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
이기철 지음 / 문학사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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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항상 부러웠다. 평범한 일상이 시인의 눈을 통과하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일이 나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의 이야기들을 나는 좋아한다.


<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은 평범한 일상이 지겨워질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을 시와 시인의 말이 담긴 시집이다. 천여 편이 넘는 시들 중에서 쉰네 편을 골랐으니 어찌 아니 좋을까. 부제로 붙은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처럼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1부는 나비가 날아간 길을 알고 있다 2부는 바람의 손가락이 꽃잎을 만질 때 3부는 아침에 어린 나무에게 말 걸었다 4부는 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5부는 햇빛 한 쟁반의 행복으로 나눠져 있는 각 부의 제목은 그린 내처럼 사랑스러운 시구 같다.


따뜻한 책 / 이기철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지날 때

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

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줄게 내 위에 앉아라

우리 눈이 닿을 때까지 참고 기다린 글자들

말들이 마음의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것은

세계의 잠을 깨우는 언어의 발자국 소리다

엽록처럼 살아 있는 예지들이

책 밖으로 뛰어나와 불빛이 된다

글자들은 늘 신생을 꿈꾼다

마음의 쟁반에 담기는 한 알 비타민의 말들

책이라는 말이 세상을 가꾼다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받아들고 올 때 그 속에 있는 국어책 속에 들어 있는 시가 페이지를 떠나서 시인에게 걸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시인이 되려는 싹이 보이신 듯!


이 시를 읽고 이해인 수녀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신생을 꿈꾸는 글자들과 놀고 마음의 쟁반에는 비타민이 되는 말들을 담아 인간관계와 삶의 질을 높이는 영양 시가 되도록 독려하는 사람이 됩시다! 우리 모두 책으로 밥을 먹고 책으로 꿈꾸는 '책 사랑의 책 사람'이 되기로 해요.'라고. 시를 은유하는 솜씨가 두 분 다 너무너무 멋지시다. 책 사랑의 책 사람이 되어 보자. 책을 통해 긴 인생의 길을 외롭지 않게 걸어가자!!


서정시인 이기철 작가님은 분명 따뜻한 사람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을 테니까. 흔하게 지나쳐가는 많은 일상의 가치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계신다. 따뜻하고 보드랍고 자상하게 나의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는 시와 시인의 말속에 들어가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듯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층간 소음으로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쓴 숨구멍처럼 답답해질 때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어디든 펼쳐보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준다. 팍팍한 일상에 한소끔 이후의 힐링이 필요할 때 곁에 두고 읽어보면 좋겠다.


별꽃, 꽃망울, 풀잎, 약속, 엽서, 냇물, 함초롬, 넝쿨장미, 송사리, 패랭이꽃 등등 어른이 되고 난 후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들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정시의 대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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