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윈 - 찰나의 영광을 넘어 오래 지속되는 승리로
캐스 비숍 지음, 정성재 옮김 / 클랩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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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롱 윈』의 표제어 '롱 윈'은 생경한 단어다. 독자처럼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 분들도 많을 것이다. 원제 'The Long Win'을 보더라도 뾰족한 번역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길게 이긴다는 뜻인지, 긴 승부에서의 승리를 뜻하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저자 캐스 비숍이 쓴 〈서문〉을 봐야 해결될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을 '성공=승리'라는 성공 공식의 허상을 증명하기 위해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 문명이 발달할수록 왜 승리 공식은 살벌해지는가? 혹시 생물학에서 말하는 다윈의 '생존 경쟁'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류 문명은 발달을 거듭해오면서 타인과의 경쟁 방식이 '승자 독식'으로 맞춰져 있다. 이런 경쟁은 승리할 경우 모든 영광과 이익을 혼자 독차지한다. 패자에게는 위로의 말을 해줄지언정 경쟁에 참여한 어떤 혜택이나 보상은 없다. 인류는 그것이 경쟁 방식으로 가장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때문에 사회 모든 분야에서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승자 독식은 전쟁에서나 있는 승부이지 다른 분야에서는 원래 승자 독식의 경쟁 방식은 없었다. 있었던 것도 따져보면 모두 협력하는 방식이 닥쳐오는 고난에 대비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경험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문명의 발달은 모두 승자 독식 경쟁방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왜 바뀌었을까? 저자가 쓴 〈서문〉에 힌트가 있을 듯하다. 저자 캐스 비숍은 올림픽 조정에 참가한 영국 국가대표 출신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서 알 수 있듯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이 아니었다. 고대 올림픽뿐만 아니라 쿠베르탕이 근대 올림픽을 창설할 때도 '공정 경쟁' '평화 추구' '즐거움'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올림픽뿐만 아니라 스포츠, 예술 등 모든 문화 부문에서도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이 도입돼 있다.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아직도 승자 독식 경쟁방식은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더욱이 참여한 모든 사람도 당연한 경쟁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성공=승리의 공식을 되짚어보기 위해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또 경쟁 참여자들은 성공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져 성공의 의미와 승리는 다른 의미라는 결과를 도출해야 가능하다. 다행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지니스, 스포츠, 교육, 정치,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성공을 다시 정의하자는 목소리가 날로 커졌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이 책이 초판 발행된 시점은 2020년 10월이다.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아직은 승자 독식의 경쟁방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일어난 계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라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성공의 개념을 새롭게 그려야 할 때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이번 개정판에서 저자는 초판 발행 후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롱 윈 사고'를 실천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을 더 알려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판에 '롱 위너'들의 짧은 이야기를 추가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리더들이 어떻게 성공을 정의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올림픽, 전쟁터, 그리고 비지니스 현장과 학교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조사하면서 운동선수, 학자, 교사, 심리학자, CEO 등 각계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덕분에 승리가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는' 환경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탐구했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승리는 인간 문화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려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표면 아래의 모습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승리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모두 녹아 있다. 따라서 승리를 알려면 통상적인 관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온갖 선입견과 신념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될수록 광범위한 분야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도발적일 수 있는 내용도 담아야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통해 많은 분이 자신만의 '성공'을 정의할 수 있게 하기 바란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불법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 학위를 받기 위해 표절하는 학자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많은 분야의 성공 공식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인 승리에 집착하는 문화는 그동안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아이들은 형제자매, 학급 친구와 경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무의식에 새기고 있다.


심지어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는 지구에 돌아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알려졌다. 한 올림픽 선수는 금메달을 따냈던 과정이 너무 괴로웠던 나머지 메달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정치인들이 자국의 승리를 선포하는 동안 기후위기는 가속화되었다. 도대체 왜 승리만을 자신의 삶 등 모든 것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성찰한 사람들에게는 승리란 한때의 '허망한 환상'라는 후회감을 느낀 것일까? 

