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훈련의 모든 것 - 나이가 몇 살이든 늦지 않은
시노하라 키쿠노리 지음, 김은서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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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뇌 훈련의 모든 것』의 저자 시노하라 기쿠노리는 일본의 뇌과학자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뇌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으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인지장애, 기억력 퇴화 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자는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현대 사회의 큰 문제로 부각된 알츠하이머 등 뇌세포 퇴화 증상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매우 유연하게 변화한다. 사람은 1,000억 개가 훨씬 넘는 뇌세포가 전기 신호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그 형태를 변화시키고 상황에 맞춰 매우 적절하게 변화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뇌 훈련은 ‘나이가 몇 살이든 늦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뇌 훈련에도 적합한 ‘방법’이 존재한다. 뇌과학자이자 건강교육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뇌과학 연구를 통해 뇌 훈련의 적합한 방법이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아내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뇌가 다른 장기와 달리 많은 '뇌(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뇌세포는 나날이 연결 방식이나 연결 강도를 변화시키는 세포끼리의 연결을 꾀하는 특수한 활동을 한다고 밝힌다. 우리 뇌는 1,400억~1,500억개나 되는 뇌세포가 전기 신호를 발산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형태를 변화시킨다. 마치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지식 능력을 높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뇌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어쩌면 컴퓨터도 뇌신경세포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독자가 컴퓨터나 뇌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컴퓨터를 가장 먼저 발명한 사람이나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해 오늘날의 부분적으로는 사람의 뇌를 능가하는 능력을 갖추게 발전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뇌 훈련은 늦고 빠름의 문제가 아니며 제대로 훈련한다면 뇌의 퇴화와 기억력 저하를 크게 저감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머리말)〉를 통해 뇌의 '선조체'*가 작용해서 기억의 효율이 높아지고, 능력 향상도 촉진된다고 밝히고, 책의 전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선조체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 선조체(striatum) : 뇌 기저핵(Basal ganglia)의 한 영역으로 대뇌피질(Cerebral cortex) 및 시상(Thalamus)와의 신경망 연결을 통해 자발적인 움직임의 선택과 시작(Selection and initiation of willed movement)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분자·세포생물학백 참조)

이 책은 「나이를 먹을수록 강화되는 ‘뇌의 힘’」이란 제목의 〈서문(들어가며)〉과 본문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60세부터라도 늦지 않은 뇌 단련법〉, 2장 〈뇌를 단련하는 훈련〉, 3장 〈‘기억이 안 나’, ‘나이 탓’ 진짜 문제는?〉, 4장 〈생활 속에서 뇌를 지키는 방법〉, 5장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생활 방식Life Style 추천〉 등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뇌는 쇠약해지기만 한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잘라 말한다. 영어로 알츠하이머로 명명된 '치매(痴呆)'는 한자어를 그대로 빌려온 것으로 '인지 기능(두뇌 회전) 저하'**라고 바꿔 말하는 흐름이다. 치매는 어리석을 치(痴), 어리석을 매(呆)라는 부정적 의미의 한자어를 사용해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2011년부터 있었고, 2024년 7월 17일에 '인지증'이라는 용어로 치매라는 명칭을 변경하자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뇌는 강력한 '기억 장치'로 뇌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해서 터득한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그리고 50세나 60세가 되더라도 새로운 기억은 뇌에 계속해서 입력된다. 이는 80세나 90세, 100세이도 마찬가지다."고 단언한다. 

**인지증(dementia, 認知症) : 인지증이란 후천적인 외의 기질적장해에 의해 한번 정상적으로 발달했던 지능이 비가역적으로 저하한 상태를 말한다. 개 또는 고양이 등 사람 이외에서도 발증한다. 협의로는 지능이 후천적으로 저하한 상태인 것을 지적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지능 이외로 기억 또는 견당식 자기의 시간적, 공간적 또는 사회적위치 등을 정확히 인식하는 기능을 포함한 인지의 장해 또는 인격변화 등을 정의 등을 수반한 증후군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천적으로 뇌의 기질적장해 또는 운동의 장해 또는 지능발달면에서의 장해 등이 나타나는 상태는 지적장해 또는 산천적으로 인지의 장해가 있는 경우는 인지장해라고 말한다.(생명과학대사전, 2008 참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 순간적으로 기억이 잘 안 나는 건망증 증세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망증은 어떻게 보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또 〈서문〉 「나이 탓, 유전 탓은 분명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성장한다」라는 두 번째 제목의 글에서 인지 기능은 어떤 방식으로 강화될까?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에서 9세부터 11세까지의 6,567명을 대상으로 한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 조사'를 언급한다. 조사 결과 '1년의 나이 듦'(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인지 기능은 강화된다) < 인지 관련 유전 요인 < 1년간의 교육 <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순으로 각 요인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는 전한다. 또 2년간 교육을 실시할 경우 인지 관련 유전 요인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모두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즉 인지 기능은 유전 요인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받으며 강화되고, 또한 교육을 통해서 강화되는 것이란 주장을 도출해냈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은 '하면 된다', '유전 탓이 아니다', '환경 탓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이 크게 성장한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3가지 지능', 즉 「유동성 지능」 「총괄성 지능」 「결정성 지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오래 전 영국의 심리학자 레이먼드 카텔이 분류한 것으로 아직 이론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결정성 지능은 지혜와 지식과 경험과 관련된다. 즉, 경험을 통해서 결정화되는 지능으로 나이 듦에 따라 강화된다고 부연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재된 지혜와 지식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뇌에 축적되어 있는 지혜·지식·경험은 원리적으로는 경험을 쌓을수록 강화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연륜'이라고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듦에 따라 결정성 지능은 강화되지만 유동성 지능의 힘은 저한된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유동성 지능도 시험을 반복하다 보면 그렇게 크게 저하하지 않는다고 보충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기억과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면서 이런저런 작업(지적 작업)을 실시하는 힘, 즉 작업기억(두뇌회전)이라고 불리는 힘은 작업기억 훈련을 통해 향상되며, 작업기억을 왕성하게 사용하는 일을 하면 할수록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작업기억을 사용할 기회는 넘쳐나기 때문에, 이를 특별히 기억해 두고 실제 일상 생활에서 적용해 보기를 권유한다.

