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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리프레시 / 2025년 7월
평점 :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독자는 삶을 돌아보고 중심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을 추천하고 싶다. 책 표제어 중 '쾌락주의'가 먼저 눈에 띈다. '쾌락'이란 단어는 감각적이고, 인간 본연의 욕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즘'이란 단어를 왜 수식어로 사용했을까? 먼저 용어의 의미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쾌락(快樂)은 ①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 ② 심리 감성의 만족,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사전이기에 다소 절제되고,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독자의 의견으로는 '극한의'라는 단어로 수식어를 쓰고 싶다. 쾌락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극한의 즐거움이나 기쁨으로 규정되는 느낌이어서다. '극한'은 '끝'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이 극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본능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왜 이 책은 '미니멀리즘적'이란 수식어가 필요했을까? 많은 최근 현대인들에게 급속히 확산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지난 20세기에 대세를 이룬 적이 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젊은 화가나 조각가들이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을 추구했다. 미술비평가이자 미술가이기도 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는 그의 작품에서 하나의 기본 단위 또는 모듈을 적게는 2번에서 많게는 120번까지 반복 표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반복은 별다른 기교가 없으며 그저 하나 다음 다른 하나를 놓는 식이다. 그 단순한 형태는 다이내믹하고 불안정한 배열로 복잡하지도 장식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도 않는 ‘부분의 합’이라 할 수 있다고 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용어는 ‘최소 한도의, 최소의, 극미(極微)의’라는 'minimal'에 ‘ism’을 덧붙인 ‘최소한주의’라는 의미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현대 사회의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심미적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장식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만을 표현했을 때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앞서 언급한 쾌락주의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이루어진 것인가? 형용 모순처럼 보이는 이 표제어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독서욕을 자극했다. 욕망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지치게도 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이 올라가며,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삶의 추진력이 되지만, 그 끝없는 갈망은 결국 불안과 피로를 남긴다고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도 나와 있다. '최소' '극소'의 개념인 미니멀리즘과 '최다' '극한'이란 개념의 쾌락과는 분명 어울리지 않은, 어찌 보면 모순적 조합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이 시대의 끊임없는 욕망에 질문을 던진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덜어낼수록 삶은 깊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은 단순한 철학 해설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철학적 언어로 안내하는 실천서이자, 현대를 위한 치유의 문장들로 구성된 삶의 재설계 도구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최고의 선이라 말했지만, 그가 말한 쾌락은 감각적 향락이나 방종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이 없는 상태, 영혼이 흔들리지 않는 평온의 상태, 즉 '아타락시아'였다. 이 책은 그 철학을 현대인의 언어로 재구성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불안과 비교, 과잉 자극에서 벗어나는 법을 보여준다.
저자 제이한은 에피쿠로스의 핵심 개념인 욕망의 3분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생존에 필요한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 자연스럽지만 없어도 되는 욕망, 그리고 부자연스럽고 해로운 욕망. 이 구분은 우리의 소비습관, 인간관계, SNS 사용, 사회적 야망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인식의 틀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욕망이 진짜 나의 필요가 아니라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물질적 정리 그 이상으로 확장한다. 감정, 루틴, 관계까지 정리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자신에게 되돌리는 철학적 미니멀리즘. ‘무엇을 버릴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이 책은, 단순한 삶을 통해 진짜 자유와 기쁨에 도달하는 여정을 제안한다.

이 책에는 고대 그리스에 어원을 두고 있는 아타락시아(ataraxia)란 중요한 단어가 언급되고 있다. 아타락시아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말한 정신적 평정의 상태를 뜻한다.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등은 우주를 잘 인식하여 일체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에 의해 이것을 획득할 수 있다고 했으며, 현자가 이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에피쿠로스는 일체의 종교적 미신을 척결하고 이성의 인식에 입각한 곳에 아타락시아가 있다며, 이것을 쾌락이라고 불렀다. 회의론자인 피론 등은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모든 것에 무관심하게 되면 이러한 상태가 회득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또 스토아 학파가 말한 아파테이아(그리스어 apatheia, 영어 apathy)와도 통한다.
