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블랙 피싱』은 이른바 '전화 사기'라는 오래된 범죄 수법을 토대로 최근 사회·국가적 문제로 부상된 사기 범죄 조직과 수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개인 SNS 덕택으로 전화보다는 인터넷 환경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통 수단을 다 동원하는 듯하다. 지난 몇달 동안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법죄 조직은 대한민국 본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통해 돈을 갈취하는 조직이었다. 규모도 엄청나서 보도되는 매체마다 다르지만 수백~수천의 한국인이 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걱정하며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에는 여러 가지 난제에 가로막혀 있었다. 우선 국가간 문제다. 군이나 경찰을 투입해서 직접 수사하거나 범인 색출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외교적 역량을 발휘에 일부 대한민국 수사관이 캄보디아 자체 수사진을 따라다니며 공동 수사 형식을 취할 수 있다.
대규모 수사력을 집중해 범죄 단지 내로 침입한다 해도 자발적으로 들어간 경우 강제 체포나 압송할 수 없었다. 이들은 일단 이곳에서 철수한 뒤 동남아시아 단속이 느슨한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수익은 무려 수조 원에 달한다 하니 웬만한 군대가 투입되도 뿌리째 없애기는 어려운 상태라는 말도 들린다. 특히 범죄 조직 상부는 거의 모두 외국인이나 외국인 출신 캄보디아 귀화인이어서 함부로 다루기에도 어렵다. 이번 범죄 조직의 수장은 중국계 캄보디아 귀화인으로 재산이 21조 원에 달하는 거대 갑부로서 캄보디아 정치권과 결탁돼 있다는 말도 들린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던 A씨가 캄보디아에서 한국 여성들을 범죄 조직에 넘기는 끔찍한 '모집책' 역할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독자로서 사실 확인이 안 돼 팩트만 무명으로 적는다.)

A씨는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이름이 검색되는 인물이라 더 충격이 크다. 연예계 활동을 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끔찍한 범죄에 가담할 수 있었을까? '일본어 통역 구한다'는 달콤한 속삭임이 지옥으로 가는 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모델 겸 배우 A씨는 지난해 4월, 30대 여성 B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며 아주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고 한다. B씨는 그 말을 믿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공항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A씨가 사실은 현지 범죄 조직의 잔인한 모집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프놈펜에 도착한 B씨는 곧바로 씨아누크빌 바닷가 근처의 한 아파트로 유인당했. 그곳에서 남성 3명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고, 가장 중요한 핸드폰과 여권을 빼앗기면서 감금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결국 A씨는 현지 범죄 조직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고 B씨를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돈 몇 푼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돈을 위해서는 인면수심이다. 거기다 뒤에 가려진 범죄 조직은 상상을 초월한다.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현대판 노예'를 자처한 것이다. 이 책 『블랙 피싱』은 이번 캄보디아 보이스 피싱 조직 단속이 모티브가 되었겠지만 사실 아직 수사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미루어 짐작컨대 최소 몇해 전부터 저자 조진연이 구상해온 게 아닐까 싶다. 어느 것이 됐던 누구나 범죄 대상이 될 수 있고, 한 번 빼앗긴 돈은 다시 되찾기 쉽지 않다는 점은 초기 보이스 피싱과 같다.
이번 캄보디아 범죄 사태는 보이스 피싱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범죄조직인 마피아나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를 능가하는 잔인성과 규모면에서도 엄청나다는 것이 지금까지 수사해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한민국은 보이스피싱 공화국이다. 한 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00억에 달하고, 각종 기관을 사칭한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링크 한번 잘못 클릭했다 내 개인정보가 다 유출되는 게 아닐까 불안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보이스피싱 전성시대에 살고 있는 스트레스를 통쾌하게 날려줄 소설 『블랙 피싱』이 출간되면서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게 한다.

