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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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들은 대체로 자신의 모국어로 글을 써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꼽을 수 있다. 또 세계의 전 문인들을 대상으로 주는 상은 물론 자국 내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외국어를 몰라서 모국어로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 심지어는 여러 나라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문인들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두 개 이상의 언어에 정통해 각각의 언어로 글을 써 인정받고 수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물론 과문(寡聞)한 독자로서 아는 것이 적어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 책 『영혼 없는 작가』의 저자 다와다 요코는 이 두 가지 언어로 모두 책을 냈다. 일본 문학인이기 때문에 일본어로 쓰고 독어로 번역을 따로 한 작품이 아니다.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범상치 않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이중 언어 작가'라기보다는 '다중 언어 작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엘리〉에 따르면 다와다 요코는 얼핏 범상해 보이는 세계의 기호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독해 나가는 유심한 관찰자다. 또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턱을 넘어 다니며 몸의 감각으로 낯선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목민이라고도 말한다. 그에 대한 수식어는 이뿐만 아니다. 엄격하고 절제된 사유로 신화적 상상의 안팎을 넘나드는 샤먼이라는 별명도 소개한다.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이자, 언어와 세계에 대한 작가 고유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는 작품 『영혼 없는 작가』의 개역 증보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의 기획 및 번역으로 초판본 출판됐다. 이후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었지만, 저자의 새 중요한 작품과 초판본 이후 발표된 작품들을 추가한 개역 증보판으로 펴냈다. 초판본에는 열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지만 이번 새로운 판본에는 ‘다와다 유니버스’의 중요한 조각 아홉 편이 추가되었다.


출판사에 따르면 전체 스물세 편의 글은 다와다 요코가 독일어로 처음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1991), 『부적』(1996),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2002) 등 세 권에서 다와다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가려 뽑았으며, 그중에서도 몽환적이고 에세이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 『부적』 열여섯 편은 전부 번역해 실었다. 최윤영 교수는 이번 개역 증보판을 작업하며 새로운 단편들을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기존 번역문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했다. 또 다와다 요코의 세계를 개괄하는 해설도 책 뒷 부분에 새로이 써 독자들에게 풍성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었다.

독자가 저자 다와다도, 또 그의 책을 읽어본 적도 없어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복간을 요청한 책이기도 하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5월 다와다 요코 방한 당시 많은 독자가 이 책의 절판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재출간을 요청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개역 증보판을 펴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특별히 찾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인 만큼 한국에도 그의 저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영혼 없는 작가』는 작가의 세계를 관통하는 언어-예술-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서 이번 재출간은 더욱 뜻깊다고 출판사 측은 덧붙인다.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 최윤영은 표제어 '영혼 없는 작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마치 과문한 독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듯하다. "흔히 작가를 그 나라나 문화권을 대표하는 '영혼'이라 생각한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를 러시아의 영혼이라 부르듯 말이다. 그런데 다와다 문학의 핵심적 특징을 보여주는 '영혼 없는 작가'의 제목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에게 영혼이 없다니, 뭔가 기구한 사정이 있는가 싶은 생각도 들고, 혹은 나라나 사회의 영혼을 대변하는 작가가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인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작가는 차원을 달리하여 이야기한다. 오늘날 긴 여행 중에 영혼은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몸을 따라가지 못해 분실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는 기발한 착상은, 사실 인디언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p.265)


역자는 다와다에게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경계를 넘나들며 쓰는 과정에서 한 언어에 얽매인 사고를 풀어내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유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다. 특히 다와다는 많은 외국어를 보고, 듣고, 인지하면서 의미를 새롭게 상상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듯하다. 이 책의 각각의 글들은 이를 증명이라 하듯 언어의 신세계는 물론, 세계의 여러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언어 비교를 하듯 글로써 풀어내는 능력을 보면 독자들이 놀랍고 신비로운 생각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언어에 대한 깊은 사유는 말과 글의 차이점은 물론 각 나라 언어의 특징을 연결하는 공통적 의미에 대해 추출해 내기도 한다. 

또 독일어로 쓰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수록된 글들이 에세이에 가까운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다와다 요코의 문학은 일본어 작품과 독일어 작품이 주제, 형식, 문체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일본어 작품이 스토리를 갖춘 본격 문학에 가깝다면, 독일어 작품은 작가가 문화 간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주제화한 에세이적 성격이 강하다고 역자는 설명한다. 조용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통찰로 사유의 직접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와다의 일상적 관찰을 따라가다보면,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이와 함께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언어에 대한 작가의 세심하고 민감하고 다정한 시선을 잘 드러낸다. 제목에서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유머러스한 방식은 다와다식 하이브리드의 원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전”과 “마을”, “사랑”과 “광물학”, “고트하르트터널”과 “생물의 배”를 연결한다. 사전에서 단어들이 빠져나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고, 몸을 암석에 빗대어 주름진 층을 상상하고, 터널을 통과하는 것을 배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하는 식이다.


