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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화학 사전 - 개념, 용어, 이론을 쉽게 정리한, 개정 증보판 ㅣ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다케다 준이치로 지음, 조민정 옮김, 김경숙 감수 / 그린북 / 2025년 10월
평점 :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독자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과학(물리·화학·생물·지학) 과목을 학교에서 배웠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자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2학년이 되면 문과와 이과로 반이 갈라졌다. 문과와 이과는 수학1과 수학2의 차이였다. 이과반은 수학2를 따로 배웠고, 문과반은 이른바 문·사·철이라고 하는 인문학 쪽 과목이 더 심층적으로 바뀌었다. 국어도 문과반은 국어2로 더 심화되었으나 수학처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산업화 사회의 한복판이었기에 대학도, 취업도 이과반이 훨씬 유리했다. 대학 본고사가 있을 시기였으니 70~80년 학생 세대들은 잘 알 것 같다. 독자는 부모의 권유로 이과반으로 갔다. 그러나 이과반이 독자의 적성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믿게 된 것은 불과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수학2는 일주일에 6시간으로 가장 많은 시간이 배당되었고, 이런 커리큘럼을 작성한 것은 대학입시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과를 뽑는 대학의 수나 입학생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산업화 시대 바로 쓸 수 있는 인재 육성 차원에서 국가 정책적으로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문과의 법대나 상대, 이과의 의대 등은 최상위 계층의 차지였던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당시는 대학 자체를 일류, 이류, 삼류로 규정지었다. 일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서울대와 연고대 정도만 인정될 정도로 '과'보다는 '학교 등급'이 먼저였다. 독자는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과에서 문과로 옮기는 것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대학 입학 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의 고집대로 인문대에 입학했다. 이후 과학과는 멀어졌다. 대학은 물론 어느 곳에서도 따로 과학을 배운 적이 없다. 대학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왜 물리 화학을 그때 열심히 하지 않았던가 하고 후회한 적이 많다.

당시 독자는 학교 다닐 때까지 과학이든 수학이든 실제 사회에 나가서 별로 써먹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하기 싫으니 변명 삼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실제 물리나 수학, 화학 등이 사회 생활하면서 훨씬 쓰임새가 많다는 것을 경험할 때는 이미 다시 배울 수 없었고, 꼭 필요하면 이과 친구나 물어보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땐 책을 한 권 사보는 정도로 대처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의학이나 생물학보다 화학이 더 필요했다. 생물 시간에서나 배울 듯한 바이러스에 대해 십수 년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이 알게 됐고, 필요에 의해서 관련 책도 사본 적이 있다. 물리학 역시 마찬가지다. 인문학 열기가 높을 땐 문과 나온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기 위안을 한 적도 있지만 실생활에 당장 필요한 지식은 과학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때 아니게 늦은 나이에 하려다 보니 사실 기초 과학 수준의 책을 사보기가 좀 그렇고, 조금 어려운 책은 읽다 말고... '배움도 때가 있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이때 이 책 『기초 화학 사전』이 눈에 띄었다. 부제로 「개념, 용어, 이론을 쉽게 정리한」이라는 제목을 수식하는 문구로 사용했다. 주저할 것 없이 선택했다. 그때 열심히 안 한 것을 벌충하려는 심산이었다. 지금 우리 삶의 주도적인 주체는 모두 과학 분야인 듯 싶다. 얼마 전 코로나 팬데믹 때도, 지구온난화도, 생명 및 수명, 환경 생태 문제 등이 모두 과학 분야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대변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려면, 문제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힘, 즉 ‘종합적 사고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핵심 역량인 종합적 사고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전문 지식과 첨단 기술 문제는 그것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맡긴다 할지라도 '기초 과학' 지식은 갖추어야 이해도, 적응도 가능할 것이란 게 독자의 생각이다.