책의 1장은 작업기억과 관련된 문제에 도전하도록 해서, 작업기억을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뇌에 메모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도 독자들이 직접 체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간단한 용어 3개의 반복이나 기억해 순서대로 말하는 것 등의 실제 뇌 훈련 방법을 책에서 소개한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우리 뇌는 작업기억 과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지만 '뇌의 메모장' 수에는 한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언가를 기억한 후에 실시하는 작업이 1~2개라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지만, 3~4개로 늘어나면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즉 뇌가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일을 한다는 것은 모두 처리해 낼 능력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뇌의 이리저리 짜맞추기 능력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실제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작업기억 훈련의 목적은 이 메모장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3장 정도의 뇌의 메모를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한 가지만을 단순하게 단련하는 것으로는 작업기억의 단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개의 업무를 멀티로 처리하는 종합직과 같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일수록, 뇌가 단련되어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또 1장에서 WHO(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발표한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 WHO는 운동, 금연, 지중해식 식단(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 위험하고 유해한 음주 금지, 인지적 훈련, 과체중 및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의 관리 등이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WHO는 이후 보고를 통해 수면, 난청, 치주병 등이 인지 기능 저하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충치균이 치매에 관여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운동과 식사, 수면,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와 같은 건강 관리를 하면서 뇌를 단련해야 인지 기능 저하 예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한다. 이에 관한 자세한 식품군의 소개와 함께 익숙해지도록 유도한다.

2장에는 실제 뇌 훈련을 수행하도록 자세하게 구성했다. 즉 실전 훈련이다. '퍼즐 풀기'처럼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면서 익히는 방법이다. 이 장(章)은 퍼즐을 푸는 행동, 생각하는 일, 작업기억을 사용하는 것을 쾌감으로 연결함으로써, 작업기억의 힘은 강화되기 쉬워진다는 점을 익힐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즐겁다' '재미있다'라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전 전에 알아둘 일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 문제 수가 많지 않으므로, 단순히 문제를 풀고 나서 풀었다 못 풀었다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시행해서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답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라고 주문한다. ② 퍼즐을 사용한 뇌 사용법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라고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직업 기억의 힘이 저하하게 되면 뇌를 하나하나 의식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그때야말로 뇌가 제대로 사고의 과정을 의식하도록 해서 일상생활을 훈련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 ③ 몰라서 하기 싫어졌을 때 '아~ 생각하는 건 즐겁구나~'라고 말하라고 요청한다. 

앞서 언급한 '선조체'의 역할과 활용에 대해서는 4장 〈생활 속에서 뇌를 지키는 방법〉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 몸이나 머리는 지속적으로 무슨 일을 반복하는 것을 싦어한다고 한다. '싫다'라는 느낌은 반복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몸을 쓰는 운동이나 두뇌를 계속해서 회전시켜야 하는 뇌 단련법 실천을 방해한다. 즉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의욕' 저하는 느낌이고 감정이지만 이성적 판단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때 '의욕의 구조'를 알게 되면 의욕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선조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뇌에는 좌우 대칭인 선조체(p.121 그림 참조)라는 부위가 있다. 딱히 붉은색은 아니지만 이 선조체는 의욕에 깊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선조체는 운동과 행동의 개시와 유지에 관여하는 대뇌 기저핵의 일부이다. 선조체의 북측에는 측좌핵이라고 불리는, 쾌감에 강하게 관여하는 부위가 있으며, 북측피개영역이라고 하는 도파민 세포의 시작지점으로부터 투영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선조체는 행동과 쾌감을 연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착한 일을 했을 때 엄마가 칭찬해주면, '착한 일을 하면 칭찬받는다'라는 생각이 연결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착한 일을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선조체는 발휘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칭찬받는지에 대한 예측적인 결합이 만들어져서 그 전조를 감지하게 되면, '의욕'에 불이 붙는 것이다. 따라서 의욕적이 될 수 있는 가정 좋은 방법은, 행동과 쾌감을 연관시키는 것이다. 

몸을 쓰는 일이나 두뇌를 쓰는 것이나 모두 뇌에서 관장한다.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마지막 장의 「'고독한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민샤 루오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서는 118명의 고령자(65~94세)를 대상으로 21일간에 걸쳐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를 조사했다는 것. 이 조사 결과 사람과 관련되는 활동은 하루 평균 39분, 고독하게 보낸 시간은 5.03시간이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윤리적으로 중요시되고,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에 그렇게까지 긴 시간을 다른 사람과 보내지는 않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보다 길고 고독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으며, 사람을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고독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행복감을 향상시켜주는 수단인 한편, 고독 또한 그 사람의 에너지 회복을 도와주는 고령자의 일상생활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는 것도 좋고, 멍하게 보내는 것도 괜찮다. 독서, 컴퓨터, 게임, 수공예 활동9자유로운 공작)이 경도 인지 장애의 리스크를 낮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여가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혹은 이 책에서 다루는 뇌 훈련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p.155)


저자 : 시노하라 기쿠노리(Kikunori Shinohara, しのはら きくのり, 篠原 菊紀)


스와도쿄 이과대학 공통교육센터 주임교수로 뇌와 인간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도쿄이과대학 종합연구기구 겸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도쿄대 교육학과 졸업, 동 대학 대학원 교육학 연구과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는 다채널 근적외선 분광 분석기를 이용해 공부할 때, 놀 때, 운동할 때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뇌 활동을 조사하고 있다. 오락산업, 교육산업, 관광산업, 자동차산업 등과 연계하여 다수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동 ‘뇌’ 연구의 일인자로 TV, 라디오, 신문 등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뇌 활동의 다양한 실험 결과를 쉽고 재미있게 전해 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뇌의 메커니즘을 학습에 접목한 강연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서로는 《공부에 빠지는 뇌 만들기》《남자아이의 뇌를 좋아지게 하는 부모》《뇌 과학자가 알려주는 아이의 사고력 좋아지게 하는 법》《의욕 넘치는 뇌 만들기》《성공하려면 전두엽을 단련하라!》등이 있다.