이러한 연결과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의미를 찾는 연구”부터 “의미와 벌이는 유희”까지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특히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 몸으로 체득한 언어적 사유가 도드라진다. 세계와 자신의 관계가 언어로 불가분하게 맺어져 있다는 깨달음, 언어를 이동하면 사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는 의식, 다른 언어로 말하게 될 때 그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맛을 내는 혀에 대한 자각 등 여태껏 심상하게 느꼈던 일상의 모든 것이 다와다 요코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새롭게 인식된다. 


“자, 이제 중세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여행 가이드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이 도시가 중세 땐 실제로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내 질문에 가이드는 다소 놀란 듯했지만 곧바로 바른 답을 내놓았다. “이 중세도시가 아직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알아내셔야 해요. 어쨌든 이 도시는 마치 중세를 연출한 무대 세트 같아요.”

“무대 세트”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중세를 한때 존재했다가 영원히 사라진 과거의 시대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오히려 중세는 반복해서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처럼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어떤 것이었고, 매번 새롭게 재현되는 무엇이었다.(p.67) -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독일 수수께끼」 중에서


이렇게 인식된 모든 것은 다와다를 통해 인류학적 현상, 신중히 해독해야 할 세계의 암호로 바뀐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불가사의를 문학적으로 파고드는 일종의 민족지인 셈이다.

이 책은 형식 면에서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작가는 전통적 장르 구분의 구속에서 벗어나 언어와 사유와 장르의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덕분에 이 책의 글들은 픽션과 에세이가 서로 몸을 바꿔가며 단어와 문장, 글이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향연을 눈부시게 선보인다. 작가가 유심히 포착하는 대상들도 그 스펙트럼이 넓은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부터 연필, 타자기, 중세도시, 통조림, 전철, 배우, 알프스 터널, 일요일, 음악, 파울 첼란까지 실로 다양해서, 소재별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밖에도 다와다의 문학 세계 초기부터 일관되게 흐르는 언어와 정체성, 국가주의의 폭력성을 문제 삼는 비판적 인식은 장르와 언어에 대한 경계적 사유 너머를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귀신들의 소리」에서 어느 독일인이 바흐를 독일 음악이라고 무심히 주장한 사례는 “우리”라는 범주를 암묵적으로 전제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몰아내 타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텅 빈 수사에 대한 “구역질” 역시 단일한 언어를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 집단주의를 향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어떤 귀신들이 공기 중에 특별한 떨림을 불어넣었을 수 있다. 내 몸은 이 쓰레기들을 질료화하기 위해 사용된 것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때조차 나는 문장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상상한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문학을 쓰는 것이 한층 더 큰 위안이 된다. 적어도 문학에서 나는 무언가 의미 있는 사명을 전달하겠다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 문학의 단어들은 그저 하나의 그물망을 만들고 이 망은 떨림의 쓰레기들을 잡아낸다.

쓰레기-단어들은 마치 유성처럼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유성들은 일단 떨어지면 더 이상 별자리에 속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저 파편들, 단편들, 조각들일 뿐이다. 한 그물망 안에 있는 조각들 사이에는 부조화가 지배한다. 사실 나는 이전에 별자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망 안에서 스스로 새로운 선을 긋고 새로운 별자리를 그려 넣는다.(p.181) - 「귀신들의 소리」 중에서


이 책 『영혼 없는 작가』에 배음(倍音)처럼 깔려 있는 이런 식의 섞임과 깨짐, 비판과 거리 두기의 사유는 일차적으로는 낯선 언어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몸이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공간상으로 보면 이 책은 모스크바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시작해 독일, 일본, 미국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끝을 맺는데, 이 여정 또한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힌다. 『영혼 없는 작가』와 더불어 몸의 여행, 장소의 여행, 언어의 여행을 함께하는 독자들은 나라와 도시, 현실과 환상, 언어와 사물을 이동하며 경계의 흩뜨림이 열어주는 환상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 : 다와다 요코 (Yoko Tawada, たわだ ようこ, 多和田 葉子)


독일 베를린에 살면서 독일어와 일본어로 소설, 시, 희곡, 산문을 쓰는 작가다.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2년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1990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 대학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건너갔던 열아홉 살의 경험은 삶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기나긴 기차 여행 동안 물을 갈아 마시며 서서히 낯선 세계에 가까워진 그녀는 독일에 도착하여 전혀 알지 못했던 언어를 새로 익히면서 그때까지 알았던 세상과 사물을 송두리째 다시 보는 전율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은 그녀로 하여금 ‘언어’ 자체에 천착하도록 했고, 언어가 지닌 ‘매체’로서의 불안한 혹은 불편한 속성은 다와다 문학의 일관된 주제가 되었다.

