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걸
해리엇 워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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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먼저 이 책 『뉴 걸』의 저자 해리엇 워커는 10년 넘게 신문 기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더 타임스(The Times)〉의 현직 패션 에디터다. 이 소설 작품은 저자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패션 업계의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작중 마고 존스가 저자의 대역인 소설 작품인 셈이다. 소설 속 마고는 글로벌 패션 매거진 〈오트〉의 잘나가는 패션 에디터다. 소설에서 패션업계에서 10년 넘게 인정받는 에디터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마고가 결혼 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매우 세심하게 계획된 듯한 그녀의 삶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대상이었다. 성공적인 커리어, 다정한 남편 닉,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집, 세련된 취향과 패션 센스까지 그녀가 가진 걸 부러워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출산 휴가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대신할 후임을 뽑을 기회가 생기자 마고는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지 않을 만만해 보이는 존재, 이전에 자신과 약간의 친분을 쌓았던 '매기'를 떠올린다. 출산을 위해 장기간 자리를 비울 때 혹시라도 새로운 사원이 자신의 자리를 꿰찰지도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표제어 '뉴 걸'은 신입사원, 혹은 계약직 사원을 말한다. 


"나는 편집장 모프에게 지원자 둘이 누구인지 대충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주 잘 알았다. 훗날 내가 복직해서 아기 맡길 사람을 알아볼 때와 같은 정성으로 내 업무를 대신할 사람을 물색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일이 아기처럼 배 속에서 태동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틀림없이 내 일부였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고 가끔은 화도 치밀었지만, 재미있고 진행 속도가 빨랐다. 나는 내 일을 사랑했다. 다만 능력 있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일이었다. 모프의 명령을 잘 수행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1년이 지나면 꺼져 줄 여자를 찾아야 해."(p.24)


선망의 대상이었던 마고의 배려로 뜻밖의 좋은 기회를 잡게 된 뉴 걸 매기. 젊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학력도, 경력도 없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였던 매기는 객관적으로 볼 때 자신이 〈오트〉의 책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년간의 임시 계약직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이 꿈꾸던, 게다가 화려한 삶까지 덤으로 살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녀는 어떻게든 마고의 빈 자리를 채우며 인정받으려고 노력하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소설은 이처럼 각자의 입장을 가진 두 여성의 시각이 교차되며 시작, 전개된다.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가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두 여성의 감정 변화가 불러오는 팽팽한 긴장감은, 시간이 가면서 세 명의 여성의 시선으로 합쳐지고, 베일에 싸여 있던 과거의 사연까지 드러나며 읽는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저자가 등장인물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그의 내면세계까지도 분석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된다. 완벽한 듯 보이지만 불안정한 내적 결핍을 갖고 있는 인물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사건 전개, 읽을수록 빠져드는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잘 짜여져 유기적 구성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저자 해리엇 워커는 작품을 통해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심리와 내적 갈등, 즉 ‘여성의 적은 과연 진짜 여성일까? 동료과 적, 친구와 라이벌은 정말 한 끗 차이일까? 삶에서 결혼과 출산, 커리어와 육아는 양립할 수 없는 걸까?’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인간 관계에 대해 현실과 부딪치며 갈등하고 흔들리는 여성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심리적 변화를 마고라는 여성을 캐릭터를 창조한다. 저자가 창조한 마고는 여성 독자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법한 고민들을 살아있는 생생하게 엮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상류층 여성이지만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지위를 향한 끝없는 욕망이 내면적 심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밀도 높게 그려낸다. 당연하게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나아가 오늘날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여성 문제를 작품 속에 형상화시킴으로써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육아 휴직에 들어간 마고는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라 믿었던 20년 지기 친구의 아이가 돌연 사고로 죽게 되면서 오랜 우정에 금이 가자, 어쩐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의심의 소용돌이 속에 그녀를 몰아넣고, 자꾸만 밀려드는 부정적인 생각은 편집증적으로 바뀌어간다. 게다가 눈이 돌아가게 휙휙 달라지는 패션 업계에서 자신의 대타일 뿐인 매기가 편집장의 인정을 받으며 잘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자, 자신만 도태되는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신보다 더 젊고 빛나는 매기가 점점 신경 쓰이는 마고. 시간이 갈수록 화려한 패션쇼, 글로벌 여행, 독점적인 특권을 누리는 마고의 자리가 탐나는 매기. 급기야 매기는 마고 남편의 친구와 연애를 시작하고 점차 마고의 일상으로 깊게 파고든다.

