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거리 -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뉴욕 억만장자 거리에 숨겨진 이야기
캐서린 클라크 지음, 이윤정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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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막을 내렸고,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조세푸스 플라비우스(Josephus Flavius, 37~100)가 집필한 『유대인 고대사(The Antiquities of the Jews)』(93-94년)에서 서사적 구조로 확장되었으며, 16세기 초 플랑드르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마도 피터르 브뢰헬은 이들의 작품 가운데 하나를 〈바벨탑〉의 직접적인 출처로 삼았을 것이다. 그는 모두 3점의 〈바벨탑〉을 그렸다고 하는데, 현재는 2점만이 전해지고 있다. 빈의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의 〈바벨탑〉은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에 소장된 〈작은 바벨탑〉(1564)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로 제작되었다. 두 작품의 전체적인 구도는 거의 동일하지만, 빈의 〈바벨탑〉이 다양한 인물 군상들과 도시 풍경을 보다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다.

이 책 『억만장자의 거리』는 300m 이상 높이 솟은 초고층 건물들,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집값,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과 억만장자가 모여 사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판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라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센트럴파크 인근 ‘억만장자의 거리(BILLIONAIRES’ ROW)’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마천루의 거리는 한때 허름한 건물이 늘어선 낡은 거리였다. 불과 몇 년 만에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지구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거리가 되기까지 그곳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캐서린 클라크는 이 책에서 억만장자 거리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며, 뉴욕 부동산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클라크는 책의 맨 앞장에서 〈창세기〉를 인용한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자."(11장 4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뉴욕 스카이라인을 바꾼 사람들과 그들이 지은 건물을 다룬 이야기를 통해 뉴욕 부동산의 역사, 사회, 정치, 금융 등 관련 정보를 풍부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억만장자 켄 그리핀, 빌 애크먼, 마이클 델, 인기 가수이자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과 억만장자가 모여 사는 동네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라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센트럴파크 인근 ‘억만장자의 거리’는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얇고 높은 저 건물은 무슨 건물일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얼마에 집을 사고팔았을까? 부동산 전문지 『리얼 딜』과〈뉴욕 데일리 뉴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캐서린 클라크는 2011년 뉴욕 부동산에 관한 기사를 쓰다가 ‘억만장자 거리’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이 주제에 관해 100여 명에 이르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끝에 이 책 『억만장자의 거리』를 펴냈다.

