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의 쓸모 - 어른의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66개의 단어들
김범준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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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형용사의 쓸모』는 우리 시대 '어른'에 대한 이야기다. 어른이란 한글대사전에서 ①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주로 스무 살 이상의 사람을 통틀어 이른다. ② 지위나 나이, 항렬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③ 남의 아버지를 조금 높여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①과 ②의 뜻을 합친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떤 사람이 '어른'이냐는 것을 가리는 것은 아니다. '어른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어른이 갖춰야 할 66개의 형용사를 갖고 어른의 조건, 자격 등을 이야기한다. 어른의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66개의 형용사에 대한 정의와 일상적 어휘에 대한 새롭게 풀이한다.

출판사 〈한빛비즈〉 소개글에 따르면 보통 인생을 흰 도화지에 비유하곤 한다. 무엇을 그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만큼이나 ‘어떻게’ 그리는지가 중요하다. 밑그림이 조금 부족해도 다채로운 색깔을 조화롭게 사용할 때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에 무엇을 그릴지를 고민하는 것이 ‘명사’형 인생이라면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는 것은 ‘형용사’형 인생이다.

저자 김범준은 인생에서 실패를 마주했을 때 그다음 결과를 반전시키는 방식으로 성공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행정고시에는 실패했지만 돈을 벌어 사람 구실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한 취업 시장에서 대기업에 입사한 것처럼. 방향을 바꾸는 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두고 사실 자기 꿈과 목표는 사무관 같은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괜찮은’ 어른이라는 형용사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구라도 명사가 아닌 형용사를 목표로 삼으면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고. 이로 인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66개의 형용사를 골라 “끊임없이 배우는 어른”, “존경받는 어른”, “활기찬 삶을 사는 어른”,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어른”, “따뜻한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이라는 주제에 맞게 분류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보통 일상에서 막연하게 알고 있던 어휘의 뜻을 사전적 정의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자신만의 정의를 덧붙인다. 비슷한 의미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의 단어들, 동음이의어, 한자가 다른 어휘의 의미 차이 등을 설명해 독자들에게 어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통의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풍부한 어휘력과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듣는 사람에게 더 쉽게 이해시키려고 비유법이나 수식어 사용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차적인 명확한 단어의 뜻을 알고 필요할 때 적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언어나 꾸미기 위한 불필요한 단어 사용은 오히려 듣는 사람의 이해를 저하시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통을 위한 형용사보다는 '어른'을 위한(어른을 정확하게 수식할 수 있는) 형용사 66개를 선정 풀이하고 있다. 어른이 되기 위한 자격에 해당하는 형용사 모음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답게 자신의 경험, 철학자의 사유, 유명인들의 사례까지 포함해 독자들이 어휘의 뜻을 더 속속들이 파악하고 체득할 수 있게 배려했다. 형용사 어휘를 다양한 관점과 용례로 맛보고 즐겨야 그 안에서 독자들이 인생 목표로 삼을 형용사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집필 취지를 밝힌다. 독자들이 자신만의 형용사를 고르고 그 목표를 향해 단단하게 걸어나가기를 기대하하는 마음을 담아서다.

