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방송인 정영진과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다. 『내 생각인가요?』는 대한민국의 사회, 문화, 정치까지 아우르며 묵직한 이슈를 다루는 경제전문 유튜브 〈삼프로 TV〉의 진행자 정영진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인터뷰로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지승호는 고(故) 신해철과의 인터뷰집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시작으로 어림잡아 20권이 넘는 인터뷰집을 출간한 베테랑 인터뷰어다. 대한민국에서는 독보적이고 탁월한 전문 인터뷰어로 통한다. 「생각이 멈춘 시대에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다」란 제목의 〈서문〉에서 지승호는 선동·선전의 달인이라고 알려진 나치 독일의 국민계몽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의 말을 인용해 첫 문장을 대신한다. "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성주의다." 오래된 경고처럼 들리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궤뚫는 냉정한 문장이라고 지승호는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혼란과 대립으로 몰고 가는 가짜 뉴스, 정치 양극화에 따른 극한 대립을 염두에 두고 꺼낸 말인 듯하다. "누군가는 거짓을 생산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아무 의심 없이 옮긴다. 정치적 진영 논리와 감정적 확신은 진실보다 앞서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감정으로 말하고, 논리보다 구호로 싸운다."(p.5)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 영향으로 대한민국 사회와 우리는 점점 더 사유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언어를 잃지 않은 한 사람을 지승호는 떠올린다. 시사와 예능, 경제와 사회를 넘나들며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온 기획자이자 진행자로 평가받는 정영진이다.
저자는 이 책 『내 생각인가요?』를 쓰기 위해 저자는 정영진을 사전 조사했으리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저자는 정영진을 '의심과 호기심, 합리적 이성으로 완성한 기획의 귀재'라 부르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정영진을 탁월한 기획자로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또 우리가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그는 어떠한 생각과 철학으로 일을 할까? 그의 성장 배경은 어떠했고, 앞으로 꿈꾸는 크고 작은 희망은 무엇일까 등 여러가지가 궁금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점을 이 책에 녹여냈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시사와 경제,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해온 방송인 정영진을 만나 ‘생각하는 삶’의 본질을 파헤친다. 지승호가 정영진을 인터뷰할 결심은 정영진이 최근 펴낸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을 읽고 나서라고 말한다.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서 정영진은 "적당히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조심하자. 이들이 사람들의 사고를 방해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생각하고 싸우자. 싸우고 또 생각하자. 생각이 끝나면 삶도 끝난다"라며 생각하는 삶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지론은, 지승호가 만나 인터뷰한 이번 책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정영진은 생각하는 삶을 위해서는 의심과 호기심, 합리적 이성이 필요하다는 게 지론이고 신념이나 보다. 심지어 정영진은 남의 말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까지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 그가 가진 진짜 힘은 생각을 잘하는 데 있다고 지승호는 강조한다.
〈서문〉에 따르면 그(정영진)의 말은 단정하되, 단순하지 않다. 논리적이되, 딱딱하지 않다. 그의 말끝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사회에 대한 냉정한 애정이 배어 있다. 그는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노력하고, 생각을 주입하기보다 함께 질문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그가 왜 그런 사람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가족 이야기, 방송 밖의 삶, 그리고 콘텐츠를 넘어선 생각의 결까지,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생각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버티는 한 사람의 신중한 태도를 발견했다고 귀띔한다. 저자가 이 책에 정영진 스스로 말하기엔 민망할 법한 SNS 채널 성공담, "유튜브, 이렇게 하면 실패합니다" 등의 답변을 끌어낸 그의 조언들, 윤석열 탄핵과 트럼프의 정치외교에 대한 한국의 외교 대응법, 우리나라의 여러 사회 경제 문제 등을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의심하라, 끊임없이 자문하라〉, 2부 〈실패에 가혹한 풍토〉, 3부 〈세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4부 〈왜 젊은이들이 우울할까?〉 등이다.

