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규정하기도 하고, 타인의 행동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시선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유교 문화의 전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런 시선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타인과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더욱 남의 눈을 의식하고, 경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세계적 표준'도 필요하다. 그러나 규정된 세계적 표준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도 세계적 표준이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고대처럼 상대 나라를 힘으로 굴복시켜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대 사회는 그런 방식을 벗어난지 한참이나 지났다. 뒤늦게 근대화에 뛰어든 대한민국은 특히 21세기 들어오기 전 이미 관심이 집중될 만큼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다. 서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들도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하는데 무려 200년이나 걸렸지만 대한민국은 식민지, 이데올로기로 인한 내전을 겪으면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국가에서 수십 년만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형국이다. 이젠 군사력 5위, 경제력 세계 10위의 '강한 나라'로 우뚝 섰다. 선진국 문턱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다만 너무 빨리 이루어낸 성과라서 아직 군데군데 허술한 점이 여전히 있다. 

그렇다면 더 나은 나라로의 발전은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시선이 '눈치'였다면 이젠 타인의 시선을 '거울'로 삼아야 할 때다. 이로 인해 타자는 자기의 상을 형성해주는 '거울'과도 같다. 이 책 『시선 너머의 지식』은 그 당연함을 뒤집는 데서 출발한다. 이 책은 우리의 정체성을 성찰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 윤수용은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선진국’이라는 틀에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뒤늦게 선진국을 모델로 뒤쫒아왔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기에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주장일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이 책은 각국 사회를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에 균열을 내며 권력, 역사, 정체성, 문화, 자본이라는 거대한 구조의 작동 방식을 치밀하게 해체한다. 단지 국가간의 비교가 아닌 ‘왜?’라는 질문을 통해 더 깊고 다층적인 이해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우선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단편으로만 보던 세상의 질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떤 힘에 의해 유지되어왔는지를 밝힌다.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진 시대에 이 책은 속도보다는 깊이 있게 생각하고, 다시 묻고, 연결하며 이해하는 지식의 기쁨을 제안한다. 이 책은 세상의 껍질을 벗겨내고, 그 너머의 구조와 맥락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지적 여행으로 이끌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고, 앞서 저자가 지적했던 '선진국'이라는 틀은 미국과 서유럽 등 '우리보다 선진국'이라 여겨지는 국가들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구가 정해놓은 기준을 보편으로 삼고, 이들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며, 이들의 문화를 우월하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한국의 대중 문화, 상업 브랜드, 음식, 심지어 미적 기준까지 서구의 틀에 맞추어 평가되고 소비되는 현실 비판 의식을 저자는 내비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역사에서 비롯된 문화적 위계에 의한 것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에드워드 사이드(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미국의 영문학자·비교문학가·문학평론가·문명비판론자)의 저서 『문화와 제국주의』를 인용,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당연한 것에 질문을 할 때, 세상의 시선이 달라진다. 익숙함을 의심하고, 기준을 해체하고, 시선을 확장할 때 우리는 더 깊고 입체적인 세계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덴마크에서는 생일에 왜 국기를 꽂을까?”라는 소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덴마크 행복 사회의 모순을 파헤친다. 또한 “이탈리아의 청년들은 왜 부모의 집을 떠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이탈리아 사회의 복지 문제를, “아이슬란드에서 왜 맥도날드가 사라졌을까?”라는 물음은 아이슬란드의 정체성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이념과 다르게 왜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는지, 미국 남부의 친절한 인상이 사실은 인종차별의 역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은 국가와 문화를 관통하는 본질적 질문으로 확장되며 독자에게 생각의 전환을 유도한다. 하나의 질문이 각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관통해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이 책은 모두 3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행복의 그림자-우리가 믿어온 이상에 대하여〉, 2장 〈정체성의 경계에서-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들〉, 3장 〈자본의 얼굴들-물질에 지배당하는 세계〉 등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우리가 가진 인식의 틀을 벗어나 보면, 놀랍게도 그들이 우월해 보이던 감각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결함과 상처를 가진 존재임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더불어 선진국이라는 규정 자체도 하나의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때가 비로소 타자라는 거울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순간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덴마크, 싱가포르, 미국(이상 1장)을 살펴본다. 또 아이슬란드, 일본, 프랑스(2장)와 영국, 이탈리아, 영국(3장) 등도 세밀하게 분석한다.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역사적 근원을 추적하며, 각국의 사회 현상이 결국 생존과 자기방어를 위한 선택들의 결과였음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시선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표면적인 평가와 이미지를 넘어, 그 이면의 역사적 맥락과 본질을 파악하려는 태도를 저자는 제안한다. 이를 통해 나와 세계를 새롭게 연결하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돌아보는 깊은 통찰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동시에 지식이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틀이며, 기존의 인식 구조를 재구성하는 힘임을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 나라가 덴마크다. 「행복 이면에 숨겨진 모순, 덴마크」라는 제목이 강렬하다. 덴마크는 강력한 복지 제도의 상징적인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높은 세율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의 소득세율은 55.9%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기록한다. 놀랍게도 이 수치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이다. 1997년도에는 소득세율이 무려 65.9%에 달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높은 세율에 대해 덴마크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높은 세금은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US 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덴마크인들의 10명 중 9명이 높은 세금을 '기꺼이' 낸다고 답했다. 도대체 덴마크인들은 왜 이렇게 높은 세금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일까?


