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서정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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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입장에서는 철학서를 만화로 보는 일은 처음이다. 이 책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이외에도 몇 권의 철학 서적이 이미 만화로 제작된 적이 있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워낙 멀리 했던 철학은 몇 권을 읽어봐도 중심 사상은커녕 철학자의 사유의 원천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살아가면서 알아두면 뭔가 도움이 될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한 탓일까? 몇 권 읽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여러 번이다. 철학은 사실 어려운 학문이고, 특히 사고와 사유의 학문으로 알려진 학문이기에 책도 정독을 해야 할 것으로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도 서적을 만화로 이해하도록 출간한 책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독자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다 주신 〈어린이 세계 명작 전집〉에도 늘 그리스·로마 신화가 1, 2번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필독서란 듯이. 그러나 독자의 독서법이 잘못 되었는지 몰라도, 수많은 인명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결국 완독하지 못한 리스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금도 완역판을 읽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거리감이 있다. 많이 등장하는 '제우스'나 '헤라' 등은 머릿속에 박혀 있지만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희랍어와 라틴어 발음이 다르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 정도로 무심했다.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철학보다는 신화가 훨씬 더 생활에 밀접하고 심지어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르고서는 대화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 역시 만화로 읽어서 제대로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여기서 다룬 10명의 철학자는 대부분 익숙한 이름이어서 그나마 쉽게 읽힌다. 걱정했던 이해도도 그림을 곁들여 읽어보니 조금은 더 수월하고 친근감 있어 가깝게 느껴졌다.


저자 서정욱은 대학 교수로 있지만 청소년과 이해하기 쉬운 철학 서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분이란 것도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됐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철학자를 선택한 것도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인물들로 골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한된 지면과 철학자 수 중에서 철학의 흐름을 가름하는 인물들로 선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흔히 서양 철학의 원류를 그리스 철학으로 꼽긴 하지만 인물은 '소크라테스'로 알고 있다. 사실 교과서에서 배울 때는 '서양 철학의 아버지'란 별명도 있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철학의 원조는 '과학(자연과학)'이라고 말한다. 철학의 시작은 탈레스의 과학적인 사고방식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사에서는 철학의 과제를 우주, 자연, 인간이 무엇인가에 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당시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우주를 관측할 장비와 자연을 연구할 과학적인 이론의 부족으로 자연에 대해 답을 주기가 힘들었다"고 전제한 뒤 "결국 인간 문제에 눈을 돌렸다"고 설명한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철학이 시작되면서부터 대화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대화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삶에서 부딪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고,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철학자들의 지혜를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 형식으로 쉽게 풀어냈다고 책의 성격을 밝힌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프로타고라스, 제논,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쇼펜하우어 등 10인의 유명 철학자들이 등장해 현대의 인간관계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명쾌한 지혜를 전달한다. 각 철학자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삶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인간관계를 좀 더 깊고 명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철학자는 고독한 사유의 존재임을 떠올려본다. 고독한 사유의 존재인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이렇게 정리된 생각은 진리로 이어진다. 결국 철학자들은 인간관계를 통해 진리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이렇게 고독한 사유의 존재인 사람은 항상 누구와 함께함으로써 스스로 완전히 혼자가 아님이 밝혀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철학자의 고유한 철학은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생겨난 철학자들만의 고유한 통찰이다.

철학사에 등장하는 많은 철학자들은 누구의 스승이거나 후견인이었다. 여기서 '누구'는 왕, 왕자, 귀족, 혹은 명문가의 장군이었다. 즉 철학자는 권력자와 항상 가까이 있었고, 권력자에게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권력자는 인간관계를 누구보다 신중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다. 철학자는 그들에게 인간관계의 신중함을 가르쳤고, 그들은 정성을 다해 배워 자신의 권력을 배가시켰다. 그 결과 철학자와 권력자의 관계는 단순한 배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유를 통한 투쟁의 장이었고, 서로를 도와준 협력의 관계였다. 권력자는 철학자로부터 배운 인간관계를 자신의 세계로 해석하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철학자는 관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속과 떨어져 자시난의 사유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때 철학자의 친구는 고독, 침묵 등이다. 철학자가 사유하는 이유가 진리를 찾는 것에 있다면, 진리의 원천은 관조의 세계이다. 관조의 중요성을 외로움과 침묵에서 찾는다면, 철학자는 내면의 소리로 인간관계를 논한다. 철학자의 내면의 소리는 더 이상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그 파장은 너무 넓게 퍼져나간다. 이렇게 철학 자체는 혼자의 행위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뜻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인간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 존재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철학자는 이렇게 다른 사람을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의한다. 즉 철학자는 인간이란 다른 사람을 통해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p.5~6)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철학자 10명이 소개된다.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자신을 보호하는 법〉, 2장 〈이성으로 나를 지키는 법〉, 3장 〈덕을 실천하는 법〉, 4장 〈적을 만들지 않는 법〉, 5장 〈의견이 달라도 대화할 수 있는 법〉, 6장 〈의무로 관계를 지키는 법〉, 7장 〈행복을 추구하는 법〉, 8장 〈힘의 관계를 직시하는 법〉, 9장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10장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등이다. 현대인들은 '관계' 문제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살면사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자신을 가장 기댈 수 있는 곳이 사람이란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친구, 연인, 직장 동료와의 좋은 관계를 원하고 간혹 갈등이 있으면 괴로워한다. 이 같은 갈등은 가장 가까운 가족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장 고통스러워 한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는 선의를 기대하지만 꼭 선의로만 대하지 못할 경우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은 고통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런 관계의 지속은 끊임없이 추구하고, 우리를 그만큼 지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 중 갈등지수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관계로 병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으로부터 덜 상처받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철학에서 찾는다. ‘관계 문제에 철학이라니?’ 하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은 인간과 삶,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누구보다 깊고 오래 성찰해온 학문이다. 결국 삶의 모든 문제는 관계에서 비롯되고,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그 해답을 고민해왔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가장 고통을 주는 게 인간관계의 갈등이다.

