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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언와인드』*는 임신 중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어 벌어진 〈하트랜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먼 미래 소설(SF)이다. 저자 닐 셔스터먼(Neal Shusterman)은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로 미국의 영 어덜트(young adult)**들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는 작가라고 한다. 전작 『수확자』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번역 소개돼 국내 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작가다. 〈하트랜드 전쟁〉은 오늘날 지구촌의 인구 문제와 맞닿아 있어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 같다. 표제어 '언와인드'(unwind)는 '임신 중절'을 뜻하는 단어로 미래의 인구 문제를 미리 끌어온 느낌이다. 미래 지구촌 인류가 죽음을 완전히 극복하고 영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류의 생명이 죽지 않고 영생이라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 상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은 인구 문제가 가장 먼저 닥칠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에 먼 미래 인류는 전작 『수확자』를 통해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의 '사형 집행인'(死神)'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대명사이다. '죽음이 없는 세상'이 유토피아로 보이지만 사실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그 와중에서도 어떻게든 좀 좋은 세상을 찾아나가려고 애쓰는 주인공이 나오고,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소설이 끝난다.
인구 조절을 위해 생명을 끝낼 임무를 맡은 '수확자'는 컴퓨터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로써 강제로 생명을 끝내는 집행자 역할을 맡는 것이다. 끝내지 않은 〈『수확자』 시리즈〉가 이어받는 느낌이다. 『언와인드』는 소득 없는 싸움을 되풀이하던 양 진영이 '언와인드'라는 기묘한 합의에 도달하며 시작된다. 합의한 법안은 임신 중지를 금지하는 대신, 부모가 원할 경우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자녀를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는 법안이다. 이 제도는 언와인드가 되더라도 자녀의 장기가 다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부모들의 선택을 합리화한다.
언와인드* : 감다(wind)라는 의미의 단어에 'un-'이 앞에 붙어 '풀다'라는 뜻의 영어다. 이 소설에서는 '임신 중지', '임신 중절'의 의미로 사용됐다.(역자 주)
영 어덜트(young adult)** : 소비자를 연령별로 세분화시킨 경우, 보통은 22~25세까지의 사람들을 말하는데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발생한다.(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소설이 시작되기 전 맨 앞 페이지에 「생명법」의 내용이 정리돼 있다.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 닐 셔스터먼이 일부러 써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트랜드 전쟁〉이라고도 알려진 2차 내전은 단 하나의 문제를 놓고 벌어진 길고도 피 튀기는 충돌이었다.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생명법」이라 알려진 일련의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생명파와 선택파를 모두 만족시켰다. 생명법은 인간이 잉태된 순간부터 13세에 이를 때까지 그 생명에 대한 침해를 금지한다. 그러나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은 부모가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 조건은 아동의 생명이 '기술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을 중절하는 동시에 살려 두는 과정을 '언와인드'라 한다. 언와인드는 현재 사회에서 용인되는 흔한 과정이다."(p.11)
이 소설 작품은 7부로 나뉘어 있다. 각 부의 제목만 보더라도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여기에 적는다. 1부 〈삼중 복제〉, 2부 〈황새〉, 3부 〈이동〉, 4부 〈목적지〉, 5부 〈묘지〉, 6부 〈언와인드〉, 7부 〈의식〉 등이다. 1부의 시작은 암울하다. 이 나이대의 대상자들의 대화다. "갈 만한 곳이 있어." 아리아나가 그에게 말한다. "넌 똑똑하니까 열여덟 살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코너는 그리 확신이 들지 않지만, 아리아나의 눈을 들여다보니 잠시나마 의심이 사라진다. 아리아나의 눈은 회색 줄무늬가 들어간, 예쁘장한 보라색이다."(p.15)
슈퍼컴퓨터가 통제하는, 죽음이 사라진 미래를 그린 시리즈 소설이 『수확자』라면 『언와인드』는 그 이후의 더 암울한 미래 세계를 다룬다. 즉 인구 조절을 위해 선발된 수확자로 통제가 안 되는 사회 문제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 작품은 저자 스스로 '디스톨로지'(dysology)***라고 이름 붙인 미래 소설이다. 저자에 따르면 디스톨로지'(dysology)는 단순한 디스토피아 SF가 아닌, 인간 존엄에 대한 문제 제기와 청소년 인권의 현실 폭로, 과학의 윤리성와 제도적 억압에 대한 고발 등 수많은 철학적 메시지를 녹인 작품임을 나타내 주는 단어다. 전 세계에 수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현재 TV 시리즈화를 앞두고 있으며, 거대한 스케일과 장대한 서사로 독자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디스톨로지'(dysology)*** : dys(나쁘거나 어려운 것+ology 연구, 즉 나쁘거나 어려운 것에 대한 연구.(저자 주)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은 장기 이식 수술이 진보한 세상, 임신 중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어 전쟁까지 벌이는 등 인구 조절에 관한 극한 사회 문제다. 지리멸렬한 싸움을 되풀이하던 양 진영은 '언와인드' 법안을 합의에 의해 통과시킨다. 이른바 「생명법」이다. 이 법안은 임신 중지를 금지하는 대신, 부모가 원할 경우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자녀를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는 위헌적 법안이다. 