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주식이다 - 2030 미래 성장 가치주 발굴 기법
이상우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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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식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지는 서점에 한 번 가보면 금세 느낄 수 있다. 전문서적부터 초보용 교육용 서적까지 책꽂이 한 면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빽빽하게 꽂혀 있다. 대형 서점뿐만 아니라 동네 서점도 주식 책 수십 권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부동산으로 가던 돈까지 전부 주식으로 몰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의 양으로 봐서 그렇다는 얘기다. 독자는 주식 완전 초보다 용어도 뉴스에 자주 나오는 용어 빼고는 잘 알지 못한다. 직장 생활만 하다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되자 주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나 적성과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원래 숫자에 굉장히 약한 독자로서는 주식과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소일 겸 노후 적은 돈으로 주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 완전 포기할 수도 없어 기회 있을 때마다 공부를 겸해 주식 책을 한 권씩 읽긴 한다. 물론 경제신문에서도 주식 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게 최근의 일이다. 이 책 『이것이 진짜 주식이다』도 우연히 '미래 성장 가치주'란 말에 얼른 선택한 책이다. 앞으로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래 성장 가치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종목별 이해를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완전 이해는 어려웠다. 계속 곁에 두고 수시로 공부를 더하고 싶은 책이다. 독자처럼 초보에게는 좀 벅찬 책임을 인정한다.

 


 

이 책의 이상우 저자는 『주식차트 절대비기 300선!』의 저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차트 전문서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 분이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 목록에서 자주 봤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매도와 세력을 이기는 진짜 주식의 세계를 소개한다. 팬데믹 이후 변화한 투자 패러다임에 대한 탁월한 인사이트와 함께 가치주와 성장주의 차이와 매매 타이밍을 명확히 제시하고, 중장기 투자와 함께 단기 투자를 병행해야 할 명분과 실패하지 않는15/60 단기 투자 기법까지 공개한다. 주식을 조금만 아는 분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흔들리는 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단언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짜 주식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 투자자의 멘탈 관리부터 흔히 반대로 알고 있던 호가창 분석하기, 필수 지표 해석 등 단단한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또한 실전편에서는 총 28가지 핵심 매매기법을 선보인다. 성장주 매매기법 10가지, 가치주 매매기법 10가지, 종합 매매기법 8가지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을 보유한 대한민국에 찾아올 투자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리라 생각된다. 특히 마지막 부록에는 2030년까지 유망한 14개 섹터의 전망과 분석, 각 유망 섹터에 속하는 종목을 소개해 투자 종목 선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의 투자론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한 달 만에 20kg 감량을 목표로 세운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성적이 하위권인데 방학 때 공부해서 전교 1등을 하겠다면 이 역시 실패한다. 작심삼일의 원인은 무리한 목표 설정이다. 그런데 유독 투자의 세계에서 초보 투자자들은 대박의 신화를 좇는다. 투자는 인생 역전의 행운이 아니다. 투자는 꾸준한 삶이자 현실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기본 원칙과 투자 개념에 충실하지 않은 '대박' '일확천금'을 바라는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이라 일컬어지는 투자전문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을 인용해 투자 주의 사항을 말한다.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빨리 가난해지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다. 그것은 빨리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걷는 것을 배우기 전에는 뛸 수 없다. 그런데 제대로 걷지 못하는 투자가가 뛰는 일이 벌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증시의 격변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십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며 많은 이가 뛰어들었고 큰 수익을 냈다. 하지만 기회의 시기는 지났다. 이제 투자자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꾸준히 투자하며 수익을 모아 더 큰 도약을 하거나, 부족한 실력으로 흔들리다가 다음 기회가 올 십 년을 버티지 못하고 주식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폭락과 반등이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평생에 몇 번 겪기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횡보하거나 조정을 받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횡보나 조정, 공매도가 재개된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기반은 탄탄한 기본기다. 신규 진입한 투자자는 MTS로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잃지 않는 투자의 핵심이 되는 거래량을 비롯한 핵심 지표에 둔감한 경우가 많다. 어떤 이들은 기업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일시적인 등락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장기투자일 경우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돈이 들어올 때는 누구나 여유로울 수 있다. 투자한 종목의 하락으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며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경험을 하면 투자자의 멘탈은 흔들리며 그동안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주식에 대한 지식이 흔들리는 걸 경험할 수밖에 없다. 진짜 실력과 투자자의 멘탈은 강세장이 아닌 횡보와 조정장에서 드러난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 워런 버핏

