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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소설 작품 『마늘밭의 파수꾼』은 마늘밭에 거액의 돈(4억원 정도)의 주인을 둘러싼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마늘밭에서 수상한 돈뭉치가 발견됐다면 분명 불법 취득한 돈을 숨겨놓은 것일 가능성이 많다. 아마 궁금해 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마늘밭의 돈뭉치'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포털사이트에 관련 기사가 엄청나게 많이 뜰 정도로 화제가 된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적 있다. 2011년 4월 10일 전북 김제시의 한 마을의 마늘밭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엄청난 현금(5만원권) 110억 원 가량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신문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떠들썩했던 사건이라 한 번 접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현금 규모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였기에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한층 더 호기심을 끌었다. 국민들의 관심도 처음에는 정치적 불법 헌금이나 재벌의 비자금, 아니면 범죄 수익금 등 당시 여러가지 이유로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경찰의 추적 결과 이 사건의 마늘밭은 꽤 넓은 면적이어서 당시 가격인 1억원 정도에 새 주인 부부가 현금으로 매입해 마늘밭으로 일구었다고 알려졌다. 부부는 10개월 간 하루 종일 마늘밭을 일구면서 마을 사람들과도 접촉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열심히 일만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새 주인의 두 처남과 일당들이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들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서버를 개설하고 중국 칭다오에 충·환전 사무실을 차린 뒤 홍콩에 서버를 두고 형이 한국에서 기획, 동생이 중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여 자금을 모았다. 확인된 규모만 매출액 1540억 원, 부당이득금은 170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사건 발생 후 대법원은 당시 밭 주인에 대해 징역 1년, 부인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4100만 원을 추징했다. 불법 도박 수익금 110억 원은 전액 국고로 환수되었다. 검거된 작은 처남은 도박장 개설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이미 수감 중이었는데 출소를 단 3개월 앞두고 숨겨놓은 돈을 다 잃은 것이라고 국민들의 묘한 관심과 사사로운 돈 욕망을 드러내는 등 한동안 사건의 후속기사가 따르고, 재판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거의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붙잡히지 않고 도주한 큰 처남은 출국금지와 더불어 수배된 상태지만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기소중지)고 한다. 사건 직전까지 이씨 부부에게 중국에서 국제전화를 건 기록이 있어 중국에 이미 밀입국한 상태가 아닌가 추정될 따름이다. 환수하지 못한 60억 원의 행방도 아직 알 수 없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사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중장비 기사인데 사건으로부터 10년 후에 나온 후속보도에서 "마늘밭 사건 때문에 삶이 몰락했다"고 토로했으며 경찰이 돈을 유실물이 아닌 범죄수익금으로 봤기 때문에 신고 포상금으로 200만원을 받았을 뿐이고 '조폭이 개입됐다'는 소문 탓에 수년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한다. 2022년 한 방송사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증인으로 나와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였다. 가족까지 피해를 입을까봐 집을 떠나 외딴 여관을 전전하며 팔자에도 없는 '도망자 생활'을 한참 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신변보호를 위해 사복 경찰들이 그의 집 주위에서 잠복했고 수화기만 들면 파출소로 연결되는 핫라인도 설치됐다. 개명까지 했으며 총포소지허가증을 받아 산 가스총을 머리맡에 항상 두고 자고 마당에는 도베르만 등 맹견 서너 마리를 풀어 놨다고 한다.
사람들이 틈만 나면 '포상금으로 수억 원 챙겼냐', '마늘밭에서 빼돌린 돈은 얼마냐'고 묻는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고 ‘저 사람 돈을 빼 왔을 거다’, ‘어딘가에 은닉해놨을 거다’, ‘나누어 쓰자’는 시선에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술회했다. 그의 부인도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운영하던 식당도 문을 닫아야 했다. 굴착기 기사도 원래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700만원씩 벌었지만 사건 이후 생업을 포기했으며 굴착기는 집 마당에 녹슨 채 방치돼 있다고 한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사건은 대중의 뇌리에서 잊혔지만 그는 스트레스와 분노로 매일 술을 마신 탓에 간암과 대장암에 걸려 투병하는 등 고통받을 뿐이었다. 그를 아는 주변 지인들은 여전히 전술한 질문을 해대곤 하고 심지어 신고하지 말고 그냥 입 다물고 있지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느냐는 말도 심심찮게 한다고 전해졌다.

