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람보르기니는 세계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동종 타사가 먼저 출발했지만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부 차종은 더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보르기니가 스포츠카를 컨셉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 『람보르기니 60년』은 표제어대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기념으로 출간한, 출시 차량은 물론 경영 방식까지 모두 밝혀 람보르기니의 미래로 이어지는 디딤돌로 기획됐다. 세계의 명차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책 속 곳곳에서 드러나며 혁신적인 경영과 컨셉트카의 상징적인 외관, 스포츠카로서의 엔진 등 람보르기니의 모든 것을 밝히고 있다. 압도적인 존재감의 슈퍼카, 람보르기니의 경이로운 60년 역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람보르기니는 1963년,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350GT와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1947년부터 이어진 페라리 스포츠카보다 약 15년 늦은 셈이다. 그러나 람보르기니는 슈퍼카 유니버스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미우라, 모든 이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의 쿤타치로 슈퍼카의 기준을 완전히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터스포츠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스튜어트 코들링은 이 책에서 전 세계 슈퍼카 마니아를 설레게 하는 놀라운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으며 60년이 넘는 격동의 세월을 우직하게 걸어온 람보르기니의 역사를 가감 없이 기술했다.
다양한 모델의 기술 사양과 함께, 해당 모델에 관한 자동차 전문 기자들의 기록을 풍부하게 제공하며, 역사적인 사진과 람보르기니 기록보관소의 자료, 그리고 이 책을 위해 새로이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람보르기니 모델들의 탄생을 현장감 있게 복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단 한 권의 책이다. 기사의 내용은 물론 화보라고 해도 좋을 출시된 차는 다시 한 번 독자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창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물론, 람보르기니의 성공에 기여한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의 면면도 확인할 수 있는 이 책은 세심한 기록이 만들어낸 디테일한 람보르기니 탐구서이다.

책에 따르면 강렬하고 화려한 람보르기니 자동차 특유의 스타일을 보아서는 쉽사리 짐작되지 않겠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람보르기니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설립 이래 회사의 소유권이 다섯 차례나 바뀌는 중에도 멈추지 않고 도전을 이어온 ‘성난 황소’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기술돼 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엔초 페라리와 언쟁을 벌인 뒤 자신이 직접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는 1963년부터, 아우디가 람보르기니를 인수하며 브랜드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후 활기를 되찾은 람보르기니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60년 역사를 책 한 권에 담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전 수석 테스트 드라이버 발렌티노 발보니의 〈서문〉을 통해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당시 페루치오는 늘 경쟁사보다 나은 성능의 자동차를 내놓고 싶어 했다. 첫 양산 모델로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독보적인 스포츠카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동시에 세상을 향해 자신이 어떤 성격과 기질을 지녔는지 뚜렷하게 보여주었다."(p.7)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창업자와 람보르기니 소유주들을 차별화하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쌓으며 통념을 깨고 나아가는 선두에 서길 바랐다는 발보니는 "그 과정에서 나온 미우라(Miura)는 분명 스포츠카 세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모델이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전 세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자동차 제조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어 쿤타치(Countach)는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디자인으로 지금 봐도 아주 독특하다는 발보니는 열린 마음에 더해, 현대적인 스포츠카는 유려하면서도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람보르기니 정신을 대변하는 모델로 꼽는다. 물론 미우라와 쿤타치는 람보르기니의 역사를 규정짓는 많은 모델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람보르기니의 모든 전통과 열정은 현재 산타가타 볼로냐의 람보르기니 공자에서 생산되는 예술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발보니는 강조한다.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트랙터를 제조해 부와 명성을 쌓았다. 아울러 공압 밸브와 난방 장치 제조를 통해서도 큰 수익을 거두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페라리의 엔초 페라리와 감정 섞인 언쟁을 벌이고 나서 람보르기니가 자신의 자동차 제조사를 세웠다는 이야기는 사실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저자 스튜어트 코들링은 말한다. 또 사실이더라도 언쟁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그럴 듯한 이야기'라서 회사 소유권이 다섯 차례나 바뀐 지금까지도 이 이야기가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창업 비화로 회자되곤 한다고 책에 적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1960년대 초 자동차 업계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미 트랙터 제조, 난방 장치 공급, 공압 밸브 제조 등 다양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였다. 당시는 고성능 고급 자동차 제조사 창업 붐이 일던 시기였다. 따라서 그가 페라리의 애프터 서비스 방식에 환멸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건 필연에 가까웠다. 저자는 브랜드에 신비감을 부여하는 데는 '신화'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전제하고, 많은 사람이 6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황소 엠블럼을 부착한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구입하고 간직하는 것도 신화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1964년 잡지 〈스포팅 모토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페루치오가 언뜻 내비쳤듯이 당시 고성능 자동차 시장에는 어떤 빈틈이 있었다.