 


 

저자의 경게의 조언은 계속된다. 투자에 대한 확신이 있고 투자 철학이 정립돼 있다면, 단기 투자와 중장기 투자를 적재적소에 구사할 줄 알고 성장주와 가치주의 매매 타이밍을 알고 있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쩍 주가를 자주 살피고 마이너스가 계속되는 계좌에 온 신경이 쏠린다면 진짜 주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저자는 단언한다. 진짜 주식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은 가짜다. 기본이 단단해야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굳게 설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주식이다’라는 선언적인 제목의 배경에는 이처럼 확실한 주식 실력을 정립하기 위한 멘탈 관리부터 기본기, 실전 매매기법과 유망 섹터의 전망과 해당 종목까지 거의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수동적인 투자자가 수익을 유지하고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는 주식시장은 전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자신이 종목 분석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은 스스로가 분석한 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 정도로 참고하고, 믿을만한 분석을 접했다면 틀림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p.368)

 

주식으로 투기하는 이들은 대부분 매매에 중독돼 있다. 현금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 것도 매매 중독 현상이다. 특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든지 팔든지 어떻게든 매매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는 경우에는 수시로 호가창을 보느라 일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p.369)

 


 

매매 기법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성장주에 대해 제대로 짚어낸 책은 드물다. 제조업과 수출 기반의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화학 등은 대표적 가치주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자율주행, 이차전지 등의 부각으로 자동차, 화학은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전환했다. 성장주가 다시 가치주로 회귀하는 건 기술이 일반화되어 각 가정에 보급되는 시점이다. 3차 산업혁명의 인터넷 혁신이 인터넷 보급으로 보편 기술이 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이 다른 투자서와 차별화된 건 변화한 투자세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기본기를 다져주며 당장 적용 가능한 성장주 매매법, 가치주 매매법, 종합 매매법을 친절하고 쉽게 알려준다는 데 있다. 또한 끝없이 우상향하던 미국 주식의 성장세를 이어받을 다음 주자가 왜 대한민국인지를 짚고 있다. 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한다면 진짜 주식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유독 강하게 상승한 이유는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성장하고 있는 탑티어(top-tier: 일류) 기업이 한국에 많기 때문이다. 성장이 가파른 산업마다 국내 기업이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경쟁우위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으로, 지난 10년간 미국 기술주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도 같은 논리다. 이런 기업의 주가가 여전히 꺾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지닌 기술과 플랫폼 장벽이 앞으로도 유효하다는 뜻이다.(p.165)

 


 

저자 : 이상우

 

