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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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청와대 사람들』은 특별한 공간에서 보낸, 아주 보통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청와대는 보안상 인터넷과 카메라가 없는 2G 업무 폰을 써야 한다거나, 대통령 이름으로 된 연하장을 받는 것처럼 특별한 일기도 하다. 저자 강승지는 눈치 싸움와 조용한 동료애, 그리고 위로가 되는 점심시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청와대에서 7년 넘게 근무했다고 한다. 정권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자리를 지키며, ‘무대 뒤의 사람들’을 매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일상의 단면들을 기록해 두었다. 이 책 『청와대 사람들』은 정치의 무게 대신, ‘사람 냄새 나는 청와대’의 하루를 담은 따뜻하고 생생한 이야기다.

청와대는 단순한 ‘국가의 상징’이 아니다. 정치, 외교, 경호, 의전, 기록, 조경, 행사, 보안, 통신 등 수많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며, 그 안에는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를 대신 빛나게 하고, 누군가의 뒤에서 균형을 맞추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만드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고 휴식과 잠을 자는 것도 청와대 안에서 모두 해결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극도로 제한된다. 우선 보안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움직이는 일은 수많은 경호원들이 따라 붙여서 경호 업무를 해야 하도록 법으로도 규정돼 있다. 자칫 경호가 시민들의 삶에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아무튼 청와대는 독자가 아직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다. 과거에는 들어갈 일도,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방된 이후에는 청와대 내부가 궁금했다면 언제든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정을 담당하고 그를 돕는 사람들이 없는 청와대는 독자에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산책 겸이라면 근처에 그보다 좋은 공원도 많다.


이 책은 청와대 개방 이전의 시간을 담은 1부와 개방 이후의 변화를 기록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 2부 합쳐 여섯 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청와대로 출근합니다」, 2장 「청와대 사람들」, 3장 「점심이 온다, 청와대에도」, 4장 「청와대 직장인의 기쁨과 슬픔」, 5장 「개방된 청와대, 남겨진 사람들」, 6장 「청와대를 지켜온 것들」 등이다. 대통령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이야기,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요리책이 있는 도서관, 온실과 잉어 연못 등 청와대 내부 공간의 디테일, 그리고 출입증을 벗고 마주한 개방 이후의 청와대까지. 각 장마다 청와대의 일상과 풍경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저자는 세 번의 정권이 바뀌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청와대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대통령이 바뀌어도 남아 있는 가구 같은 존재’라 표현한다. 꽤 재밌는 표현이다. 수많은 사임과 임명이 반복되는 동안, 문고리와 의자처럼 청와대 안에 있는 바뀌지 않은 가구들처럼, 그는 많은 사람이 머물다 떠난 청와대 안에 마지막까지 남아 그동안 본 것을 기록했다.

청와대라는 배경 속에서 일상의 풍경이 조금 다른 결로 펼쳐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특별한 곳이라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 임무인 직원들이 가장 많겠지만 일상의 삶을 위한 사람들도 필요할 것 같다. 그들의 일상은 일반 시민들의 생활과는 다소 다를 것이란 짐작을 하기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시민들의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청와대 직원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딱딱하고 권위 있는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청와대가 조금 덜 멀게 느껴질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을 읽기로 하고서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청와대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대부분의 대통령이 청와대를 상주를 싫어한 것 같아 "왜 그랬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위해서라도 독자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했다. 아무래도 인터넷에 있는 백과사전을 중심으로 조금 익힐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대통령의 근무 상황 등을 중심으로 기술한 사전(백과사전)을 찾아 사전(事前) 공부를 조금 했다. 다만 한 권의 백과사전으로는 혹시 잘못 기재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 권 이상의 백과사전에서 공통적으로 게재한 부분을 중심으로 한두 개의 사실들을 소개한다.


1993년 2월 25일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그 해 10월 구 본관이 전부 철거됐다. 현재는 '청와대 구 본관 터'라는 표식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악산의 정기가 이어지는 능선을 끊기 위해 해당 건물이 지어졌다는 풍수적 해석에 따라, 벽돌과 기와는 기존 능선의 복원에 사용하고 가구와 집기는 보존하는 한편, 샹들리에와 승강기는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분해 후 재사용을 전제로 경매에 내놨다. 

김영삼 대통령은 철통같이 막힌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PC통신 하이텔에 '청와대 큰마당'을 개설했다고 한다. 1995년에는 CI를 도입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었다.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실을 서울 용산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여 2022년 5월 10일 0시를 기해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 기능이 해제됐다. 이날부터 청와대는 대통령실에 집무실 기능을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관저 기능을 넘겨주고 개방되었다. 청와대는 미술관이자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 거주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 같은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을 임시로 쓰다가 청와대 보수공사가 끝나는 대로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해 임기도 채 지나지 못해 다시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쓰이게 되었다.