다와다에 따르면 언어는 자아와 세계를 매개하는데, 평소에는 실감하지 못하다가 새로운 언어를 새로운 매개로서 사용할 때 비로소 우리가 이 언어(매개)를 통해 생각하고 발화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머릿속에서 아무런 성찰의 과정 없이 흘러나오는 말들은 세계의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므로, 그녀는 이에 안주하려는 인식의 자동화에 제동을 걸고 세상의 잊히고 버려진 또 다른 측면을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보고자 부단한 문학적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1987년 시집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로 데뷔했는데, 일본어로 쓰인 시가 번역되어 책에 일본어와 독일어가 나란히 실렸다. 이듬해 독일어로 처음 쓴 단편소설 『유럽이 시작하는 곳』이 출간되었고, 1991년에는 일본어로 쓴 단편 「발뒤꿈치를 잃고서」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 다와다 요코는 독일에서 샤미소상, 괴테 메달, 클라이스트상 등을,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 이즈미 교카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요미우리 문학상 등을 받는 한편 독일 문학을 공부해 1990년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2000년 취리히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작가가 30여 년간 쓴 작품은 약 3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1천 회 이상 낭독회가 열렸다.

작품으로 『눈 속의 에튀드』, 『여행하는 말들』, 『헌등사』, 『용의자의 야간열차』, 『영혼 없는 작가』, 『목욕탕』, 『경계에서 춤추다』 등이 있다. 그 밖에 중편집 『세 사람의 관계』, 『개 신랑 들이기』, 단편집 『고트하르트 철도』, 『데이지꽃 차의 경우』, 『구형 시간』, 장편소설 『벌거벗은 눈의 여행』, 『보르도의 친척』, 『수녀와 큐피드의 활』, 『뜬구름 잡는 이야기』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3부작 중 『지구에 아로새겨진』과 『별빛이 아련하게 비치는』, 시집 『아직 미래』 등이 출간되었다.


역자 : 최윤영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와다 요코를 한국에 처음 소개했으며, 관련 연구서인 『엑소포니, 다와다 요코의 글쓰기』를 펴냈다. 지은 책으로 『한국문화를 쓴다』 『서양문화를 쓴다』 『카프카, 유대인, 몸』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혼 없는 작가』 이외에 『목욕탕』 『눈 속의 에튀드』 『어느 아이 이야기』 『이상한 물질』 『문화와 문화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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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픽셔너리 1
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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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겸 작가의 소설은 형식을 뛰어넘는다. 또 가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한 평론가가 그의 소설을 "혼돈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오는 경쾌하고도 뻔뻔한 유머"라고 평가라는 말도 그리 싫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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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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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수개월 전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란 장편소설을 출간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대겸 작가가 이번엔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란 중편소설을 발표했다. 출판사 〈북다〉의 새로운 중편 시리즈 '픽셔너리'의 첫 번째 작품이다. ‘픽셔너리’는 ‘픽션(Fiction)’과 ‘딕셔너리(Dictionary)’의 합성어로, ‘나’를 픽션화하는 A부터 Z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일종의 가상 사전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저자 김대겸은 이전 작품들을 통해 ‘소설을 쓰는 사람’과 ‘소설을 읽는 사람’ 간에 작동하는 소설의 원리를 집요하게 탐구하며, 그 관계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지 보여주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삶과 허구, 픽션과 메타픽션의 과감한 패치워크를 통해 ‘소설을 쓰는 나’와 ‘소설로 쓰여지는 나’의 내밀한 역학관계를 드러내며 “말 그대로 ‘선 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또한 패치워크된 이야기 조각을 또 한 번 비틀며 독자의 예상을 과감하게 넘어선다. 김대겸 특유의 비틀림과 혼돈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오는 경쾌하고 뻔뻔한 유머에 낯선 독자로서는 사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박대겸 소설에 매력을 느낀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매력에 다시금 빠져들게 한다. 『이상한 나라의 소설가』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는 ‘소설가 박대겸 3부작’의 완성이자, 픽셔너리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SF소설에 익숙지 못한 독자는 이 소설의 〈차례〉를 펼치는 순간 무척 당혹스러웠다. 중편소설 한 작품에 무슨 제목이 이렇게 많을까? 작은 책 한 권에 무려 13개의 낯선 문구들이 나열돼 있다. 순서도 「프롤로그」의 번호를 '0'번으로 잡았다. 이어 장(章)을 나누는 듯한 제목에서 소설에서는 생경한 단어들이 줄을 잇는다. 1장 「메타픽션은 안 됩니다」, 2장 「그것이 에세이와 자전소설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3장 「일상 미스터리 장르에 나올 법한 이야기」, 4장 「'소설가 박대겸 3부작'을 집필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등 에세이에서도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제목이 횡설수설하는 듯, 무의식이나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속적으로 이어붙인 듯하다.



