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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모른다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
김태환 지음 / 새벽녘 / 2025년 9월
평점 :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철학'이란 단어가 몹시 생소했다. 산업화 시대 이야기다. 대학에 철학과는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취업 등을 생각하면 공대, 법대, 상대 등이 가장 인기 있었다. 물론 의대도 있었다. 그러나 의대는 무척 어려운 길이다. 사법고시(옛날에는 '고시'란 이름을 썼다)에 합격한 예비 법조인들만큼의 사회적 대우받았다. 당시 예비고사나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등에서 일정 점수 이상이어야 할 정도로 우수 인재들만 가는 곳이다. 인문계가 가장 홀대 받았다. 당연히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우수 인력을 뽑아야 했기에 취업이 쉽게 가능한 학과에 몰린다. 우수 학생이 문과에 가지 않는 것은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중에서도 철학과는 정말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학과로 치부했다. 그들은 학교 교사로 가려 해도 사실 철학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과목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기껏해야 〈국민윤리〉란 과목을 두고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름만 소개할 정도다. 철학과는 졸업 후 취업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더욱이 철학과가 있는 대학에서는 학생 시위가 있을 때마다 철학과 학생들이 꼭 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세상이나 사회 돌아가는 것을 누구보다 더 신경 쓰는 학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옳은 삶인가.”
말이 철학이지 이런 문제를 다룰 만큼 사회의 변화는 한가하지 않았다. 당장 산업화에 기여하고, 돈도 빨리 벌어 출세해야 하는 사회 구조라서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시대였다. 삶의 본질을 파고 들고, 인생을 논하는 철학은 무가치하고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었을까? 그러나 21세기 뉴밀레니엄에 들어설 무렵부터 철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때는 우리나라 산업화와 민주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기에 철학이 대두된 것으로 독자의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개인 소득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선진국 문턱이라고도 했다. 의식주가 해결돼야 '철학이 삶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 같다. 두 가지 문제는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고 느낀다.

이 책 『철학을 모른다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27명의 철학자와 101개의 명언을 통해, 삶의 본질을 묻고 사유하도록 이끄는 철학서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자각, 몽테뉴의 성찰, 니체의 초인 사상 등 시대를 초월한 철학자의 사유를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내어, 독자들이 스스로의 철학을 세우고 삶을 단단히 다질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단순한 읽기를 넘어 명언 필사와 사유 질문을 함께 담아,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의 철학을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한 편집진의 '촉'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 김태환은 〈서문〉에서 철학이 삶에서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치는지 '철학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오랫동안 철학을 읽고, 배우고, 삶에 적용하려 애써왔다. 그 덕분에 불안과 흔들림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무너질 듯한 시절을 견디며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철학은 깊이 들여다볼수록 정답이 없고, 끝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밝힌다. 저자는 철학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철학을 모르면 인생이라는 단어조차 공허하게 들린다. 철학은 스스로 무지함을 드러내지만, 바로 그 깨달음이 성장의 출발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발전은 언제나 '나는 모른다'라는 자각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27명의 철학자, 101개의 명언이 들어 있다. 숫자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백 년을 건너온 삶의 고뇌와 지혜가 응축되어 있다고 독자들의 눈을 한 단계 올려놓는다. 흥미로운 건, 똑같은 주제를 두고 어떤 철학자는 A라고 말하고, 다른 철학자는 정반대인 B를 말한다. 또 철학자는 달라도 같은 뜻이 반복되기도 한다. 저자가 그 모순과 반복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철학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학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스스로의 답을 길어 올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철학 책을 읽고 공부할 때 꼭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을 제시한다.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읽을 때는 그저 반듯한 말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듯한 말일수록 실천은 어렵다. 그래서 반복해서 읽고, 마음에 새기고, 자기만의 언어로 다시 써야 한다. 좋은 문장을 읽는다고 삶이 단번에 변하지는 않는다."(p.7) 저자는 이어 책 곳곳에 필사란과 질문란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문장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으며, 그 속에서 더 오래 머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손끝으로 적는 순간, 철학자의 문장은 독자들의 것이 되고, 질문은 독자들의 답을 찾아가는 길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다른 누구의 철학도 아닌 독자들만의 철학이 완성되는 것,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독자들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는 저자의 배려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를 이해하는 철학 : 자기 인식과 존재의 탐구〉, 2장 〈타인과 함께 사는 철학 : 관계, 사랑, 책임에 관하여〉, 3장 〈삶의 태도를 말하는 철학 : 고통, 운명, 자유, 죽음에 대한 응답〉, 4장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 정치, 사회, 권력, 자연에 대한 사유〉 등이다. 1장에는 「소크라테스」「르네 데카르트」「임마누엘 칸트」「장 폴 사르트르」「쇠렌 키르케고르」「블레즈 파스칼」「장자」「마르틴 부버」, 2장에는 「아리스토텔레스」「아르투어 쇼펜하우어」「장자크 루소」「바뤼흐 스피노자」「에리히 프롬」「공자」「마르틴 하이데거」를 다룬다. 3장에는 「프리드리히 니체」「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에픽테토스」「알베르 카뮈」「미셸 드 몽테뉴」, 마지막 4장에는 「플라톤」「존 로크」「노자」「레프 톨스토이」「에피쿠로스」「앙리 베르그송」이 각각 등장한다.
