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의 땅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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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던 중 3차 대전이 발발하여 지구는 핵전쟁으로 파괴되고, 우주에 머물던 알리스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1년, 단 세 명이, 폐쇄된 공간에, 3차 세계 대전으로 황폐해진 행성에서 410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에, 소중한 이들이 살아남았는지 알지 못하고 누구와도 연락할 길 없이, 이게 우리 앞에 선 주어진 미래로군."(1권, p.129) 하지만 갖은 우여곡절 끝에, 고농도의 방사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3종의 키메라 배아를 들고 지구에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키메라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땅을 파고 지하에서 생활할 수 있는 키메라 「디거」. 그리고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물속에서 유영하며 살아갈 수 있는 키메라 「노틱」까지. 2권은 이들 퀴퀴파 공동체에 대한 알리스의 서술 평가를 자세하게 기록한다. 

1. 디거

① 학명: 호모 수브라테라리스 ② 평균 신장: 1.6미터. ③ 색: 호흡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이 있어 질식하지 않고 땅속에 오래 머물 수 있다.

2. 에어리얼

① 학명: 호모 블란티스 ② 평균 신장: 1.8미터(사피엔스와 유사) ③ 색: 털 없는(가슴 부위는 제외) 두꺼운 피부, 사실상 흰색인 아주 연한 베이지색으로, 알비노 인간의 피부색과 비슷하다. 

3. 노틱 

① 학명: 호모 나우티쿠스 ② 평균 신장: 2미터 ③ 색: 돌고래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회색의 매끄럽고 윤기 나는 피부. 피부는 민감하고 연약하며 특히 햇빛에 약하다.



이들에 대한 기술은 무려 20페잉지에 걸쳐 자세히 그리고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외에 ④ 건축 ⑤ 예술 ⑥ 식생활 ⑦ 철학 ⑧ 정치 ⑨ 성적 성숙 ⑩ 번식 의례 등이 약간의 차이부터 크게 다른 부분까지 자세하게 묘사된다. 그의 혼종 인류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멸종하다시피 한 구인류 대신, 황폐해진 지구에서 세력을 굳히며 새로운 대체 인류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키메라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인류가 지구 각지에서 서로를 증오하고 해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아니 폭증하고 있는 요즈음의 세계정세를 보고 있으면, 이 작품 초반에 묘사되는 인류 파멸의 현장은 자못 현실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 이상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워 보이는 지구 곳곳의 자연 환경, 기후 위기로 인해 눈앞에 닥친 전 지구적 재난과 식량 문제, 빈번한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 베르베르가 상상해 본 종 진화의 이야기는 어쩌면 비교적 근미래에 우리가 고려하게 될 선택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의 역자 김희진은 이 작품에 대해 〈옮긴이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 책에서, 그리고 여러 전작에서 그렸던 미래의 모습이 머지않아 현실로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독보적인 우월종의 지위를 점하고, 물질적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인류의 영향력을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아포칼립스를 불러오지 않으려면 너무 늦기 전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가 맞이할 위기와 그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면서, 그는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결국 스스로 불러온 위기를 해결할 방도는 인간의 손에 있다고.(2권, p.326~327)


이들은 묘하게도 서로 다른 종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공격 성향이 뚜렷한 데다 반목하다 결국 내전으로 돌입한다. 물론 지금의 지구처럼 지역적인 분쟁 수준이지만 자칫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은 나빠진다. 인간과 동물과의 혼종이지만 각 종의 장점은 잘 이어져 인류 못지않게 빠르게 문명을 회복해 간다. 그동안 알리스에게는 수십 년이 지났을 뿐이다. 신인류로 분류되는 이들의 지혜는 인간에 못지 않고 신체의 특성은 동물의 장점을 잘 갖고 있다. 유전자의 내림이겠지만 어쩌면 지금은 별로 채택되지 않은 '우생의 법칙'을 따르는 것 같다. 