몇 개만 더 적어 본다면 5장 「갭모에라도 느낄 수 있으면 좋았겠건만」, 11장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가」, 12장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마지막 장인 13장에서는 「작가 후기를 겸해서」라며 소설이 끝난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독서량이 적은 독자로서는 다행이다 싶다. 왜냐하면 아날로그 시대의 필법과 문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몇 년 만에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니면 기왕 상경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혼자 힘으로 살 생각을 해야지 하필 마침맞게 제안해 온 에른스트의 호의를 넙죽 받아들여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p.7) 

페이지를 넘기자 분위기가 돌변한다. 그리고 저자 특유의 (신비주의 혹은 가상세계) 전략이 나온다.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질문과 응답이 섞인다. 집 안에 엎드린 채 쓰러진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어떻게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독자의 느낌으로는 앞 문장에서 연결되는 글로 보아 동거인 에른스트를 생각해낸 말인가 싶다. 그러나 에른스트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는 늘 어깨 아래까지 내려가는 장발을 선호했으니까.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은 주인공이자 저자 박대겸의 시선이다. 주인공은 지금 사태 파악을 위한 관찰자이기도 하다. 지금 집 안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주인공 박대겸은 문득 자신이 집을 잘못 들어왔나 고개를 들어 거실을 살펴본다. 거실 가운데 직사각형 목재 테이블과 의자 두 개, 벽에 걸린 동그랗고 하얀 시계, 그 앞에 갓이 씌어진 키가 큰 전등으로 미루어 확신한다. "여긴 내가 사는 집이 맞아." 그러나 혼자 있는 방 안에서 누구와 대화하는가? 스스로 묻고 답하지만 의식 속인가. 혼잣말도 아닌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독자는 받는다. 

독자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한 번 자문해 보면서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도 무척 재밌을 것 같다. "잠깐, 112에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119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하나. 바닥에 쓰러져 있긴 하지만 아직 목숨이 붙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119에 신고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도저히 저 사람 목에 손가락을 대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지 아닌지 확인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대화는 과연 ‘소설가 박대겸’의 진짜 목소리일까, 아니면 ‘소설 속 박대겸’의 허구적 목소리일까. 의문이 들지만 저자 박대겸은 이미 그런 반응을 예견한 듯, 첫 장면부터 미스터리적 상상력을 덧입힌다. 독자의 기대를 과감히 비틀기도 한다. 자정이 넘어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 ‘박대겸’이 현관 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낯익은 얼굴에 낯익은 복장”의 또 다른 박대겸과 마주하면서 소설은 마치 사건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갑자기 에른스트의 침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설마 이렇게 만든 또 다른 사람이 집 안에 숨어 있던 건가. 침실 손잡이를 잡자 안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린다. 인기척은 침실 문 쪽으로 다가왔고, 박대겸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침실 문이 열리려는 순간, 현관의 전등이 자동으로 꺼진다. 당황한 박대겸은 허공을 휘휘 젓어 휘적거린다. 침실 문이 열리면서 사람 형태의 누군가가 나타난다. 시야에 들어온 건 에른스트이다. 

이때 에른스트의 반응이 거실 안의 상황을 파악한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봤다가 다시 박대겸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 세계까지 왔나 보네." 

이 세계까지 왔다? 박대겸은 에른스트가 뱉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려 했으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지. 이 세계까지 왔나 보다."

박대겸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무언가 알아챘다는 듯 가까이 다가온 에른스트에 물는다. 

"여기 쓰러져 있는 사람, 혹시 아는 사람이야?"

"당연히 알지."