이 책은 〈서문〉과 5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성장과 발전〉, 2장 〈인격과 품성〉, 3장 〈열정과 도전〉, 4장 〈지혜와 통찰〉, 5장 〈배려와 공감〉 등이다. 이 책에서 서술된 66개의 형용사에는 한자어도 적잖지만 독자도 처음 들어보는 순우리말도 다수 있어 '한글 세대'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명색이 한글 세대라면서 한자도 모르고, 순우리말에 대한 어휘력도 형편없다는 자각 때문이다. 「당신의 형용사는 무엇입니까?」란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나라는 유독 꿈을 직업, 즉 명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꿈꾸던) 직업을 갖지 못하면 좌절하고, 그 직업인이 되고 나면 꿈이 사라져 버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꿈의 본질을 제한하고, 우리의 삶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저자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현대 사회를 '액체 근대'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우리의 정체성과 목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의 꿈 역시 유연하고 또 변화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사람의 꿈이 꼭 명사, 직업일 필요는 없으며 그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너그러운' 사람, '명랑한' 사람, '다정한' 사람처럼 형용사도 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자신이 되고 싶은 '형용사' 안에 더 많은 꿈과 가치관을 담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존재 방식을 규정한다"(p.7~8)는 말로서, 꿈을 형용사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 방식 자체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1장 〈성장과 발전〉에서는 「'끊임없이 배우는 어른'을 꿈꾸게 하는 형용사」란 부제를 덧붙여 형용사 16개를 제시한다. 이 가운데 독자가 처음 보는 단어 「늘차다」와 아름다운 단어 「황홀하다」 등 2개의 형용사에 대한 저자의 풀이와 사유를 여기에 적어본다. 먼저 「늘차다」는 사전적 의미로 '능란하고 재빠르다'는 사전적 풀이다. 부가하여 '경험과 노력으로 기술과 재능이 다듬어져 숙련되다'란 뜻을 풀이한다. "늘차다? 처음 들어 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형용사는 정말 다양합니다. 「늘차다」라는 어휘는 오랜 시간 쌓아 온 경험과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숙련도를 의미합니다. 쉽게 풀어 보면 '솜씨가 아주 익숙하고 빠르다' 정도의 의미일 것입니다. (···) 한국의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는 '늘찬' 기술의 힘을 보여 주는 훌륭한 예시입니다. 나전칠기 장인들은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숙련된 기술로 자개를 정교하게 다루고, 칠을 여러 겹 입히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니까요."(p.35~36) 

「늘차다」에 대한 저자의 사유가 이어진다. '늘찬' 기술이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달된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 물어 봐야 한다. 「늘차다」라는 형용사를 붙이기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저자는 자신에게도 「늘차다」라는 형용사가 어울리는 어떤 삶의 기술이 얼른 붙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기술한다.



「황홀하다」는 ① 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할 정도로 찬란하거나 화려하다. ②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에 혹하여 마음이 달뜬 상태이다. ③ 미묘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운 상태이다. ④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등 4개의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작가는 자신만의 정의로 "삶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우리 내면의 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신비로운 순간을 발견하다."란 의미로 풀이한다. 「황홀하다」란 형용사를 저자는 "먼 우주의 거리만큼 떨어져 볼 줄 아는 어른, 영혼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해석한다. "「황홀하다」라는 뜻은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으로 들어선 듯한 압도적인 감동과 경이로움을 의미합니다. '황홀한' 경험이라면? 상상력의 극치를 체험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가본 광안리 앞바다 너머로 지는 일몰 그리고 야경, 황홀했습니다. 또 제주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을 보게 되었을 때, 또 그 별을 보기 전에 바람에 일렁이는 바닷물 위로 부서지는 석양도 봤고요.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 앞에서 「황홀하다」라는 형용사가 무엇인지 느꼈습니다."(p.89) '아름답다'라는 말을 쓰기에는 미안한, '황홀함'이었다고 의미를 더한다.

저자에 따르면 황홀함은 단순한 감각적 쾌감을 넘어, 존재의 신비를 깨닫게 하는 영적 체험이기도 하다. 황홀경의 정점에서 우리는 성스러움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저 멀리 우주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를 바라본다면 황홀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일상적 현실을 초월하여 우주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황홀하다」라는 형용사는 더 강렬하다. 그렇다고 황홀감을 느끼려면 꼭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걸까. 이니다. 가까운 곳에서 찾아도 된다. 예를 들어 독서가 그 대체물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의 지적인 완성도에서 느끼는 황홀감도 얼마든지 강렬하다. 