‘억만장자 거리’ 배짱 없이는 발을 디딜 수 없는 세계로 알려져 있다.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뉴욕 부동산 거물(개리 바넷, 해리 맥클로우, 스티븐 로스, 마이클 스턴)의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그들이 지은 다섯 건물(원 57, 432 파크 애비뉴, 111 웨스트 57번가, 센트럴파크 타워,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은 억만장자 거리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 뉴욕 부동산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3년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상 최종 후보작과 2023년 『CEO 매거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아마존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모두 3부 2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하늘을 꿈꾸다(1~9장)〉, 2부 〈난기류(10~17장)〉, 3부 〈땅에 떨어지다(18~28장)〉 등이다. 이 책의 주요 배경지인 뉴욕 맨해튼에서 건물의 높이는 점점 위로 향하는데 이곳의 이야기를 쓰는 저자 클라크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의 책 구성을 보여준다. 이 점은 저자의 의도적 구성인지, 아니면 신(神)의 관점인지는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책의 본문 전에 게재된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뉴욕 센트럴파크 남쪽을 바라보는 것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부의 물리적 현현(顯現)을 보는 일이다. 줄지어 선 극도로 얇은 초고층 빌딩들이 공원 남단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초고층 건물들은 뉴욕 스카이라인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평범한 뉴욕 시민은 초고층 건물 중 어느 곳에도 발을 들여놓을 일이 없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전망대처럼 망원경으로 도심을 들여다보거나 30 록펠러센터 유명 레스토랑인 레인보우 룸 댄스 플로어에서 춤을 출 수도 없다. 과거에 지은 마천루와 달리 최근에 지은 초고층 건물에는 공용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억만장자 거리'라고 불리는 '초고층 건물' 밀집 구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성소이자,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하늘 위 최상류층 커뮤니티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초대를 받아야만 한다.(p.15)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관심 없는 독자라도 TV를 통해 뉴욕 맨해튼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보고 들었을 것이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서 방 한 개짜리 원룸 같은 크기의 임대료가 1500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도 ‘억만장자의 거리’는 특별한 건물이 집중해 있는 곳이다. 이곳을 조성한 대표적 인물들이 이 책의 앞에 캐리커처 사진과 함께 별도 소개돼 있다. 이처럼 유명해진 억만장자의 거리’는 이젠 세계 각 나라에서도 비싼 거리 앞에는 이 수식어가 별명처럼 붙는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억만장자 거리의 핵심인 뉴욕 맨해튼 57번가의 길이는 1.6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주변에는 300m 이상 높이 솟은 건물이 쭉 늘어서 있다. 이 책에는 거리의 약도까지 포함해 별도 그림으로 처리돼 있다. 물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길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어가다 보면 지난 100년간 뉴욕 부동산 개발과 건축의 진화 흔적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1858년에 초대형 도심 공원인 센트럴파크가 개장한 이래 농지로 둘러싸여 있던 57번가 주변으로 뉴욕의 부유한 가문들이 몰려들며 초부유층의 메카가 되었고, 20세기로 접어들자 주거 지역은 점차 상업 지구로 변모했다. 1970년대 뉴욕 부동산 시장은 뉴욕 상류층 대신 돈을 가진 전 세계 제트족의 관심을 끈다. 세계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몰려든 부유층은 콘도를 구매했고, 이 성공에 힘입어 이들을 모방한 고층 타워가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점점 쇠퇴한 57번가에는 초호화 상점, 기념품 가게, 갤러리, 역사적인 아파트가 현대적인 사무실 빌딩과 주거용 빌딩 사이에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이후 2010년에 306m 높이의 원 57 공사를 시작으로, 더 높고, 더 얇고, 더 비싸고, 더 호화로운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며, 이 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저자는 미국 뉴욕 스카이라인을 바꾼 사람들과 그들이 지은 건물을 통해 뉴욕의 역사, 정치, 금융 등 관련 정보를 다채롭게 전달하며, 시대적?사회적 흐름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점점 건물을 더 높이 지으려 할까? 뉴욕은 오랫동안 마천루의 본고장으로 알려졌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아시아와 중동에 자리를 내주었다. 높은 인건비, 비싼 건축 비용, 엄격한 규정, 점점 부족해지는 토지···. 크고 작은 건물이 블록마다 꽉 찬 맨해튼에 개발되지 않은 땅은 드물었다. 맨해튼 개발업자들은 토지 합병으로 이를 해결하다가 마침내 새로운 땅을 발견한다. 1961년 뉴욕시 토지 용도 지정법에 따라 건물 연면적을 땅의 넓이로 나눈 비율인 ‘용적률(FAR)’과 이웃 건물 소유주로부터 기존 건물 위의 공간인 ‘공중권(air rights)’을 매입할 수 있는 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빈 하늘은 ‘아직 아무도 건물을 짓지 않은 땅’이었다. 특히 57번가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용적률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빈 땅이었다. 이때부터 좁은 땅에 온갖 건축 기술을 활용한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건물에 틈을 만들고, 거대한 콘크리트 추를 달로 건물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등 최신 미적·공학적 기술을 총동원한 끝에 미국의 여느 평범한 가정집 뒷마당만 한 크기의 부지에 400m가 넘는 마천루가 지어졌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설 기술에 더해 성공과 야망을 열망하는 이들의 경쟁으로 건물은 점점 더 하늘에 가까워졌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초고층 건물' 밀집 구역은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하늘 위 최상류층 커뮤니티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저자가 432 파크 에비뉴를 몇 차례 방문하며 푸코의 파놉티콘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스트 56번가에 자리한 드라마틱한 건물 입구를 지나칠 때마다 부유한 입주자를 엿보고 싶어 했다면, 그러나 자신의 시선이 건물 로비에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이 개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억만장자 거리에는 호기심과 비판 어린 시선이 교차한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이는 그림자 문제로 이어졌다. 고층 빌딩으로 인해 센트럴파크에 그림자가 드리우자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고층 건물로 인해 한낮의 햇빛을 차단당했다고 지적하면서 1,000여 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인 일도 있었다. 도대체 그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기에 이토록 철저한 보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일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전 세계 자본의 움직임에 관여할 만한 인물들이 아닐까? 하는 일반인들의 의혹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시위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단순히 그림자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가 주체할 수 없는 현금을 세고 있을까? 다이아몬드를 가득 채운 욕조에서 슈퍼모델이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씻고 있을까? 미국 헤지펀드 억만장자들이 최고의 전망을 놓고 사우디 왕자들과 다투고 있을까? 아니, 그들이 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건 아닐까? 이런 의혹들의 저자만 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새롭게 건설한 초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사방으로 열린 창으로 센트럴파크나 맨해튼 전망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그 건물에 평범한 뉴요커는 들어갈 수 없다. 고층 전망대나 식당처럼 대중에게 공개된 공공 공간이 점점 개발 계획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라고 저자가 강조한 이유와 맥락이 같다.