"누군데?" (중략)

낯익은 얼굴에 낯익은 복장.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박대겸 자기 자신이었다.(p.11)



독자의 머리가 혼동되고 혼란 속을 헤매지만 소설은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사건 현장을 말끔히 지워낸다. 2장 「그것이 에세이와 자전소설의 차이점이기도 하다」에서는 출판사로부터 청탁받은 원고 구상에 골머리를 앓으며, 신인 소설가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출판사들이 밀집한 서울에 머물러야 할지 아니면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부산의 부모님 댁에서 살아야 할지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실제 주인공과 저자 박대겸이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두 개의 자아를 붙였다 떼어놓다를 자유자재로 시도하는 사이 주인공의 현실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독자들이 소설가로서의 주인공이 갖는 고충에 공감하려는 순간, 박대겸의 친구이자 탐정인 에른스트를 등장시키며 소설은 또 한 번 장르적 비틀기를 시도한다. “소설에 탐정이라는 존재가 나오는 순간, 아무리 에세이처럼 써봤자 완전히 픽션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한국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비유하자면 유니콘 같은 존재니까.”(p.31)

이처럼 이 작품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에서 저자는 삶과 허구, 픽션과 메타픽션의 조각들을 능숙하게 이어 붙인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패치워크 원단은 소설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중심으로 재단된다. 저자는 “소설과 현실이란, 언제든 뒤섞이고 뒤엉키고, 분리되는가 싶다가도 다시 뒤범벅되는 무언가”(p.87)라고 말하며, 어떤 세계를 믿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도 결코 쓰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또 한 번의 ‘선’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조금 다른 시간대의, 우리와 조금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는 것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발상은 더욱 부풀어 올라 어쩌면 내가 창작한 ‘소설가 박대겸’ 역시 다른 평행우주에서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다른 세계의 ‘나’ 역시 소설을 쓴다면?”(p.48)라는 물음으로, 소설은 확장된 상상력으로 나아간다.

저자 박대겸은 능란하게 직조한 ‘불일치의 세계’를 통해, ‘소설을 쓰는 작가’에게도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소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창조된 세계를 진심으로 믿는 일이라고. 이것은 곧 작가가 소설이라는 허구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세계에 품는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에는 서울 우이천변에 있는 저자의 집필실에서의 일상 등 현실에서의 자신의 활동을 포함해 글을 쓰는 이야기부터 메타버스, 소설가, 탐정, 유니콘, 평행우주 등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며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때로는 SF소설 같고, 한편으로는 현실 세계를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의 소설관도 일반 소설가와 다소 차이점이 있다. 

"어떤 세계를 믿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를 쓸 수 없지 않겠는가. 소설 속 세계가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한들, 소설가는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자신이 창조한 허구의 세계를 진심으로 믿을 것이다. 소설을 써본 적은 없지만 벌써 20년 넘게 소설을 읽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살아가는 동안 소설이 현실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반대로 현실이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p.86~87)

돌고 돌아 다시 온 현실에서 저자는 13장 「작가 후기를 겸해서」에서 "나는 이 마지막 챕터를 일본 사가현 사가시 복합쇼핑몰 유메타운 2층에 있는 푸드코드 창가 자리에서 쓰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번 소설에서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기성 작품이 아니라 친구들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참조한 부분이 있다고 밝힌다. 새로운 소설 결말도 떠오르지 않고 새로운 집도 못 구하는 진퇴양난의 시기, '나'는 사실상 현실도피를 하고 만다고 고백한다. 그가 일본에서 현실로 돌아온 후 공교롭게도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에 다시 일본에 못 가는 건 아닌지 마음을 졸이며 국회 상황을 라이브로 지켜보았다고 덧붙인다. 다행히 자정을 넘긴 새벽에 계엄이 해제되었다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표제어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라는 경험을 에세이 형식을 빌어 결말에 이르면서 현실 인식이 뚜렷해진다. 형식과 내용, 허구와 현실, 가상세계와 현실이 하나로 묶여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추천사〉를 통해 문학평론가 박인성은 "자전적 에세이조차도 메타픽션으로 다시 쓰는 시도는 작가의 뇌절마저 문학으로 승화한다. 패치워크(patchwork) 스타일로 기워진 복잡한 옷감처럼, 이 소설은 삶과 허구, 픽션과 메타픽션의 원단조직을 과감하게 짜맞춘다. 누군가에게는 섬세한 조각맞추기 유희처럼 보일 수 있는 이유다. (중략)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에고이스트적인 이 세계가 나는 그리 싫지 않은 것 같다."고 썼다.(p.174~175)