예스24 MD인 책 홍보문에서 우리의 경쟁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로 진화하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 "승자 독식이 당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결과는 비극이다. 분노와 우울이 만연하다. 부정적 감정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저자인 캐스 비숍는 승자 독식에 의문을 던진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서, 경쟁 사회의 폐해를 지적하고 제로섬이 아닌 윈윈을 제안한다."

이처럼 『롱 윈』은 오늘날 만연한 경쟁주의와 승리 지상주의에 정면 도전하며 지속 가능한 성공을 탐구하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정 선수, 분쟁 지역에 파견된 외교관이라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지나오면서 어떤 세계를 가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이후 본격적으로 승자 문화를 탐구하기 시작하며 삶에 녹아든 승리의 언어, 역사, 과학, 교육,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까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이 책 『롱 윈』에 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승자는 공허감과 계속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패자는 무너지는 자존감으로 괴로워한다. 승자도 패자도 괴로워하는 기이한 현실에서 진정한 승리란 무엇을 의미할까?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동시에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제시하는 책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3부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승리란 무엇인가〉, 2부 〈승리는 어떻게 인간을 망가트리는가〉, 3부 〈지속되는 승리는 어떻게 얻는가〉 등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승리의 정의에 대해 탐구하고 왜 지금의 승리 인식이 인간을 망가트리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현황을 많은 분야에서 파악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지속적인 승리(롱 윈)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13개장을 제목으로 살펴보면 1장 「‘루저’ 부르짖는 사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승리의 언어」 2장 「인간은 원래 그래?: 오해와 편견을 부르는 과학적 해석」3장 「패자는 말이 없는 법: 오직 승리만 기록되는 역사」 등 1부를 이루고 있다. 4장 「언제까지 이겨야 할까?: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평생 경쟁하는 삶」 5장 「이 반에서 누가 제일 공부를 잘합니까?: 승부욕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6장 「메달에 울고 웃는 선수들: 엘리트 스포츠의 신화와 진실」 7장 「반드시 1등 기업이 되어야 한다: 무한 경쟁 비즈니스」 8장 「전쟁, 선거,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 21세기 글로벌 승자의 민낯」 등으로 2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9장 「트로피보다 훨씬 오래 남는 것들: 롱 윈 사고법과 3C」 10장 「성공을 다시 정의하라: 명확성」 11장 「어떻게 배울 것인가: 꾸준한 배움」 12장 「사람이 먼저다: 연결」 13장 「새 시대의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롱 위너들의 이야기」로 3부를 이뤄 끝을 맺는다.

1장에는 '루저'라는 단어가 나온다. 저자 캐스 비숍이 영국 조정 국가대표로 훈련 중일 때 “네 녀석들은 챔피언이냐 루저냐?”라는 핀잔을 코치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학창시절에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에서, 영국 여성 조정 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내며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9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느꼈다. 저자가 2004 아테네 올림픽에 다시 도전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출전을 의심했다. 과거의 기록으로 보건대 절대 메달을 딸 수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캐스는 그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처음에는 기뻐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금메달을 놓친 것과 은메달을 딴 것 사이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고도 말한다.

올림픽 정신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것을 강조하지만 언론은 이런 가치보다 메달의 색과 수, 승자와 패자의 심정을 담은 인터뷰에 집중한다. 세 번째 은메달을 딴 캐스의 동료는 가족을 떠나보낸 것처럼 슬퍼했다. 금메달을 기대한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실망을 표했고 자신마저 괴로움에 빠졌다. 캐스는 메달 색깔이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2위를 했다고 이토록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문화를 조장한 사회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이것이 바로 경쟁사회의 함정이다. 경쟁이 있어야 빠르게 성장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진 반면,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탐구한 바로는 트로피 뒤에 숨은 부패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행, 뇌물, 약물 복용 범죄, 업계 최고가 되고자 성과를 조작하는 기업들, 1등급을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과 부모들까지 일상 곳곳에서 경쟁을 향한 집착을 볼 수 언론을 통해서도 매일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보며 부정행위로 얻는 이득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하고 돌이키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 선수 벤 존슨은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손에 넣었으나 사흘 뒤 불법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져 수상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가 누린 영광의 시간은 고작 55시간 남짓이다. 남은 인생 동안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에 비하면 짧디짧은 순간이다.