밭 주인 부부는 돈 주인 처남으로부터 허락받은 생활비 이상의 개인적인 지출을 2억 4000여만원 더 썼고 이 사실을 처남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워 꾀를 냈다. 바로 그해 초 마늘밭에서 예전 땅주인이 심었던 나무들을 옮기는 일을 해준 굴착기 기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 것이다. 자작극을 벌이던 중 자기가 쓴 돈 이상의 금액이 모자라다는 것을 안 밭 주인은 굴삭기 기사가 돈을 파갔다고 확신하고 "최근 땅에 묻어둔 17억 원 중 7억 원이 없어졌다. 작업 중 못 보았느냐?"며 그를 불러 협박했다.
허나 알지도 못하는 거액의 돈을 내놓으라는 밭 주인의 협박에 굴착기 기사는 경찰을 불러서 해결하자고 했고 이에 어이없게도 이씨가 응하면서 일이 커졌다. 처음엔 경찰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들의 얘기를 믿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굴착기 기사가 돈이 담긴 페인트통의 위치를 기억해냈고 밭 가장자리의 쓰레기 더미에서 진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돈들도 찾아낸 데다 밭 주인 아들의 차와 금고에서 거액을 추가로 발견한 뒤 뭔가 낌새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이 사건의 시작은 마늘밭의 주인 부부가 기사에게 굴착기 공사를 맡기고 일하던 굴착기 기사가 땅속에서 발견된 몇 겹의 비닐 봉투에 쌓인 것을 발견하고, 누군가 몰래 묻은 폐기물쯤으로 생각해 인근 쓰레기장에 버리고 퇴근했다고 한다.
굴착기 기사를 다시 마늘밭 주인이 찾아오면서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떠오른다. 폐기물인 줄 알고 버렸던 비닐봉투에 4억원이 들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사건이 『마늘밭의 파수꾼』의 저자 도직에게 영감을 준 듯하다. 도박 수익은 아니지만 마늘밭에서 거액의 현금이 발견된다는 점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밭에서 재배하던 작물이 '마늘'로 같다. 이 소설 역시 마늘밭에서 밭을 일구던 유민에게 우연히 발견되면서 사건의 발단이 된다. 저자가 돈의 주인을 추적하는 경찰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추적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조용한 시골 마을, 마늘밭 한가운데서 주인공 유민은 의문의 돈뭉치를 발견한다. 놀랍게도 그 돈의 주인은 과거에 죽은 줄 알았던 연쇄살인범 장수혁이다.

그는 유민의 연인인 이한의 큰아버지이자, 이한의 아버지를 살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한에게는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 큰아버지인 셈이다.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될 인물과의 조우는 유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장수혁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이한이 오히려 그와의 대면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촌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이한의 삶도 평탄치 않다. 의사 아버지와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과 수려한 외모로 일약 청춘 스타로 떠오르는 배우였다. 그러나 아버지를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큰아버지 장수혁이어서 매스컴, 특히 사이비 기자들의 먹잇감이 된다. 떠오르는 스타 이한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된 사람이 큰아버지이니 여론이나 팬들의 열광이 한순간에 비난으로 바뀐다. 방송 출연이 막히고, 그것으로 그의 배우 생명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사건은 잊혀져 가지만, 이한은 다시 유능한 감독의 캐스팅으로 화려하게 컴백한다. 복귀는 했지만 어떤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또 기획사에서도 그의 스캔들 예방을 철저하게 관리하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배우로 재기한 삶도 끝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민을 사랑하는 이한은 유민이 연쇄살인범의 조카인 이한과 연애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시 큰아버지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추락한다면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다는 기획사의 판단과 이한의 순응으로 유민과의 관계를 철저히 숨긴 채 두 사람의 연애는 지속된다. 아버지를 살해한 큰아버지 장수혁은 추적하던 경찰(재범)에 덜미를 잡혀 극한 격투 끝에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 도주하다 물속으로 떨어져 결국 죽었을 것이란 형사 재범은결국 범인의 사체가 확인되지 않자 경찰 옷을 벗게 된다. 범인을 놓친 것을 원망하고, 큰아버지를 혐오해야 할 이한이 큰아버지에게 보이는 이한의 집착은 도대체 유민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유민이 흔들리는 심리에 따라 사건은 전개되어 나간다. 그의 연인인 유민은 그를 믿고 싶은 마음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심 사이에서 몹시 혼란하고 집중력을 가질 수 없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나를 이만큼이나 좋아한다니’와 ‘이 사람과 같이 있기엔 지금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라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가 옆에 있기 때문에 더 빛이 나는 기분과 더 초라해지는 기분을 동시에 느껴야 한다니. 너무 잔인하고도 슬픈 일이었다. 나름대로 견고한 유민의 에고를 서서히 갉아먹어 갈 만큼.(p.10)

유민은 이한의 수상한 행적과 장수혁의 생존 등 여러 상황이 겹쳤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과거 장수혁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신재범에게 연락한다. 장수혁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했지만 끝내 정리하지 못한 찜찜한 결말만 남긴 채 떠났던 그는, 유민의 연락을 받고 마을로 내려와 숨겨진 그날의 비밀을 다시 추적한다. 단순한 우연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겹치고, 이 흔적이 드러날수록 유민은 점차 이한이 숨기고 있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믿고 싶은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유민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한과 장수혁 사이에는 단순한 원한 이상의 어떤 감정이 있는 걸까?