책에 따르면 이들의 배경에는 강력한 신뢰 기반의 사회적 시스템과 투명한 세금 운영이 자리잡고 있다. 덴마크인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자신과 사회를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사회가 성숙되고 선진적인 시민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밖에도 여러 통계에서 드러난다. 덴마크는 국제적으로 정부 청렴도와 사회적 신뢰도 양쪽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나라이다. 2024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로 꼽혔고, 2022년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덴마크인의 73.9%가 "그렇다"고 답해, 세계에서 사회적 신뢰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기록되었다. 덴마크에서는 부모들이 길거리에 유모차를 세워둔 채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아무도 아이를 해치거나 데려가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신뢱도가 높다고 전해진다."(p.19~20)

우리가 세계사에서도 배웠듯이 덴마크는 과거 북유럽 일대를 호령했다. 그러나 16445년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것에 이어, 1864년 독일과의 전쟁에서도 패하며 광대한 영토를 잃고 큰 상실감에 빠졌다. 그러나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덴마크 국민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두 인물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 인물은 군인 출신의 부흥 운동가인 엔리코 달가스였다. 달가스는 공병단 장교시절 주로, 지금의 덴마크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유틀란트반도에 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을 맡았다.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토양 조사와 지형 분석이 필수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그는 유틀란트반도의 광활한 황무지에 주목했다. 전쟁 후 황폐화된 이 땅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땅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 황무지를 되살리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며 덴마크의 재건을 위한 큰 비전을 제시한다. "바깥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되찾자"라는 구호와 함께 대국민적인 운동으로 이어갔다. 그 결과 놀랍게도 30년만에 황무지의 절반을 개간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달가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사람은 농민(평민)이었다고 한다. 농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해서 일궈낸 성과이라는 것. 여기에 또 덴마크 교육자이자 사상가인 니콜라이 그룬트비가 가세했다. 패전 후 덴마크 사회에 깊이 잠식한 패배의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농민들을 믿고 진정한 국민국가는 평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민족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세계 최초로 세운 '민중고등학교'는 오늘날의 성인교육 기관이다. 오늘날의 세계 최고의, 행복지수 1위 국가는 '평민성'과 '평등주의'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집요하게 탐구해온 세계의 권력, 문화, 역사, 정체성의 실체를 더욱 깊고 정제된 시선으로 펼쳐낸다. 저자는 흑인 거주지와 백인 거주지 사이의 극심한 격차를 마주한 경험을 계기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사회 문제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다양한 국가의 문화와 이면을 추적하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숨겨진 권력 구조와 불평등의 뿌리를 드러냈다. 이 책은 그 탐색의 결정판으로, 표면적 서사에 만족하지 않고 끈질기게 질문하며 상식이라 여겨진 이면의 진실을 보여준다. 사회를 해부하고 뉴스나 콘텐츠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지식의 심층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왜 오늘날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는지, 그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고 그들의 권력과 무한한 힘이 영원성이 있는지도 짚어낸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데도 왜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발생되는 문제에 끌려가는가에 대한 심각한 성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기도 하고, 오늘날 최고의 복지국가로 세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덴마크와 싱가포르의 역사를 샅샅이 살피며 이들 국가의 튼튼한 밑받침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또 갑자기 미국의 대항마로 부상한 중국의 약점은 무엇인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객관적 시선과 자료를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알게 되면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충분한지 판단이 설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 역량을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선진국 문턱에서 아직도 힘겨워하는 우리 대한민국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도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프로그램은 일본 문화에 감탄하는 미국인의 시선을 통해 일본인의 자긍심을 확인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사회에 깊숙이 내재한 서구 중심적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단면일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일본적인 것’은, 사라진 정신적 정체성을 메우기 위해 외부로부터 차용되고 구성된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국체로 표상되던 과거의 일본 정신은 군국주의의 패망과 함께 매장되었지만, 그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착한 국민’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강요받았습니다."(p.219) - 「콤플렉스의 거울, 일본」 중에서 


저자 : 윤수용


현재 유튜브 채널 <용두사미>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등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영상을 만든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흑인음악 보컬 그룹 ‘Korean Soul’의 멤버이자 리더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공연 일정으로 흑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에 자주 방문했는데, 백인 거주지와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분리된 풍경을 느낀 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의 사회 문제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21년에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에 출연해 준결승에 올랐다. 음악, 영상, 책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 의식을 반영하는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스토리텔러가 되길 꿈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