"과거에 저는 가장 비싼 고성능 자동차를 구입했는데, 그 멋진 차마다 늘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떤 차는 덥고, 어떤 차는 불편하고, 어떤 차는 빠르지 못했죠. 아니면 마무리가 완벽하지 않거나. 그래서 제가 직접 흠 없는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기술적 문제가 많은 폭탄 같은 자동차 말고요. 아주 정상적이면서도 완벽한 자동차 말입니다."(p.11)
이 말은 1962년 자동차 회사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때, 그리고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해 여러 금융 기관과 지방 정부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일 때 제시한 창업 목표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350GT의 제작 출시에 관한 에피소드도 저자는 귀띔한다. 이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측은 시제품 보디 다자인 작업을 프랑코 스카글리오네에게 의뢰했다. 스카글리오네는 토리노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훗날 이 보디 디자인 작업은 보디 제작업체 카로체리아 투어링으로 넘어가 양산차 350GT 모델의 토대가 된다. 엔지니어 지오토 비자리니에 따르면, 그가 페루치오에게 자신이 디자인한 배기량 1.5리터짜리 쿼드-캠 12기통 포뮬러 원 엔진을 보여주었는데, 배기량을 더 키워 페라리의 경쟁 모델보다 더 강력한 엔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비자리니는 애초의 계획과 달리 너무 강력한 경주용 레이스카 엔진을 만들었고, 그 결과 페루치오와 결별하고 만다. 이와 관련해서는 엔지니어 잔 파올로 달라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아야 할 듯하다. 그들에 따르면 당시 페루치오는 빠른 로드카 엔진을 만들지, 아니면 또 다른 경주용 레이스카 엔진을 만들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지오토 비자리니의 엔진은 제작된 적이 없고, 람보르기니의 12기통 엔진은 혼다(Honda) 자동차가 비밀리에 제작했다"고 한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밝힌다.
혼다가 1965년 배기량 1.5리터짜리 12기통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로 포뮬러 원에 참가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엔진은 유입관이 V자 안이 아닌 캠샤프트 사이에 위치하는 등 몇 가지 특이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고 익명의 출처와 희망 사항에 근거를 둔 듯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L.J.K. 세트라이트처럼 공공연한 혼다 예찬자라면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는 주장이었다. 오랜 세월 람보르기니의 테스트 드라이버였던 밥 윌리스는 그런 주장이 다 '헛소리'라고 일축한다.
이 책은 모두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미우라〉-「세계 최초 미드-엔진 슈퍼카」, 2장 〈주류가 되다〉-「슈퍼카 성능의 가정용 자동차」, 3장 〈쿤타치〉-「슈퍼카의 전형」, 4장 〈루프를 들어 올리다〉-「미국 시장 진출」, 5장 〈디아블로〉-「거듭난 슈퍼카」, 6장 〈무르시엘라고〉-「아우디, 실력을 발휘하다」, 7장 〈가야르도〉-「운전자의 슈퍼카」, 8장 〈레벤톤〉-「독보적인 성능」, 9장 〈아벤타도르〉-「슈퍼카의 공식을 바꾸다」, 10장 〈세스토 엘레멘토〉-「출력은 올리고, 무게는 줄이고」, 11장 〈우라칸〉-「현재가 미래다」, 12장 〈괴물들〉-「'람보 람보' 출시」, 13장 〈미래의 과거를 향해〉「리메이크, 재해석, 리부트」 등이다.

