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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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추리소설'이라는 이 책 『카인의 턱뼈』 홍보 문구가 독자를 멀어지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끌리는 것은 인간 본능인 호기심이나 탐구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 같다. 추리소설도 그런 인간의 호기심에 기대어 생긴 문학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독자는 추리소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학 작품, 즉 '고전'으로 평가받는 일부 세계적 작가의 추리소설 작품도 채 읽어보지 못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 근무를 하면서 출퇴근이나 식사 시간 등을 합쳐보니 꽤 많은 시간임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직장에서의 휴식 시간은 매우 즐거운데 집에서의 휴식 시간은 반복되니 금세 지루했다. 덕분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 독자 개인적으로는 '새옹지마'가 된 셈이다. 이때 추리소설 몇 편을 읽었는데 무척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책에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고, 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줄거리가 실타래 풀리듯 하나씩 차근차근 풀리는 재미가 독서욕을 자극했다. 거기에 뒷 부분에는 독자의 추정이나 추리를 완전히 뒤엎는 '반전(反轉)'은 추리소설의 백미였다. 이때 주로 읽었던 추리소설은 모두 일본 추리소설이었다. 추리소설은 일본 독자들의 최고 인기 분야라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이 책은 '카인의 턱뼈'라는 표제어도 조금 노골적이다. 독자가 노골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기독교 문화 속 작품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문명이라면 당연히 유럽 쪽을 먼저 떠올린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추리소설은 애호가가 아닌 독자도 알 정도로 이미 유명한 것 아닌가? 독자가 표제어와 기독교를 연결시킨 것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독자가 좋아하는 국내 작가 고(故) 황순원 작가의 『카인의 후예』라는 작품 때문이다. 『카인의 후예』는 6·25 전쟁 직후 쓴 작품으로 해방 직후 북한 토지개혁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 악과 사회적 갈등을 다뤘다. 이 소설의 제목은 성경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서 유래했으며,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황순원 작가도 북한이 고향인데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 아마 피란한 것으로 추정한다. 

'카인의 턱뼈'란 성경에서 카인이 아벨을 죽일 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인류 최초의 살인도구라고 한다. 출판사 측은 이 책 『카인의 턱뼈(Cain’s Jawbone)』의 저자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카인과 아벨은 아담과 하와의 첫 두 아들이다. 맏아들 카인은 농부였고, 그의 동생 아벨은 양치기였다. 형제들은 각자의 밭에서 희생 제물을 하느님께 바쳤다. 하느님은 아벨의 제물은 받으셨지만, 카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다. 카인은 아벨을 죽였고, 하느님은 카인을 저주하여 유랑하는 삶을 살게 하셨다. 카인은 그 후 놋 땅(고대 히브리어: נוֹד)에 거주하며 도시를 건설하고 에녹으로 시작되는 후손들을 낳았다.

신약성경의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아벨의 희생이 믿음으로 바쳐졌기 때문에 카인의 희생보다 더 받아들여졌고, 아벨이 하느님의 인정을 받았다고 해석한다. 쿠르아에서는 카인과 아벨이 각각 카빌(아랍어: قابيل)과 하빌(هابيل)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전통에서 카인과 아벨 이야기는 카인을 질투와 욕정에 사로잡혀 악마의 인도를 받아 살인자가 된 첫 살인자로 묘사하며, 죄책감과 불명예로 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일부 학자들은 형제들의 정체와 동기에 대해 논쟁한다. 세트파 요한의 묵시록에서 카인과 아벨은 아르콘이자 데미우르고스 얄다바오트의 자식들로, 야훼와 엘로힘이라 불리지만 속이기 위해 카인과 아벨이라고 불린다.