역자 : 김은서


고교시절 일본인 펜팔 친구를 사귀며 일본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3년간 일본에서 회사생활을 경험하고, 현재까지 일본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꾸준히 다양한 분야의 번역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번역서로는 《지금 아이들이 있는 곳》, 《마음의 전문가는 필요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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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 - 생각을 리부트하라, AI 시대 인생 철학법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장하나 옮김 / 파인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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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은 현대인들은 오늘날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를 조언한다. 복잡하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일까? 독자의 경우 학교 다니고, 사회에서 직장 생활하고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살아왔다. 학교 생활에서도, 사회 생활에서도, 결혼 생활에서도 모두 고민은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답은 지금도 갖고 있지 않다. 고민이 부족했는지, 생각하는 두뇌가 부족했는지는 돌아보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배운 대로, 혹은 책에서 알려준 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100%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도 없다. 열심히 살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내로라 하는 결과나 성공을 얻었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좀 더 구분해서 말하자면 도덕적·윤리적 문제들은 무의식적으로 범하지 않고, 법적 문제가 따를 경우엔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에서 뚜렷한 위치를 밝힐 정도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의 과정을 거쳐 왔다고는 말하고 싶다. 가끔씩 철학 책도 읽었지만 철학자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일에 매달려야 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선에서는 언제나 나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문제를 풀었다. 뒤늦게 아쉬운 점은 청소년기에 삶을 위한 나름대로의 철학적 답변을 확고히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철학자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저자 장하나는 살면서 고민되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이 책에 소개되는 철학자처럼 스스로 문제에 답해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점을 철학자들이 답하는 방식을 익혀 각각의 개인적인 고민과 궁금함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철학을 어렵고 자신과 거리가 먼 학문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접근법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책의 기술과 형식은 일상에서 느끼는 막연한 고민을 주제로 현대인들이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와 함께 열띤 토론 배틀을 벌이는 방법으로 유도한다. 이를 테면 소크라테스나 니체, 마르크스에 이르는 철학자들이 우리들이 지금 가지는 일상의 질문에 어떤 답을 제시했는지 인지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일방적 가르침, 즉 위대한 철학자들이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이 철학자가 제시한 방식으로 풀어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철학자의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철학』은 이 같은 기술 방식으로 고대나 중세, 현대의 철학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답들 가운데 독자 각각의 개인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답을 구하도록 제시한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삶의 각종 문제와 고민들이 현대인들의 특정 사실이 아니라 시공을 떠나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근원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다만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다른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 삶의 욕구와 노력은 같지만 삶의 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또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가치관도 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내일의 삶은 '오늘보다 나은 삶'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라는 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철학은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닌 ‘삶의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 책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철학자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논쟁을 벌이는 구성이라는 것이다. 사랑, 성공, 삶의 자세, 미래 등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두고 펼치는 논쟁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뿐만 아니라 각자 개개인의 삶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연애 따윈 필요 없어!”라고 주장하는 요즘 젊은 세대가 연애의 의미를 두고 벌이는 토론은 고대와 현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플라톤은 『향연』에서 사랑의 숭고함을 강조하는 반면, 현대의 젊은이는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실용성을 주장한다. 이를 지켜보는 독자는 두 입장 사이에서 스스로의 관점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이 스스로 철학자들과 함께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독자는 각 논쟁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고, 철학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철학’이라는 고전적 학문이 현대인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이 책은 매우 신선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철학 엔터테인먼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모두가 ‘현대의 철학자’가 되어, 자기 생각과 입장을 발견하는 기회를 만나보라고 권유한다.

현대를 살고 있는 누구나 현실적인 고민, 이를테면 “인생은 ‘부모운’으로 결정될까?”, “연애를 꼭 해야 할까?” 등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에 부닥치며 고민을 한다. 또 “대충 살면 안 될까?”,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잘못된 걸까?” 등의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잠깐의 생각으로 답을 구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수학 방정식 하나 푸는 것보다 훨씬 쉬운 듯해 보이지만 사실 막상 해답을 구하려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적 의문들이 따라 붙는다. 너무 여러 갈래의 의문이 떠오르면 생각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 곳으로 생각을 집중해 가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몇날 며칠을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설령 스스로 '이런 방법이 옳다'라는 답을 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느끼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는 데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들을 며칠이고, 몇 달을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 사람의 머리는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두뇌가 그렇게 구조적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분석할 때 책을 읽고 음악을 함께 듣는다고 두 가지 모두가 기억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음악과 책의 내용이 번갈아 부분 부분 기억될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두 가지가 기억된다면 나중에 다시 기억해 낼 때 연결, 유추, 추론, 연상 등 인간의 모든 두뇌 능력이 동원돼 두 가지 모두 들은 것으로 꿰맞출 수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철학자와 함께 논쟁해 보면 어떨까?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취지와도 연결된다. 철학자들과 논쟁하는 것은 철학 지식을 논쟁을 통해 겨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철학자들이 철학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답을 구하라는 의미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 책은 현대인의 궁금증을 철학자들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막연한 고민을 현대인이 철학자와 함께 철저히 토론한다. 소크라테스, 니체, 헤겔, 마르크스, 데카르트, 알랭 바디우 등 역사를 빛낸 철학자들이 토론의 장에서 자신들의 핵심 키워드를 소개하며 생생하게 답한다.

이 책은 이처럼 철학을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하는 대화 형식의 철학 입문서이다. 철학자들의 교훈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박하며, 독자가 직접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 책에 부록으로 수록된 ‘철학×논파 도표’는 철학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역사 속 철학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이 책은 모두 4장(章) 20가지 테마가 실려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20가지다. 1장 첫 번째 주제는 '대충 살면 안 될까?'란 주제다. 독자를 대신하는 '현대인'과 '치열하게 사는' 니체가 등장한다. 먼저 질문을 하는 현대인이 등장하며, "애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하며 질문 겸 의견을 낸다. 그느 예전에는 일할 때나 놀 때나 뭐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자는 주의였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요즘 세상에는 열심히 일해 봤자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고 노는 것도 금방 질립니다. 이 세상에 대해 절대 가치라는 것은 없는데 뭔가에 몰두하기에는 너무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나요?"라며 설명을 보충한다. 