승리를 향한 집착은 어떻게, 왜 생겨났을까? 저자는 우선 우리도 모르게 승패와 관련된 언어가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성공하는 법’ ‘성공 명언’ ‘부자와 빈자의 차이’ ‘승리 요정’ ‘이기는 팀 우리 팀’ ‘압도적인 승리’와 같은 승리에 관한 언어가 언론, 도서, 유명인의 연설, TV 드라마, 친구와의 대화 등 곳곳에서 사용된다. 어딜 가나 1등을 조명하는 일은 흔하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에서 이긴 나라의 역사가 주로 기록되었지 패전국, 소수 민족의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이 DNA처럼 몸에 새겨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윈의 ‘생존 경쟁’을 예로 든다. 그러나 실제로 다윈은 이것을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는 것까지 포함한 넓고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이 오늘날의 경쟁주의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언제나 ‘1등’을 우월하게 생각한다.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교사가 경쟁 중심의 교육에 지쳐 교직을 떠나고 있다. 성적이 중시될수록 미술, 음악, 체육 같은 예체능이 대폭 축소되고 주요 과목조차 시험에 필요한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는 등 창의적인 교육이 전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과정보다는 성과에 주목하고 팀끼리 경쟁을 붙이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같은 팀인데도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팀워크가 무너진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한 저자는 높은 성적을 받거나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행복을 느끼는 것과 별개이며,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풍토가 각종 부패와 불행을 낳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쟁에 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도 뒤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은 특히 경쟁에 익숙하다. 누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누가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누가 먼저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지를 두고 싸우는 ‘제로섬 게임’은 남과의 비교를 부르고 행복감을 저해하는 등 현대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다." 



인생은 결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삶을 평가할 때 ‘승리’와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과정으로서의 삶은 철저히 무시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승패 이분법을 지양하고 협력과 공존으로 나아갈 것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명확성'이다. 개인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과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것, 쉽게 바뀌는 숫자와 당장의 결과에 목매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꾸준한 배움'이다. 당장의 결과가 어떻든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배움의 태도가 곧 경쟁력이다. 배움에 집중하면 어떤 풍파를 맞아도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면 실제로 성과도 더 잘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다. 저자는 12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고 ‘사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결론을 배웠다. 연결되지 못하면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초를 겪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관계를 무시하고 경쟁에 몰두하면 오히려 목표와 멀어지고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새 시대의 승리를 추구하는 세계적 리더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승자 문화의 실체를 깨닫고 나면, 트로피보다 값진 자신만의 성공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집필했다. 저자의 말이 사회 각 분야에서 잘 흡수돼 경쟁보다는 협력, 독식보다는 공동체 의식 확장에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캐스 비숍(Cath Bishop)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이자 영국 외무부 외교관 출신. 현재는 리더십, 팀 개발, 조직 문화 혁신을 돕는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이자 세계 곳곳에서 강연 요청을 받는 연사이기도 하다. 영국 대표 여성 조정 선수로서 1998년, 2003년에 열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수상했고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간절히 바란 메달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없이 느껴야 했던 ‘실패자’라는 낙인은 쓰라렸다. 저자는 메달 색깔이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순간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교육,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승패 이분법을 타파할 대안을 고안했다. 그것이 바로 오래 지속되는 승리를 위한 ‘롱 윈 Long Win’ 사고법이다. 저자의 연구는 2020년 《The Long Win: The Search for a Better Way to Succeed》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같은 해 파이낸셜 타임스 비즈니스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실제로 롱 윈 사고법을 적용한 리더들의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추가한 최신 개정판을 완성했다. 바로 이 책이다.


