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의 표제어를 보면, 문득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 제목이 생각난다. 지금은 활동을 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때 대한민국 불교계와 출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혜민 스님이 썼던 책의 제목이다. '300만 독자의 선택'. '2012, 2013 종합베스트셀러 최장기간 1위', '네티즌의 뽑은 올해의 책 1위', '선물하기 좋은 책 1위', '도서관 대출순위 1위' 등 출판계의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다.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스페인, 독일, 브라질 등 전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떠들썩한 시간들과 바쁜 삶에서 한숨 돌리고 싶은 독자들에게 완벽한 책”(퍼블리셔스 위클리), “지혜의 보석으로 가득 차 있는 책”(타라 브랙),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영원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책”(릭 핸슨), “사랑스럽고 실용적이며 친절한 책”(잭 콘필드) 등 미국 언론과 작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도 있다.
편안하고 따뜻한 소통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네 스님’ 혜민 스님은 이 책을 통해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마음과 인생에 대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잘 안 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서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독자는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 그 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 읽는 동안 몰입할 수 있었고, 또 그만큼 마음이 편안해서였다. 그러나 저자인 혜민 스님이 크게 성공하자마자 물욕에 휩싸여 그가 수행해 얻은 스님으로서의 명성은커녕 그의 인성에 대해서까지 온통 비난 일색이었다. 심지어 2008년 이후 '안거 수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인터넷 상의 악소문이 끊임없이 떠돌았다. 독자는 불교 신자도 아니어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용기 내고 싶을 때 펼쳐보면 좋은 책"의 저자로서 기억에는 남아 있다.

이 책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자신의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며 얻은 삶의 지혜를 정리한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작가로보다는 기업 CEO로 훨씬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그는 해방 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태어나 해외 유학에 오른 '1세대 글로벌 리더'로 더 유명하다. 더욱이 중앙일보,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을 이끌며 국내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개혁을 이끌어온 사실로 훨씬 큰 명성을 쌓았다.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중앙북스)은 1세대 글로벌 리더, 혁신적 CEO 등 거대 담론 차원이 아닌, 삶의 체험에서 길어낸 진솔한 고백과 성찰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혜, 리더십, 영성을 전하기 위해 펴냈다. 대한민국 사회의 격변기 속에서 1세대 글로벌리스트로서 쌓아온 경험과 세계적 지도자들과의 교류 등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서사를 가득 담았다.
저자 홍석현은 시작부터 화려했지만 1977년부터 7년간 세계은행(IBRD)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귀국해 1983~85년 재무부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삼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중앙일보·JTBC 회장,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삶을 함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의 삶의 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삶을 돌아보는 것은 곧 삶을 돌보는 일”이라 말한다. 자신의 개인적 성장과 사회의 발전, 그리고 영성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현재의 자신과 독자들에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대한민국 대표 미디어 그룹을 이끌어온 성공한 미디어 리더의 다양하고 생생한 일화와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업가로서의 고뇌와 통찰, 화려한 이력 뒤에 숨은 한 개인의 솔직한 내면과 고민,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종교적인 성찰을 모두 담은 책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저자는 「돌이켜 볼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란 제목의 〈서문〉에서 경영 일선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인생 성찰'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힌다. 거대 담론을 펴고 오랫동안 언론사를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나아갈 바를 제언하고 싶었다는 것.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많은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욕심을 버리고 젊은이들에겐 차라리 그간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알게 된 삶의 구체적 지혜를 전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인생에는 긴 세월에 걸쳐서 경험이 쌓이고 생각을 거듭해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게 있다. 그러한 앎은 그 사람의 삶에서 우러나온 고유한 문양과도 같다. 현장에서 물러나서 산책하고 명상하면서 인생이 내 영혼에 남긴 문양은 도대체 무엇일까를 자주 생각하던 참이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고백한다.(존칭어를 평상어로 고쳐씀, 이하 동, 독자)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첫 세대에 속하는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받았던 문화적 충격, 그중에서도 자유로운 분위기, 세계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 등은 이후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서는 세계은행에 취직해서 일하면서 글로벌 경험을 더 쌓았고, 그렇게 미국에서만 12년을 보냈다. 귀국해서는 정부, 국책 연구기관, 기업과 언론에서 일했다. 외교관 생활도 했다. 