이에 니체는 "자네 의견은 내 생각과 꽤 통하는 부분이 있군. 나 또한 '절대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이것이야말로 내 주장의 핵심이라네. 자네와 꼭 대화를 나눠 보고 싶군." 독자들은 질문에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볼 수 있고,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곁들인 대답에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애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세대가 철학자 니체에게 묻는다. “대충 살면 안 될까?” 그러자 니체는 허무주의에 대한 논쟁을 펼치며 토론 배틀이 펼쳐진다. 니체는 현대인의 '대충 살자'는 허무주의 사상이 배어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주장한 허무주의는 대충 살자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말한다. "자네가 죽은 뒤 다시 완전히 똑같은 인생을 반복한다고 치는 거야. 똑같은 인생을 영원히 돌고 돌게 되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자네는 매번 지금처럼 '대충 사는 인생'을 선택할 건가?" 니체의 말에 현대인(의견 제시자)은 "그렇게 돌고 돈다면 싫을 것 같다"고 한다. 니체는 답한다. 현재 삶의 방식이 최선은 아니라고 자네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3장 열여덟 번째 테마에서는 "AI는 인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란 주제로 AI와 데카르트의 논쟁을 실었다. 이 테마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가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통해 기계에는 인간과 같은 영혼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이 급격히 발전한 오늘날, 독자들은 데카르트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현대 기술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독자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우리가 매일매일 해야 하는 고단한 노동, 그것은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일까?에 대한 논쟁인 2장 열여섯 번째 주제이다. 이 주제에는 자본주의자와 마르크스의 논쟁이 벌어진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크스는 저서 『자본론』을 통해 노동이 본래 우리의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대인과 토론한다. 우리의 삶이 왜 이렇게 힘든지에 대한 원인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찾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인간관계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돈’과 ‘물건’이 인간관계의 중심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돈이 곧 힘이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게 되는 세상, 그는 이를 ‘물신주의’라 부르며, 이런 세상이 인간다움을 해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어쩌면 마르크스가 비판했던 ‘노동 소외’ 상태를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철 지난 철학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무너뜨렸다고 표현하는 언론이 많았다. 소비에트 연방국의 여러 나라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하며 독립해 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와 적대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북한의 체제가 무너져 통일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섞인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주민 수백 만 명이 아사했다는데도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더 강성대국을 앞세우며 군사력, 특히 핵 개발에 매달리며 이젠 군사적으로 더 강해진 느낌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가 한 가지 주목한 것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노동의 가치와 나아가 인간 관계를 왜곡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자본주의의 대안이나 대립 개념이라기보다 보완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특히 자본주의의 더욱 극심한 단계로 치닫는 요즘 마르크스의주의는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북한과 적대적 대치를 하고 있는 이상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스무 번째는 '완결' 편으로서 실제 마지막 테마는 '가상현실((VR))'에 관해서다. 20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만큼 디지털 문명에서의 철학적 사고에 대한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저자가 집중적으로 논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문화 구독 서비스, AI, VR 등이다. 18세기 아일랜드 철학자 조지 버클리가 가상현실(VR) 기술에 대해 논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주제로 버클리와 현대인의 논쟁을 따라가 본다. 버클리의 철학은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에서 시작한다. 그는 물리적 세계의 실재를 부정하고,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사실은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대 VR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상세계는 버클리의 철학을 증명하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말한다. “VR은 그저 컴퓨터와 광학 기술로 만들어낸 도구일 뿐입니다. 현실을 흉내 낼 뿐, 진짜 세계와는 다릅니다.” 여기에 버클리의 반박이 이어지며, 이 논쟁은 결국 “우리의 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깊은 질문으로 연결된다. 

더 많은 철학적 논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이 책은 철학을 어렵게 느껴왔던 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형식과 시각을 선사한다. 고민과 질문이 많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철학이라는 도구를 내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서 독자들에게 ‘생각의 모험’을 선사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토마스 아키나리


카와이 학원과 기타 예비학교에서 <일본사>와 <윤리>를 담당. 주식회사 마나비에이드의 강사. 츄오대학교 문학부 철학과 졸업 후, 조치대학교 신학부에서 공부. 철학과 종교, 역사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독자의 시점에서, 친밀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재미있는 철학책》(미카사 쇼보), 《자신을 바꾸는 사고의 도구함》(세이슌출판사), 《생각하는 힘을 몸에 익히는 윤리》 《도해로 배우는! 니체의 사고방식》(KADOKAWA), 《공상철학 독본》(다카라지먀샤), 《아저씨가 될 사람, 안 될 사람》(PHP연구소), 《철학의 오솔길》(고단샤), 《두꺼운 것이 좋아?》[철학 감수](후소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역자 : 장하나


물리치료사 면허증, 성인·소아 보바스 신경계 운동치료 자격증, 국제 수중 운동치료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병원에서 근골격계 운동치료사 및 물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간 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타고난 운을 바꿔드립니다』, 『불로장수 절대원칙 82』, 『바른자세 홈필라테스 92』, 『말초혈관을 단련하면 혈압이 쑥 내려간다』,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진짜 기본 강아지 육아 304』『만화로 쉽게 이해하는 해부생리학』『강한 근육 일러스트 테크닉』『척추관 협착증』『바른자세 홈필라테스 92』『태양빛을 먹고 사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고 눈을 진화시켰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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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단편선 소담 클래식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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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로 세계적 대문호로 꼽히는 톨스토이는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불리울 만큼 19세기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톨스토이는 동시대 또 한 명의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 같은 하늘 아래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백작 가문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렸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여의고, 숙모 집에서 자랐지만 숙모마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평탄치 않았다. 16세가 되던 1844년에 카잔대학교 동양어대학 아랍·터키어과에 입학하였으나 사교계를 출입하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자퇴해 1847년 고향으로 돌아갔다. 진보적인 지주로서 새로운 농업 경영과 농노 계몽을 위해 일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이후 3년간 방탕하게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시와 소설을 쓰고 프랑스에서 투르게네프, 로맹 롤랑과도 교유했다. 톨스토이는 34세(1862)에 궁정의사 베르스의 딸 소피야 안드레예브나와 결혼했다. 소피야는 당시 18세였다. 톨스토이는 결혼한 후 문학에 전념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작을 집필, 작가로서 대단한 명성을 얻었다. 1859년에 고향 야스나야 폴랴나에 농민학교를 세우는 등 농촌 계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제정 러시아 말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러시아에 살며 민중, 특히 농노나 농민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베풀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세계의 명작을 연달아 펴냄으로써 명성이 극에 달했으나 52세 무렵부터 '인생' '삶의 목적' 등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를 사상적·신앙적 교착에서 구해준 것은 자신의 영지에서 일하던 농부들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농부들은 그에게 “인생은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조언해주었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서 몇 가지 계명에 유독 깊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① 모든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라. ② 음욕으로 탐하지 말라. ③ 민족을 구분하지 말고 이방인도 네 이웃처럼 사랑하라. 이후 톨스토이는 복음서에서 추출한 이 기독교적 윤리관을 평범한 민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고 구현하기 위해 러시아 민중 사이에 퍼져 있는 전래 동화나, 민간 전설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에 집중한다.

이 시기 톨스토이의 가치관과 인생관이 훨씬 풍부해졌다고 후세 문학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식이 짧고 문맹이 대부분인 농민과 농노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러시아 전통 민담이나 신앙에 관련된 내용의 이야기들을 그들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처럼 쉽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더 쉽고 더 단순하고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체로 써서 그들에게 세상을 보게 하는 눈을 제공한 셈이다. 그가 러시아의 문호뿐만 아니라 러시아 민중 사상가로도 불리우는 까닭이다. 당시 유럽 전 지역에서는 이미 노예 제도를 없애고 산업혁명기의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제정 러시아는 황제의 폭정과 사치로 국고를 탕진하고, 지배 계급은 부정부패로 일반 민중들이 최악의 농노 생활을 하던 때이다. 어쩌면 러시아 사회의 공산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조짐은 이때 잉태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혼란한 사회였다.  