주식은 끝이 없는 훈련이며 겸손하고 꾸준해야만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유튜브를 통한 주식 강의를 시작했다. 이상그룹의 설립자이자 주식 유튜버로서 구독자 65만 명, 누적 조회수 7천3백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명쾌하고 쉬운 주식 강의를 바탕으로 온라인 주식학교 투공을 설립해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이 실수를 줄이고 잃지 않는 투자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증권사 출신의 전문가로서 18년 넘게 실제 투자 현장을 누볐다. 그동안 투자자의 심리가 고스란히 투영되는 주식 차트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투자의 길을 찾지 못하는 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등대가 되어 주었다. 투자에 있어 무엇보다 심리가 중요함을 간파한 심리매매, 시장 변화와 흐름을 읽는 시나리오 매매, 단기 변동성을 활용하는 차트 매매의 깊이 있는 영역을 개척했다. 한 가지 매매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분석 툴을 활용하여 변화하는 투자 패러다임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투자 방법을 전하고 있다. 투자자산운용사, 증권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선물거래상담사, AFPK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이상하게 쉬운 주식』, 『주식투자 끝장내기』, 『주식차트 절대비기 300선』, 『투자노트』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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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고 행복해졌다 - 나를 조종하는 '뇌의 기능'을 깨닫자 '행복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양은우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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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고 행복해졌다』의 저자 양은우는 국가 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브레인 트레이너란 두뇌기능 및 두뇌 특성평가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두뇌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도할 수 있는 두뇌훈련전문가를 말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관련 협회에 따르면 브레인 트레이너는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공인된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이다. 정부는 1998년 뇌연구 촉진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뇌연구에 박차를 가하였고, 뇌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적 자각과 두뇌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교육, 문화, 경제, 게임,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뇌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확장되고 있고 그에 따라 두뇌 계발 및 활용에 대한 전문가의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공교육을 비롯한 시,군,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생교육, 기업체 및 공공기관 연수교육 등에서 그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브레인 트레이너는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격으로, 두뇌 훈련 및 활용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실전 경험을 갖춘 전문가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이고, 인간관계, 사고력을 비롯한 두뇌 효율 등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뇌에 대한 모든 것’을 녈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알게 모르게 뇌의 지배를 받고 있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뇌의 기능과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다. 확실한 것은 뇌를 알면 알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국가 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자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낸 저자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근본이 되는 뇌를 이해하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고민에 대해서 저자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뇌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뇌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뇌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일의 성과에 밀접하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며 문제의 해답을 찾도록 해 준다. 또 뇌를 가치 있게 활용해 삶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비법까지 알려 준다. 이렇게 뇌과학을 알고 나면 폭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 또한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보통 모든 일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쉽게 말하지만, 실상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우울하고 낙심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인간의 삶이다. 결국 뇌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삶의 여정이 탄탄대로가 되기도 하고 구불구불한 협곡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 계획한 일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자기 자신을 탓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을 탓하고 세상에 원망을 퍼붓지만 그 모든 배경에는 뇌라는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뇌를 이해하면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 책은 인생을 조금 더 긍정적이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 알아 두면 좋을 상식을 짧은 글로 다루고 있다. 뇌가 만들어내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세계, 내 마음은 물론 타인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 나를 뛰어넘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요령, 그리고 지혜로우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힌트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뇌과학이나 심리, 정신적인 역할 등에 집중하는 학자들의 이론이 아닌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들에 대한 뇌의 역할의 시스템을 인지함으로써 삶을 업 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조언을 준다. 그동안 뇌과학에 관심이 있지만 어려워 시도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감을 회복해 삶을 향한 힘찬 도전을 다시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작은 용기를 내는 것도, 성과를 내기 위해 열정을 다해 일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고, 아등바등 일해도 업무 효율은 떨어지며,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즐기는 취미 생활이 오히려 힘겨울 때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우리 몸의 컨트롤타워이자 가장 복잡하고 신비로운 뇌를 알고 있다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잠 안 자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면? 아침저녁으로 우울과 흥분 사이에서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면? 사회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기대했던 행복은 요원하기만 하다면?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봐 소심해졌다면? 업무 효율과 성취감을 높이고 싶지만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울증, 인간관계, 일의 성과, 게으름, 성적, 공정함 등 살면서 누구나 겪는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이 책을 통해 저자의 트레이닝 경험과 실전 실험 결과들을 통한 해결 방안을 내놓는다. 삶을 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힌트를 찾아보면서 독자들은 신선한 느낌의 간단한 해결책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책에 기술한 '수면'에 관한 내용 일부를 발췌한다. 현대인들의 대다수는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강의실에서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수면 시간이 평균 6시간 내외로 짧고 4~5시간의 짧은 수면만 취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 단순히 피로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유발한다면 그리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수면 부족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개인의 건강을 해칠 것은 분명하고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쉽게 짜증 내고 분노하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사이를 미친 듯 오가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결국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삶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