저자 : 박대겸


소설집 『픽션으로부터 멀리, 낮으로부터 더 멀리』, 장편소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중편소설 『이상한 나라의 소설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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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 - 한 번뿐인 아름다운 삶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진정으로 믿는 법
제이미 컨 리마 지음, 허선영 옮김 / 알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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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자존감을 쌓는 방법에 관한 멋진 작품이다. 삶의 바꾸려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믿는 법을 단계적으로 알려준다. 이 책은 "나는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라는 자존감을 높여주고, 그 여정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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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 - 한 번뿐인 아름다운 삶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진정으로 믿는 법
제이미 컨 리마 지음, 허선영 옮김 / 알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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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타인하게 늘 겸손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사회 생활 막 시작할 무렵엔 '자기 피알(PR) 시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신의 장점을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시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바뀌었다. 우리는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식민지, 6·25 전쟁, 그리고 군부 독재로 점철된 힘든 시기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한국인의 근면성과 불의에 저항하는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기적을 이뤄냈다. 특히 한국 전쟁 이후 반 세기도 안 된 시점인 1990년대 들어 드디어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성공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었다고 자신감 넘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 여행도 자유화됐다. 이 자유화 조치에 더해 해외여행에 가지고 나가는 돈도 5,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2배로 늘어났다. 민주화의 완결을 위한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민 정부가 끝나기도 전에 지나친 소비 탓인지 IMF라는 세계 기구에서 돈을 빌려 나라를 꾸려야 했다. 지난 세기의 피땀 흘린 결과가 한순간에 무너지나 싶었다. 다행스럽게 이어 들어선 정부의 'IMF 졸업' 정책과 전 국민 '허리띠 졸라매기'와 '금 모으기 운동'으로 불과 몇 년만에 나라빚을 모두 갚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또 우리가 주최한 월드컵에서, 기적처럼 4강에 오르며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과 자신감이 차올랐다. 21세기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뉴 밀레니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멋진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남북 분단이 점점 굳어져 가면서 '통일'이라는 민족적 숙원은 끝내 풀지 못했다. 1990년대 독일 통일 이후 우리도 통일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은 남북 정상 회담으로 화해 분위기까지는 이끌었으나, 진보와 보수 정권이 번갈아 들어서면서 전진과 퇴보를 반복하다가 결국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뉴 밀레니엄에 들어서면서 가졌던 통일에 대한 희망은 차츰 약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젊은 세대들에서는 "굳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저자세로 통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는 충격적인 발표도 있었다. 이런 신·구 세대간 갈등은 이제 남녀, 연령별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예상치 못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태다. 남북 통일보다 남한 내 각종 갈등 해소가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 책 『나의 가치』는 세상을 살아낼 자신감과 자존감, 자기 계시를 갖고,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화두로 삼았다. “나는 왜 항상 부족하다고 느낄까?” 저자 제이미 컨 리마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 이런 자신에게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확언을 한다. 자기계발을 위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알고 있는 리마는 독자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자기계발과 변화를 이끄는 선도적 인물이라고 한다. 또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라이브 강연 시리즈 〈당신이 원하는 삶(The Life You Want)〉에서 초청 강연자로 나서며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자택 거실에서 시작한 잇코스메틱스(IT Cosmetics)의 창립자로서, 기존의 뷰티 산업이 배제해온 ‘진짜 피부’를 내세워 회사를 미국 최대 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잇코스메틱스를 세계적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에 10억 달러에 매각했으며, 로레알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10억 달러라면 현재 우리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1조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저자의 여정은 〈포브스〉 선정,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에 3년 연속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자신이 목적을 지니고, 의도적으로, 그리고 분명한 이유가 있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으며, 스스로 가치 있고 사랑스럽고 충분하다고 믿는 법을 배우는 여정에 있다. 그의 저서 『빌리브 잇』은 이미 2021년 국내에서 번역 출판되어 한국의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물론 독자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화장품 회사를 창립하기 전에는 웨이트리스로서 생활을 했다고도 한다. 놀랍게도 이런 그가 적극적인 자선 활동가이기도 하다. 리마는 미국 전역의 100개 이상 교도소와 여성 보호 시설에 리더십 훈련 기금을 후원하고 있으며, 암 환우 여성들을 위해 4,000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제품 및 기부금을 전달해왔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는 화장품 회사를 자택 거실에서 시작했다. 이 회사를 미국 최대 뷰티 브랜드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 리마는 수십 번 거절당하고 실패하면서도 거실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고, TV 방송에 직접 출연해, 꾸며진 모습이 아닌 주사피부염을 앓고 있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며 외쳤다고 한다. “이것이 제 진짜 피부입니다.” 꾸며낸 이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내세운 그 용기로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그를 세계 최고의 여성 CEO로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대로 된다」라는 제목의 〈서문〉이 실려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혹시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교실에 앉아 정답을 알면서도 손을 들지 않았던 그 첫 순간을.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낯설고도 두려운 인식이 생기면서 손을 들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당신은 자신의 영혼이 표현하고자 하는 진짜 모습과는 어긋난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다."고 단언한다. 이런 경험에 대해 저자는 "당신은 (스스로) 의심했고, 억눌렀고, 숨었고, 안전한 방식대로 행동했다. 자신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틀렸을까 의심했다. 자신이 똑똑한지를 의심했고, 자격이 충분한지를 의심했다."(p.16)라고 지적한다. 학교 다닐 때 답을 알면서도 안다고 손을 들지 않는 일, 숨어 있는 일, 혹시나 틀릴까 봐, 혹시나 실패할까 봐, 또는 확실함이 지배하는 컴포트존(익숙하고 편안한 상태로 지낼 수 있는 공간)에 머물고 싶어서라고 저자는 확언한다.