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탄생 배경을 위해 짧게나마 독자가 알고 있는 바와, 이 책 뒷 부분에 있는 〈톨스토이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역자 후기〉를 참조해 먼저 기술했다. 이 책에는 표제어로 사용된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외에도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바보 이반」, 「촛불」, 「예멜리얀과 북」, 「무엇 때문에」(게재 순) 등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설처럼 이야기(스토리)가 있고, 모두 교훈적이고, 종교적이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저자 톨스토이 가 당시 러시아 민담으로 떠돌던 이야기들을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누구나 듣고 기억할 정도로 단순화해 동화처럼 재창조한 것이다. 이 단편선은 인간이 왜 탐욕을 멀리하고 선과 사랑을 가까이해야 하는지, 탐욕을 멀리하지 않음으로써 맞이하게 되는 파국이 무엇인지를 간결하고 정확한 말로 풀어 이야기한다.

소담출판사 측에 따르면 모호해진 도덕적 감수성을 바로잡아야 하는 당시에나,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으로 깊이 고민하며 투쟁을 반복하는 오늘날에도 읽어야 하는 단편만을 추렸다. 민화를 재창조해 풀어낸 이 일곱 편의 단편은 쉽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곱씹어 볼 만한 교훈을 선사한다. 착하게 사는 것이 손해 보는 일이며, 내 이익만을 우선해야 한다는 세태가 만연한 시대이다. 물론 우리의 현실이 당시 러시아의 현실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지만 인류의 보편적인 도덕 규범이나 사랑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적용되는 공통선이라는 의미에서 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고전문학으로서의 훌륭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서만은 살 수 없으며, 남을 배제한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데에 교훈적 사실이 여전히 인류의 삶의 방식을 올곧은 방향으로 바로잡는 데 큰 축을 담당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우리도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사필귀정이나 시비지심 등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테마로 전래된 동화나 전설-가 어느 시대, 어떤 곳에서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제어로도 사용된 첫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타이르는 동시에 사람은 선의와 사랑을 위해, 그리고 내가 아닌 남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공통적인 주제를 그린 톨스토이의 대표 단편을 오늘날 다시 읽어보는 일은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자성의 계기가 된다.

두 번째 단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남에게 먼저 선의와 사랑을 베풀라는 교훈을, 세 번째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사는 동안 아무리 많은 땅을 사들여도 죽어서 필요한 건 몸 하나 누일 작은 땅 한 조각뿐이라는, 땅에 집착하는 옛날 귀족 계급이나 지배 계급의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보여 준다. 「바보 이반」에서도 귀족 계급을 비판하는 한편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한 사람과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통해 우리는 폭력과 탐욕을 순수한 사랑과 선의로서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가다듬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촛불」에서는 악독하게 굴수록 그에 걸맞는 벌이 예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멜리얀과 북」에서처럼 남의 것을 욕망하고 탐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것마저 잃게 된다는 교훈을 각인시키며, 「무엇 때문에」는 전쟁이 인간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담담하면서도 통렬하게 보여 준다.


"이전부터 하나님께서 인간에세 생명을 부여하고 그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나는 또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각자 흩어져 무관한게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개의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을 원하시며, 자신과 모든 인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계시한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애씀으로 살아간다고 생각 하지만, 실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 살아간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사랑 속에 사는 사람은 하나님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하나님은 바로 그 사람 안에 계신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p.50~51)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사랑에 사는 삶은 당연히 어렵다. 인간은 당연히 욕심을 낼 수 있고 남이 가진 물건을 시기하고 탐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 욕심내고 탐내기만 한다면 세상은 이렇듯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욕망은 단조롭고 옹졸하지만, 사랑은 다채롭고 다양한 형태로서 우리 곁에 존재하며 가슴을 뜨거운 빛으로 채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교훈적인 이야기로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좋은 교범이 되어 준다. 마치 성경의 한 귀절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또 '사랑'을 가르친 그리스도의 마음에 대해 경건한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게도 해준다. 

〈작품 줄거리 및 해설〉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1870년대 후반기에 『참회』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정신적 고뇌를 경험한 뒤, 위대한 대지주에서 위대한 농부로의 전환을 보여주었다. 톨스토이의 전환에 대한 풍문이 나돌자 올바른 생활에 뜻을 두고 있던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들었는데, 이러한 사람들과의 교제가 민중에게 봉사하려는 그의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톨스토이는 민중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노력했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의 민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특히 복음서의 진리를 일반 대중이 쉽게 흡수하도록 단순하고 간결하며 정확한 말로 표현한, 주옥 같은 일연의 민화를 많이 썼다. 그 대표작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881)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민화 가운데 첫 작품으로 예부터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국민 전설의 하나가 이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문제를 가난한 구둣방 부부와 천사에 결부시켜 그 생활의 추이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톨스토이 자신의 창작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바보 이반」 역시 손꼽히는 민화로 이 이야기는 러시아에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간 전설을 줄거리로 하여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보충한 것이다. 결국 이반의 그 한량없는 선량함에 의하여 행복을 얻는다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바보 이반'은 러시아의 국민적 감동이 되었다.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역시 톨스토이 민화 중 대표작이다. 사람의 물질에 대한 욕망은 얼마나 끝이 없는가? 그리고 그것이 인간 생활에 얼마나 무서운 해를 끼치는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무엇 때문에」는 막시모프의 저작인 『시베리아와 유형』에서 영감을 얻어서 저술한 작품으로 멜로 드라마적인 사건의 흐름 밑바닥에서 작자는 쉴 새 없이 나타나서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라고 속삭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은 톨스토이의 순전한 창작이 아닌 것이 많다. 그 대부분이 전설이나 민화를 소재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민화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전설이나 민화를 개작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개작함에 있어서 예술가로서의 비범한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는 톨스토이가 전 생애를 걸쳐 고뇌로서 터득한 심오한 진리가 내재해 있기 때문에 단순한 개작으로 치부하기에는 곤란하다. 이러한 작품들이 민중의 가슴을 울렸다는 것은 톨스토이의 재능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는 것이다. 

