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자비의 시간』의 저자 존 그리샴은 미국에서 활약한 변호사로서의 경험과 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법정 미스터리 작가로 전업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렸다. 그의 첫 작품인 『타임 투 킬』이 국내에서 선보인(2005) 뒤 국내 독자들의 두터운 호응을 얻었다. 독자는 우연히 친구가 사다 준 『소환장』(2002)이 그와의 첫 인연이 됐다. 독자는 이번에 처음 들은 이야기지만 그의 작품 중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레인 메이커』 등은 영화화돼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작품마다 거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은 실제 변호사로서 활동하기도 했던 경험과 사회의식을 작품 속에 녹여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독자가 처음 접했던 『소환장』은 3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사이에 놓고,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두뇌싸움이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버지니아 법대 교수인 레이 애틀리는, 어느 날 전직 판사인 아버지로부터 미시시피의 집으로 오라는 소환장을 받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자식보다는 자신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만 매달려 온 아버지의 소환장은 레이에게 반가울 리 없다. 더구나 최근 아내마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늙은 갑부의 아이를 낳은 상태다. 레이의 동생 포레스트는 멀쩡한 정신으로 있는 날보다 마약과 술에 취해 있는 날이 더 많은 집안의 골칫거리다. 같은 날 아버지의 소환장을 받은 이 두 형제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애틀리 가문의 저택인 메이플 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동생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 레이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는 아버지의 주검을 발견한다. 잦은 심장 발작과 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모르핀, 죽음을 예견한 듯 이미 작성되어 있는 유언장,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책장 속에 숨겨진 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이다. 미시시피 주 판사의 평생 월급을 다 합한다 해도 300만 달러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아버지의 유산이라고는 낡은 저택 메이플 런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뒷거래를 통해 착복한 검은 돈을 남긴 것인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이 거액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레이는, 동생 포레스트는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 돈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놀라운 반전은 새로운 독자들을 위해 여기에 적시하지는 않을 터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추리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반전'이 탁월한 작가라는 사실이 이 소설 『소환장』을 한층 더 각인된다. 독자 역시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법정스릴러의 대가답게 『소환장』 역시 법률적인 상황과 지식이 배경으로 삼는다.

『소환장』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법대 교수이고, 그의 아버지는 전직 판사란 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 줄거리는 법정 내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벌어진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집착'이라는 주제의식은 존 그리샴 특유의 스타일이라고 한다. 존 그리샴은 법정 소설을 연거푸 발표하면서 독자들의 열띤 호응과 함께 그가 창조한 캐릭터 ‘제이크 브리건스’도 주목 받고 있다. ‘제이크 브리건스’는 존 그리샴을 소설가로 데뷔시킨 문제의 데뷔작인 『타임 투 킬』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의 한 소도시에서 열 살배기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취한 두 명의 백인들에게 참혹하게 강간당한다. 소녀의 아버지 칼 리는 만신창이가 된 딸 앞에서 오열을 터뜨리고 범인들은 곧 체포되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미시시피에서 오히려 보석으로 풀려날 상황에 이른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칼 리는 법정에서 이송중이던 범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함으로써 법의 정의가 아닌 아버지의 정의로서 딸을 대신하여 복수한다. 이 희대의 살인사건은 급기야 흑백 간의 처참한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키며 전국적인 이슈로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칼 리의 백인 변호사 제이크는 KKK단의 협박 전화와 방화, 테러에 시달리던 중 미모의 법학도 엘렌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게 되고, 정치적 야심에 불타오르는 노련한 검사를 상대로 벅찬 힘겨루기를 해나간다.



