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독일사 - 단숨에 읽는 독일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세키 신코 지음, 류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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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유럽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정작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독일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지금은 해외 여행이 쉬운 일이 됐지만 막상 유럽을 여행하려면 큰맘 먹고 경비도 신경 써야 하는 등 꽤 까다롭다. 독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묘하게도 고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다. 제2 외국어를 선택해야 하는데 독일어를 선택했다. 독일어가 어렵다고 다들 꺼린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독일어에 끌렸다. 그리고 2년을 배웠다. 물론 제2 외국어는 대입 때 선택이었기에 영어로 치렀다. 독일어보다 사실은 독일어 선생님에 대한 강렬하고도 멋진 분이라는 인상 때문에 독일어가 좋았다. 성적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중 해외 여행 갈 때는 독일은 쏘옥 빠졌다. 일부러도 아니고, 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결국은 빠졌다. 그러나 아직도 못 가본 탓에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갈 나라'로 남겨져 있다.

사회에 나와서 독일에 대한 인상이 좋았던 이유는 그들의 정신이 정말 강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동체 의식은 물론 저항 의식도 강한 정말 우리보다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의식을 심어준 것은 묘하게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다. 로마 제국의 형성과 부흥에 관한 대하 소설이었다. 무려 15권짜리 세트로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는 그 소설이다. 이 대하 소설 작품은 역사적 사실은 거의 정사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로마 제국 전성기 때에도 당시 독일(게르마니아)은 마지막까지 항복하지 않고 저항한 민족으로 남아 있다. 독일 동부와 북부의 숲을 중심으로 라인강까지 방어선을 굳게 지켰다고 한다. 로마의 유명한 장군과 황제까지도 원정할 때마다 여기까지 정복하고 더 이상의 정복은 실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해 국경을 의미하는 경비 수준의 군대만 남기고 원정군을 되돌렸다고 한다. 그렇게 게르마니아인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결국 동쪽으로부터의 훈족의 거센 돌풍에 서쪽으로 밀려나면서 쇠퇴한 로마 제국으로 서서히 동화되기 시작했다.(게르만의 대이동)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마 제국은 멸망한다.


유럽 여행 때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문명국답게 옛 유적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을 기울인 듯하다. 로마 제국도 강력한 군사력과 지도자 덕분에 제국을 이뤘지만 오늘날 앞다퉈 로마 제국을 배우는 이유 중의 대부분 그들의 문명 의식 때문이다. 그들은 그리스인 못지 않게 학문을 숭상했고, 예술을 즐겼으며 인구 100만 명이 사는 대도시도 형성할 수 있었다. 건축과 함께 수로의 문명도 발달했고, 길을 합리적으로 뚫어 상품 이동이 빠르고 안전하게 했다. 법전도 정비했고 그 법에 의해 정치도 사회도 유지됐다. 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예술에도 대단히 즐겼다.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의 피정복국의 학자들을 데려다 하인으로 고용했다. 물론 노예이지만 대우는 다른 노동 노예와는 대우가 달랐다고 한다. 이를 테면 돈 주고 고용한 가정교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독일사』는 아직 못 가본 나라 독일 여행을 갈 때 독자 개인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작은 책자(핸드북) 형식이지만 독일 역사부터 문화, 학문, 건축, 인종, 종교, 예술, 과학, 정치, 사회 등 전 분야에 대해 요점만 다루고 있다. 저자는 독일을 설명할 '독일 역사 100장면'을 임의로 선정해 짧게 선정해 해설해준다. 누구든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 낯선 길 위를 걷다 보면 문득 “이곳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이 사람들은 왜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까?” 같은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들의 생활 방식이나 건물이나 유적을 볼 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금세 그 궁금증을 뒤로한 채 다음 관광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결국 우리의 여행은 지도 위 동선을 따라 움직이다가 끝나버리고, 그 나라를 ‘진짜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돌아오곤 한다.