람보르기니 마니아라면 차 이름만 들어도 어떤 차이고 어떻게 생겼다는 슈퍼카의 이모저모를 잘 알 터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은 여간해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멋진 외관에 쏠려 차이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사실 누가 옆에서 알려주거나 엠블럼 정도로 구분하는 정도다. 이 책의 1장은 앞서 언급한 〈미우라〉에 관한 이야기다. 1장의 발제문으로 대신한다. "1965년 람보르기니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랐던 걸까. 잔 파올로 달라라에 따르면, 350GT 모델은 가까스로 제작에 들어간 걸로 보인다. 적절한 테스트 없이 작업을 서두르다 보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 그러나 람보르기니의 젊고 야심만만한 엔지니어링 팀은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 1965년 11월, 그들은 토리노 모터쇼에 신차를 공개한다. 아직 보디 셸도 없고, 정식 모델명도 붙지 않은 자동차였지만 모터쇼를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어 세울 만큼 매혹적이었다."(p.21)
저자는 미우라는 색깔 덕에 한층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그 어떤 자동차에서도, 심지어 어떤 모터쇼에서도 본 적 없는 색깔, 노란색과 오렌지색의 중간 어디쯤인 그 색깔은 이후 몇 년간 가장 매혹적이고 유행하는 자동차 색깔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미우라에도 비사가 있다.
"이렇게 혁신적인 자동차가 롤링 섀시 상태로 모터쇼에 정식 공개되기까지 단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잠깐, 제네바 모터쇼에 진열했던 미우라 모델에 수치스러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는가? 그건 바로 자동차 뒷부분을 적절한 높이로 유지하는 일부 바닥짐을 제외하곤 엔진 격납실이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시제품 완성을 서두르느라 그랬을 텐데, 하긴 엔진이 할당된 공간에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아무튼 모터쇼 기간 내내 엔진 격납실은 꼭 잠겨 있었다. 그 사이 람보르기니의 영업 책임자 우발도 스가르지는 미우라와 400GT 모델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았다.(p.25)

람보르기니가 합성 소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부풀린 내용이 아니었다. 람보르기니는 실제로 많은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787 드림라이너를 생산하고 있는 보잉과 제휴하는 등,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새로운 주물 기술을 개발했다. 2007년에는 보잉과 미국연방항공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미국 시애틀에 자리한 워싱턴대학교에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첨단 합성 구조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p.183) - 「10장 세스토 엘레멘토」 중에서
저자 : 스튜어트 코들링(Stuart Codling)
저명한 모터스포츠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 미국에서 스포츠카 레이싱을 취재한 이후, 200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포뮬러 원 잡지 《F1 레이싱》에 합류했다. 『포뮬러 원: 생존을 위해 달리다FORMULA 1: DRIVE TO SURVIVE』 등 F1을 다루는 다양한 도서를 집필했고, F1 전문가로 TV와 라디오에 출연했으며, ‘르노 F1’팀의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 서리의 파넘에 거주하며 《F1 레이싱》, 《오토스포트》, 《오토카》, 《더 레드 불레틴》 등에 기고하고 있다.
사진 : 제임스 만(James Mann)
영국 도싯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및 오토바이 전문 사진작가. 30년 넘게 자동차 산업 전반을 위한 사진을 촬영해왔으며, 전 세계의 출판사, 자동차 기업과 함께 작업했다. 그의 작품은 『람보르기니 슈퍼카LAMBORGHINI SUPERCARS』 등 70권이 넘는 책의 표지 및 내지에 실려 있으며, 《클래식 앤 스포츠카》, 《카》, 《포르자》, 《선데이 타임스》, 《오토모바일 매거진》 등 다양한 신문, 잡지에도 인상적인 이미지를 제공해왔다.
역자 : 엄성수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년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다.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거의 모든 것의 종말』, 『승리하는 습관』,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아가라』, 『테슬라 모터스』, 『더 이상 가난한 부자로 살지 않겠다』, 『러브 팩추얼리』, 『창조하는 뇌』, 『유전자 클린 혁명』, 『유튜브 컬쳐』, 『노동 없는 미래』 등이 있으며, 저서로 『초보탈출 독학 영어』, 『친절쟁이 영어 첫걸음』, 『왕초보 영어회화 누워서 말문 트기』, 『기본을 다시 잡아주는 영문법 국민 교과서』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