태우기 위해서? 아니면 친구의 자살로 인해 느낀 상실의 터널을 지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그렇게 성에 집중했던 것일까?



비틀스의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들으면서 집필했다는 하루키의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정말 오랜만에 비틀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 시간을 보냈다. 1988년에 서른일곱 살이었으니 2021년은 일흔 한살이 되어 있을 와타나베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p.s. 책을 부르는 책이다. <마의 산>, <위대한 개츠비>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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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
이기철 지음 / 문학사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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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항상 부러웠다. 평범한 일상이 시인의 눈을 통과하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일이 나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의 이야기들을 나는 좋아한다.


<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은 평범한 일상이 지겨워질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을 시와 시인의 말이 담긴 시집이다. 천여 편이 넘는 시들 중에서 쉰네 편을 골랐으니 어찌 아니 좋을까. 부제로 붙은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처럼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1부는 나비가 날아간 길을 알고 있다 2부는 바람의 손가락이 꽃잎을 만질 때 3부는 아침에 어린 나무에게 말 걸었다 4부는 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5부는 햇빛 한 쟁반의 행복으로 나눠져 있는 각 부의 제목은 그린 내처럼 사랑스러운 시구 같다.


따뜻한 책 / 이기철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지날 때

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

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줄게 내 위에 앉아라

우리 눈이 닿을 때까지 참고 기다린 글자들

말들이 마음의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것은

세계의 잠을 깨우는 언어의 발자국 소리다

엽록처럼 살아 있는 예지들이

책 밖으로 뛰어나와 불빛이 된다

글자들은 늘 신생을 꿈꾼다

마음의 쟁반에 담기는 한 알 비타민의 말들

책이라는 말이 세상을 가꾼다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받아들고 올 때 그 속에 있는 국어책 속에 들어 있는 시가 페이지를 떠나서 시인에게 걸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시인이 되려는 싹이 보이신 듯!


이 시를 읽고 이해인 수녀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신생을 꿈꾸는 글자들과 놀고 마음의 쟁반에는 비타민이 되는 말들을 담아 인간관계와 삶의 질을 높이는 영양 시가 되도록 독려하는 사람이 됩시다! 우리 모두 책으로 밥을 먹고 책으로 꿈꾸는 '책 사랑의 책 사람'이 되기로 해요.'라고. 시를 은유하는 솜씨가 두 분 다 너무너무 멋지시다. 책 사랑의 책 사람이 되어 보자. 책을 통해 긴 인생의 길을 외롭지 않게 걸어가자!!


서정시인 이기철 작가님은 분명 따뜻한 사람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을 테니까. 흔하게 지나쳐가는 많은 일상의 가치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계신다. 따뜻하고 보드랍고 자상하게 나의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는 시와 시인의 말속에 들어가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듯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층간 소음으로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쓴 숨구멍처럼 답답해질 때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어디든 펼쳐보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준다. 팍팍한 일상에 한소끔 이후의 힐링이 필요할 때 곁에 두고 읽어보면 좋겠다.


별꽃, 꽃망울, 풀잎, 약속, 엽서, 냇물, 함초롬, 넝쿨장미, 송사리, 패랭이꽃 등등 어른이 되고 난 후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들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정시의 대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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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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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회색 인간>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 김동식이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모두 공개한 작법서가 나타났다. 김동식 표 초단편 소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그의 초단편 소설 쓰기 비법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초단편 소설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김동식 작가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초단편은 단편보다 더 짧은 소설을 말한다. 단편은 보통 200자 원고지 80매 분량이고 초단편은 20~30매 사이의 글이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김동식 작가는 가볍게 시작해도 된다고, 짧으니까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에 딱 맞는 작법서가 아닐까 싶다. 핸드폰으로 글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짧은 이동시간에 짬을 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아침 드라마의 주특기인 질질 끌기에 진저리를 쳐 본 사람이라면 김동식 작가의 글들을 추천하고 싶다.


김동식 작가도 중요한 장면에서 '다음 이 시간에'가 나오는 것을 싫어해서 매회 완결성을 띤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쓰기 전, 쓰는 중, 다 쓴 후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보를 검색하고 주제를 찾고 내 글을 읽을 독자를 상상하고 캐릭터를 설정하고 합리적인 전개가 가능하도록 읽는 속도와 거의 비슷하게 한 호흡에 읽힐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글을 쓰고 읽어보기. 가장 좋은 힌트가 아닐까 싶다.


쓰는 중에서는 착상하고 살을 붙이고 결말내기의 3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반전을 어떻게 숨길지 제목 짓는 법과 등장인물들의 이름 짓는 법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차례대로 그대로만 따라 하면 정말 초단편 글이 완성될 것 같다.


다 쓴 후에서는 버린 이야기 써먹는 방법과 이야기가 맘에 안 들 때와 퇴고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퇴고하는 법인 것 같다. 초단편에서는 퇴고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럴 시간에 다른 초단편을 쓰라는 것, 즐겁게 쓰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작가들은 퇴고를 하면 할수록 좋다고 하던데 완벽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초단편이니까 손을 대면 될수록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일까?


작가의 작법서 대로 한번 따라서 글을 써봐야겠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상상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종이에 활자로 만들어내봐야겠다. 작가의 말대로 초단편 쓰기는 재미있을 것 같다. 돈이 거의 안 들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부캐(부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글쓰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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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대넓얕 1 : 권력의 탄생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생각을 넓혀 주는 어린이 교양 도서
채사장.마케마케 지음,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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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서 만났던 채사장의 지식을 모아서 나온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편>을 읽고 한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었다. 어른이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다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어린이를 위한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권력의 탄생>이 만화로 나왔다. 어린이가 읽기엔 너무 어려운 내용들은 아닐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건 나의 지나친 기우였다.


요즘 학습만화들이 누리는 인기를 보면 어린이에게 친숙한 형식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에서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이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채사장이니까 가능하리라. 세계를 보는 눈을 뜨기 위해선 국한된 교과서 속 지식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을 골고루 공부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식을 넓혀 지혜를 가진 어린이들이 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


1권 권력의 탄생엔 쪼랩신 '알파'와 인간인 '오메가'가 등장한다. 상위신으로 진급하기 위한 경험치를 쌓기 위해 지구로 온 쪼랩신 알파와 인간 오메가는 친구가 되고 사냥하면서 서로 나눠먹는 평화와 평등한 날들을 보내다가 농업혁명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된 인간들 사이에서 권력을 갖게 된 오메가는 자신이 신이라고 자처하게 된다. 진짜 쪼랩신 알파는 억울하지만 평등하던 원시사회를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만든 권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성장하게 된다.


생산수단을 누가 얼마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권력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이야기되고 있고 각 장마다 핵심노트와 마스터의 보고서, Break time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핵심 요약정리까지 다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로 특별부록으로 들어있는 '보드게임 판'이었다. 주사위를 굴려서 도착하는 칸마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 순이 아닌 인류 변천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한 눈에 쫙 훑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인류는 문명을 발생시킨 이후로 수많은 인물과 국가들이 번영과 쇠퇴를 거치면서 지금의 사회와 체계를 만들어냈다. <채사장의 지대넓얕 1 권력의 탄생>을 통해 인류의 등장부터 근대 자본주의까지 굵직굵직한 흐름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전작들의 내용이 적다고 할 수 없는데 다음에 나올 <채사장의 지대넓얕 2권>은 어떤 이야기와 그림을 가지고 나올지 기대된다. 미래에서 만나요!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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