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다시 살다 - 오래된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인 생각들
최유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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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구 밀집도 OECD국가 1위. 그런데 연간 출생 신고 0건인 지역이 41곳이나 있다.“ 지금 우리가 오래된 도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인구, 자원 불균형, 경제 격차 문제. 도시 재생과 로컬에서 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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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다시 살다 - 오래된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인 생각들
최유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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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십 년 세월을 살았지만 출생 이후 도시에서만 살았다. 도시도 인구 100만이 넘은 대도시에서만 살았기에 도시의 변화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며 자랐고, 지금도 '천만 도시'에서 살고 있다. '내 나라 내 땅'이니 당연히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일까? 수십 년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이다. 이 책 『도시, 다시 살다』는 좋은 도시는 어떤 도시이고, 어떻게 변화를 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알맞은 내용이다.

한 곳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사'를 한다. 특히 인생의 큰 변환점을 맞는 시기에 보통 '이사'를 하게 된다. 진학, 취업, 결혼, 직장, 퇴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사를 할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퇴직 후 또는 노년 생활을 보낼 곳으로 대개 '고향'을 찾는다. 또는 더 일찍 고향에서 삶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혹은 2세가 고향을 찾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돌아가는 고향이 어떤 도시였으면 좋을까. 고향에서 살고 싶다는 분들은 대부분 한 번쯤은 변화된 고향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직접 다니기도 한다. 떠난 사람이 돌아오고 싶은 도시는 어떻게 변화되면 좋을까?

 


 

이 책의 저자 최유진은 도시행정학 박사이고, 현재 강남대학교 공공인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도시 전문가'다. 그가 내놓은 좋은 도시를 위한 세 가지 제안을 보면 그가 말하는 좋은 도시의 조건을 알 수 있다. 첫째,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둘째, 공간을 살려야 한다. 셋째, 도시의 새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1장에서 이 ‘공동체’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선언하는 ‘공동체가 살아나면 : 아미시 이야기’로 문을 열고, “왜 우리의 공동체는 파괴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염’과 ‘산업의 전환’ 그리고 ‘도시 개발’을 차례대로 다룬다. 공동체가 파괴된 도시의 모습과 함께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고민과 희망적인 생각도 담아 독자들이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한다. 두 번째로 살려야 할 것은 ‘공간’이다. 도시는 ‘공간의 집합체’이다. 그동안 구도심, 신도심 할 것없이 수많은 공간이 만들어져 주인을 찾았고, 다양한 기능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건물과 장소 중에 ‘나’를 위한 공간은 찾기 힘들다. 심지어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자는 ‘고향을 떠나려고만 한다고 청소년과 청년을 타박하기 전에 기성세대가 만든 공간들을 찬찬히 관찰해 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도시개발협회인 어반 랜드 인스티튜트(ULI, Urban Land Institute)는 ‘공공 소유의 공간만 주민에게 제대로 돌려줘도 도시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주민들이 잘 활용하던 회관이나 센터를 ‘확장 이전’ 한다는 명목으로 외곽으로 내몰거나 비싼 임대료를 받으며 문턱을 높여 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유지의 약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도시로는 절대로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서울ㆍ경기 수도권은 연일 임대료가 치솟고 집이 없어 난리다. 반면 지방 소도시들은 ‘출생 신고만 해도 지원금을 주겠다’며 인구 유치에 열을 올린다. 2018년에 발표된 정부 통계를 보면 연간 출생 신고가 0건인 지역이 41곳이나 된다고 한다. 사람 수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인구 고령화도 큰 문제다. 변화가 없고, 재미가 없고, 먹고 살 일이 없으니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던 노년층만 남았다. 사람이 떠나고 덩그러니 남은 빈집, 버려진 공간, 버려진 땅은 황폐해진 채로 방치된다.

도시 재생과 공간 업사이클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한 번 떠난 사람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란, 처음 마음을 얻기보다 몇 배는 어려운 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는 계획되고, 성장하고, 쇠퇴한다. 우리나라의 도시들 중 많은 수가 초기 계획된 역할을 수행하고 쇠퇴기에 들어서 있다. 쇠퇴기에 들어선 도시는 인구 유출, 환경오염, 지역 불균형, 빈집 문제 등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끌어안게 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도시 쇠퇴 문제를 겪었던 나라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도시 재생’ ‘로컬 문화’ 등으로 정의되는 다양한 사례를 얻게 되었다. 근 몇 년간 영상과 기사로 자주 노출된 독일, 영국,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도시 재생 성공 사례들을 안내한다.

 


 

2장에서는 도시의 ‘공간’에 다룬다. 주민이 주인이 되어 운영되는 좋은 공간들의 사례를 여럿 담아, 사람이 돌아오는 도시에는 어떤 공간이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세 번째로 살려야 할 것은 ‘콘텐츠’다. 공동체가 회복되고, 주민에게 공간이 주어지면, 이제는 이 도시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저자는 ‘가치’라고 답한다.