이 책은 정치, 언론, 경제, 사회, 개인적 성찰까지 깊이 있는 대화를 풀어놓는다. 대통령 후보와의 대담 뒷이야기, 〈삼프로 TV〉의 성공 전략, 가짜 뉴스와 정치 양극화, 그리고 유튜브 운영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까지? 겉만 스치는 정보가 아닌,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대화가 펼쳐진다. 독자들은 정영진의 솔직하고도 예리한 시선, 그리고 지승호의 집요한 호기심이 교차하며, 우리는 ‘생각의 주권’을 되찾는 여정을 책과 함께 시작할 수 있다. 결혼제도의 문제, 의대 열풍, 온라인 댓글 문화, 자영업 현실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낸다.
이 과정에서 책 속에는 건질 말들이 풍성하다. 몇 가지만 꼽자면 "생각이 멈춘 시대에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라" "이 생각, 정말 나의 것인가?" "적정 성공에 관한 다양한 기준이 생겨야 한다" 등이다. 저자는 '세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편에서 작가로서의 성장과 직업적 궤적을 회고한다. 새벽 독서 습관, 방송과 유학 경험, 팟캐스트 창작, 동료와의 협업을 통해 형성된 시선이 드러난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린 말이 아닌, 나의 말로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다룬, 이 책 『내 생각인가요?』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되찾는 지적 자극제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 속에 살지만, 그중 어느 정도가 나의 말이며, 나의 생각일까?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주장과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생각의 주인인 나 스스로를 잃어 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우리에게 정직하고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시사와 경제, 예능 등을 종횡무진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비추는 정영진,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온 질문가 지승호가 네 번의 계절처럼 굽이치는 대화 속에서 사유의 온기와 날선 이성을 동시에 건넨다.

1부 〈의심하라, 끊임없이 자문하라〉 가운데 「지도층이라면 책임감을 가져야」란 소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요즘 대한민국은 아직 계엄령의 안 좋은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학로 있는 듯하다. 어쩌면 구속과 불구속을 오가고, 당선된 대통령도 하마터면 대선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다가 중도 하차할 뻔한 일도 있어서일까.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국이 안정될 거라 기대했던 독자가 어리석었을까? 공약으로 내세웠던 검찰, 사법 개혁이 쉽지 않은 것을 계엄의 밤만큼 똑똑히 눈으로 보고 알게 됐다는 점도 독자의 정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제1 야당의 새 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돼 계엄령과 탄핵을 넘어 정통 보수로서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건강한 정국 안정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컸을까? 제 1양당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을까? 야당은 '극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반목과 상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 해 전 대통령 후보 토론장에서 느낀 허탈감과 실망감, 유튜브 성공의 진짜 비밀, 가짜 뉴스와 정치 양극화의 그림자, 그리고 ‘내 생각’을 만드는 법까지. 거침없이 담아내는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생각, 정말 나의 것인가?” 생각이 사라지는 시대를 건너는 법, 그 답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날카로운 나침반이자 든든한 동행이 된다.
책 속의 이야기 일부를 여기에 옮겨 본다.
지승호: 그런데 오늘(2025년 3월 7일) 오다 보니까 속보가 떴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 구속이 취소됐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영진: 제가 사실 그 판결에 대한 정확한 워딩을 다 읽지는 못했는데요. 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일단 우리 법체계에서 사는 우리들로서는 그 판단에 대해 존중은 당연히 해야 될 것 같기는 하고요. 다만 그 법적 판단을 빼고 우리의 정치 지형이나 아니면 지금 현재 국민들의 여론이 쪼개진 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대단히 큰 혼란이 다음 주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좀 크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탄핵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인식이 꽤 많이 다를 것 같긴 하거든요. 이대로 가면 이거 구속도 취소되고 탄핵도 혹시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런 등등의 생각도 하실 수도 있고요. (중략) 어쩌면 민주주의라는 거를 우리가 그냥 너무 손쉽게는 아닙니다만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서 에너지를 덜 썼던 게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고요. 만약에 판사가 이런 혼란까지 고려를 좀 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거는 조금 성급하지 않았을까 싶죠.