이 제도는 언와인드가 되더라도 자녀의 장기가 다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부모들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 잔혹한 언와인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 제도를 피해 세 명의 아이들이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 속을 썩이던 코너, 보호 시설에서 자란 고아 리사, 신께 몸을 바치는 '십일조' 레브. 각각의 사연을 지닌 셋은 국가로부터, 경찰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도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살기 위한 모험과 투쟁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어떤 진실을 깨달아 간다. 단순히 지금 당장 죽지 않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쓸모 있는 장기 취급에 분노하고,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존중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인 양 포장하기 위해 언와인드된 신체 부위만을 조합해 '합성 인간'을 탄생시키고, 그 결과 태어난 캠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인간의 자유의지와 정체성의 문제, 인간 존엄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아이들은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캠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낙태에 대한 권리 - 즉 임신 중지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뜨거운 이슈다. 임신한 사람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임신 중지를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태아를 동등한 생명체로 간주하고 보호할 것인가. 저자 셔스터먼는 각각의 주장을 펼치는 '선택파'와 '생명파'의 논리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시야를 넓혀 임신 중지를 둘러싼 현대 사회 전체의 풍경을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임신 중지가 금지될 때 시도되는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방식의 중절 수술,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를 누가,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의 문제, 이와 관련한 법안을 내는 정치권과 그 지지자들, 신념을 갖고 물러서지 않는 종교계, 법의 틈새에서 돈만을 좇는 기업인 등의 문제는 지금 우리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현재진행형의 사회 문제다. 어쩌면 인류 존속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속의 미래 세계에는 지금 열거된 문제보다, 그 모든 논쟁의 중심에서 사라져 버린 '구체적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사려 깊은 관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실 저자는 지금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 가운데 인류 생명의 문제는 먼 미래 빛나는 과학의 힘으로 해결되더라도 '인간애'나 '인간 존중'에 대한 개념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이나 먼 미래나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소설 속 그 이념과 이권의 추상적인 논쟁 속에서, 사랑스럽고도 매력적인 한 명 한 명의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내면에 모순을 안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나 싸우는 소년 소녀의 우정과 사랑, 웃음과 눈물을 마음 깊이 새기면서,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엄해지고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 현실을 꼭 닮은 그 복잡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어떻게 하면 다시금 사랑과 애정과 존중으로 통합시킬 수 있을까? 철학적 고민이 가득한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의 장대한 SF의 세계에서, 독자들은 설렘과 재미는 물론 단단한 삶의 태도까지 얻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소설을 번역한 강동혁은 말은 많은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애초에 '선택파'와 '생명파' 간 갈등의 이면에 있던 '핵심적인 물음은, 즉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소설에서 그 질문은 '태아가 과연 생명인가'라는 식으로 직접 제시되지 않는다. 대신 누구에게서도 태어나지 않은 존재, 언와인드된 사람의 장기만으로 재조합된 '리와인드' 캠의 처절한 고민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는 그를 보면서, 그를 따라서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그를 사람으로 만드는가? 무엇이 우리를 사람으로 만드는가? 정말이지 탁월한 점은, 이토록 진지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이 단 한 순간도 지루한 사변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저자 닐 셔스터먼는 30개가 넘는 상을 수상했으며, 출간 즉시 각종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작품을 올리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설가다. 저자의 가장 큰 강점은 '재미있는 소설'을 쓴다는 점이지만, 뜨거운 사회적 문제를 절묘하게 끌고 와 독자들로 하여금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도록 만드는 솜씨 또한 매우 탁월하다. 정신 질환을 다룬 『챌린저 디프』,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수확자』 시리즈〉, 다양한 혐오 문제를 그린 『게임 체인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 인권을 깊이 천착한 이번 작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시리즈〉 모두, 흥미로운 플롯 속에 거대한 사유를 품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세계의 단어들에 대해 출판사 측이 단어 설명을 책 소개글 뒤에 붙였다.