3장은 도시에 필요한 진짜 콘텐츠인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도시의 기획자 역할을 하는 동네 책방, 역사적 가치를 찾아 떠나는 군산 여행, 두레 피디와 함께하는 일상 속 즐거운 여행, 로컬 푸드와 소셜 믹스까지 가치 충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맨 마지막 소재인 ‘사회 주택과 소셜 믹스’에 대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저자는 집은 거래를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으로 재정의되어야만 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그렇게 계획되고 운영되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한다.

 


 

“이제 우리에게도 ‘다른 도시 계획’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도시 재생과 지역 혁신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도시들이 처한 문제를 진단하고, 오래된 도시가 가진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와 국내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 안의 공동체가 어떻게 상생의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가치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고 인간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도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더 우선으로 하기에 건축물을 중심으로, 경제성을 중심으로 도시 재생을 이야기했던 기존 책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여전히 사람으로 넘쳐나고, 집과 일자리가 부족해 다투고, 몇몇 사람이 경제와 이권을 독점하여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이 생겨나고, 관계가 단절되어 이웃이 사라져도 모르는. 그런 도시에 살고 싶은가, 아니면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살려 원하는 일을 하며, 지역 주민과 행정, 기업, 나아가 자연과 환경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도시에 살고 싶은가. 사람들의 대답은 명확할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내가 살고 싶은 도시, 내가 살고 싶은 지역 공동체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자고 권한다. 그리고 그 그림을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자고 독려한다. 개발도상 시대의 도시와 지금의 도시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리고 그 다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체는 정치인도, 행정가도, 학자도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 바로 우리다. 젊은 도시학자와 함께 하는 ‘좋은 도시’를 찾는 여정에, 독자들의 동행을 권한다.

 

저자 : 최유진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에서 도시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 현재 강남대학교 공공인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도시정책 , 지방자치 , 사회적경제 등이며 최근 주요 논문으로는 “사회적 경제 증진 조례의 협동조합 활성화 효과 : 공간회귀모형의 활용”(2017), “시어메니티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분석 : 우리나라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2017), “사회적 기업의 지역 내 확산 요인 분석”(2016)등이 있고 『지방자치의 이해』(2015), 『R을 활용한 계량분석 강의노트』(2017), 『도시, 다시 기회를 말하다 : 쇠퇴하는 도시의 일곱가지 난제 풀이』 등 의 저서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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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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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계절로는 딱 이맘때쯤 읽어야 제맛일 것 같다. 물론 겨울 풍경 예찬이나 침묵 속의 얼어붙은 겨울을 묘사하는 책은 아니다. 겨울 예찬도 아니고, 그렇다고 겨울 나기에 대한 책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의 원제 '윈터링'임은 틀림없다. 우리말로 마땅치 않아 번역이나 편집 과정에서 대체 말로 사용한 것 같다. 윈터링은 '겨울나기'라는 뜻 이외에 은유적으로 사용될 경우 우리 삶을 사계절로 비유할 때나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 캐서린 메이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 회고록이다.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남편의 맹장염,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거푸 닥쳐온 시련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이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직감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동면의 시기, 윈터링(WINTERING)에 대한 지적이고도 서정적인 사색의 풍경을 함께 걷다보면 겨울을 견디는 소중한 지혜와 마주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묘사, 정제된 문장은 독자들이 맛볼 수 있는 덤이다.

 


 

이 책은 “정직하고 정확한 언어로 풍경의 감각, 아름다움, 잠재된 힘을 포착하는 책”(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겨울의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 아니라 현실에 관한 책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채고, 그것을 살아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자연의 세계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생존해나간다. 어떤 때는 지방을 축적하고, 무성한 잎으로 자신을 단장하고, 풍부한 꿀을 만들며 번성하고, 어떤 때에는 살기 위해서 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상태로 축소된다. 자연은 여기에 분노하는 법이 없다.

언젠가 다시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모든 것이 회복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자연은 순환적으로, 되풀이해서, 영원히 겨울나기를 한다. 식물들과 동물들에게 겨울은 감당해야 할 임무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다. 「에필로그」에 담긴 말이다. "겨울나기를 더 잘 하려면 우리는 시간에 대한 개념부터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삶이 직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시간은 순환적이다"며 "우리의 현재가 과거가 되고, 우리의 미래가 언젠가는 현재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 없는 불행이 연이어 자신에게 닥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를 향한 비극적 사건이 잇달아 벌어진다면? 남편의 수술 이후 메이는 원인불명의 건강문제로 인한 실직, 아이의 등교 거부 등 평온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한걸음 물러나 자신이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음을 직시하며 그 시기를 온전히 삶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윈터링(wintering)’, 즉 ‘겨울나기’라고 명명하고 겨울의 의미를 탐구한다.