지승호: 사실은 탄핵이 인용이 되든 아니면 기각이 되든 양쪽 다 승복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유튜브나 SNS로 인한 편향성이나 편 가르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을 하셨는데요.
정영진: 맞습니다. 예전에 젠더 갈등이 굉장히 심할 때 이런저런 데 나가서 했던 얘기 중 하나가 이건데요. 그게 한 2016년 아니면 17, 18년 이쯤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사람드이 너무 SNS 같은 걸 많이 쓰면서 읽게 되는 글의 길이가 굉장히 짧아지고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의 길이도 역시 마찬가지로 비례해서 짧아진다는 생각을 했거든요.(p.31~32)
이 대목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고민이 없어 보였던 어느 대통령 후보」란 소제목의 글이다.
지승호: 검증 얘기 나오니까 지난 번 대선 후보 토론이 생각나는데요. 그때 말씀하시기로는 한 분은 되게 적극적이었고 한 분은 좀 섭외가 어려웠다고 했는데 적극적이었던 쪽은 이재명 후보였을 것 같고요.(웃음)
정영진: 예, 그렇죠.
지승호: 토론하시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정영진: (···) 한 분은 얘기하면서 저희가 물어보는 거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없었다는 걸 직감했어요. 대통령이 꼭 모든 분야를 다 잘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을 하겠다면 고민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떤 경제 이슈든, 뭐에 대해서도 참 고민이 별로 없으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은 들었는데, 문제는 그분은 그 대답에 스스로 너무 만족해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웃음)

저자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사유의 온기와 사람의 향기를 지닌 이성」이란 제목의 〈후기〉에서 정영진의 성격이나 인생관, 가치관 등을 모두 담아 설명한다. "말이 넘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말의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영진님의 말은 달랐습니다. 그의 말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추하며, 책임을 감당하려는 사람의 언어였습니다."(p.294)
이 책 마지막에 쓴 헤밍웨이의 말은 감동적이다. "타인보다 우월한 건 고귀한 게 아니다. 진정 고귀한 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라고 한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남보다 좋은 명품을 사고, 큰 차를 타고, 큰 집을 가지는 것을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 : 정영진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과 꼭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해리포터라 불린다. 방송 리포터인 그는 그 말을 '호그와트의 해리포터'처럼 도전하는 리포터로 해석하며 그의 애칭을 즐긴다. MBC '생방송 오늘 아침', SBS 라디오 '뉴스엔조이' 에서 각각 시사리포터와 시사강태공으로 활약하고 MBC '생방송 화제집중', '톡톡톡 오후2시', KBS '세상의 아침', YTN, 한국경제TV 등에 UCC 진행자와 리포터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돌연 잘 나가던 방송 리포터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라 또 한 번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든다.
FM적인 길을 걸어가지 않더라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도전을 시작하는 즐거움(도시락)'을 제대로 아는 젊은이다. 충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후 방송인으로 TV와 뉴미디어에서 폭넓게 활동 중이다. 특히 〈삼프로TV〉, 〈매불쇼〉 등에서 활약했으며, 유튜브 채널 〈보다 BODA〉에서 진행하는 ‘과학을 보다’에 사회자로 고정 출연해 과학자들과 유쾌한 과학 수다를 떨고 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 특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저자 : 지승호
25년 가까이 인터뷰만 생각하고, 인터뷰 글을 써왔고, 꽤 많은 인터뷰 책을 냈습니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유능했다면, 다른 길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뷰 일 외에는 크게 관심이 가는 일도 없고, 워낙 무능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길을 파온 인터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해철님과는 결국 인터뷰로 인연을 맺어서 인터뷰로 결론지어지는 그런 관계네요. 제 첫 인터뷰이이기도 하고, 저를 인터뷰라는 세계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해준 사람이 마왕이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기록을 조금이라고 더 남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