때마침 마고의 완벽함을 조롱이라도 하듯, 그녀가 수년 동안 숨겨온 과거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는 사악한 온라인 트롤(북유럽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까지 나타난다.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혹시 이 모든 것이 다 매기의 짓일까? 매기는 마고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매기가 품은 새로운 야망과 용감한 열정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순진할까? 마고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 매기가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과연 그녀는 믿어도 되는 순진한 동료일까, 자신의 삶을 빼앗으러 온 적일까?

이 책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사무실을 배경으로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고충, 직장에서의 은밀한 경쟁과 질투, 친구 사이의 잘못된 우정이 불러온 갈등 등 복잡 미묘한 여성 내면의 변화를 매우 섬세하게 포착한 심리 스릴러로, 유행과 가십에 민감한 패션 업계의 볼거리까지 더해져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로도 읽는 내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일상의 틈에서 미세하게 벌어진 불협화음을 포착하여 그 안에 감춰진 인간의 심리를 현실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파헤친 소설 『뉴 걸』. 당신의 일을 대신하러 온 누군가가 당신의 자리는 물론 당신의 인생까지 침범하려 한다면? 깊었던 우정이 한 순간에 금이 가고, 믿었던 동료가 내 뒷담화를 하고 뒤통수를 치는 배신을 한다면?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내 비밀을 온라인상에서 노출시키고 은밀히 폭로하려 한다면? 읽다보면 누구라도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방심할 수 없을 것이다.

패션 잡지사에서는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새로운 스타일이 늘 하나의 사건이라고 저자는 지문을 통해 서술한다. 애초에 스타일을 뜯어보고 칭찬하기 위해 모인 여자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변신은 그 자체로 축제였다. 매기의 헤어스타일이 변화에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물론 두 여자의 심리적 변화를 묘사한다.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SNS에서 마고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편집증 증세까지 보이는 마고, 마고 남편의 친구와 연애까지 시작하며 마고의 일상으로 깊이 파고드는 매기.⠀매기의 주위를 맴돌다⠀의도적으로 접근해 매기와 친구가 되는 위니. 세 여성의 시선이 교차되며 펼쳐지고⠀과거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점차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어 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점 분류상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답게 각 인물들 시점에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가까운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기쁜 동시에 불안한 모순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곁들여진다. 독자들은 읽는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인공들과 같이 내달릴 수밖에 없다. 육아, 일, 친구, 남편과의 관계까지, 소설 전반적으로 한두 가지 비극적이고 비범한 사건들을 제외하면 우리 모두가 겪는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과 감정들이어서 더 공감이 된다. 

후반부에 반전이 시작된다. 결말까지는 독자들의 심리도 꽤 감정적으로 격해질 수도 있다. 스릴러 장르 소설에서 보이는 비극적 결말보다는 오히려 등장 인물들이 한층 성장하면서 심리적 불안정, 상대에 이해와 배려를 깨닫게 되는 훈훈한 느낌을 주기에 더욱 문학적이다.


"저 사진은 분명히 지웠다. 닉이 삭제했다. 나는 여전히 어지러운 머리로 이 사진이 여기 있는 합당한 이유를 찾아내려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이 컴퓨터를 쓰는 사람은 닉뿐이고, 지난 몇 주 동안 나 말고 위층에 올라온 사람 역시 닉뿐이었다. 매기만 제외하고. 매기는 오후 내내 혼자 우리 집에 있었고, 특히 저녁에 라일라를 데려온 뒤에 위층에 올라왔다. 내가 위니에게 메시지를 받은 직후에. 나는 위니에게 사진을 받기 직전의 몇 분을 떠올렸다. 매기는 필요 이상으로 위층에 오래 있었다. 분명 이건 매기의 짓이다. 내 일자리를 빼앗고, 내 친구들을 빼앗고, 내 삶을 빼앗은 매기가 이제는 내 온전한 정신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다."(p.219-220)


저자 : 해리엇 워커(Harriet Walker)


10년 이상 신문 기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더 타임스(The Times)>의 패션 에디터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셰필드에서 자란 그녀는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공부했으며, <보그(Vogue)>, <엘르(Ell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등에 글을 기고해왔다. 《뉴 걸》은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패션 업계의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그녀의 강렬한 첫 소설 데뷔작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현재 남편과 딸과 함께 런던 남부에 살고 있다.


역자 : 노진선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 창작 과정을 공부했다. 잡지사 기자 생활을 거쳐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메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라이프 임파서블》,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리디머》, 할런 코벤의 《아이 윌 파인드 유》, 샐리 페이지의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니타 프로스의 《메이드》, 캐서린 아이작의 《유 미 에브리싱》, 엘리자버트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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