메이는 핀란드인 친구를 만나 겨울을 나는 북유럽인들의 지혜를 듣고 직접 핀란드에 방문해본다. 동화책과 소설에 파묻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겨울의 의미를 자문하는가 하면, 찬물 수영으로 조울증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겨울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냉기에도 회복과 치유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동면을 하는 겨울잠쥐(dormouse)를 관찰하며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자신에게 잠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고, 겨울에는 잎을 떨구고 완전히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가 실은 내년 봄을 위한 잎눈을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듯 이 책은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사람·동화·자연·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끝없이 계속되는 불변의 전성기를 꿈꾸지만 그런 인생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메이는 말한다. 겨울은 혹독하지만 우리에게 뜻밖의 이로움을 주는 계절이며, 그렇기에 바로 ‘윈터링’이 의미 있는 행위이다. 그런데 메이는 어떤 겨울은 유독 불공평하며,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는 것을 발견한다. 바로 여성들이 겪는 겨울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남성의 목소리가 결코 받지 않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성이 너무 부드럽게 말하면 친절한 생쥐 취급을 받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이면 앙칼지다고 욕을 먹는다. 마거릿 대처가 정치 인생을 시작할 때 권위를 내보이기 위해 웅변 수업을 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녀의 목소리는 국가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공포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가부장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대신 말의 힘으로 그 체제를 사로잡아야 했다."(p.292~293)

메이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더 가혹하고 많은 짐을 부과한다고, 즉 여성은 이 세상을 조금 더 ‘겨울’처럼 느낀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난 뒤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 곧바로 직장으로 복귀했던 자신의 경험, 남성들의 소유가 되기를 거부한 결과 결국 죽음을 맞게 된 성녀 루시아의 이야기, 죽은 뒤에도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던 실비아 플라스의 일화까지, 메이는 여성 앞에 펼쳐진 겨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며 이 세상에서 온전히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출간되어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며 팬데믹의 시대는 일단락된 듯싶었다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감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엄혹한 현실에서 아직 우리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하다. 또 코로나가 아니라도 인생의 겨울은 우리에게 닥쳐오고, 우리는 그 날들을 충실히 살아낼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겨울이 오는 것을 부정한다. 우울을 말하면 모두가 외면하고, 항상 전진하는 자세가 대우받는다. 그러나 이 책은 주장한다. 때로는 후퇴가 필요하다고.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가 있으며, 따뜻한 여름이 가치 있는 만큼 추운 겨울도 그 쓸모가 있는 법이라고. 메이는 쓴다. “이런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인데도 그것을 부인함으로써 우리가 괴물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다고. 그러면서 우리 앞에 놓인 겨울을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통과할 것을, 그리하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해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을 말하고 있다.

 


 

무자비할 정도로 분주히 돌아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겨울의 도래를 영원히 뒤로 미뤄두려고 한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려고도 하지 않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헤집어놓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살아낼지는 선택할 수 있다. 이같은 소중한 교훈은 우리는 자연, 특히 겨울을 지내면서 얻어낼 수 있다는 영감을 주는 책이다. 독자는 이 책의 영감을 통해 내년에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충족됨을 느꼈다. 코로나 정국의 우리 현실에서 차분히 읽어내려가면 많은 교훈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읽은 독자로서 독자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 : 캐서린 메이(KATHERINE MAY)

영국 위트스터블의 바닷가 마을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글을 써왔다.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10만 부가 팔렸고, 미셸 오바마의 책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으로,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며 그 시기를 지나는 태도를 담담하고도 투명한 언어로 그린다. 남편의 맹장염,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동화·자연·예술가들의 생애·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이 매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외에도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전기(THE ELECTRICITY OF EVERY LIVING THING)』, 『위트스터블 하이 타이드 스위밍 클럽(THE WHITSTABLE HIGH TIDE SWIMMING CLUB)』, 『52가지의 유혹(THE 52 SEDUCTIONS)』, 『버닝 아웃(BURNING OUT)』, 『유령과 그 사용법(GHOSTS AND THEIR USES)』 등의 책을 썼다. 《더타임스》, 《옵서버》 등 유수의 언론에 논평 및 에세이를 기고하며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

 