저자의 사유는 깊이를 더해 간다. 아마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책인데 여행을 통해 우리는 두꺼운 책 한 구너을 경험하는 셈이니까.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장소를 알게 되는 황홀함, 가능하다. 이렇듯 황홀함은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3장 〈열정과 도전〉에서는 '더 넓게 세상을 포용할 줄 아는 성품'이란 부제가 달린 「늡늡하다」가 독자의 눈길을 잡아 끈다. 독자에게는 생경한 형용사로, '성격이 너그럽고 활달하다'는 사전적 의미다. 저자는 '포용력 있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다'라는 사유적 의미를 더한다. 저자는 이 단어를 한국 소설의 한 문장에서 가져왔다고 밝힌다. "김 씨 아들의 늡늡한 인물과 문장이 출중한 것을 보고···" 도대체, 「늡늡하다」는 무슨 뜻일까. 사전은 '성격이 너그럽고 활달한'이라고 사전적 의미로는 뭔가 와닿지 않는다. 저자는 다른 예를 찾는다. 외국 유명인, 배우 키아누 리브스다. 그는 관대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유명하다는데, 자신의 부를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고 한다. 특히 영화 제작 스태프에 대한 그의 관대함이 그의 '늡늡한' 특징을 말해 주는 사례라고 저자는 밝힌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 촬영 중 특수 효과를 담당한 팀에게는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나눠 주었고, 또 다른 영화 〈존 윅 4〉 촬영 후에는 스턴트를 담당한 팀에게 고가의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고 한다. 갑자기 그가 출연하는 영화의 스태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p.193) 이어 저자는 그의 말을 인용해 「늡늡하다」를 설명한다. "나는 개인 재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5~6년 정도 됐죠. 몇몇 어린이 병원과 암 연구를 돕고 있습니다." 이런 걸 두고 늡늡하다고 하지 않을까? 라고 되묻는다. 저자는 이 단어의 결론을 '늡늡한'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그저 좋은 성격을 가진 걸 넘어서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건 우리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이해심과 활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맛을 표현하는 형용사도 눈에 띈다. 「쌉쌀하다」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조금 쓴맛이 있다'이다. 저자는 이를 '삶의 복합적인 면모를 경험하다'로 바꾸어 받아들인다. 이 형용사에 대해 사유한 '쌉쌀한 관계를 겁내지 않는 어른, 균형 잡힌 삶의 예술'이라 표현한다. 「쌉쌀하다」라는 형용사는 우리가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동시에 경험할 때 느끼는 복합적인 심리 상태를 말한다는 게 저자의 풀이다.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쌉쌀한 그 맛이다. 이 쌉쌀한 맛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쌉쌀하다」라는 단어에는 사전적 정의로 보면 실제로는 감정을 나타내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씁쓸하다는 말에는 '달갑지 아니하여 조금 싫거나 언짢다'라는 의ㅣ도 담겨 있지만 「쌉쌀하다」는 오로지 맛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쌉쌀하다」라는 단어에도 저자만의 감정적 정의를 담아낸다. 즉 쌉쌀한 감정은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쓴 것을 넘어선 느낌이다. 그 인생의 모든 맛을 받아들일 때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쌉쌀함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엄격하나 훌륭한 교사와도 같다. 가장 강인한 나무는 가장 거친 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것처럼. 

저자의 사유가 이어진다. "달콤한 성공과 칭찬에 도취하여 있는 것보다는 쌉쌀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 겸허해질 때 진정한 자기의 모습과 내면의 힘을 직면할 수 있다. 인생은 늘 쌉쌀한 도전의 연속이지만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묵묵히 걸어가면 우리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와의 관계도 그렇다. 진정한 사랑은 달콤함과 쌉쌀함이 공존하는 것이니 쌉쌀한 경험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를 우리의 감정과 관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요했으면 한다. 삶의 모든 맛을 음미하면서 그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찾을 수 있는 '원숙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 어떤가요?"(p.283~284)


저자 : 김범준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에서 코칭과 리더십을 공부해 인적 자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그룹, SK그룹, 현대기아차, KB금융 등의 기업과 서울시, 경기도, 한국과학기술원, 국방부 등의 공공 기관에서 강연을 했다. 최근에는 청소년 교육 및 독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어른의 국어력』, 『예쁘게 말하는 네가 좋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등이 있다.

사회생활 초반에 ‘재수 없는’ 말투를 사용하면서도 노력이 부족해서 나만 힘들게 직장생활하는 줄로 착각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살지만, 실력과 성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있음을 그때는 몰랐다. 복잡하고 힘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실력에 걸맞은 매력적인 말투로 관계의 질적 수준이 달라지는 사례를 자주 경험하면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괜찮은 말투 하나”를 독자의 인생에 선물해주려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인생의 오후에는 적보다 친구가 필요하다』는 방대한 데일 카네기의 책 가운데 평생 적을 만들지 않는 불멸의 원칙만을 모아 지금 시대에 맞는 가장 현실적인 시선으로 정제하여 담아냈다. 소통, 관계에 대한 유쾌한 통찰로 정평이 난 김범준 작가는 직접 ‘데일 카네기 코스’에 참여한 뒤, 여기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최우선적으로 읽고 실생활에 즉시 사용할 만한 24가지 삶의 해법을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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