개방된 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청와대는 중심에 위치한 본관, 영빈관, 춘추관, 녹지원, 무궁화동산, 칠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목할 것은 각 건물의 모습이 각기 독특하다는 것으로 특히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 한국 전통양식으로 지어 아름답다. 우선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본관은 청기와 지붕에 청와대를 대표하는 곳으로 푸른 색의 기와와 지붕 곡선이 아름답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청기와는 약 15만장을 한 개씩 구워서 100년 이상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춘추관이 보인다. 춘추관은 토기와로 만든 지붕이 전통적이다. 반면 본관 왼쪽에는 영빈관이 보인다. 영빈관은 외국 국빈들을 위한 장소로 18개의 돌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어 웅장하다. 산책하기에 좋은 곳으로는 녹지원과 무궁화 동산있다. 녹지원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있는 곳으로 그 중에서도 약 310년 된 소나무가 유명하다. 무궁화 동산은 무궁화꽃을 비롯해 분수대, 봉황상이 있어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장소로 애용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 경무대란 이름의 현재의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로 쓰였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6·25 전쟁으로 관저의 보안 이외의 일엔 별 개조나 개축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하야한 후 윤보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경무대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자유당 정권에 대한 반감의식 때문에 경무대라는 이름은 원성의 대상이 되었고, 당시 서울시사 편찬위원이던 김영상이 윤보선 대통령에게 경무대라는 이름을 바꾸지 말 것을 건의했지만, 윤보선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김영상이 '화령대'와 '청와대'의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윤보선 대통령은 본관의 청기와 지붕에서 의미를 딴 '청와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때 바뀐 이름이 65년 정도 지속되었다. '청와대(靑瓦臺)'란 명칭은 말 그대로 '푸른 기와집'을 의미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청와대라는 명칭을 '황와대'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색보다는 황색이 대통령에 걸맞은 의미의 색이라며 논란이 일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이름을 또 바꿀 수는 없다"며 기존 이름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청와대를 'Blue House'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영부인 육영수가 불쾌감을 표하여 청와대를 한국어의 발음대로, 'Chong Wa Dae'로 표기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은 Blue House, 약칭 BH로 부르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BH의 하명'이라고 부르기도 한 사실은 지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그렇게 호칭한다는 사실을 독자는 처음 알았다. 

전두환 시절에 청와대 구 본관을 다시 리모델링했다. 이후 노태우 시절이 되어서야 본관과 관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을 신축해 2년 2개월간의 공사 끝에 1991년 9월 4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공사는 당시 이명박이 대표이사로 있던 현대건설이 맡았는데,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을 많이 참고했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외국 유명 호텔들과도 비교해가며 직접 문고리 모양까지 고를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백과사전은 일치된 기록을 보인다. 청와대 관저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150년 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고 쓰인 표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광공사는 무궁화가 피는 7-10월까지가 특히 아름답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관람 코스로 칠궁을 꼽고 있다. 칠궁은 조선시대 7개의 궁으로 전통가옥과 아담한 뜰이 볼만하다고 기록을 남겼다. 저자 강승지는 김장하 선생의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야.”라는 말을 인용해 자신의 청와대 사람들의 기록에 힘이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매일 아침, 누군가 가장 먼저 불을 켜고, 회의실을 정리하고, 식물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청와대도 그렇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국기를 다리고, 구내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매일 아침 연못 안 잉어의 수를 세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는 그들의 얼굴을 차분히 비추며, 당연하게 여겨졌던 존재들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날 처음으로, 국기를 다리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룩 없는 국기, 반듯하게 꽂힌 깃대, 우호적인 이미지. 이 모든 ‘당연한 모습’은 국기를 다리는 직원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잘 준비된 국빈 환영 행사는 반듯하게 다려진 국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가끔 너무나 당연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 ‘당연’을 만드는 사람들. 주름 없는 외교는 다림질에서부터 시작됐다.(p.44)

권위도 점심시간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식당에 들어서면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식판을 든다. 그때만큼은 비서관도, 보좌관도, 경호관도 그저 ‘배고파서 점심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p.81)

2022년 5월 9일, 떠나는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집무실에 머물렀다. 하루 뒤, 5월 10일 오전 7시. 1호 청와대 관람객이 입장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가 붙은 포토존이 생겼고, 출입 금지였던 초소문이 활짝 열렸다. 단 하루 만에 청와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공간이 되었다.(p.151)


저자 : 강승지


미술을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림을 보던 눈으로 청와대의 풍경을 읽고, 몸이 먼저 반응한 순간들을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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