『철학사전』(2009)에는 스토아 학파에서는 모든 감각에서 야기된 격정과 욕망을 탈피하여 이성적인 냉정을 유지하는 것을 아파테이아라고 하고 이러한 상태에 이르도록 권장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이러한 상태는 행동을 억누르고 정관(靜觀)에 가치를 두는 견해에 불과하다는 풀이도 덧붙이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삶의 본질은 단순하다. 햇살 좋은 날의 산책, 친구와 나누는 조용한 대화, 반복 가능한 소박한 루틴, 그리고 자기 욕망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을 내포한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이런 평범해 보이지만 강한 삶의 기술을 하나씩 펼쳐 보이며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선택한 삶의 리듬은 정말 나다운가? 책의 말미에는 ‘에피쿠로스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철학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공통적으로 단순하고 본질적인 삶을 추구한 두 사상가의 상상 대화를 통해, 독자는 철학이 삶의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철학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책이다.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고, 고요한 평온의 길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책. 삶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이 시대에, 단순함이 주는 기쁨과 쾌락을 되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불리우는 현대 사회는 불안하고 복잡하고 정신을 차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을까?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성공이고, 더 자극적인 경험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에서, 마음의 평온은 점점 더 멀어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의 경로에 의문을 던진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이 책은,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고 내면의 평온을 회복하는 철학적 삶의 안내서다. 에피쿠로스는 오랜기간동안 오해받아온 철학자다라고 저자는 선언한다. 그가 말한 쾌락은 결코 방종이나 감각적 향락이 아니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고통이 없는 상태,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상태, 즉 '아타락시아'에 도달하는 것을 최고의 선이라 보았다는 것. 그는 절제된 삶을 통해 불필요한 욕망과 불안을 걷어내고, 단순하고 평온한 일상을 지향했다. 이 책은 그런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미니멀리즘적 관점과 연결해 현대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단지 철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의 일상에 적용 가능한 실천적 도구로서 기능한다. 책은 욕망을 세 가지로 분류하며, 각각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은 충족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고통은 자연적이지 않고 사회적으로 학습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짚어낸다. 이 구분은 우리가 삶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겨가는 데 매우 효과적인 철학적 도구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미니멀리즘을 넘어서 감정, 관계, 루틴, 생각까지 포함한 깊이 있는 정리를 제안한다. 비우는 삶은 가난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더 가지려는 상태야말로 진짜 결핍이며, 그것은 욕망의 덫에 걸린 상태라고 책은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통찰은 오늘날 혼란 속의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SNS의 비교, 끝없는 업무, 소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도록 돕는 ‘덜어냄의 철학’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절제나 무소유가 아닌,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남기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에피쿠로스는 말했다. “가장 즐겁게 사는 사람은 가장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 문장을, 오늘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풀어내며 묻는다. 당신의 쾌락은 평온한가, 아니면 불안한가?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쾌락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당신에게」, 2장 「고통을 피하는 것이 먼저다」, 3장 「욕망을 세 가지로 분류하라」, 4장 「덜어내야 보인다」, 5장 「마음의 평온, 아타락시아」, 6장 「함께 나누는 쾌락, 우정」, 7장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8장 「단순한 삶이 주는 기쁨」, 9장 「쾌락을 지켜내는 기술」, 10장 「나만의 쾌락 철학을 세운다는 것」 등이다. 각 장의 제목만을 따라가다 보면 쾌락과 미니멀리즘은 서로 다른 개념의,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쾌락을 의미하는 '아타락시아'는 평온함, 평정의 의미로 절제라는 개념의 미니멀리즘은 잘 어울리는 철학적 이상이다. 또 독자는 이 책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개념과도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건을 많이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흔드는 요소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 옷이 많아지면, 그날의 선택이 더 어려워진다.
· 책이 쌓이면, 읽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죄책감이 생긴다.
· 전자기기가 늘어나면, 충전관리에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 무엇보다, 그 모든 것들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끊임없이 뒤따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하느냐’이다. 물건은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물건의 하인이 되어 살아간다. 그때부터 쾌락은 시작되지 않고, 불안이 생겨난다(p.65)
저자 : 제이한(J. Han)
광고 및 마케팅 업계에서 브랜드 전략과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깊이 탐독했고, 특히 인문학과 자기계발에 관심을 두고 사유의 폭을 넓히고, 글쓰기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고 세련된 언어로 풀어내는데 강점을 지니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리프레시 기획팀에서 공저로 참여한 ‘군주론’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