저자는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인간관계를 잘 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집필했다. 철학에서 배워야 하는데 독자처럼 철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고 아예 접근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쉽게 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만화로 그려냈다. 이 책에는 철학자 이외 질문자가 한 사람이 나오는데 청소년이다.


청소년이 철학자들을 찾아가 인간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즉, 만화 형식의 철학 수업이다. 저자에 따르면 각 철학자의 사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대화와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독자 스스로 사유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누구나 겪을 법한 관계의 갈등과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철학자들은 그 속에서 예리한 통찰과 실천 가능한 조언들을 던진다.

특히 이 책은 각 철학자의 핵심 메시지를 단 1분 만에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짧고 명료하게 구성되어 있어, 시간 내기 어려운 현대인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독자가 딱 여기에 해당하는 듯하다. 짧은 분량이지만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저자는 독자의 생각을 전환시키고,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 철학으로 다가가도록 꾸몄다. 이 책은 철학이란 결코 어려운 사변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나와 타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실천의 도구이자 삶의 기술임을 보여주는 데 첫 번째 목적이 있다.

저자는 철학은 단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학문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는 삶의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길을 잃은 이들에게 철학이라는 나침반을 건네며, 이 책을 통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이끈다. 지금 이 순간 철학자들의 지혜를 따라가며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를 다시 조율해볼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관계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 당신의 삶도 조금씩 가벼워질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철학자의 노트」란 별도의 코너가 마련돼 있다. 만화 그림으로 미처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글을 읽음으로써 복습 겸 되새김으로써 확실히 알기에 힘이 될 것이다.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핵심 내용에 대한 설명 등이 주를 이룬다. 마치 시험 치기 전 공부한 것을 정리해둔 별도 요약집 느낌이다. 또 시대적 배경 설명에는 새로운 지식을 획득함으로써 철학자와 인간관계의 간극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프로타고라스' 「철학자의 노트」의 경우 "전쟁이 없던 시기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민들은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법정에 모였다. 생계를 위해 하루 일당을 받는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변호인으로 활동하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배심원은 대부분 법률 지식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기에, 변호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화려한 웅변으로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다."(p.36)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출간 후 저자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를 여기에 적는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기에 앞서 눈여겨 볼 것을 권유한다. 

Q) 많은 청소년이 철학을 어렵고 고리타분한 옛사람의 생각이라고 느낍니다. 철학이 청소년에게 왜 중요한지 짧게 알려주시겠어요?

A) 철학을 배울 때 우리는 대개 철학자의 생애와 이론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철학자의 이론과 생애는 중요한 연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철학이든 그 철학에 철학자의 생애와 목표 의식 같은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철학을 안다는 것은 철학자의 생애를 아는 것이고, 철학자의 생애를 아는 것은 철학자의 목표 의식을 아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의 한 단계, 예를 들면 청소년기에 어떤 목표를 찾는 데 철학이 도움을 주는 것이죠.


Q) 그래도 여전히 어렵게 느끼는 청소년이 있을 거 같아요. 철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요?

A) 거의 모든 철학자가 자신이 살던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철학자의 사상과 생애는 당시 그가 살던 시대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철학자의 생애나 사상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그 철학자가 살던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역사와 문화를 알면 당대의 철학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그래도 철학 이론이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 이론의 중요 개념만 다시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모든 철학자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려고 몇 가지 중요 개념을 나열합니다. 그 개념만 이해하면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자 : 서정욱


배재대학교 심리철학상담학과 명예교수. 계명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배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고대 그리스 철학과 신칸트학파, 논리학 분야에서 여러 논문과 저서를 펴내며 연구 활동을 해왔다. 학술 분야 이외에 청소년과 일반 대중을 위한 철학 강의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어릴 때부터 철학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청소년을 위한 철학책을 다수 집필했으며, 소설이나 동화 또는 만화 형식을 빌려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저서로는 『만화 서양 철학사』 1, 2, 3권과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행복 이야기』 『푸코가 들려주는 권력 이야기』(2008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철학의 고전들』(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푸코가 들려주는 권력 이야기』 등이 있다. 또한 『소크라테스, 구름 위에 오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소를 타다』(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로 철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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