역자 : 이유진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우리가 밤에 본 것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격성, 인간의 재능』, 『섹스하는 삶』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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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 프랑스 노철학자가 전하는 삶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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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철학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랜 사색이 담겨 있다. “내 삶이 단 한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면, 나는 죽음에 대항하는 방편으로 글쓰기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것은 보잘것없고 불완전한 술책입니다. 하지만 비효율적이거나 완전히 무기력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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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 프랑스 노철학자가 전하는 삶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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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볼 때가 있다. 그것은 생각 시점에서 앞으로의 삶을 더 잘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답을 구하지 못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은 제목처럼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살아 있는 동안의 문제이기도 하다. 죽음은 살아 있는 동안 가장 큰 무게의 생각이고, 과제이기도 하다. 삶을 밝힌다는 철학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삶을 전제로 한다는 기본 명제가 성립된다. 살아 있는 동안 가장 잘살기 위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죽음도 삶의 한 명제에 해당된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마 죽음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해본 사람은 철학자들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완전한 행복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많은 지식을 욕망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해질 거라 믿음 또한 잘못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로제 폴 드루아는 완전한 행복을 가질 수도 없고, 모든 것을 알 수도 없는 무지한 존재지만, 그것이 절망적이거나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무지함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견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자신의 삶을 '마지막 1시간'까지 끌고 간다. 프랑스 노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는 무심코 지나치던 1초마저도 의미 있고 소중해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모든 인생을 통틀어 수많은 근심과 속박에서 벗어난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며, 그때야 비로소 인생을 마주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의 한계,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한 걸음 떨어져서 삶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인생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비록 삶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더라도,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더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삶을 선택해야 하며, 삶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에 대해, 행복에 대해,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오랜 사색과 성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그의 글은, 사색이나 성찰의 시간 없이 무심하게 습관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저자는 스스로 질문한다.

우리는 왜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할까?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삶을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점을 도출해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삶이 한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해보자. 세상에 대한 시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동안 집착하던 모든 욕망, 불안, 근심은 무의미해진다. 독자들도 한 번 시도해보라. "나에게 삶이 한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가족들과 보내겠다고 대답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마지막 산책을 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한 시간 동안 글을 쓰겠다고 답한다. 자신의 존재는 한 시간 뒤에 사라질지라도 자신의 글은 계속 남아서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죽음 앞에 굴복하고 무릎을 꿇기보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으라고 말한다. 한 시간 뒤, 아니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 무기력해지기보다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남길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새로운 시선과 마음가짐으로 볼 수 있게 될 거라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저자는 질문한다. “자신의 겪었던 삶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또다시 삶을 선택하겠습니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저자의 동료 중 대부분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다시 한번 기꺼이 삶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삶의 무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바로 코앞에 있어도, 새로운 삶에서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 삶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는 것이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는 본능적인 마음처럼 인간적인 유대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저자의 답변이 정답이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훌륭한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결코 고갈되지도 바닥을 드러내지도 않은 샘물과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기꺼이 두 번째 삶을 택할 것입니다.

세 번째 삶도 기꺼이 택할 것입니다.

네 번째 삶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수없이 많은 무한한 존재를 선택하겠습니다.

내가 겪었던 것과 같은 모든 존재들을 다시 겪겠습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살아간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탐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적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삶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지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녹슬지 않는 욕망을 마음에 품은 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은 끊임없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한계를 이야기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삶을 선택해야 하며, 삶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렇듯 이 책은 비록 삶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고 해도, 분노하고 좌절하기보다 그 시간을 소중하고 충실하게 보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노철학자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삶의 목표와 본질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과 고뇌를 거듭하게 된다. 생각하고, 반발하고, 동의하고, 공감하고, 고뇌하고, 부정하고, 깊이 감명 받고, 혼란스럽다가 결국은 맑고 깊은 영혼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생각을 거듭하면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쓰였다. 그것은 삶에의 희망이다. 그것이 우리 삶의 에너지가 된다.

 


 

저자 : 로제 폴 드루아(ROGER-POL DROIT)

삶과 죽음의 의미,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 1949년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제철학학교의 교수를 역임하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파리정치대학 등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1972년부터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 〈르몽드〉에서 철학평론을 쓰는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 시사주간지 〈르푸앵〉와 경제일간지 〈레제코〉 등에도 기고했다. 40여 편의 저서를 발표했으며, 그중 여러 권이 전 세계에 소개되며 베스트셀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으로는 《일상에서 철학하기》, 《위대한 생각과의 만남》, 《처음 시작하는 철학》, 《사물들과 철학하기》,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등이 있다.

 

역자 : 최린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후 뜻하지 않은 계기로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유학 생활을 했다. 파리 10대학 에서 지정학DEA(박사준비과정) 학위를 받았으며 마른라발레대학 유럽연합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번역을 하며 출판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기획과 편집, 번역을 하며 지금까지 출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인문과 심리, 마음을 치유하는 도서들, 지리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 『리얼 노르딕 리빙』, 『프랑스 엄마 수업』, 『매일 조금씩 자신감 수업』, 『당신의 무기는 무엇인가』, 『지정학: 지금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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