"퀴퀴파의 피라미드는 20년 전 알리스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보다 높아졌다. 하늘에서 보니 위합적인 언덕 도시 옆에서 연못은 손거울 같은 작은 물웅덩이로 보인다. 웅장한 검은 두더지 언덕은 이제 에펠탑만큼 높아 보인다. 3백 미터까지 도달했을 수도 있을까? 주위를 둘러싸고 경작된 밭, 도로, 풍력 터빈, 크기가 더 작은 다른 흙 피라미드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알리스가 솔랑주의 도움으로 아주 사뿐히 착륙하자마자, 이 기묘한 한 쌍을 보러 나온 다양한 나이대의 두더지 인간ㅇ들이 주위를 에워싼다. 몇몇 디거는 레이스로 장식된 결겹의 의상을 입고 있다. 다들 내가 지난번 왔을 때보다 더 나은 것 같아···.(2권, p.255) 

협력과 공존이 아닌 통제와 배제를 선택한 구인류의 행태 앞에서, 신인류 키메라들은 과연 어떤 생존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작품은 키메라라는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의 상상적 존재를 통해서,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들 가운데 인간만이 '주인'이라 믿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보여 준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사는 이 시대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명불허전 탁월한 과학적 상상력과 인류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한데 어우러진 『키메라의 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

가까스로 4차 세계 대전의 위기를 넘긴 3종의 키메라들은 노련한 작가 베르베르처럼 해박한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알리스를 통해 멸종을 불러올 전쟁 재발을 막고 더 다양한 종을 위해 끊임없이 혼종 개발(?)에 노력한다. 인간과 도룡뇽의 혼종이 세상에 눈을 뜬다. 마치 형식상, 주변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다는 듯 첫울음을 터뜨리고 약간 울더니, 자기 탄생의 자리에 참석한 이들을 하나씩 바라본다.


이 새로운 훈종을 탄생시키기까지 3년이 필요했다. 알리스는 하얀 가운 차림이다. 막 60대에 들어선 그는 이제 이런 식의 실험 조작에 경험이 많고, 뱅자맹이 제공한 최신 장비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새 개체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이 뛰고 규칙적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새로 태어난 존재를 붉은 벨벳으로 된 요람에 넣는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는 처음 봐. 과학자의 머릿속에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다. 첫 세 혼종 신생아와 달리 이번에는 암컷이다. 몇 가지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사피엔스 여자와 굉장히 닮았고, 알리스는 즉시 그 점들을 관찰 노트에 적는다.

① 학명: 호모 아그니스

② 출생시 신장: 30센티미터, 예쌍되는 성체 신장: 호모 사피엔스보다 작음 

③ 색: 노르스름한 투명 비닐이 여러 겹 포개진 것 같은, 반투명한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노란 피부

이름을 고민하던 알리스는 뱅자맹의 질문에 '악셀'로 짓는다. '아흘로틀인 악셀···.' 뱅자맹이 되풀이한다. "어감이 좋은데."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히브리어로 악셀은 '평화를 가져오는 자'라는 뜻이야. 그거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거잖아."(2권, p.230)

역자 김희진은 독보적인 우월종의 지위를 점하고, 물질적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인류의 영향력을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베르베르의 고민이 『키메라의 땅』 전반에 묻어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아포칼립스를 불러오지 않으려면 너무 늦기 전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류가 맞이할 위기와 그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면서, 베르베르는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불어온 위기를 해결할 방도는 인간의 손에 있다."고.

얼핏 비관적인 듯하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베르베르의 시선은 그가 그려낸 주인공 알리스에서도 드러난다. 알리스는 뛰어난 두뇌와 앞날을 내다보는 선구안, 굳은 신념과 의지를 지닌 특출한 인물이지만 그 역시 때로는, 특히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이 창조한 신인류가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자, 과거 자신이 비판했던 구인류의 오만함과 독선 등을 완전히 떨져 내지 못한 모습을 드러낸다. 알리스가 굳건히 고수하는 생명체의 변이에 대한 이론은, 후손에게 물려주는 유전자를 통해 자연 선택이 이뤄진다는 다윈의 진화론과 달리, 살아 있는 존재가 '변화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드러낸다면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2008년 11월에 출간된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은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으로,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신』,『신들의 숨결』,『신들의 신비』를 묶어서 6권으로 출간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현재 파리에서 살며 왕성한 창작력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와『카산드라의 거울』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역자 : 김희진


성균관대학교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어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한다. 『곰』, 『초속 5000킬로미터』, 『뱀파이어의 매혹』, 『송라인』, 『고양이의 기묘한 역사』,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대면』, 『시간의 밤』, 『우연히, 웨스 앤더슨』, 『7월 14일』, 『쿠사마 야요이』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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