"자기 의심, 무가치하다는 느낌과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자기 영혼의 빛을 어둡게 한다. 그리고 점점 안전한 길만을 선택하기 시작한다. 몸을 사리고, 억제하고, 숨는다. 진실의 일부만을 말하고, 우리 삶의 반만 살아가며, 진정한 자신의 일부만을 표현한다. 진정한 유대 관계보다 소속감을 갈망하고, 내면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따라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애쓴다. 이런 것들만이 사랑받고, 소속되고, 가치를 존중받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p.18)

책을 출간한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시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책 속에서 반복되어온 주제가 있다. ‘진짜 나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물음, 그리고 자존감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오며 끊임없이 마주해온 질문이기도 하다. 바로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 있는 그대로의 나는 부족하다는 불안,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야만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 등이다. 이런 사람들은 외면당할까 두려워 자신을 감추고, 누군가는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미워한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춘 ‘대리인’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가짜 나’로 살아가는 삶은 점점 자신을 고립시키고, 결국 자기혐오와 열등감, 우울과 공허함으로 이어진다. 『나의 가치』는 바로 이 “왜 나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낄까?”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선 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말을 건넨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 가치 있고 사랑받기에 충분하다”고. 저자는 "자신의 가치에 관한 믿음을 바꾸면 삶 전체가 바뀐다."고 확언한다. 이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믿는 만큼만 얻고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 2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보기: 자신감, 자존감, 자기 계시〉, 2부 〈잊기: 의심을 불러오는 거짓말과 가치를 깨우는 진실들〉, 3부 〈변화하기: 당신의 여정-흔들림 없는 자존감과 조건 없는 자기에 구축하기〉, 4부 〈깨닫기: 당신은 가치 있다. 가치는 당신 안에 있고, 가치가 바로 당신이다〉 등이다. 또 각 부는 3장~9장으로 나뉘어진다.

4개의 각 부 키워드는 '보기-잊기-변화하기-깨닫기'이다. 이에 더해 23개 장의 주요 몇 개의 장만 여기에 적는다.

「모든 것을 바꾸는 한 가지」(1장), 「당신 내면에는 위대함이 있다」(4장), 「거짓말: 돋보이면 쫓겨날 것이다」(10장), 「있는 그대로의 나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12장), 「한번 붙은 꼬리표는 영원하다」(13장), 「성취감의 비결」(14장), 「지나치게 노출되고 미성숙한」(18장), 「당신이 정말로 의심하는 건 누구인가?」(21장), 「당신은 가치 있다-빅토리 랩은 이제 시작된다」(23장) 등이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내면의 가치를 다시 세워나가려는 이들을 위한 강력한 안내서다. 자신감과 자존감의 차이를 짚고, 반복되는 자기 의심의 뿌리를 들여다보며, 거절과 실패 속에서도 ‘나는 가치 있는 존재’임을 믿는 법을 하나하나 되새긴다. 몸과 외모, 과거의 상처, 타인의 기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 우리 안의 오래된 불안과 거짓말을 벗겨내고 ‘진짜 나’로 살아갈 용기를 북돋는 이 여정은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자존감을 다시 일깨워준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종종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원하는 몸을 만들고, 더 많은 돈과 인기를 얻으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려 한다. 그런데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나서는 “왜 이렇게 허전하지?” “왜 여전히 나는 부족하게 느껴질까?”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자신감’은 외부적인 성취로 채울 수 있지만, ‘자존감’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그러나 자존감은 ‘잘하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고 느끼는 내면의 믿음이다. 성취는 순간의 자신감을 줄 수 있어도, 내가 나를 믿지 않는 한 그 만족감은 쉽게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진짜 자존감은 ‘결과’가 아니라 ‘관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도 가치를 부여할 때 비로소 자존감은 시작된다. 진정한 자존감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감정적 갑옷을 제공한다. 이 갑옷은 자신감과 달리 감정과 생각, 행동과 경험, 그리고 삶이 필연적으로 던져놓는 외부의 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힘과 회복력의 기반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 자존감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말한다. “조금만 더 날씬해지면…”, “살을 좀 빼면 그때 가서 사람들을 만나야지.” 우리는 마치 ‘목표 체중’에 도달해야만 삶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그건 진실이 아니며, 우리 삶을 묶는 ‘자기 제한적 신념’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수영복을 입지 않고, 사진 찍기를 거절하고, 모임이나 여행을 미루는 사람들. 그들은 ‘이 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믿음 때문에 현재의 삶을 유예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몸무게나 외모가 삶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가치 있는 존재로 살기 위해 ‘더 나은 나’가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자기 제한적 신념이란 우리가 무의식중에 받아들인 ‘거짓말’이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 ‘사람들에게 보일 수 없다’, ‘더 괜찮아져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 이 믿음들은 우리 삶의 속도를 늦추고, 기쁨을 줄이고, 결국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당신의 몸은 당신의 삶을 살아낸 흔적이다. 완벽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우리 안의 오래된 거짓말을 걷어내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새로운 믿음을 심어준다. 그 믿음이야말로 진짜 자존감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자존감은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시작되는 감정, 존재 자체에서 비롯된 확신이다. 『나의 가치』는 그 확신을 다시 되찾는 여정의 끝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다.” 이 책은 단지 나를 위로하고 북돋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자존감,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삶을 멈추게 해주는 자기 수용,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을 향한 시선도 온기와 여유로 바뀐다는 확장된 자존감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미 가치 있다.” 이 문장은 거절과 실패, 수치심과 자기 의심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이 되고, 더 이상 어떤 조건도 기다리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가짜 나’가 아닌 ‘진짜 나’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용기야말로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가장 단단한 선물이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늘 부족해.” “있는 그대로의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 “더 노력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실수하면 버림받을지도 몰라.” 이 모든 건 진실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되며 내면에 각인된 거짓말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 『나의 가치』는 이 거짓말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과정을 안내한다. “당신은 이대로도 충분하니까.”