역자 : 정성재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머신러닝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National Geographic 펼치면서 알아보는 숨겨진 공룡지식백과》, 《National Geographic 펼치면서 알아보는 숨겨진 곤충지식백과》, 《자이언트 보드게임북》, 《비행기 대백과》, 《네가 있어 다행이야》, 《어몽어스 완벽 매뉴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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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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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사회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구태의 독일 교육 제도와 종교적 틀에 갇혀 청소년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저자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성장소설이지만 신랄한 사회 비판적 요인들로 오늘날에도 소설 속의 질문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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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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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성장소설이다. 한 재능 있는 소년, 한스를 통해 가정과 사회의 강요된 기대 속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인공 한스가 모범생이라는 이름 아래 짓눌린 감정을 스스로 억누른 채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 모습을 그려내 당시 고정화된 독일 사회와 교육에 메스를 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스는 제도권 틀 속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당시 독일 사회와 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인 헤르만 헤세가 지방 소도시에서 학교 다닐 때 겪었던 부조리한 사회나 제도를 들춰내 메스를 가한 비판적 소설이기도 하다.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 기벤라트는 학문의 길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유를 포기하고, 어른들이 원하는 삶을 살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결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야기는 한스의 열정과 희망으로 시작되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를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한때는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자유를 만끽하던 소년이 어느새 신학교의 엄격한 규율 속에 갇히고, 오직 성적과 학문적 성취만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세계에서 점차 길을 잃는다.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는 유일한 위안이 되지만, 그마저도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 앞에서 끝내 멀어지고 만다. 남겨진 것은 피로와 허무, 그리고 조용한 절망뿐이다.


가 수록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몄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소년이 책상 앞에서 몰두하는 모습, 신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의 긴장감, 낚싯대를 드리우며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마울브론 신학교의 차가운 풍경, 호숫가에서 나눈 친구와의 대화, 교실에서 터져버린 감정, 착즙기를 돌리며 피어오른 감각, 그리고 공방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장면들은 한스의 성장과 붕괴,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소년의 모습은 그가 끝내 도달한 곳이 어디인지 묻게 만든다. 출판사 측은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러고 설명한다. 이것은 사라지는 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가 쉽게 놓쳐버리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분석은 헤르만 헤세가 유대인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스위스로 망명한 사실에서 추론해 낸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당시 독일은 과학기술의 최고 위치에 있어 이른바 '독일 전성시대'를 열려는 시기였다. 그러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모두 패함으로써 세계 패권은 미국에게 넘겨주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아인슈타인 등 많은 독일 학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 등으로 망명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때 망명한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었다는 공통점에서도 일치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던 한 소년이 끝내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이 고전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한스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또 다른 한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성찰해 볼 때다.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가 신학교에 들어가 교육받았은 경험을 통해 당시 받았던 내면의 상처를 바탕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 촉망받는 인재로 아버지의 기대와 지역 어른들의 기대주로 촉망받았고, 아버지의 뜻대로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 이후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헤르만 헤세는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삶은 ‘재능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삶’이었다. 작중 주인공 한스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고 풀이된다. 당시 유럽 사회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교육에 구시대적 관습을 따랐으며, 종교와 정형화된 사회 구조로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기대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회에 결국 융화되지 못하고 내면은 점차 피폐해지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헤세는 이 작품을 통해 경쟁 중심의 교육, 폐쇄적인 학교 시스템, 자율성과 감정이 억압된 청소년기를 신랄하게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한스는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쁨을 잃어가고, 낚싯대를 드리우며 자연과 교감하던 시절의 행복했던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신학교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소년은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마저 사회의 잣대에 의해 멀어진다. 결국 한스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한 죄’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는 이 작품이 단지 성장의 실패를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제도적 폭력 앞에 무력하게 희생되는 영혼에 대한 애도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도 우리 삶과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유교적 폐습을 발전적 변화로 풀어내지 못하고 답습한 결과 나라를 빼앗기는 설움을 당했다고 풀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유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의 악습이나 변화되는 사회에 맞지 않는 구습을 떨쳐내지 못한 조선과 구한말 우리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된 사회에서 경제 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과연 아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진정으로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이 존재하는가?를 되돌아볼 때라고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있다. 왜 세대 갈등이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는가에 대해 기성 세대들의 반성이 필요한 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작품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이야기는 지나간 시절의 것이 아니다. 한스의 고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히 누군가는 그 ‘기대’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 책은 한 소년이 사라지는 과정을 기록하며, 동시에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 하지 못햇다면 과연 지금은 할 수 있을까? 중년의 나이이자 기성 세대인 독자가 청소년 성장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느낀 감정이다. 