감정 조절에 뛰어난 사람일수록 삶이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질 높은 삶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수면 전문가들은 하루의 적절한 수면 시간이 8시간이라고 말한다. 수면의 한 사이클이 90분이므로 다섯 번 순환되는 7시간 30분 정도 자는 것이 적당할 듯싶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수면 전문가들은 최소한 7시간은 수면을 취하도록 권장하며, 7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면서도 신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성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니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9시간 넘게 잠을 자면 사망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으므로 8시간 이상은 자지 않는 것이 좋다.(p.18~19)



약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우울증 치료 방법에 약물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임을 저자 자신이 실험을 통해 믿을 만한 연구 결과도 내놓는다.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있지만, 부작용 없이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뿐 아니라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이 방출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고, 우울증으로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게 도와준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들며 엔도르핀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운동에는 도파민 수용체를 늘리는 효과가 있어 쾌감이 더욱 커진다. 또한 운동은 스트레스 수용 수준을 높여서 쉽게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만든다. 결국 규칙적인 운동은 듀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제임스 블루멘털James Blumenthal이 말한 것처럼 ‘SSRI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

그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50세 이상의 남녀 156명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은 SSRI를 복용하게 했고, 두 번째 그룹은 주 3회 30분씩 러닝머신이나 실내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했다. 세 번째 그룹은 SSRI를 복용하는 동시에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16주 뒤 세 그룹 모두 우울증이 크게 개선됐는데 약을 복용한 첫 번째 그룹은 65.5%, 운동을 한 두 번째 그룹은 60.4%, 두 가지를 병행한 세 번째 그룹은 68.8%로 그룹 간 큰 편차는 없었다. 다만 약을 복용한 첫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은 4주까지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따라서 운동이 항우울제를 대신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p.31~32)


저자 : 양은우(국가 공인 브레인 트레이너)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거쳐 일리노이 주립대학교(UIUC)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에 첫 책을 낸 후 10년에 걸쳐 14권의 책을 펴냈다. 30여 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특히 관심이 많아 그 근본이 되는 뇌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뇌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2014년에 브레인 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했다. 그 뒤 지제근 신경해부학 교실을 비롯해 다양한 뇌과학 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뇌에 대해 공부해 왔다. 그동안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워킹 브레인》,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습관을 만드는 뇌》 등 여러 권의 뇌과학 책을 펴내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YTN Science News, KBS 라디오, MBC 라디오 등에 출연했으며 교통방송 ‘나도 모르는 뇌, 심(心)봤다’ 코너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작은 힘이나마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서 개인과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 책을 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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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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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해야 하는 이름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사라져가는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몇 번이라도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그렇게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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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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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다시 나의 이름은』은 9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신예 작가 조진주의 첫 소설집이다. 9편의 각 소설마다 성별과 연령이 다른 주인공(화자)이 등장하며 삶의 고통과 고독을 노출시키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각 소설 속에서 저자는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예리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하철 택배 서비스를 하면서도 못다 이룬 꿈을 마음에 품은 할머니(「란딩구바안」), 무대 위를 전전했으나 끝내 무명으로 남은 트로트 가수(「나의 이름은」), 학창시절 왕따 친구를 직장 상사로 만나게 된 계약직 사원(「베스트 컷」), 철없던 시절을 함께 보낸 단짝친구와의 추억을 뒤늦게 그리워하는 여성(「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 무엇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서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상처를 생생하게 목도하게 이끈다. 오랜만에 문학성 짙은 작품들이 독자로서는 고맙기만 하다.