이 책의 역자 이은연은 〈작품 줄거리 및 해설〉을 통해 "톨스토이의 많은 단편들은 옛날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던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제한 뒤 "톨스토이는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 폭력을 거부한 평화주의자였다."고 밝힌다. 역자는 또 톨스토이는 평생 민중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그들의 삶의 지팡이가 되었으며, 무지한 농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민중을 아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19세기 러시아 지주들의 권한은 거의 누구에게도 통제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악의 조건 속에서 고통을 당했던 부류는 지주에 귀속된 농노들이었다. 19세기 제국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농민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선량함과 잔인함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러한 계층 간의 갈등, 혹은 사회적 갈등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사랑, 용서, 구원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 책에 실린 톨스토이의 작품들 속에는 문제의 해결을 사랑과 용서를 통해 해결하려는 그의 평화적인 인생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표제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민화 가운데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사람이 어디에 기반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며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p.262)

그저 그는 ‘땅에는 평화, 사람에게는 행복이 있을지어다!’라고 말했을 뿐, 다시 쟁기를 잡고 말을 재촉하면서 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촛불은 여전히 그대로 타고 있더군요(p..179) - 「촛불」 중에서


저자 :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사상가.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로 손꼽힌다. 1857년 잡지 『소브레멘니크』에 익명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1862년 결혼한 후 문학에 전념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작을 집필, 작가로서 명성을 누렸다. 1859년에 고향 야스나야 폴랴나에 농민학교를 세우는 등 농촌 계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1869년 5년에 걸쳐 집필한 대표작 『전쟁과 평화』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1873년에는 『안나 카레니나』 집필을 시작해 1877년에 완성했다. 1880년대는 톨스토이가 창작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한 시기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이 이때 쓰였다.

1880년 이후 원시 기독교 사상에 몰두하며 사유재산 제도와 러시아 정교를 비판하고 『교의신학 비판』 『고백』 등을 써서 ‘톨스토이즘’이라는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했다. 사십 대 후반 정신적 위기를 겪으며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 문제에 천착하면서 작품세계의 분수령이 되는 『참회록』(1879)을 내놓았고 정치, 사회, 종교, 사상적 문제들에 관해 계속 저술하고 활동했다. 술과 담배를 끊고 직접 밭일을 하는 등 금욕적인 생활을 지향했으며, 빈민 구제 활동도 했다. 1899년 종교적으로 전향한 이후 대표작 『부활』을 완성했으며, 말년까지도 『예술이란 무엇인가』(1898), 『부활』(1899) 등을 발표하며 세계적 작가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수익은 당국의 탄압을 받던 두호보르교도를 캐나다로 이주시키는 데 쓰였다. 그 자신은 백작의 지위에 있는 귀족이었으나 『바보 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세 가지 질문』 등을 집필해 러시아 귀족들이 재산을 너무 많이 소유했기 때문에 대다수 민중이 가난하게 살고 있음을 비판하다 러시아 귀족들의 압력으로 『참회록』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출판 금지를 당했다.

사유재산과 저작권 포기 문제로 아내와 불화하던 중 1910년 집을 떠났으며 82세 때 현재 톨스토이역으로 바뀐 아스타포보역 역장의 관사에서 폐렴으로 영면했다. 임종 때 아내를 보지 않겠다고 한 톨스토이의 마지막 말은 “진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 왜 사람들은……”이었다. 톨스토이는 귀족이었으나 왜곡된 사상과 이질적 현실에 회의를 느껴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을 추구했다. 고귀한 인생 성찰로 러시아 문학과 정치, 종교관에 놀라운 영향을 미쳤고, 인간 내면과 삶의 참 진리를 담은 걸작을 많이 남겨 지금도 러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문호로 존경받고 있다. 


역자 : 이은연


서울 출생으로 러시아 국립 비노그라도프 러시아 언어학 연구소에서 의미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경대학교, 육군정보학교, 국방어학원 등에서 강사 생활을 했고,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 육군군사연구소에서 6.25전쟁 관련 러시아 자료를 수집 및 번역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근대동아시아외교문서해제Ⅰ』, 『근대동아시아외교문서해제Ⅹ』, 『근대동아시아외교문서해제ⅩⅠⅩ』 그리고 주요 역서로는 『대위의 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도스또예프스키 단편집』, 『톨스토이와 떠나는 내 마음으로의 여행』, 『6.25전쟁 시 피아 부대편성 및 무기·장비』(공역), 『소련이 기술한 6.25전쟁Ⅰ』, 『소련이 기술한 6.25전쟁Ⅱ』 등이 있다.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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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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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으며, 어디로 향하게 되는가? 트럼프의 팍스 아메리카나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 책은 무슬림 출신 미국인 저자 아야드 악타르가 쓴 자전적 소설로, 미국 내부의 사회 문제와 인종 갈등 등을 파헤친 대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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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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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소설 작품 『홈랜드 엘레지』는 퓰리처 수상 작가인 악타르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회고록과 소설, 역사와 문화 분석이 경이롭게 조화를 이룬 역작'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아메리칸 북 어워드도 수상했다. 또 앤드루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도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 악타르의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은 아버지가 도널드 트럼프 심장 주치의이었다. 이슬람계 이민자인데도 트럼프의 주치의를 했다면 어딘가 어색하지만 사실이고, 팩트란다. 저자는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자신)를 주인공으로, 트럼프와의 화려한 식사 자리와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 뒤편부터 할리우드힐스와 스크랜턴의 낙후된 공장 지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미국'과 '미국적 삶'의 이면을 과감하게 파헤친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아야드 악타르는 미국의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자본주의의 폭력을 날카롭게 포착한 희곡과 소설 들로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911 테러 이후 강화된 이슬람 혐오로 인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 희곡 「수치Disgraced」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미국에서 살아가며 정체성의 딜레마를 겪는 무슬림으로서 조국(미국)에 대한 분노와 애증을 담아 써 내려간 이 강렬한 자전 소설은 예술, 금융, 인종, 종교, 학계, 국가 등 다양한 주제를 관통하며 트럼프 시대의 실패한 「아메리칸드림」을 세련된 블랙 코미디로 탁월하게 그려 낸다.

표제어에 들어간 '엘레지(elegy)'란 우리말로 바꾸면 '비가(悲歌)'로 원뜻은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 또는 침통한 묵상의 시를 가리킨다고 한다. 친절하게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도 어원부터 설명해 놓았다. 그리스어의 엘레게이아(elegeiã, 애도가)에서 유래된 말로 비가(悲歌)·애가(哀歌)·만가(輓歌)라고도 한다. 내용적으로는 애도, 철학적 논고, 죽은 사람의 위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친애하는 인간의 죽음을 계기로 해서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각오 등 작자의 생사관(生死觀)을 토로하는 시이다. 백과사전의 풀이를 덧붙이자면 괴테의 『로마 엘레지』, 밀턴의 『리시더스』, 토마스 그레이의 『시골 묘지에서 읊은 만가』, 셸리의 『아도니스』가 있으며, 20세기 최대의 엘레지는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를 꼽는다.