환경의 뒷받침 덕에 혹은 운명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니 우리 세대에서 누구보다 일찍, 그리고 다양하게 세계를 경험한 편이다. 다야앟ㄴ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으며 '국제성'에도 눈떴다.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남달랐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과 삶에서 항상 최우선이었다. 나를 이끌어준 힘이 된 셈이다. 누구도 실패와 좌절은 피할 수 없으나, 넓게 생각하고 멀리 본다면 인생 여정에서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믿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에 많은 생각을 했지만, 연대기적 회고록이 되는 걸 피하고 삶이 가르쳐준 것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고 역설한다. 이런 결심으로 기억의 갈피에 숨어 있던 숱한 사람들을 떠올렸고, 인생 흐름을 바꾸었던 일들을 되새겼다. 덕분에 머릿속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보여준 통찰과 지혜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인상 깊게 남았던 만남들, 깨달음을 가져다준 일들이 되살아났다. 가능한 한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쓰려고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막상 자료들을 모으고 집필을 앞두고 생각을 정리할 때, 확실히 인생엔 돌이켜 볼 때만 비로소 알 수 있는 게 있는 듯하다고 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성장〉, 〈품격〉, 〈영성〉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1차 원고를 완성했지만, 막상 출간하려니 망설여졌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공연히 종이만 낭비하고 마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는 것이다. 특히, 3장 〈영성〉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한다. 평생 영성이란 문제를 깊이 고민하며 살아왔지만, 자칫 미숙한 생각을 세상에 들키는 게 아닐까 부끄럽고 두렵기도 했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그러다 솔직하게 썼으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솔직함의 미덕으로 읽어주시리라 믿고 용기를 냈다고 귀띔한다.
'솔직함으로 승부한다'는 심정을 굳히자 원칙을 내세우는 게 한결 편해졌다. "책을 쓸 때 가장 경계한 것은 인생 회고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기 미화와 포장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솔직하고 꾸밈없이 인생에서 얻은 귀한 것들을, 특히 젊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썼다. 독자들이 삶을 설계할 때나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다면 더할 수 없이 기쁘고 보람될 것이다."(p.9)
저자는 이와 함께 이 책이 자신의 가족들이 가장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고 속뜻을 내비친다. 아이들과 손주들이 내 아버지는, 할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 자세히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털어놓는다. 아마 그동안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속뜻을 내비치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담았던 말들이 많았나 싶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성장〉, 〈품격〉, 〈영성〉 등 3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성장〉에서는 13개의 소항목으로 나뉘어 에피소드와 삶의 역정을 담아냈다.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와의 만남, 이건희 삼성 회장과 함께한 시간 등 세계 지도자와 기업가들에게서 배운 리더십의 본질과 도전 정신이 담겨 있다. 2장 〈품격〉에서는 인간관계와 습관, 대화의 태도와 같은 삶의 내면적 자질을 강조하고, 3장 〈영성〉에서는 “왜 사는가”라는 인생의 근본적 물음을 던지며 나눔, 행복, 중도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특히 “비평가가 되지 말고 주인으로 살라”, “조건 없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남의 기준이나 외적 성취가 아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혜라고 강조한다. 책 속에는 개인적 경험과 함께 세계 무대에서 체득한 글로벌 감각이 어우러져 젊은 세대에게는 인생의 길잡이로, 기성 세대에게는 삶을 다시 돌아보는 거울로 다가선다.
또한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영성”이라고 고백하며, 가족과 독자, 그리고 후대에 전하고 싶은 진심을 글로 남겼다. 이 책은 화려한 이력 뒤에 숨겨진 한 사람의 솔직한 기록이자,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인생에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거듭하거나, 스스로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 그리고 품격 있는 리더십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듯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나는 보수 쪽 언론사를 운영해 왔고,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극우 민족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전통을 존중하고, 언어와 생각에 품위가 있고, 타인을 억압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다. 따뜻하고 합리적이며 열린 보수다.(p.181)
부나 권력에 대한 갈망은 목이 마를 때 소금물을 들이켜는 것과 같다. 마실수록 목이 타고 갈증이 커져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처음엔 명품 가방이 탐나지만, 나중엔 온몸을 명품으로 꾸미고 싶어진다. 처음엔 하나면 만족할 것 같았으나 나중엔 열 개, 백 개를 가져도 더 가지고 싶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작은 성공은 점점 더 큰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갈망은 두려움도 불러온다.(p.242)
저자 : 홍석현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방 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태어나 해외 유학에 오른 첫 세대다. 1977년부터 7년간 세계은행(IBRD)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귀국했다. 1983~85년 재무부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삼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에 취임했다. 중앙일보·JTBC 회장,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등을 역임했고 2005년 주미대사를 지냈다. 현재 중앙홀딩스 회장,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