이 책 『기초 화학 사전』은 ① 기초 화학 ② 이론 화학 ③ 무기 화학 ④ 유기 화학 ⑤ 고분자 화학까지, 크게 다섯 개 분야로 나누어 광범위한 화학을 다룬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초 화학’은 말 그대로 화학이라는 학문의 기초를 정리한다.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와 원소의 개념, 이온화 에너지와 전자 친화도, 결합의 방법과 명명법, 다양한 결합의 형태, 화학 반응식의 기본 원리, 몰의 정의와 개념을 다룬다.
다섯 개의 큰 분류에 따라 이 책은 모두 16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물질의 기본 입자〉, 2장 〈화학 결합〉, 3장 〈몰과 화학 반응식〉, 4장 〈물질의 상태 변화〉, 5장 〈기체의 성질〉, 6장 〈액체의 성질〉, 7장 〈화학 반응과 열〉, 8장 〈반응의 속도와 평형〉, 9장 〈산과 염기〉, 10장 〈산화 환원 반응〉, 11장 〈전형 원소의 성질〉, 12장 〈전이 원소의 성질〉, 13장 〈지방족 화합물〉, 14장 〈방향족 화합물〉, 15장 〈천연 고분자 화합물〉, 16장 〈합성 고분자 화합물〉 등이다.
‘이론 화학’은 기초 화학을 바탕으로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이론들을 정리했다. 대부분 초등학교 과학 시간부터 반복해서 익혀 온 기본 지식이지만, 제대로 짚자면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다. 고체, 액체, 기체 등 물질의 상태 변화와 압력, 각각의 상태에서 자주 쓰이는 공식과 계산, 열과 에너지 관련 법칙과 계산, 반응 속도와 평형, 촉매 관련 이론, 산과 염기 관련 개념과 이론, 산화 환원 반응 관련 개념과 이론들을 친절하고 꼼꼼하게 해설하고 있다.
‘무기 화학’은 주기율표를 중심으로 원소를 분류하고 나열하는 원리부터 시작한다. 크게 전형 원소와 전이 원소로 나누어, 성질이 비슷한 원소끼리 묶어 소개한다. 원소와 그 화합물의 흥미로운 성질, 관련 실험, 우리 생활과 산업에서의 쓰임새 등을 함께 다루었다.
‘유기 화학’에서는 유기 화합물의 광범위한 세계를 소개한다. 탄소 골격에 따른 분류와 작용기에 따른 분류 등 화합물을 구별하고 구분하는 법을 알아보고, 복잡하지만 꼭 이해해야 하는 유기 화학의 중요 키워드 구조 이성질체를 찬찬히 파헤쳐 본다. 도시가스, 가솔린 등에 쓰이는 알케인, 마취약에 쓰이는 에테르, 합성 향료에 쓰이는 에스터, 각종 지방산과 유지 등 지방족 화합물을 차례로 소개하고 벤젠 고리를 중심으로 한 방향족 화합물의 성질과 쓰임새도 알아본다.

‘고분자 화학’에서는 1만 이상의 분자량을 갖는 고분자 화합물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크게 천연 고분자 화합물과 합성 고분자 화합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천연 고무, 다당류, 단백질, DNA 등 천연 고분자 화합물의 구조와 성질을 분석해 보고, 이어서 합성 고분자 화합물에서는 합성 섬유, 열경화성 수지, 기능성 고분자 등 현대 산업에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물질들을 화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 다케다 준이치로는 20년 이상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개념과 지식을 전달한다. 특히 실생활과 연관된 풍부한 예시는 독자들의 흥미를 집중시킨다. 드라이아이스, 스쿠버 다이빙, 인공 투석 등 보편적인 화학적 원리도 놓치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쳤을 우리 주변의 금속과 비금속 원소들, 식품이나 생활용품에 쓰이는 수많은 유기 화합물도 실례를 중심으로 연관 지어 설명한다.
화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금속, 섬유, 전기, 식품, 약품, 의료 등 수많은 생활·산업 분야에서 화학이 활용되고 응용된다. 화학과 거리가 먼 직업 또는 생활 환경을 가진 사람이 드물 정도다. 화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자신의 업무와 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도 달라질 것이다. 『기초 화학 사전』은 복잡한 기호와 공식 때문에 화학을 포기하고 싶었던 청소년뿐 아니라 고등학생 교과 수준의 난이도로 화학의 개념을 총정리하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화학 용어를 검증하고 중·고등학교 교과에서 다루는 범위와 개념을 반영하기 위해 현직 화학 교사 김경숙의 감수를 받았으며, 개정 증보판을 준비하며 최신 화학 개념을 보강하는 의미에서 재감수를 거쳤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아울러 주기율표 12족 원소는 과거 전형 원소로 분류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전이 원소로 본다. 이에 따라 초판의 관련 기술을 바로잡았다. 가장 큰 변화인 ‘엔탈피’ 용어 사용 원칙도 안내하되, 국내 교과에서 대체로 ‘에너지’로 포괄해 다루는 점을 고려해 개념 소개 중심으로 적용했다.