"우리는 가치를 둘러싼 자기 정체성에 관해 자기에게 들려주는 깊은 얘기를 무시하고 묻어버릴 수 없다. 그 얘기들은 계속 모습을 드러내며 점점 더 크게 소리 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얘기들을 인정하고 마주하기 시작할 때 그 힘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그것들이 진실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우리 영혼은 이미 그것들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그것들은 계속 줄어든다. 우리의 삶과 생각, 정체성에서 그것들의 권위는 계속해서 줄어든다."(p.274) - 「13장 거짓말: 한번 붙은 꼬리표는 영원하다」 중에서


저자 : 제이미 컨 리마(Jamie Kern Lima)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자기계발과 변화를 이끄는 선도적 인물로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라이브 강연 시리즈 <당신이 원하는 삶(The Life You Want)>에서 초청 강연자로 나서며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자택 거실에서 시작한 잇코스메틱스(IT Cosmetics)의 창립자로서, 기존의 뷰티 산업이 배제해온 ‘진짜 피부’를 내세워 회사를 미국 최대 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냈다. 이후 잇코스메틱스를 로레알(L’Oreal)에 10억 달러에 매각했으며, 로레알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첫 책 《빌리브 잇》은 자택 거실에서 시작한 자신의 회사를 미국 최대 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수많은 거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 여성 CEO의 여정을 담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월스트리트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고객 중심의 브랜드 철학으로 이어져온 그의 여정은 《포브스》 선정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에 3년 연속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한때 데니스(Denny’s)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제이미는 고군분투하는 기업가였고, 평생 거절당하면서 자기 의심과 몸에 대한 의심, 신에 대한 의심과 싸워왔다. 태어날 때 입양된 그는 자신이 목적을 지니고, 의도적으로, 그리고 분명한 이유가 있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으며, 스스로 가치 있고 사랑스럽고 충분하다고 믿는 법을 배우는 여정에 있다. 강연자이자 투자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적극적인 자선 활동가이기도 한 제이미는 미국 전역의 100개 이상 교도소와 여성 보호 시설에 리더십 훈련 기금을 후원하고 있으며, 암 환우 여성들을 위해 4천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제품 및 기부금을 전달해왔다. 이 책으로 얻는 수익금도 100%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역자 : 허선영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원에서 20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진심을 오롯이 담아내는 번역가가 되겠다는 포부로 글을 옮기며 배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덴티티》 《멘탈의 공식》 《고양이가 보았어》 《내 삶을 구한 일곱 번의 만남》 《알파의 시대》 《시리, 나는 누구지?》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카인드》 《난센스 노벨》 《수선화 살인사건》 《겟 스마트》《나는 시크릿으로 인생을 바꿨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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