- 언와인드: 인간의 신체가 해체되는 과정이다. 법에 따라, 해체된 사람의 99.44퍼센트는 이식에 활용되어 살아 있는 채로 유지되어야 한다.
- 황새 배달: 갓난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은 어머니가 아기를 남겨 두고 떠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아기를 다른 사람의 집 문 앞에 두고 떠날 수 있는 행동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이후에는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아기를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 하비스트 캠프: 언와인드가 분열된 상태를 준비하는 허가받은 시설이다. 각 시설은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모든 시설은 언와인드로 지정된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 박수도: 이 어린 테러범들은 혈액을 폭발 물질로 바꾸는, 탐지 불가능한 화학 물질을 자신의 순환계에 주입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까닭은 강하게 손뼉을 쳐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 청소년 전담 경찰(청담): 전국 청소년 전담국에서 일하며, 언와인드의 통제를 담당하는 법 집행관.
- 십일조: 〈10퍼센트〉를 의미하는 용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종교적인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언와인드가 예정된 아동을 가리킨다.

그들은…… 언와인드되어야 한다. 그렇다. 그게 그들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지금 상태로는 그들은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다. 특히 그들 자신에게. 내면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그들에게는 언와인드가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안에서부터 부서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깥이 망가지는 것이 낫다. 그렇게 되면 살아 있는 육신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다른 생명을 구하고 누군가를 온전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걸 알고 그들의 분열된 영혼이 마침내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레브 자신의 영혼이 곧 안식하게 될 것처럼.(p.108)
"내가 언와인드당하면, 내 눈은 사진사에게 갔으면 좋겠어."
헤이든이 말한다. 슈퍼 모델을 찍는 사진사한테. "내 눈으로 슈퍼 모델을 봤으면 좋겠거든."
"내 입술은 록 스타에게 갈 거야." 코너가 말한다.
"이 두 다리는 올림픽에 나갈 거야."
"내 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한테 갈 거야."
"내 배는 음식 평론가한테."
"내 이두근은 보디빌더에게."
"내 코는…… 아무한테도 안 가면 좋겠다."
비행기가 내려설 때, 그들은 모두 웃고 있다.(pp.253-254)
저자 : 닐 셔스터먼(Neal Shusterman)
1962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으며 16세 때 가족과 함께 멕시코시티로 이주해 그곳에서 국제 학교를 다녔다.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에서 심리학과 연극을 전공했다. 전미 도서상을 받은 『챌린저 디프』와 미국 도서관 협회 마이클 L. 프린츠상을 받은 『수확자』, 미국 도서관 협회 최고의 영 어덜트 소설상을 받은 『분해되는 아이들』, 보스턴 글로브 혼 북상을 받은 『슈와가 여기 있었다』 등을 포함해 30개가 넘는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대중성을 인정받아 「수확자」 시리즈, 『드라이』, 『게임 체인저』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는 중이다.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아들인 재러드 셔스터먼과 소설, 시나리오 등을 공동 작업하고 있다.
홈페이지 storyman.com
페이스북 @NealShusterman
역자 : 강동혁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바버라 킹솔버의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에르난 디아스의 『먼 곳에서』, 『트러스트』, 커트 보니것의 『타이탄의 세이렌』,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 후의 삶』,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토바이어스 울프의 『올드 스쿨』, 『이 소년의 삶』,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앤드루 숀 그리어의 『레스』, 진 필립스의 『밤의 동물원』, 말런 제임스의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전 2권)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