사실 전쟁으로 유럽 사회를 손아귀에 넣으려 했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영토마저 분단됐다. 로마 제국의 영광을 다시 세우려는 꿈을 꾼 독일의 도전 방식은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변화된 사회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아시아를 제패하려던 일본의 꿈과 너무나 닮았기에 독자로서 독일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러나 패전 후 독일은 철저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소련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독일은 다시 통일됐다. 세계대전 후 강대국에 의해 분단된 나라 중 이제 우리 한반도만 남았다. 독일은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의 내면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지금도 무너지고 있을까? 아니면 철저한 반성으로 재도약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을까 사뭇 궁금하다. 


그가 어떻게 강에 빠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길을 잃고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갈증을 해소하려다 중심을 잃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강물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몸을 기울였고, 그 순간 달빛과 밤의 고요함이 주는 평 온함이 그를 감싸자, 극도의 피로와 두려움이 조용한 충동으로 그를 죽음의 그림자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p.279}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며,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1904년《페터 카멘친트》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06년 자전적 소설《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 필명 ‘에밀 싱클레어’로《데미안》을 출간했다.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1920년에는《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클라인과 바그너》《방랑》《혼란 속으로 향한 시선》을 출간했다. 1946년《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과 시, 수많은 그림을 남겼고, 평생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역자 : 랭브릿지