아홉 편의 작품 속 주인공의 상처가 모두 인간의 욕망이 낳은 갈등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각각의 화자들은 꿈과 이상, 영원한 사랑, 정의와 도덕, 정당한 대우를 원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거나 방해 요소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인간다운 삶’과 멀어져가고, 저자는 “왜 어떤 고집은 열정이 되고, 어떤 고집은 아집이 되어버리느냐”(「나의 이름은」)는 묵직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무게에 지친 모든 이들’의 이야기와 맞닿게 된다. 마치 산업화 시대 집과 일터만 오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직장 생활이 싫어 장사를 하지만 더 고약한 손님에게 멸시를 받는 순간의 분노를 삭이는 듯한 소시민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감정의 과잉이나 무기력함으로 인해 타인과 주고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무너지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 처참하게 무너지도록 방치하느냐,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빠져나오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이 소설집은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응당히 누려야 하는 인간다움을 방해하는 요소와 이별하고 ‘진짜 나의 이름’을 찾기를 권한다. 즉, 현실에서 스스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소설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홉 개의 단편 속 세속적 갈등 상황이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빗대어보게 만들지만, 그 끝에서 모두가'“함부로 대해도 좋을 사람은 아니'(「란딩구바안」)라는 따뜻한 희망적 메시지를 건네준다. 매 문장마다 담담하고 묵직한 울림을 담은 ‘희망의 전언’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선물처럼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등단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며 발표한 아홉 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책에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진주식 문학 세계로 응축된 문장의 힘과 따뜻하고 선명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고독과 고통의 장면을 관조적인 시선과 밀도 높은 문장으로 구현하며 주목받고 있다. 신예답지 않은 노련한 문체와 '분위기의 형상화'에도 성공적인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고 문장과 문장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소설가 김숨)지면서 “깊고 고요하고 느리고 무거운 분위기가 응축”된 탁월한 문장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단편소설이 해내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인 분위기의 형상화”(평론가 백지은)를 구축해내고, 삶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예민한 갈등의 지점을 선택하는 통찰력을 선보인다. 또 그 속에서 보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상처를 진실되게 그려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단과 문단에서 평가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안지영은 "조진주 소설에 등장하는 비겁한 인물들을 비양심적인 괴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이들의 행동은 인정을 받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사회적 압박감과 불안 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우리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작가는 그러한 속물적 욕망이 어떻게 우리의 인간다움을 박탈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이러한 세계에서 ‘나의 이름’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하다. 다만 그 불안의 표정을 타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는 기술을 나날이 발전시켜가며 태연한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가면은 견고해지고 그 내면은 텅 비어간다.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에도 무감각한 괴물이 되어간다. 이 소설집이 쉽게 상처를 입는 연약한 피부 혹은 살갗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고 작품집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연주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날을 기억합니다. 곡 녹음 날짜가 잡히고 사무실을 찾았던 날이었지요.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점심 무렵이 지나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의 손에 들린 믹스 커피의 달달한 향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콘셉트와 앞으로의 활동 방향 따위를 설명하던 사장이 툭 던지듯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름말인데, ‘연주황색’할 때 그 연주황 어때? 부르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쉽고.”

연주황요? 하고 되물었던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하고 많은 색 중에 왜 연주황일까, 궁금했을 뿐입니다.

“우리 딸내미가 요즘 연주황색 크레파스만 쓰더라고. 크레파스 통을 보는데 그 크레파스만 짜리몽땅해. 거기서 내가 딱 이거다, 싶었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수가 되라고 말이야.”

- p.139, 「나의 이름은」 중에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이름은 아프다. (……) 누구도 불러주지 않아 사라지는 이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꼭 기억해야 하는 이름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사라져가는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몇 번이라도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그렇게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이름들을 만났다. 사랑하는 이름들, 고마운 이름들, 절대 잊지 못할 이름들, 잊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희미해졌을지도 모르는 이름들. 그들의 이름이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다정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불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름도. 우리의 이름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스케치를 모두 끝내고, 나는 들고 나갔던 고모부의 사진을 다시 끼워 넣기 위해 그녀의 무릎 위에서 앨범을 조심스럽게 빼내 쇼파로 가져왔다. 사진이 있던 자리를 찾아 끼워 넣은 뒤 앨범을 덮으려다가 한 장씩 넘겨 보았다. 그곳에는 그녀의 가족이 보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고모부는 조금씩 자라났고, 고모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점점 나이를 먹었다. 종종 그들과 함께 등장하는 마당의 나무는 조금씩 허리가 굽어가고 있었다. 앨범 맨 뒷장에 이르렀을 때 처음으로 고모가 등장했다. 거실에 앉아 웃고 있는 고모와 고모부의 뒤로, 휘어진 나무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고모의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모두 나무가 되어가고 있구나……. 아직 식지 않은 열기를 느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p.276, 「나무에 대하여」 중에서