이 작품은 특히 미국 유수의 언론사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민승남 번역가가 멋지게 번역해 훌륭한 작품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정서적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옮겼다. 사실 『위대한 개츠비』란 소설 작품은 1920년대의 미국의 상황을 잘 표현해낸 작품도 드물다.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는 그의 위대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1920년대의 미국 사회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였다는 아낌없는 평가를 받았다. 1920년대의 미국 사회를 흔히 '재즈 시대'라고 부른다.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빚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서구 문명에 깊은 회의를 보이면서 젊은이들이 재즈 음악에 심취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재즈 시대'와 관련하여 피츠제럴드는 한 작품에서 "그것은 기적의 시대였고, 예술의 시대, 과도의 시대, 풍자의 시대였다"고 밝힌 바 있다. 피츠제럴드를 두고 흔히 '재즈 시대의 왕자'라고 일컫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이 시기는 비단 경제만이 아니고 문학과 예술에서도 찬란한 꽃을 피운 때였다. 미국 문학으로 좁혀 말하자면 너새니얼 호손과 허먼 멜빌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등이 활약한 19세기 중엽의 '미국의 문예부흥'에 버금가는 문학의 황금기였다. 그리하여 어떤 문학 비평가는 이 시기를 미국 문학의 '제2의 개화기'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피츠제럴드는 많은 장편소설과 무려 160편에 이르는 단편 소설을 썼지만 이 소설 『위대한 개츠비』처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 온 작품은 없다. 1924년 한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과 관련하여 "마침내 참으로 내 작품이라고 할 그 무엇을 썼다"고 자신만만하게 털어놓고 있다. 흔히 모더니즘의 대부로 일컫는 엘리엇은 이 소설에 대하여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내디딘 첫 걸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고전'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독자들로부터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만 해마다 30만 권 이상 팔리고 있으며, 외국에서 팔리는 것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그 수는 참으로 엄청나다.

그런데 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이 책 『홈랜드 엘레지』와 비견되며 평가되어질까? 『위대한 개츠비』는 작가가 살아온 고단한 삶의 궤적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정신 편력을 기록해 놓은 자서전이나 전기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과 젊음, 재산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안일과 여유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1920년대 미국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미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막강한 미국의 능력이 실제 전쟁에서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땅덩어리만 넓은, 역사도 문화도 없는 중심이 없는 국가로 조소를 받아왔다. 그러나 종전 후부터 미국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과학과 각종 무기의 결합이라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탱크, 배, 비행기 등의 제조 능력이 어느 나라보다 탁월했으며 자원력, 인구, 산업력 등 유럽의 전체 나라와 바교해야 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로써 미국의 1920년대는 절제력이 없는 시기이기도 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도덕적 타락은 이 소설의 화자이면서 동시에 작중인물로 등장하는 닉 캐러웨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작중인물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덕적 타락과 부패 그리고 무책임성은 톰 뷰캐넌과 데이지를 비롯하여 개츠비의 친구요 후견인으로 조직 폭력계의 대부인 마이어 울프심과, 데이지의 친구이며 프로 골프선수인 조던 베이커에게서 드러난다. 쾌락과 안일만을 좇는 톰과 데이지는 여러모로 도덕적 마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마치 시대 의상처럼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무렵 경제 성장의 그늘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데이지의 남편으로 제이 개츠비와 연적 관계에 있는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런 파티, 마치 '불빛을 쫓은 부나비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와 무책임은 바로 전쟁이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젊은이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을 잘 보여준다.

피츠제럴드의 한 단편 소설의 제목 그대로 이 무렵의 미국은 말하자면 '현대판 바빌론'이라고 할 수 있다. 톰의 저택이나 개츠비의 파티처럼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하며 화려하지만 막상 한 꺼풀만 베껴놓고 보면 탐욕과 이기와 정신적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 책 『홈랜드 엘레지』는 오늘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 중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인종 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조국은 분명 미국법에 따라 미국인이 분명하고 자신 역시 미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전한 미국 시민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인종적 문제에 부딪치면 이런 사실이 모두 허구라고 드러나는 듯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게 미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버지, 할아버지의 조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자국에 사는 자국민들의 대우도 해주지 않는다. 어디가 잘못된 것이다. 아니면 둘다 잘못된 것일 수도··· 제1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힘은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이젠 사회체제를 달리한 소련만 제외한다면 미국이 옛 로마제국 이상의 힘을 가진 나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을 인정 받은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가로서 대우를 받길 원했다. 다만 공산사회주의 체제와의 체제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소련과의 체제 싸움에서 미국은 다시 승리했다. 소련 붕괴로 실제로 공산사회주의는 무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소련 영향력 하에 있던 많은 유럽 나라들과 식민지 체제에서 허덕이던 많은 나라가 독립의 기쁨을 맞기도 했다. 우리도 공산사회주의 체제인 북한과 휴전 상태이어서 소련 붕괴로부터 뭔가 통일을 위한 뭔가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소련이 무너진 것이지 공산주의가 무너진 것이 아니란 점을 곧 깨달아야 했다. 소련 대신 중국이 나섰다. 조용히 죽은 듯 내실을 다졌던 중국은 등소평의 개방 정책 3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세계 2위의 대국(G2)으로 올라섰다. 미국 사회를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다소 빗나가고 있다. 독자들의 양해 바란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지니고 있는 꿈이나 환상은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어 좀 더 넓게 국가적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서 그의 꿈과 이상은 상징적으로 '미국의 꿈'으로 이어진다. 제이 개츠비를 장례 지낸 뒤 닉 캐러웨이는 동부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고향으로 떠나가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개츠비의 집 앞 해변에 앉아 300여 년 전 부푼 가슴을 안고 미국 땅에 처음 도착한 네덜란드 상인들의 눈에 비쳤을 "신세계의 싱그러운 초록빛 가슴"을 떠올린다.

『홈랜드 엘레지』의 첫 장은 「트럼프 취임 1주년 기념일에」 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시작된다. 성공한 극작가인 아야드와 트럼프 주치의였던 아버지가 갈등을 빚는 장면이다. 저자 자신이자 소설 속 화자이기도 한 극작가 아야드는 무슬림의 미국적 딜레마와 고통을 글에 담아내어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대표적 무슬림 출신 작가로 부상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와 비슷한 느낌이다. 저자 악타르는 무슬림의 배타성, 미국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며 무슬림과 미국, 양쪽에서 배척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는 「위대한 기회의 땅」 미국을 사랑하는 인물로, 1993년 트럼프의 심장 주치의로서 잠깐 교류한 기억으로 그를 추억하며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자 남몰래 그에게 표를 주기도 한다. 