카인과 아벨 이야기는 학문적 성경 연구에서 초기 농업 사회의 긴장—예를 들어 유목 목동과 정착 농부 사이의 긴장—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이야기로 널리 해석되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인 엔릴이 농부 신을 선택한다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 카인과 아벨은 중세 시대부터 현대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예술, 문학, 연극, 음악, 영화에서 인용되고 재해석되며 형제살해와 형제간 갈등의 영원한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이후 예술 분야에서는 글로, 음악이나 미술에서, 혹은 정치나 사회적으로 카인과 아벨은 상징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앞서 황순원 작가가 책 제목을 '카인의 후예'라고 적은 이유는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표현되는 6·25 전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출판사 측은 이 소설 『카인의 턱뼈』가 "추리소설의 본고장 영국에서 85년 만에 재발견되어 영미 문화권과 유럽 등 12개국에서 출간, 전 세계 유튜버와 틱톡(TikTok)을 통해 추리 매니아들을 열광시킨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또 『카인의 턱뼈』는 이야기 전체에 "스푸너리즘(두음전환), 말장난, 암호, 비유, 은유, 역사적 사건, 상징, 문학 인용문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은 해결 단서가 된다"며 이 단서들의 해독은 "고도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요구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00장의 순서(100장이 모두 낱장으로 떼어 순서를 맟줘가면서 독자들은 상상 이상의 즐거움과 지적 희열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나오는 스푸너리즘은 국어국문학자료사전에 따르면 한 단어 또는 어군(語群)의 내부에서 두 음소나 그 이상의 음절이 자리바꿈을 하는 현상을 말하며, 한 언어에서 음소나 음절이 서로 그 위치를 바꿀 때 그것을 각각 음운도치·음절도치라고 말한다. 이 도치현상은 동화(同化)·이화(異化)·중음생략(重音省略)·혼성(混成) 등과 더불어 통시적인 면에서 음운변화의 중요한 유형으로 취급되는데, 스푸너리즘은 이화의 한 유형으로 다루어진다. 대체로 이러한 언어변화의 현상은 언어 사용시의 잘못된 발음에 따른 것으로 취급하기도 하고, 간혹 이것을 음성변화의 규범으로 보고자 하는 학자도 있다. 또, 도치는 한 언어의 음성적인 면에서 특별한 연속음에 영향을 끼치는 규칙적인 변화로 보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스푸너리즘(spoonerism : 두 단어 이상의 머리글자를 각각 그 위치를 바꾸어 발음하는 언어현상)과는 구별된다고 말하고 있어 영어와 한글의 차이인가 싶다. 

『카인의 턱뼈』는 1934년 영국의 저술가이자 옵저버지에 암호십자낱말풀이를 제작, 연재한 에드워드 포이스 메더스가 'Torquemada'(토르케마다)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크로스워드 퍼즐 북 뒷면에 수록한 소설로 ‘crossword puzzle' 과 'Whodunnit’ 의 절묘한 혼합으로 탄생한 범죄추리소설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책 속에는 6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진술이 담겨있으며, 독자들은 100장에 담긴 서술을 읽고 살인사건에 연루된 살인자와 희생자가 누구인지 찾아내야 한다고 단순 추리로는 풀리지 않는 어려운 퍼즐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역자 성귀수는 '87년 동안 전 세계에서 단 4명만이 풀어낸 문학 퍼즐'이라고 말하고 있어 쉽지 않음을 귀띔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저자 이외의 이 책 『카인의 턱뼈』에 대한 설명을 가장 잘 해줄 사람으로 역자 성귀수를 지명하고 있어 그의 말을 들어본다면 추리나 풀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상상해 보라, 당신은 머리가 비상할뿐더러, 풍부한 상식과 섬세한 언어 감각을 두루 갖춘 명탐정이다. 살인의 원형적 이미지가 지배하는 당신의 삶에 6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아니,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시신이 발견된 것도, 용의자를 추정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증거라고는 몇 명인지조차 알 수 없는 사건 관련자들의 100장에 달하는 자술서가 전부다. 문제는 그 모두가 일인칭 화자의 진술인 만큼 극히 주관적인 시각과 개성이 난무하며, 자신의 행위와 정체를 위장하려는 각양각색의 전략들이 치밀하게 작동하는 글들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100장의 순서가 뒤죽박죽이어서,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엄밀하게 재구성해야만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100장의 문서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순열의 가짓수로부터 단 하나의 유효한 순서를 조합하여, 그로부터 얽히고설킨 살인사건을 해결해내는 문제야말로 분명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심오한 난제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체가 퍼즐의 원리, 그것도 ‘암호화된 단서들(cryptic clues)’로 촘촘하게 짜인 텍스트이기에, 초지일관 독법은 섬세해야 하고 추론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애거서 크리스티가 연애하여 낳았을 법한 자식”이라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의 서평이 이 책의 정곡을 찌르는 이유다.

15세기의 이단심문관 ‘토르케마다’의 피비린내 나는 악명 앞에 각오는 할지언정, 주눅들 필요는 없다. 문제를 풀었다 해서 반드시 텍스트를 이해했다고 자부할 수 없는, 바꿔 말해, 텍스트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를 푸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참으로 기이한 체험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명심할 것은, 오늘날 우리에겐 지니(Genie)를 능가하는 구글(Google) 요정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리 양해의 말을 먼저 하자면 독자는 아직 이 추리소설의 정답을 찾지 못했다. 해결은커녕 단서가 될 만한 것과 단서가 되지 않는 일반 진술과의 구별도 잘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독자는 최소한의 영어 능력을 갖추고 범죄 추리소설을 자주 읽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정독한 독자로서는 단서가 될 만한 단어나 문장에 밑줄을 그어가며 천천히 숙독을 했지만, 책에는 영어 원문까지 병기했지만 영어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추리소설 몇 권 읽어본 독자의 실력으로는 한 번 읽어낸 소감으로 "쉽지 않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태다. 물론 앞으로도 이 책은 계속 옆에 두고 풀이를 위해 노력할 참이다. 단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책의 얼개를 남긴다.