저자 : 조진주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어’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소설집 『다시 나의 이름은』을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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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장은아 지음 / 문이당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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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제목에서의 첫 느낌은 아버지의 외도였다. 아버지를 호칭할 때 동네 이름을 앞에 붙인다는 것은 같이 살지 않는다는 뜻이고, 둘 이상의 아버지가 있는 경우에나 해당될 것이다. 호칭이자 제목인 이 소설은 처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평범한 가정은 아닌 듯하다.

흔히 소설의 주제로 많이 쓰이는 남자의 외도가 낳은 일로 인한 복잡한 가족사, 출생의 비밀 등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 역시 가족소설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족소설이며 한편으론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세상과 화해함으로써 인간애와 가족애를 모두 품에 안은 한 단계 높은 인간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고모의 연락을 받고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게 된 수혜는 애써 지워내고자 했고, 까맣게 잊은 줄로 알았던 지난 세월의 기억과, 아프고 서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수혜는 여섯 살 때까지 장애가 있는 엄마와 강원도 사북에서 살았다. 가난과 이웃들의 멸시 속에서 어렵게 홀로 딸을 키우던 애란은 호적이 없는 수혜의 학교 문제로 결심을 하고, 낯선 집 대문 앞에 수혜를 버려두고 떠났다.

엄마에게 버려진 낯선 집은 고모의 집이었으며 갑자기 나타난 수혜로 고모와 식구들은 놀랐지만, 식구들은 어린 수혜를 따뜻하게 대했다. 얼마 후 처음 만난 아버지를 따라간 성북동 집에는 성북동 어머니와 갓 태어난 동생이 살고 있었다. 어린 수혜는 자신을 대하는 성북동 어머니의 불편한 태도를 보면서 이곳에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 낯선 곳, 낯선 대문 앞에 엄마에게 버려진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혼자 서 있는 일은 참으로 막막하고 두렵고도 서러운 일이었다. 한 번씩 고개를 빼고 혹시나 엄마가 다시 나를 찾아올까,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곁에 두고 울고 서 있는 내가 이상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흘깃거렸다. 부끄러워진 나는 대문 옆 담벼락 쪽으로 몸을 돌려 쪼그려 앉았다.(p. 38)

아득한 기억 저편에 있던 일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과거를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 수혜는 차분히 그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하나의 사건 속에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진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저자 장은아는 ‘이 소설을 쓰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크게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혜는 성북동에서 살지 못하고 다시 시골 고모 집으로 돌아왔다. 수혜의 의심스러운 출생을 두고 소문이 무성한 탓에 시골에서도 항상 외톨이였다. 특히 태완의 엄마 무실 댁의 수혜를 향한 증오는 그녀의 무의식중에 수혜를 혼외자로 낳은 애란과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간 첩실을 동일시했기 때문이었다. 수혜는 그런 무실 댁의 아들 태완을 좋아하게 되고 슬픔을 안고 사는 태완을 향한 동질의식이 사랑의 감정으로 변했다. 사춘기 시절 마을 뒷산에서 마주친 수혜와 태완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게 되고, 태완이 집에 불을 지르는 방화 사건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재확인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도 끊을 수 없는 운명의 끈이 단단하게 이어져 있다고 믿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로 거처를 옮긴 수혜는 태완과 비밀스러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온전한 자유와 행복이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햇살처럼 밝은 성격의 세아가 나타났다. 수혜의 유일한 친구인 세아는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수혜는 세아의 그런 재주가 부러웠다.