저자는 독자들의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철학자들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요약하고,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철학자들의 언어를 마음 깊이 새기고 독자들만의 철학을 만든다면, 이전보다 삶이 훨씬 더 단단하고 풍요로워졌음을 문득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권유하고 있다.

서양 철학사 등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철학자는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소크라테스다. 이 책 역시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명언과 함께 소크라테스가 가장 먼저 소개된다. 철학 책을 한 번이라도 읽거나 TV 강의 등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출연하는 철학의 시조 소크라테스를 알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대화)를 통해 지식과 진리를 탐구했다. 그가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누명으로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당시 그의 제자들로부터 탈옥을 권유받았으나 "악법도 법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독배를 마셨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누구나 아는 그의 간단한 프로필을 이 책은 설명한다. "소크라테스는 고대 아테네 출신의 철학자로, 서양 철학의 출발점이다. 그는 어떤 책도 남기지 않았지만, 아테네 거리에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철학을 실천했다. 그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무지함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도 그것을 자각하게 했다. 당시 아테네는 전쟁과 민주주의의 변화를 겪었고,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진리와 올바름을 고민했다. 그 결과 그는 독배를 마시며 생을 마쳤고, 철학자로서 삶과 죽음 모두를 진지하게 마주한 인물로 남았다."(p.10)
저자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하나의 중요한 진리를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조차, 실제로는 모호하거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겸손이 최고의 지혜임을 알았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나는 모른다"고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고, 더 겸손하게 배우게 된다는 점을 소크라테스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또 소크라테스의 이 문장은 우리에게 묻는다고 밝힌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아는 것인가? 아니면 익숙한 믿음일 뿐인가?"라는 질문이다. 내가 확신하는 신념, 옳다고 믿는 가치관 위에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우리는 철학이 시작되는 첫 문단에 서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밖에 소크라테스의 말이라고 알려진 것 중에는 "너 자신을 알라"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바로잡는다. 이 짧은 문장은 고대 그리스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말로, 소크라테스가 평생 붙들고 살아온 철학의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이 완전한 삶을 살기 위해선 세상을 알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늘상 말했다. 자신의 감정, 욕망, 두려움, 가치, 약점까지 철저히 직면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몸소 실천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종종 삶의 방향을 사회가 요구하는 길에 맡긴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누군가와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키우는 일련의 과정들을 '성공한 인생'이라 여긴다. 그러나 막상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묘하게도 공허함이 찾아오는 순간을 맞이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온전한 나의 삶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 시나리오'를 따라 살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호불호를 명확히 모른 채 살아간다.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어떤 순간이 나를 답답하게 하는지, 어떤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지 모른 채 막연하게 산다. 이 모든 것이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인데,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대신 그냥 흘려보내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세상을 알기 전에, 너 자신을 알라."
저자의 해석이 이어진다. "그 말은 단순히 자기소개서를 잘 쓰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알려주는 단서들이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단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 진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지 않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묻고, 잘못을 성찰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 믿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건 누구나 한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 묻는 일은 아무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남이 짜준 틀에 휩쓸려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였는지 모르게 된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당신은 하루가 끝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본 적이 있는가?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에게 소홀히 굴었던 순간들이 있지는 않은가? 저자의 질문에는 소크라테스의 답이 뒤를 잇는다. 소크라테스는 "반성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이 말은 지나간 삶이 가치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 삶을 돌아보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자신에게조차 무관심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반성으로 자신을 자책하라는 말도 아니다. 반성을 통해 나를 더 잘 알고,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 더 나은 방향으로 한 발짝 나아가라는 의미라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우리는누구나 실수한다. 하지만 반성은 실수를 삶의 재료로 바꾸고, 그 재료를 성장의 걸음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 그래서 반성하는 삶은 아름답고, 반성하는 사람은 조금씩 내면이 단단해지고, 삶도 나아지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이 책은 27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그들의 철학을 단순하게 번역 소개하지 않는다. 당시 철학자들의 말한 격언 등을 중점적으로 다시 살펴본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나 철학의 논리 등을 풍부하게 수집한다. 저자가 철학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탁월한 27명의 철학자들의 삶에서 그들은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 해석해준다. 독자들에게 철학자들의 언어를 자기 삶의 언어로 바꾸어내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이 책이 단순한 철학 해설서가 아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철학을 빌리지 않고, 오직 독자들 스스로의 철학이 완성되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한 안내서다. 철학하기 좋은 계절,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바랐던 가을이다. 이 한 권의 책 『철학을 모른다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를 추천한다.
저자 : 김태환(장문)
4년 전부터 SNS에서 꾸준히 글을 써오며, 현재는 약 5만 명의 팔로워에게 따뜻한 글을 전하고 있다. 또한 매월 평균 500만 명이 작가의 글을 보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고 있다. 저자는 인생에서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질 때에도 부지런히 밝은 빛으로 채워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역시 슬픔과 불행 대신 기쁨과 행복으로 삶을 가득 채워가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