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페라 - 마에스트로가 들려주는 오페라 속 세계사
양진모 지음 / 책과함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오페라는 최고의 종합예술이었다. 이 책 『히스토페라』의 표제어 '히스토페라'는 역사(history)와 오페라(opera)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이다. 저자 양진모는 오페라의 본질적 가치를 역사라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살펴보는 여정으로서 이 책의 집필 취지를 밝힌다. 저자는 한양대학교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한 뒤 이탈리아로 가서 시에나 키지아나 아카데미와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귀국한 뒤 1,200회 이상의 오페라 공연을 지휘하며 한국에서 유일한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서 독보적 위치를 굳혀 왔다고 한다. 

이 책 『히스토페라』 집필 배경에는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한 저자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사학자이자 미학자였던 조부의 서재는 역사와 예술 관련 서적으로 가득했으며, 조부와 나눈 대화는 언제나 역사와 예술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또한 부친은 열정적인 클래식 음악 애호가여서 집 안은 항상 음악으로 가득했으며,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곡이 탄생한 배경과 작곡가의 삶, 시대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러한 저자의 성장 과정의 경험은 오페라와 역사를 바라보는 독창적이고도 깊이 있는 시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더불어 저자는 오페라야말로 인간의 감정, 욕망, 희생, 사랑이 총체적으로 담긴 예술로, 역사를 가장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이 믿음은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히스토페라』의 해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책에서 "오페라는 역사적 사건과 인간 내면을 동시에 탐구하는 데 탁월한 도구"라면서 오페라가 시대상을 담은 한편 개인의 삶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한다고 선언한다.


오페라는 역사적 사건과 인간의 내면을 결합하는 데 탁월하다는 저자의 믿음은 〈서문〉을 통해 자세히 전달된다. 이에 따르면 음악은 감정을 고조시키고, 문학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연극과 무대미술은 극적인 상상을 눈앞에 펼친다. 이를 통해 오페라는 감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시대적 맥락과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동시에 전달한다. 베르디의 〈돈 카를로〉는 스페인의 종교 갈등과 권력 구조를 탐구하며,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제국주의 시대의 문화 충돌과 비극을 그려낸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특정 시대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건이 인간의 삶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깊게 탐구한다. 오페라 무대 위에서 과거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생생한 이야기로 부활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 『히스토페라』가 오페라의 본질적 가치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서 시도된 것이며, 오페라를 통해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독특한 시도라고 귀띔한다. 이 책에는 모두 10편의 오페라를 담고 있으며, 각 오페라는 각각 한 장(章)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오페라는 단순히 과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신과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예술이 어떻게 역사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는지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오페라의 내용뿐만 아니라 오페라 안에 담긴 당시의 시대적 특성, 역사적 사건 등을 이해함으로써 더욱 풍요롭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등장 인물들의 갈등과 심리,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르네상스의 황혼기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1장), 바다의 공화국 베네치아와 베르디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2장), 보르자 가문의 검은 야욕과 도니제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자〉(3장), 피로 물든 영국 튜더 왕조와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4장), 대서양을 뒤흔든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베르디의 〈돈 카를로〉(5장), 러시아의 차르 시대와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6장), 국민 주권의 태동 프랑스 대혁명과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7장), 권력의 정점에 선 나폴레옹과 푸치니의 〈토스카〉(8장), 서양 열강의 식민지 침탈과 푸치니의 〈나비부인〉(9장), 치열했던 냉전 시대와 아담스의 〈닉슨 인 차이나〉(10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10편의 오페라 가운데 직접 무대에서 지휘한 작품은 다섯 편임을 밝히고 있다. 『히스토페라』를 출간한 출판사 측에서는 '소개글'을 통해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점은 '저자의 시선'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지휘자로서 실제 무대에 섰던 경험은 각 작품에 대한 분석에 생생한 감각과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오르페오〉를 지휘하며 직접 체감한 르네상스의 창조 정신과 음악 혁신,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마주한 프랑스 혁명의 격렬한 감정, 〈토스카〉에서 되살아난 나폴레옹 치하의 격동과 진실한 사랑의 서사를 생생하게 풀어낸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구조, 음악 형식, 무대 연출, 대본의 언어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역사적 배경이 예술 속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것. 이는 단순한 해설을 넘어 예술가의 직관과 인문학적 통찰이 조화를 이루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고 츨판사 측은 강조한다. 이 밖에 각 장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음반과 영상 콘텐츠가 소개되어 있어 독자들은 오페라의 감동을 더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QR코드를 통해 유튜브 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구성해, 독서와 감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오페라는 한국에서 주로 소개된 오페라부터,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역사 속 중요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등을 엄선했다. 먼저 1장 ‘르네상스의 황혼기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서는 르네상스 말기의 인문주의 정신과 예술 혁신을 배경으로 탄생한 최초의 본격 오페라로 평가받는 〈오르페오〉를 통해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르네상스 미술과 음악의 발전과 함께 〈오르페오〉의 탄생과 음악적 양식을 설명한다. 2장 ‘바다의 공화국 베네치아와 베르디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에서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정치 체계와 귀족들의 권력 투쟁을 바탕으로 한 부자간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베르디는 이 작품에서 권력에 희생되는 인간의 고뇌를 음악적으로 묘사하며, 베네치아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개인 서사의 접점을 제시한다.