이 책은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세계사’ 시리즈의 하나로 이번엔 '독일편'이다. 저자는 여행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넨다. 떠나기 전에, 혹은 여행 중에 잠시 이 나라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어떻겠느냐고. 역사를 알고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지 투어를 넘어 하나의 문명과 사회를 깊이 있게 만나는 기회를 열어 준다는 것이 저자의 여행관이다. 낯선 도시의 풍경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지금의 국가를 만든 역사적 순간들이 어땠는지를 안다면 여행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으로 다가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서 전하는 역사 교양서이다. 공항에서, 기내에서, 기차 안에서 펼치기에 부담 없는 분량과 구성으로 각 국가(이번은 독일) 역사의 주요 흐름을 100가지 장면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또한, 그림과 지도를 함께 수록하여 당시의 상황과 변화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도록 도왔다. 마지막에 수록된 연표는 이 책에서 소개한 100가지 장면들과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사건들을 병치하여 시대의 흐름을 넓게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짧지만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소개한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지금의 독일을 만든 사건들, 시대를 바꾼 선택의 순간들, 유럽사 속 독일의 역할 등을 짚어가며 독자가 오늘날의 독일과 유럽, 그리고 세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돕는다. 수많은 소국이 서로 얽히고 갈라져 온 역사,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분단과 통일, 산업화를 통한 국가 성장으로 유럽의 강대국이 되기까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교양 있는 여행자’가 된 당신의 시선은 더 깊고 풍부해져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100장면을 6개의 장(章)으로 나눴다. 1장 〈시작은 프랑크 왕국〉, 2장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3장 〈어지러운 독일 연방〉, 4장 〈근대 독일 제국〉, 5장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나치 독일로〉, 6장 〈연방 공화국과 민주 공화국〉 등이다. 저자는 '독일사 조망'이라는 〈서문〉을 통해 "독일은 단순히 유럽의 강대국이 아니라 전쟁과 분단, 통일이라는 긴 역사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전제한 뒤 "한국과 독일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여 있지만, 놀랍도록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났고, 분단을 경험했으며, 산업화를 통해 세계 속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의 통일 독일은 사실 오래 전 수많은 작은 나라들이 서로 얽히고 갈라지며 천천히 모습을 갖춘 결과라고 말한다.


이 책은 독일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조망한다. 방대한 독일사의 여정을 조그마한 핸디북 한 권에 담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르지만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필수 상식만 담았다고 하면 결코 가볍게 볼 책은 아니다.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수천 년의 역사에서 독일을 가장 독일답게 만들어온 역사 속 장면 100개를 선정했다. 프랑크 왕국에서부터 중세 유럽을 이끌었던 신성 로마 제국을 거쳐,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의 대립, 두 차례의 세계대전, 나치의 비극, 냉전 시대의 분단과 통일, 유럽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근대 독일,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유럽 통합의 역사까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독일의 인물, 장소, 국기, 스포츠에 숨겨진 비하인드까지,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만나는 독일의 풍경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오래된 건물, 회화 속 장면, 먹고 마시는 음식들과 사람들의 삶까지 모두 그 땅에 쌓여 온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독일사』는 지금의 독일을 만든 사건들, 시대를 바꾼 선택의 순간들, 유럽사 속 독일의 역할 등을 짚어가며 독자가 오늘날의 독일과 유럽, 그리고 세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돕는다. 

책의 맨 앞에 「알수록 놀라운! 독일의 4가지 비밀」에는 독일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의외의 사실로 느낄 수도 있는 것들을 소개한다. 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원래 한 나랴였다? ② 독일어의 뿌리는 루터가 번역에 사용한 언어다? ③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서민에게는 상냥했다? ④ 축구 월드컵에서 서독 대표와 동독 대표가 맞붙었다?는 4개의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이 책 안에 궁금증을 해소할 설명을 간략하되 정곡을 찌르는 정확한 사실을 알려준다. ①에 대한 설명은 책에 가장 첫 부분에 기술돼 있다. 이에 따르면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게르만인은 북아프리카에 반달 왕국을, 지금의 스페인 근처에 서고트 왕국을 건설한다. 예전 로마 제국의영역인 서유럽의 중앙부에는 프랑크 왕국이 건설되었다. 프랑크 왕국은 8세기말 지금의 프랑스, 이탈리아 중부, 독일에 이르는 지역을 통일한다. 하지만 9세기가 되자 프랑크 왕국은 내분 등으로 3개로 분열된다. 이 중 하나인 동프랑크 왕국이 독일이 되는 것이다. 특히 5세기부터 15세기 무렵의 유럽은 교회를 중심으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20)