사실 유민은 이 작품의 화자나 다름없다. 이어 벌어지는 사건이 모두 유민의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유민이 밭의 주인이기 때문이지만, 수상한 돈이 발견됨으로써 유민과 그의 집에 얹혀 살던 사촌 동생의 돈에 대한 욕심이 발동한다. 유민의 순간적인 욕심은 인간의 돈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망이기도 하다. 자신이 물려받은 밭에서 갑자기 거액의 현금이 발견된다면 밭의 주인인 만일 주인이 따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유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욕망 차원에서 본다면 돈의 주인이 유민이 된다는 것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돈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범위 내에서... 신고를 한다는 것 또한 인간의 양심이다. 법적 책임은 주인이 나타난다면 유민이 주인이 될 수 없는 것 또한 법으로서도 규정되어 있는 것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몰래 숨겨놓았다는 것은 떳떳하게 번 돈은 아닐 터 유민은 잠시 욕망과 싸우다 결국 신고할 것을 내심 마음먹는다.
감정의 균열과 서늘한 진실을 오가는 이 소설은 사랑과 불안, 신뢰와 의심이 교차하는 한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심리 스릴러이다. 집필 슬럼프에 빠지고 완벽한 톱스타 남자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존감이 무너져 가던 작가 유민이 가진 감정선이나 심리를 좇다보면 연쇄 살인범이 돈의 주인으로 나타나면서다. 유민은 죽은 줄 알았던 연쇄살인범과 마주친다. 유민과 연인 이한, 그리고 이한의 아버지를 죽인 연쇄 살인범은 이한의 큰아버지... 긴장과 반전이 잇따르면서 독자의 시선은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연기하는 거 안 힘들어? 그때 이후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별로 안 좋아했잖아.”
아주 예민한 문제다 보니 유민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라도 그가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됐다.
“이젠 괜찮아. 오히려 연기할 때가 더 편해. 그 시선은 사실 나를 향한 게 아니거든. 배우 차이한을 보고 있는 것뿐이지.”(p.176)

이 소설은 그 사랑의 깊이만큼 커져버린 두려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고립된 공간에서의 긴장감, 진심과 거짓 사이에서 오가는 심리 묘사는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한 편의 영화처럼 감정과 진실의 틈을 파고든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마늘밭의 파수꾼』은 장르의 외피를 입은 철학적 질문이자, 사랑이라는 감정의 어두운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심리 스릴러 특유의 서늘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인간 내면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놓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우리는 비밀의 베일을 잡고 벗겨내려는 유민의 시선을 통해 사랑이라는 경계가 불분명한 감정을 탐구한다. 또한 이 소설은 범죄와 복수, 용서라는 소재를 넘어서 인간관계의 근원적 불안과 사랑의 다층적 면모를 조망한다. 독자들은 숨 막히는 전개 속에서 사건의 진상을 좇으며, 동시에 두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게 된다.
저자 도직은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해부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연민으로, 그리고 다시 자기기만과 공범의식으로 변질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가족과 사랑이라는 가장 단단해야 할 연결 고리가 의심과 불신으로 균열될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고립되고 상처받는지 세세하게 풀어낸다. 이 책을 덮는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질문만 남을 것이다. “사랑은 어디서부터 파괴하고,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유민아, 진짜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나 한 번만 믿어줘. 내가 이 모든 일 다 수습할게.”
“이 일에 수습을 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는데. 설마 내가 모르는 일이 더 있는 거야?”
“내 개인적인 문제야.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잖아.”
이한은 울컥한 얼굴로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눈을 부릅떴다. 습기 찬 목소리와 달리 커다란 눈엔 물방울 하나 맺혀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한은 세상에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혹은 버거운 자신의 운명에 대해 화가 나있거나.(p.305)
저자 : 도직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
세상 모든 일은 전부 다 사람이라서,
그리고 사랑이라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