이 소설 작품의 주인공은 보이스피싱 업체에서 '호구' 낚는 매뉴얼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이선경이다. 그녀는 보이스피싱 업체가 쌓아두고 있는 거대한 돈을 가로채기 위해서 새로운 업체를 만들어 독립한다. 새로운 멤버와 새로운 프로젝트, 그리고 새로운 매뉴얼. 이제 사기꾼을 호구로 만들기 위한 그녀의 새로운 작업이 시작된다. 보이스피싱은 자영업자부터 공시생, 선량한 시민까지 ‘불안’과 ‘절박함’을 파고들어 돈을 갈취한다. 이 작품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역으로 보이스피싱한다’는 과감한 개념 전환으로 독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만약 보이스피싱에 하느님이 있다면 모세나 예수쯤으로 불릴 법한, 타고난 보이스피싱 천재 이선경. 보이스피싱 회사 정수식품에 입사한 그녀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해서 단박에 실적 1위를 차지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아예 최고의 보이스피싱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고, 그 매뉴얼로 정수식품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그녀는 정수식품을 그만두고 정수식품을 털어먹기 위한 새로운 업체 하나 리서치를 설립한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민 사장을 정점으로, 중국에까지 손이 뻗어 있는 국제적 보이스피싱 조직인 정수식품. 그 막대한 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선경은 사기조직에 사기를 칠,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매뉴얼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짜증 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시원한 한 방을 날리는 소설 『블랙 피싱』은 마치 훌륭한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짜릿함과 통쾌함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캄보디아 사태에서 독자에게 가장 충격적인 일은 감금된 B씨에게 범죄 조직이 시킨 일은 다름 아닌 '성인 방송' 출연이었다. 매일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고, 시청자들에게 후원금을 구걸해야 하는 끔찍한 생활이 한 달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조직이 정한 '실적', 즉 후원금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때마다 욕설과 함께 무자비한 폭행이 이어졌다고 하니, 그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옥 같았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또 로맨스스캠이란 단어도 독자로서는 처음 들었다. SNS·데이팅앱 등에서 이성에게 환심을 산 뒤 금전을 편취하는 사기 수법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해킹 계정이나 허위 계정으로 접근해 친분·연인 관계를 형성한 뒤 금전을 요구하고, 군인·의사 등 특수직업 사칭, 긴급상황 빙자 송금, 가짜 투자 제안, 통관·운송비 명목 요구, 치료비·선물 통관료 등 다양한 수법이 쓰인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로맨스사기라고도 하며 가짜 연애 감정을 이용해 재산·계정정보·신용카드·여권·이메일 접근정보 등을 노린다고 당국에서는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 범죄 조직은 SNS·메신저·소개팅 앱이 주요 경로이며 인스타그램·위피·틴더 등에서 접근한다. 2023년 1~10월 국정원 111콜센터 접수 111건, 확인 피해액 48억6,000만원으로 급증했습다. 피해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한국에선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당한다고 한다.
“퇴직금은 없어. 알지?”
“앞으로 매뉴얼 만들게요. 인센티브 5프로.”
박 이사는 눈앞에 있는 이선경에게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5프로? 그냥 콜이나 해. 욕심 부리지 말고.”
이선경은 손에 쥐고 있던 USB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박 이사는 이게 뭔지 물어보듯 이선경을 바라봤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감정을 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만든 매뉴얼이에요. 호구는 대기업 신입사원 부모.”(p.16)

사실 이번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사태는 검찰 조사 결과, 국내 특정 지역의 지인 다수가 이 조직에 가담하는 과정에서 1명당 미화 600달러를 유인책에게 지급하는 '다단계 모집'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장기간 조직에서 상담원 역할을 하던 조직원이 국내 조직원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모집 수수료를 취득한 점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자금세탁 과정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원들 명의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 89개에 대한 지급 정지 등 동결조치를 실시했다. 또 피해금 입금 계좌의 계좌 추적을 통해 피해금이 다수의 대포통장을 통해 자금세탁이 이뤄진 혐의를 확인해 인지 후 병합 기소했다. 피고인들이 이 건으로 약 9억 5,000만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취득한 점도 확인하고, 가담 피고인들의 범죄 수익 박탈과 피해재산 회복을 위해 조직원 명의 금융자산, 가상자산 계정 등 추진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가상 자산 투자시 거래소 공시내용 등 유의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관공서 등과 거래시 담당 부서 방문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질문에 이수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잖아.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 반응에 당황한 김나영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자조하듯이 웃었다.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다, 피해자보다 돈을 보고 하는 일이다, 그 생각을 하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 김나영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 그만두고 아나운서 시험에 올인할까?”
“그만둘 거면 미리 말해줘. 네 일 내가 할게.”
그 말을 하는 이수진의 눈빛이 빛났다.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사람 같았다.(p.123)
저자 : 조진연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영화, 만화, 소설, 드라마, 음악만 있으면 행복한 INFP. 대원웹툰대상 [위대한 가족], 대한민국 스토리대전 [환관 최판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자살방지위원회] [굿모닝 펭귄], 롯데시나리오대전 [연비]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 연재작으로 스포츠동아 만화 [공부의 달인], 스포츠경향 만화 [이야기 채집꾼 진대수] [고양이가 개를 만났을 때], 네이버 웹소설 [설공찬환혼전], 카카오페이지 웹툰 [척살] [지금 죽이러 갑니다] 등. [지금 죽이러 갑니다]는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