『카인의 턱뼈』는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독자들이 직접 페이지를 재배열하고 살인 사건의 전말과 범인을 밝혀내야 하는 문학적 퍼즐이다. 정답을 맞히려면 추리력, 언어 감각, 끈기가 필수이다. 저자 매더스는 책을 집필한 후 페이지 순서를 섞어버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페이지가 문장 끝으로 마무리되도록 작성하여 다음 내용을 추측할 힌트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매더스의 작품은 기발한 언어유희와 날카로운 재치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그중에서도 『카인의 턱뼈』는 가장 어려운 난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1939년 매더스가 47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세계 대전이 발발, 그의 퍼즐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다만 한 가지 단서가 될 수도 있는 말로 10여년 전, 영국 요크의 샌디홀에서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샌디홀 큐레이터 패트릭 와일드거스트는 책을 기증받은 후 공개 요청을 통해 이 퍼즐을 풀었고, 이로 인해 2019년 『카인의 턱뼈』가 새롭게 재출간되었다.


두 번째 장의 내용을 여기에 옮겨 적는다. 페이지가 따로 매겨지지 않아서 글 뒤에 붙인 숫자(02)는 두 번째 장이라는 의미다.

"헨리를 일일이 챙긴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월계수들을 지나자마자, 내가 갑자기 돌아보자, 거기 최근 희생된 시체가 있는 곳에 그가 웅크리고 있다. 사방에 피가 있었다. 내가 날카롭게 부르면 어리둥절한 눈치다. 다음으로 나는 오랜 친구 칼라바르콩에게 도움을 요청했다.ㅡ보통 그런 용도의 전문적 처방이 이루어지는지 확인 없이 시도한 나의 디기탈리스 실험이 완전한 실패로 드러난 바로 그날 말이다. 한데, 왜 이런 그림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을까? 멀리, 저 멀리 아드리아해가 일리리아의 푸른 언덕 사이 따스한 해안을 파고드나니. 마태오, 마르코, 루카 그리고 요한. 마크 트웨인을 읽고 안으로 새길 것. 하지만, 나는 정신 바짝 차리고 주변을 살펴야 했다. 그가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더니 마침내 헨리와 친해지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폰세 데 레온이 그토록 찾아 헤맨 불로장생의 샘으로 내가 자기를 데려가고 있음을 이미 감지해/ㅅ다. 하긴, 딱히 틀렸달 수도 없지."(02)


저자 :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번역가, 시인, 문학평론가.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재능으로 20세기 초 문학과 퍼즐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 인물. 시와 번역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특히 중동과 아시아 시의 번역으로 주목받았으나 그를 세상에 독보적으로 알린 것은 바로 퍼즐과 암호에 대한 천재성이었다. 스페인 종교재판관 이름을 딴 토르케마다라는 필명을 사용하며 1926년 옵저버 지에 합류, 매주 퍼즐을 선보였고, 당시 십자말풀이가 간결하고 직설적인 형식으로만 제공되던 시대에, 넉넉(nock-knock) 농담, 운문, 언어유희, 애너그램, 그리고 날카로운 재치로 암호 십자말풀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개척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1934년 옵저버지에 연재된 십자말풀이를 모아 낸 책의 마지막에 카인의 턱뼈를 실어 단순한 퍼즐을 넘어선, 문학과 추리가 결합된 실험적 작품을 남기고 1937년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했다.


역자 : 성귀수


시인, 번역가. 연세대학교 불문과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 “내면일기” 《숭고한 노이로제》를 발표했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의 《침묵의 기술》,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아폴리네르의 《내 사랑의 그림자(루에게 바치는 시)》, 래그나 레드비어드의 《힘이 정의다》, 장 퇼레의 《자살가게》, 모리스 르블랑의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전10권), 피에르 수베스트르와 마르셀 알랭의 《팡토마스》(전5권),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공역), 조르주 바타유의 《불가능》, 베르나르 미니에의 《물의 살인》(전2권), 사뮈엘오귀스트 티소의 《읽고 쓰는 사람의 건강》 등 백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4년부터 사드 전집을 기획, 번역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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