이 밖에 압력을 다루는 장을 제외하고는 화학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위인 ‘hPa’는 ‘기압’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하고, 필요한 부분의 설명과 표·그림을 보완했으며, 초판의 일부 오류를 교정해 책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핵심 개념과 용어를 정돈하고 내용을 보강한 개정 증보판으로, 화학의 기초를 더욱 탄탄히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현직 과학 교사인 저자는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늘 중하위권이었다는 점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흑역사(?)를 털어놓는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네가 선생님이라니··· 잘 가르치고 있어?"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고 한다. 옛날에는 "그게 어떻게든 되더라고, 하하하." 하고 씁쓸하게 웃으며 얼버무렸지만, 20년 넘게 교사 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 좌절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잘 떠올릴 수 있는지 아이디어도 많아졌기에 "나 정도 되니까 더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고 있지." 하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화학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독자들 스스로 목차를 훑어보고 흥미가 느껴지는 페이지를 먼저 펼쳐 볼 것을 주문한다. "화학이 이런 것이었나? 하는 신선한 발견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대로 독자는 목차를 먼저 찾아 보았다. 놀랍게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많은 화학 용어들이 하나 하나 당시 독자의 화학 선생님의 얼굴까지 떠오르며 기억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용어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 개의 용어들이 낯설지 않은 점은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목차의 제목만을 쭉 훑어보다가 16장 「비닐론은 일본에서 발명한 합성 섬유」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고분자 화학' 분야다. 제목 설명으로는 "첨가 중합으로 만드는 합성 섬유에는 아크릴 섬유와 비닐론이 있다. 비닐론은 일본에서 처음 개발한 합성 섬유인데, 만드는 방법이 상당히 복잡하다. 왜 복잡한지,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므로 함께 살펴보자.(p.372)

아크릴로나이트릴이라는 에틸렌의 H원자 1개가 -CN으로 바뀐 물질이 있다. 구조가 살짝 바뀌었을 뿐인데 이름은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CN을 사이아노기 또는 나이트릴기라고 부른다. 또 에틸렌의 H원자 1개가 -COOH로 바뀐 물질을 아크릴산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아크릴로나이트릴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중략) 1939년 사쿠라다 이치로가 발명한 일본 최초의 합성 섬유다. -OH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셀룰로오스로 만든 무명과 비슷한 성질이 있다. 비닐론의 합성법을 그림 1131-2에 소개했다. 왠지 무척 복잡해 보인다. '폴리비닐알코올을 만들 거면 비닐알코올을 첨가 중합하는 게 낫지 않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닐알코올을 만들기 위해 아세틸렌에 H2O(물분자)를 첨가해도 비닐알코올의 구조 이성질체인 아세트알데하이드밖에 만들 수가 없었다.(p.372~373, 이하 생략)
저자 : 다케다 준이치로
1979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 이공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와 부속 고등학원에서 강의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 예비 교사, 일반 시민 등 다양한 대상에게 화학을 가르치며 화학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 왔다. 기상예보사, 환경계량사로도 활동했다.
역자 : 조민정
신라대학교 일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물리·화학 사전』 『단위·기호 사전』 『천문학 사전』 『괴짜 물리학자에게 듣는 유쾌한 우주 강의』 『물리와 친해지는 1분 실험』 『재밌어서 밤새 읽는 소립자 이야기』 『반성의 역설』 등이 있다.
감수 : 김경숙
30여 년간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고등학교 화학 교사로 재직 중이다. 2001~2003년에는 일본 문부과학성 초청 교원연수생으로 요코하마국립대학에서 공부했고 서울, 경기 지역 과학 교사들의 연구 모임 신과람(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과학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고 과학 실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흥미로운 과학 교육의 길을 찾기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