② 독일어의 뿌리는 루터가 번역에 사용한 언어다?란 질문에 대한 답변은 9장(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 담겼다. 책에 따르면 14세기에는 신성 롸 제국에도 십자군과 북이탈리아 상인들의 활동으로 동로마 제국으로부터 헬레니즘 문화가 도입됐다. 헬레니즘은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동방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생긴 문화를 말한다. 이후에 헬레니즘이 유럽에서 재조명된 것을 '르네상스'라고 한다. 르네상스 대표적 건축물은 지금도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베드로 사원이다. 당시 고대 로마 시대의 건물이 이미 많이 노후화됐기에 교황의 요청으로 재건됐다. 이 성베드로 사원의 건설 자금이 시대를 움직이는 대소동이 된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면죄부를 교황이 판매했다. 증서를 사면 저지른 죄를 면해 주겠다는 것. 이에 분노한 것이 작센 지방에서 태어난 신학자 마르틴 루터였다. 1517년 루터는 '95개조의 논제'를 발표한다. 루터는 면죄부는 무의미하며 신의 구제는 돈을 기부하는 등의 행위가 아니라 신을 믿음으로써 얻는 것이라며, 성경을 근거로 주장했다. 그 결과, 루터는 신성 로마 황제인 카를 5세로부터 철회하라는 명령을 받고, 교황으로부터는 파문을 당한다. 

하지만 루터는 압력에 굴하지 않고 황제와 대립하던 작센 선제후에게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해서 일반 백성들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이 무렵에 할판 인쇄기의 개발로 독일어 성서와 루터의 가르침을 정리한 서적이 널리 확산됐다. 또한 루터는 번역할 당시 독일어의 방언 대신 작센의 관청에서 사용된 말을 사용했다. 이것이 독일어의 기초가 됐다고 한다. 이처럼 루터의 주장이 독일 전역에서 지지를 모으는 한편, 로마 교황을 지지하는 제후들도 있었다. 쟝자의 대립이 격렬해지면서 '종교개혁'으로 발전해 나간다.(p.35) ③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서민에게는 상냥했다?는 질문에는 47장 「가톨릭교회와 사회주의자」에서 답하고 있다. 능숙한 외교를 펼친 비스마르크는 내정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보여준 근대 독일의 명재상으로 이름난 인물이다. 당시 의회에는 비스마르크에 반발하는 두 세력이 있었으며, 하나는 가톨릭교회가 중심이 된 중앙당,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자였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당초 비스마르크는 성직자를 제포하며 힘으로 억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가톨릭교회 중앙당은강하게 반발하며 단결했다. 또하 본래 아군인 프로테스탄트로부터도 비판의 소서리가 나왔다. 결국 방침을 전환하며 가톨릭 세력과 타협하여 대립을 수습한다. 가톨릭과의 대립이 일단락되자 비스마르크의 화살은 사회주의자를 향했다. 1875년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러 정당이 합동하여 사회주의노동당이 등장한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3년에 걸쳐 사회주의자 진압법을 제정한다. 그리고 이 법으로 노동운동을 단속했다. 비록 보수적이었던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를 싫어했지만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음을 실감케 하여 사회주의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국가를 향한 충성심을 높이려 했다. 1880년대 비스마르크는 의료보험법, 재해보험법, 폐질·노령 보험법을 연달아 제정했다. 모두 노동자가 빈곤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지금의 사회보장제도의 선구라고 일컬어진다. 이처럼 억압과 보호를 병행한 비스마르크의 정책은 '당근과 채찍'에 비유된다.(p.108~109)


나치는 어떻게 독일 정치의 장에 나타났을까요? 나치의 전신인 ‘독일 노동당’이 결성된 것은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한 1919년입니다. 1920년에 정식 정당으로서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당’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 해 히틀러가 당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올라서죠. 나치는 모든 것의 위에 국가를 두는 국가주의를 주장하는 우익 정당입니다. 그러나 당명에 사회주의가 들어가 있죠. 사회주의를 원하는 노동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정치의 실제 형태가 반사회주의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p.150) - 69장 「당명에 사회주의가 들어간 이유」 중에서


저자 : 세키 신코


역사연구가. 도쿄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해 슨다이 입시학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다가 2001년부터는 학습만화 《세계의 역사》 시리즈와 《중국의 역사》의 구성에 참여하는 등, 역사 교양서를 쓰고 감수를 맡아왔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돈의 세계사》가 있고, 주요 저서로 《읽기만 하는 세계사 고대~근세》, 《읽기만 하는 세계사 근현대》, 《읽기만 하는 이슬람사》, 《총도해 한 눈에 알아보는 세계의 분쟁과 내란》, 《기독교로 이해하는 세계사》, 《30번의 전투로 읽는 세계사》, 《지형과 지리를 알면 세계사가 재미있어진다》, 《세계사를 움직인 영불독 삼국지》 등이 있다.


역자 : 류지현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석사학위 취득 후, 현재 한일국제회의 통번역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자,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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