그로 인해 태완이 흔들리는 것이 불안하지만 수혜는 단짝 친구인 세아에게 태완과의 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자신과 태완의 관계가 무실 댁 앞에서 비밀스러워야 했던 탓도 있었지만, 태완은 세상에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자신에게 간절하고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전에 내가 말했지. 그건 너를 잃게 될까 두려워서였어.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간절히 원하는 건 모두 나를 떠났어. 그게 무엇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우리 엄마도 나를 버렸고, 나를 지켜주겠다던 성북동 아버지도 나를 지켜주지 못했어. 내 동생들 정혜와 신혜에게는 여전히 아버지이면서, 내게는 언제나 먼데 있는 타인 같았어. 그렇게 간절히 빌었는데. 그렇게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랐는데. 내가 좋아하던 머리핀, 예쁜 지우개, 연필.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건 모두 잃어버렸어.(p. 157)



무실 댁이 수혜와 태완의 관계를 알게 되고, 태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실 댁은 목을 매어 죽겠다고 협박했다. 태완은 그 일로 더는 수혜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태완은 수혜의 눈빛에 감도는 슬픔 속에서 엄마 무실 댁의 슬픔이 보여서 괴롭고 심신이 지쳐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구김살 없이 밝고 환한 세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태완은 수혜를 버리고 세아와 결혼하여 독일로 떠났다. 더는 세상을 살아낼 의욕을 잃어버린 수혜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탈진하여 의식을 잃게 되지만, 삶의 마지막 끈을 놓고 멀어지려는 수혜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희망의 빛줄기가 되어주는 정섭과 만나게 되었다. 늘 따뜻하게 감싸주고 수혜의 모든 상처도 함께 품어줄 수 있는 정섭의 사랑을 받아들인 수혜는 정섭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떠났다.



수혜는 마흔을 훌쩍 넘겨 고국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예전의 상처를 하나씩 되짚어갔다.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았던 여섯 살 ‘수혜’는 그녀가 기억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여자였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기억을 모두 지우는 것이었다. 그녀가 지나간 시간의 기억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할 즈음, 그녀는 되돌리고 싶지 않았던 고통스러운 기억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동안 그녀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실들을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성북동 어머니의 마음을 중년이 된 수혜는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의 옷을 정리하던 수혜는 아버지가 마지막 입었던 옷 속에 자신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함께 찍은 사진을 지니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수혜는 자신이 결코 버려진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돌아본 자신의 삶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한 번도 버려진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삶인 줄만 알았는데, 보이지 않은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과 사랑으로 지켜진 삶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사랑은 없다.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능력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사랑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갈구할 뿐이다. 문학에서도 사랑은 소멸된 채, 건조하고 척박한 광야만이, 잘려나간 흑백필름처럼 뒹굴고 있다. 『성북동 아버지』에서, 억울할 수 있는 세상의 지탄과 불명예를 평생 소리 없이 감내하면서, 은밀하게 사랑을 실천해 나간 ‘성북동 아버지’는 사랑 없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에게 감동과 감사를 보낸다. 아울러 그의 딸로 성장하여 온갖 역경을 버텨가며 떳떳한 사회인의 자리에 앉은 주인공 수혜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고난 속에서 은혜와 사랑을 깨닫는 장면 또한 감동적이다. 사랑은 주어짐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 김주연(문학평론가)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세상에 버려진 모든 ‘수혜’들에게 당신은 버려지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쩌면 당신이 사는 그 힘겨운 나날들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눈물 흘리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누군가의 사랑으로 지켜진 날들이라는 것을. 이제는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을 세상에 실천해야 할 때라는 것을. ‘사람’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장은아

196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0년 미국에 와서 현재 뉴저지에 있는 Import & distribution company 회계부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2002년 [뉴욕 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미주한국일보]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습니다. 2003년 재외동포 재단, 제5회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2004년 국제 펜클럽, 제1회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되었다. 2015년 [한국산문]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였.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눈물 속에 핀 꽃』, 『성북동 아버지』, 산문집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공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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