Bridge of Language, 랭브릿지는 언어의 다리를 연결하자는 모토를 가진 전문 번역그룹으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소통을 지향합니다. 다양한 전문 번역가로 구성되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읽기에 편안한 번역을 제공합니다. 언어의 다리를 통해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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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백종우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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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상처를 마주하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우울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자신의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담았다. 또 사회적 관심과 연대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환자는 치료하는 제도적 시스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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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백종우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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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정신질환 명칭들이다. 정신질환은 예부터 밝히기도, 알려지기도 꺼리는 질환이다. 의사로부터 정신질환 판단을 받아도 치료가 쉽지 않다. 물론 정신질환 치료의 역사가 무척 짧은 데다 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정신질환은 아직까지 이른바 '신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며 치료가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겨우 '치매 치료 국가책임제'가 도입돼 뇌 질환의 사회적 책임에 나섰지만 아직 완전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 정신질환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는 정신질환자가 사건 피의자로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때뿐이다. 의료계에서는 정신질환이 중대 범죄의 요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시민들은 중대 범죄가 특별한 이유 없이 벌어진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불안 요인이고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의 저자는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치료 현황이나 사회적 책임, 국민건강보건 차원의 국가책임제 등을 살펴보고 대책을 추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저자 백종우는 2012년 정신질환자 치료 중 내원한 환자의 불의의 공격으로 고인이 된 고 임세원 교수의 2년 후배라고 한다. 이 책 표제어 '처음 만나는~'이란 문구는 신입 정신과 의사로 일을 시작할 때 들었던, 평생 잊히지 않는 2년 선배의 독려의 말이었기에 이 책의 제목이 된 것 같다. "이 환자분께는 네가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잖아.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가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라는 지적의 말이었다. 저자는 그 말을 듣고 있을 때 소름이 돋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응급실 환자를 처음 배정받아 첫 보고를 하던 날의 일이다. 내가 배정받은 환자는 정신과 의사를 처음 만나보는 초진환자였다. (중략) 당연히 신입 의사도 초짜들이다. 가운에 달린 '정신과 의사'라는 명찰에 설레면서도 매일 실수와 지적의 연속인 날들이다. 그날 2년 차 선배 임세원은 내가 작성한 의무 기록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며 한 말이라고 한다. 저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책임의 무게에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당신이 우울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2장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3장 〈트라우마, 산산조각이 된 마음〉, 4장 〈정신질환 치료의 장벽, 몰라서 또는 알고도〉, 5장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것들〉 등이다. 신입의사로서 '응급실 100일 당직'이 끝나기까지 저자가 처음 만나게 된 많은 환자는 그 병원 진료 문턱을 넘는 데 많은 사연을 겪은 분들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그 문턱을 넘는 것을 주저했다는 것. 특히 응급실에 온 분들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정신과 환자들은 자신은 환자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집안에서는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병원을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뜻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사회에서는 환자에게 배타적이고, 학교에서는 친구가 되기를 꺼린다. 결국 학교도 사회에도 삶을 이어갈 곳이 없게 된다. 이 분들을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의 마음도 갈렸다고 말한다. 그간 이 환자의 삶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환자가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뿌듯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반면 '나는 이 환자를 돕고 싶은데 이분은 왜 이렇게 마음을 정하기가 힘든 걸까?' 싶은 마음에 환자와 이 사회가 답답할 때도 있었다고 속내를 밝힌다. 책에 따르면 2010년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바꾸었다. 어느새 매년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국민이 400만 명이 넘었다. 편견과 차별도 줄었지만, 아직도 문턱을 넘는 데는 때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을 넘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물론 옆에서 이들을 도우려는 선의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저자는 집필 취지를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도 산업사회에 진입해 핵가족화되었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이루어졌던 공동체의 힘은 현저히 약화되었다. 고민이 훨씬 많아진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자살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증가한 자살률은 지금까지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1위로 가장 높다. 쉼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이 넘어지지 않게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 건강에 관심을 가질 때다.


1장의 첫 글은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이란 제목으로 쓰였다. 독자는 우울증의 정확한 증세를 모르지만, 일부 의사들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했다는 말도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커다란 위기를 겪은 세계 사람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대면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했던 기억이 독자에게도 있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우울증이 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도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증상이다. 현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 기댈 곳이나 마음 나눌 사람 하나 없다면 더 힘들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 충동, 조현병, 공황장애 등으로 악화되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몇 년 이상 장기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정신과를 방문하고 싶어도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치료받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마음의 병을 질환으로 인식하기보다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이 예민해서 생기는 것으로 보는 시선, 정신과를 방문하면 기록이 남아 취업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남성들은 남성의 성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에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문을 두드리기는커녕 자신의 속내를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저자가 책에 쓴 미국 연수 기간에 경험해 전해주는 한 에피소드가 오래 남는다. "미국에서 연수할 때 흥미로운 일이 하나 있었다. 취업 면접을 앞둔 대학생들이 병원에 우울증 진단서를 받겠다고 온 것이다. 너무 의아한 일이라 그게 취업 면접을 하는 데 도대체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인즉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것을 치료하고 극복했다는 점을 면접관에게 어필하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취약한 시기를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발판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이야기에 박수를 쳐주는 사회적 풍토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무척 부러웠다.(p.35)


정신질환은 어느덧 사회의 '금기어'가 될 정도로 기피했다. 사실 증세가 가벼운 질환은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거나, 남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증세로 악화될 수 있다. 요즘도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공황장애, 조울증, 조현병 등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급작히 병세가 악화되거나 급성 발작 증세도 일으킨다고 의사들은 경고하고 있다. 중대 범죄의 피의자로 정신질환자가 지목될 경우 더욱 편견과 혐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도 우울증이 심해진 조울증, 혹은 심각한 공황 장애, 조현병의 발작으로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 자살의 원인은 모두 정신질환에 의한 것으로 일반 국민들은 생각할 것이다. 자살할 이유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 대부분이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꼽는 경우도 많다. 