억만장자 거리의 초고층 빌딩은 유명인, 금융업자, 러시아 올리가르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세계 초부유층의 집인 동시에 세계 최부유층의 투자 수단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래서 누군가는 억만장자 거리의 권력 구조를 파놉티콘에 비유하고, 불평등 시대의 대차대조표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이 책 『억만장자의 거리』와 그곳에 들어선 첨탑처럼 생긴 건물 이야기는 돈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 확실해진다. 우리가 경외하며 올려다보는 마천루의 눈부신 외관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천루를 통해 21세기 뉴욕,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깊이 있고 날카롭게 그려낸다.


어떤 사람들은 그 타워들을 보고 공간 낭비, 전 세계의 돈을 보관하는 그릇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이 건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부자들은 아파트가 아니라 골드바를 거래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피카소의 작품을 창고에 보관하기보다 벽에 걸어 두기로 선택한 미술 투자자에 비유할 수 있다. 타워는 자신들을 만든 개발업자들의 유산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쳤고, 일부 개발업자는 다른 개발업자들보다 훨씬 더 큰 재정적 성공을 거두었다. 2023년, 인플레이션과 암호화폐 폭락, 또 다른 금융 위기의 위협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개발업자들은 단념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이것이 바로 개발업자들의 사고방식이었다. “개발업자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개발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몇 년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죠.” 감정평가사 조너선 밀러가 말했다.(p.451)


저자 : 캐서린 클라크(Katherine Clarke)


〈뉴욕 데일리 뉴스〉, 『리얼 딜』,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와 컬럼비아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자는 2011년에 뉴욕 부동산에 관한 기사를 쓰다가 ‘억만장자 거리’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이 주제에 관해 1백여 명에 이르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를 취재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거리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는 『억만장자의 거리』는 그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 후 2023년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상 최종 후보작과 2023년 『CEO 매거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아마존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엑스 @KathyClarkeNYC

홈페이지 katherineclarke.com


역자 : 이윤정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한동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크레셴도로 살아라』, 『데이터의 함정: 숫자에 가려진 고객 인사이트를 포착하는 법』, 『무의식적 편견』, 『시너지 셀링: 고객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산다』, 『인생을 바꾸는 작은 습관들』, 『나만의 커피 레시피북: 집에서 만드는 50가지 커피와 에스프레소 음료』, 『세상을 속인 의사』,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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