이처럼 그리샴의 캐릭터이자 페르소나인 ‘제이크 브리건스’는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정의로운 변호사이다. 이번 『자비의 시간』에서는 의붓아버지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힘겹게 살아온 한 소년을 돕기 위해 나선다. 열여섯 살 소년인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의붓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체포된다. 드루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제이크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변호를 맡아 힘겨운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자비의 시간』은 가정 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존 그리샴의 뚜렷한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긴박한 서사 속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이 소설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가정 폭력의 폐해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가이자 법정 스릴러물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존 그리샴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정의로운 변호사인 ‘제이크 브리건스’를 탄생시켰다. 그는 이 소설에서 딸을 무참히 강간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두 범인을 살해한 ‘칼 리 헤일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존 그리샴은 소설 속에서 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 차별 없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속죄 나무』가 출간되면서 존 그리샴의 유일무이한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다.

『타임 투 킬』과 『속죄 나무』를 잇는 『자비의 시간』은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에서 미국 사회의 팽배한 인종차별과 사회적 갈등 문제를 다룬 존 그리샴은 『자비의 시간』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정 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의붓아버지인 ‘스튜어트 코퍼’의 끔찍한 폭력과 학대 속에서 고통받던 열여섯 살 소년인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스튜어트의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 지역 사회마저 격앙된 목소리로 드루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이크 브리건스는 드루의 살해 동기와 가정사를 알게 되면서 그를 변호하기로 했다. 그를 통해 존 그리샴은 제이크과 드루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한 가정 폭력의 폐해를 명징하게 짚어낸다. 특히 드루가 처한 현실을 날것으로 드러냄으로써 가족 구성원 간의 비정상적인 관계와 위계에 의한 폭력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자비의 시간』 1권에서는 드루가 스튜어트 코퍼를 총으로 쏘게 된 이유와 안타까운 가정사, 제이크가 드루의 변호를 맡게 되는 과정, 드루의 범행에 대한 주변 사람들과 지역 사회의 인식 등이 소개된다. 드루와 어머니 조시, 여동생 키이라는 코퍼와 함께 지내는 동안 끔직한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웠던 그들은 도움을 받을 만한 가까운 친척이나 다른 연고가 없던 까닭에 코퍼의 지속적인 폭력을 그저 묵묵히 감내해왔다. 반면 코퍼는 지역 보안관으로서 동료나 지역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고, 세 사람과 달리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자립할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드루를 포함한 세 사람은 마치 ‘주종 관계’처럼 코퍼에 종속된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두 시쯤 됐어."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침실로 가자고."

"뭐 하러 그런 걸 걸치고 있는 거야? 걸레가 따로 없군. 오늘 밤 누가 놀다 가기라도 한 거야?"

요즘엔 툭하면 이런 의심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자려고 입은 거야."

"창녀 같은 년."

"그러지 마, 자기. 나 졸려. 자러 가자고."

"어떤 놈이야? 그는 뒤로 비틀거리다 문에 등을 부딪치며 으르렁댔다."(1권, p.8)



술에 취해 온 남편과 집에서 기다리다 남편을 맞은 아내의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남편 스튜어트는 게다가 경찰관 신분이다. 드루에게 일어난 비극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코퍼의 폭력 행위로 이미 여러 차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 조치 없이 끝났고, 동료 경찰관들도 그의 도박 전력과 잦은 폭력 행사를 알고 있었지만 묵인해왔다. 또한 범행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드루는 불안과 정신적외상 증세를 보였으나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제이크가 변호를 준비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드루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비난은 드루와 조시, 키이라를 더욱더 고립시킨다. 심지어 제이크는 재판 진행을 못마땅하게 여긴 괴한들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포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모르겠어요. 늘 생각하지만, 정말이지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 아이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했어요. 자기 엄마가 죽은 줄 알았고 결국—”

“그리고 자신과 여동생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했어. 코퍼가 깨어나서 계속 날뛸 거라고 알았다고. 젠장, 그자는 전에도 아이들을 때리고 죽이겠다고 위협했어. 드루는 그가 술에 취한 걸 알았지만 코퍼가 너무 독한 술을 마셔서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건 몰랐어. 그 순간 드루는 스스로 여동생과 자신을 지킨다고 생각했다고.”

“그럼 괜찮다는 거예요?”

제이크는 웃으려고 애썼다. 그는 포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심신미약은 잊어. 이건 정당화할 수 있는 살인이야.”(2권,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