자살은 앞서 언급한 대로 수십 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지키고 있다. 사회적 원인이 크겠지만 실제 자살자들 중 절반은 청년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이들 자살한 사람들은 대개 정신질환자라고 단정하는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우선일 것 같다. 내놓고 분석하고, 잘 알려질수록 정신질환이 범죄나 자살의 원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란 인식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신과 병원을 찾는 일을 기피하거나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숨기려 노력할 필요도 없어질 것 아닌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는 사회적 원인이 큰 경우가 많아 치료나 병원 가기를 크게 기피하지는 않겠지만 쉽게 치료되지 않는 질환임은 분명한 듯하다. 

사회적 문제가 된 질환은 또 조현병이 있다. 조현병은 예전에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을 갖고 있었지만 차별적·혐오적 용어라고 해서 '조현병'으로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현병(schizophrenia)이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마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을 말한다. 조현병은 일부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여 환자나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지만, 최근 약물 요법을 포함한 치료법에 뚜렷한 발전이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조현병(調絃病)’이란 용어는 2011년에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바뀐 것이라고 저자도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 '치매' 역시 '인지흐림증' '인지장애'로 순화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개정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훨씬 이전 '한센병'도 마찬가지 이유로 순화된 병명이다. 의료계에서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하여 개명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조현(調絃)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현재 조현병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조현병은 뇌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조현병의 원인을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며, 생물학적인 원인 및 유전적인 원인, 스트레스 등 심리학적 원인들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가정과 직장 문제, 경제 상황 등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사회환경적 상황에 주목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사회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청소년과 청년 우울증, 산후우울증, 중년 남성 우울증, 노인 우울증과 같이 생애주기별로 겪을 수 있는 우울증뿐 아니라 수면장애, 코로나, 경제 문제로 인한 우울증 등 다양한 우울증의 원인과 그 양상을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마음의 상처, 왕따, 또는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그로 인한 자살 충동,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어떻게 해야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책에 나오는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나의 현재 마음 상태를 진단할 수 있으며, 정신과를 처음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부록으로 실어 정신과를 선뜻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현대 의학 수준으로 우울증 같은 질환은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살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족이나 소중한 이를 자살로 잃은 자살생존자들의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조현병 역시 정기적으로 진료받으며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함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예비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묻지 마 범죄나 진주 아파트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의 비극은 조현병 환자가 사회에서 방치된 결과로, 조현병 환자와 관련된 강력 범죄의 발생 비율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낮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환자의 병을 낫게 하기 힘든 상황도 분명 있다. 이럴 땐 환자와 보호자 옆에 버팀목처럼 있어 주는 것이 최선이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곁에서 이들을 지지해주고 함께하는 동안 기적 같은 일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미래가 올지 인간인 우리는 알 수 없다. 이것이 25년간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교훈이다.(p.189)


저자 :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트라우마 분야의 다학제 전문학회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3대 회장,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과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회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 2024년부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고 임세원 교수, 서울대학교 김재원 교수와 함께 500만 명 이상이 수료한 한국자살예방협회의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개발간사로 일했으며, 해군과 소방관 버전의 개발 책임을 맡았다. 또한 한국형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임상에서 만나면서 진료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사회정신의학자로서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와 가족, 사회적 재난 피해자, 천안함 생존 장병, 자살유가족을 만나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에 참여했고 자살 고위험군에 관한 사례관리 임상연구, 코로나 등 감염재난 정신건강 솔루션 개발, 인공지능을 통한 자살·자해 예방 등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동료 의사 고 임세원 교수의 꿈이었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는 마음의 아픔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국민의 마음에 닿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믿고,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사 등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핵가족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사회는 마음건강을 챙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KBS1 <아침마당>, MBC <100분 토론> 등 방송 매체와 뉴스에 출연했으며, 서울신문에 칼럼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을 연재 중이다.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관한 논문 200여 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공저),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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