3장 ‘보르자 가문의 검은 야욕과 도니제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자〉’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귀족 가문 보르자의 권력과 음모, 그리고 루크레치아의 내면적 고통을 조명한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적인 정을 보여주는 오페라 속 루크레치아는 단순한 악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인물로 재해석된다. 그리고 4장 ‘피로 물든 영국 튜더 왕조와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에서는 왕권과 사랑, 종교개혁의 갈등 속에서 희생된 안나의 운명을 통해 튜더 왕조의 권력 투쟁을 그린다. 작곡가 도니제티는 이 작품에서 극단의 상황 속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여성의 비극을 절절하게 묘사한다.

5장 ‘대서양을 뒤흔든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베르디의 〈돈 카를로〉’는 16세기 스페인의 정치적 긴장과 종교적 갈등을 배경으로 펠리페 2세, 왕세자 카를로, 왕비 엘리자베타 사이의 삼각관계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종교 재판, 독재 권력, 인간 내면의 고뇌를 복합적으로 풀어냈으며, 저자는 당시 시대적 배경인 스페인 무적함대와 레판토 해전에 대해서도 함께 조명한다. 

6장 ‘러시아의 차르 시대와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에서는 러시아 차르 보리스 고두노프의 정치적 고립과 민중의 불안, 권력의 불안정함을 다룬다. 무소륵스키는 서구 오페라와 달리 러시아 민중의 집단 심리와 역사적 현실을 사실주의적 음악으로 표현하며, 독특한 민족적 색채를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7장 ‘국민 주권의 태동 프랑스 대혁명과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의 열기 속 시인 셰니에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유와 평등, 사랑과 희생을 노래한 작품이다. 공포정치와 이상주의의 충돌, 민중의 열망과 개인의 비극이 교차하는 극적 긴장감을 잘 표현했다. 작품의 배경이 된 프랑스 혁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8장 ‘권력의 정점에 선 나폴레옹과 푸치니의 〈토스카〉’에서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 로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음모와 예술가, 연인의 비극적 운명을 소개한다. 푸치니는 이 작품에서 권력에 맞선 예술가와 희생적 사랑을 사실주의적 음악으로 그려냈으며, 극도의 긴장감과 감정의 폭발이 특징이다.

9장 ‘서양 열강의 식민지 침탈과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 미국 해군과 일본 여성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식민지적 시선과 문화 충돌을 예술적으로 녹여낸 오페라로, 나비부인의 운명은 동양 여성에 대한 서구의 환상과 현실을 대조시킨다. 마지막으로 10장 ‘치열했던 냉전 시대와 아담스의 〈닉슨 인 차이나〉’는 1972년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을 소재로 한 현대 오페라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정치의 연극성, 문화적 오해, 세계 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삼으며, 미니멀리즘 음악과 역사적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시도를 보여준다.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승리에 열광했다. 마렝고 승전 이후 나폴레옹은 개선 행진을 생략하고 7월 2일 새벽에 파리로 몰래 돌아왔음에도, 그가 튈르리 궁전에 도착하자 엄청난 인파가 그를 환영했다. 흥분한 군중에 의해 나폴레옹은 그날 밤 여러 차례 모습을 나타내야 했다. 이 승전 축제는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까지 계속되었다. 마렝고 전투의 승리로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명실 공히 유럽의 지도국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 후 실각하기까지 자신의 권력을 바탕으로 유럽 국가들을 서로 분열시켰으며, 가까운 지인들을 점령한 나라의 총령으로 임명했다.(p.281) 

- 「Chapter 8│권력의 정점에 선 나폴레옹과 푸치니의 〈토스카〉」 중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단순한 오페라가 아니다. 그것은 각각의 시대가 품었던 열망과 두려움, 사랑과 투쟁의 기록이자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품은 시대의 초상이다. 저자는 오페라와 역사, 그리고 삶과 예술적 여정이 만나는 교차점을 따라가며 선율에 스며든 인류의 감정과 사건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오페라는 단지 귀로 듣는 예술이 아니라 인간이 겪어온 갈등과 선택, 상실과 구원의 기억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저자는 풀어내고 있다. 각 작품의 선율과 대사는 당시의 정서를 생생히 되살리고, 우리는 무대 위 인물들의 희비 속에서 오늘의 우리 자신을 비추어보게 된다. 이에 따라 이 책 『히스토페라』는 그 감정의 잔향과 역사적 맥락을 촘촘히 연결하며, 예술이 어떻게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말을 거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오페라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고,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그 바람처럼 『히스토페라』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롭고 친절한 길잡이가, 친숙한 이들에게는 익숙한 무대 뒤편에 감춰진 의미를 새롭게 비추는 통찰의 렌즈가 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양진모


한양대학교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시에나 키지아나 아카데미와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국립 오페라단, 서울시 오페라단 등 다양한 프로덕션에서 약 80여 편, 1200회 이상의 오페라 공연을 지휘하며 한국에서 유일한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새겨왔다. 특히 한국 창작 오페라에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우리 오페라의 지평을 넓히는 데 헌신해 왔으며, 현재는 코레아나 클라시카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서 오페라 전문 오케스트라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페라를 만나러 가자』가 있으며 『CD 가이드』, 『객석』, 『코다』 등 여러 매체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대 비극부터 혁명의 아리아까지 시간의 켜를 따라 역사의 심층을 탐색하는 『히스토페라』는 오페라를 ‘노래하는 역사’이자 ‘소리로 쓰는 기록’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교차하는 또 하나의 오페라 무대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