『홈랜드 엘레지』 역시 미국 사회의 풍요로움 속에 깊이 뿌리 박혀 내재적으로 부패되어 가는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가감없이 그려냄으로써 폭로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소설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살아가며 정체성의 딜레마를 겪는 무슬림으로서 조국 미국에 대한 분노와 애증을 담아 써 내려간다. 

이 책 『홈랜드 엘레지』는 가족 드라마, 사회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형식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소설의 첫 장은 성공한 극작가인 아야드와 트럼프 주치의였던 아버지가 갈등을 빚는 장면이다. 이토록 사상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뻗어 나간 소설은 이제 아버지의 친구이자 어머니가 남몰래 진정으로 사랑했던 인물, 미국에 살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 빈 라덴을 비롯한 무슬림의 독립을 지지했던 '라티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아버지 세대와 자신의 세대 시선으로 미국과 파키스탄 간 관계의 역사를 르포 형식으로 재조명한다. 라티프는 '이슬람 테러리스트 스파이'로 지목되어 암살당하고, 악타르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미국인'으서의 자신의 자아와 무슬림으로서의 자아로 살아가는 민족의 믿음이 다름에서 오는 분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악타르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로부터는 「테러리스트의 민족」으로, 무슬림 연인으로부터는 무슬림의 정체성을 지지하지 않는 '미국인'으로 여겨지며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극렬한 아이러니를 겪게 된다.

이후 그는 대출 평가 사업을 운영하며 빚을 팔아 자본을 굴리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또 다른 무슬림 리아즈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빚과 자본이 초국가적 힘을 가진 수단과 논리가 되어 수많은 하층 계급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본 동시에 바로 그 리아즈가 주선한 주식으로 크나 큰 부를 거머쥐게 된 악타르는 자본주의적 성공에 얽힌 욕망을 거부할 수가 없게 된다. 이후 설상가상으로 도박과 술에 중독된 아버지는 자신의 의료 과실로 인해 죽은 환자 사건을 고백하고, 환자보다도 자본 이익의 증대를 추구한 기업형 의료 네트워크의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악타르가 가진 '미국'에 대한 딜레마는 심화되어 간다.

2024년 11월,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크고 아름다운 벽'을 강조하며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국경 장벽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도 『홈랜드 엘레지』는 2020년 출간 당시보다도 더욱 동시대적이면서도 이후 미국의 행보로 더욱 요동치는 전 세계의 모습을 묘사한 예언서와 같은 작품이 된다. 이 소설에서 악타르는 트럼프가 상징하는 미국의 배제주의와 고국 파키스탄의 역사를 겹쳐 놓고 들여다본다. 그리고 두 나라에서 동일하게 보이는 자본주의적 딜레마의 역학과 원리를 날카롭게 짚어 내며 다음과 같이 쓴다. "그 여행을 회고하면, 미국을 트럼프의 시대로 이끈 것과 똑같은 딜레마의 윤곽이 보인다. 들끓는 분노, 이방인이나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 (중략) 그리고 이 모든 것과 결합한, 못 가진 자들을 희생시켜 가진 자들을 배불리는 부의 재분배의 지속적 가속화".(p.123)

또한 악타르는 '빚'을 팔아 넘겨 자본을 굴리는 시스템의 상인 리아즈라는 인물을 빌려 "이제 성장하는 건 공동체나 경제가 아닌 자본 자체이며, 빚은 수단이자 지배적 문화 논리이기도 했다"(p.243)고 첨예하게 지적하며, 미국 경제의 자본주의 메커니즘과 빚이 수많은 삶을 파괴하는 시스템의 이면을 가감 없이 파헤친다. 이 소설은 미국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 낱낱이 분석하고,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지에 관한 질문을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독자에게 던진다. 우리는 〈왜〉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어떻게'살아가야 하는가? 「트럼프 이후 시대」를 다시 한번 살게 된 현재의 우리에게 앞으로 흘러갈 세계 정세의 흐름과 방향에 관해 치열한 상상력을 열어 줄 시의적절한 작품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이 소설의 화자 아야드는 그를 인종 차별주의와 탐욕의 상징으로 여기며 트럼프가 세우려 한 '크고 아름다운 벽'에 대해 개탄했다. 4년 후, 연임에 실패한 트럼프가 숱한 논란과 파문을 뒤로 하고 초라하게 퇴장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이 그걸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2024년에 MAGA(Make America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들고 다시 도전에 나선 트럼프는 싱거우리만큼 쉽게 백악관에 재입성하고, 취임 일성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국경 장벽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한다. 『홈랜드 엘레지』에서 시칸데르와 함께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의사 술탄은,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가 아니라 물질들이 함께 있으면서도 분리된 상태로 유지되도록 만드는 완충액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돌아온 트럼프가 만들 다시 위대해진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의 통합과 조화로운 공존의 장이 될지 아니면 분리의 완충액이 될지, 그저 지켜볼 일이다."(p.515~516)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 아야드 악타르(Ayad Akhtar)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에서 파키스탄 출신 부모 아래 태어나 위스콘신에서 자랐으며, 브라운 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종교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예술 대학에서 영화 연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내 인종 차별, 종교, 경제, 이민자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글을 쓰는 동시에 극 연출과 연기 지도를 하고 스스로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로 미국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좌절된 소속감, 미국 자본주의의 폭력을 날카롭게 포착한 희곡과 소설로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911 테러 이후 강화된 이슬람 혐오로 인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 희곡 「수치Disgraced」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테러 조직에 납치된 은행원을 주인공으로 자본주의를 들여다본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으로 오비상을 수상했으며, 부채에 지배당한 미국의 역사를 셰익스피어 희곡을 본 따 묘사한 「정크 Junk」로 에드워드 M. 케네디 연극상을 받고 토니상 후보에 올랐다. 파키스탄계 미국인의 성장을 다룬 첫 소설 『아메리칸 데르비시 American Dervish』는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커커스 리뷰』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여러 작품이 미국 문학예술 아카데미상, 이디스 훠턴 공로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24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홈랜드 엘레지』는 악타르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회고록과 소설, 역사와 문화 분석이 경이롭게 조화를 이룬 역작"이라는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아메리칸 북 어워드를 수상하고, 앤드루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 민승남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E. 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별의 시간』,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 폴 오스터의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공역),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해 봄의 불확실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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